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34)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34화(34/125)
#34화 기술 제휴
1903년 10월 5일 오전 9시.
독일 제국 베를린.
“도와 달라?”
“그렇습니다. 우리 제국은 동맹국인 독일 제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빌헬름 2세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과 회담 중이다. 원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의 회담은 잡혀있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대사가 찾아와서는 프란츠 요제프 1세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회담 일정이 급하게 잡혔다. 친서에는 해군에 대해 급히 논의할 것이 있어서 최대한 빨리 회담 일정을 잡아 달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도와 달란 말이오?”
그리고 빌헬름 2세는 회담 도중,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에게 도와 달라는 말을 듣고 있었다. 전함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페르디난트 대공이 기다렸다는 듯 도와 달라고 이야기 한 것이다. 빌헬름 2세는 동맹국의 황태자가 한 말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떻게 도와 달라는 것인지를 물었다.
“독일 제국은 세계 최초로 프로이센급 전함을 건조한 곳입니다. 우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이런 전함을 건조하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기술력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그건 시설 확충과 교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니오?”
“폐하께서는 어떻게 해결하셨습니까?”
페르디난트 대공은 빌헬름 2세에게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가 직접적으로 한 건 결재 서류에 서명을 남긴 것뿐이오. 우리 제국에 보물 같은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가 진두지휘해서 해결했소.”
“그 아달베르크 소령이라고 했었나요?”
“그렇소. 능력이 출중하니 곧 중령으로 진급시킬 생각이오.”
페르디난트 대공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 친구를 만나 보고 싶습니다.”
* * *
몇 시간 후.
“꿀꺽.”
앞에 높으신 분이 두 명이나 있다……. 빌헬름 2세는 일주일에 한 번은 보고를 하러 황궁에 들어오기 때문에 익숙한데 사진으로만 보던 사람이 빌헬름 2세의 옆에 서 있다.
‘사무실에서 노는 게 아니었어…….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라니…….’
신형 전함의 착공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팀원들과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급히 황궁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들어왔더니 높으신 분들이 앞에 서 있다.
“이 친구입니까?”
“그렇소.”
페르디난트 대공은 내 발부터 머리까지 쭉 훑어봤다. 그리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만나서 반갑네.”
“처음 뵙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나는 아주 공손하게 인사를 했고 페르디난트 대공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황태자, 도대체 뭘 도와 달라는 거요?”
빌헬름 2세의 질문에 페르디난트 대공이 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내가 꼭 들어야 하는 이야기인가?
“우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프로이센급 전함과 같은 강력한 전함을 건조하길 원합니다. 제국군 감찰관으로서 신형 전함이 필요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독일에서 신형 전함을 발주하여 지중해와 아드리아해에서 이탈리아 해군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싶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해군은 이탈리아 해군과 지중해와 아드리아해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페르디난트 대공은 신형 전함을 건조함으로써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기술력은 부족해서 신형 전함을 설계하고 건조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모될 것이다. 그래서 페르디난트 대공은 동맹국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대공, 신형 전함의 가격이 얼마나…….”
“프로이센급 전함이 진수된 후에 우리 해군 상층부에서는 신형 전함의 건조 비용을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준비를 하긴 한 것 같다. 소요 예산까지 계산하고 있었다면 본격적으로 건조를 할 준비를 했었다는 것인데 독일을 급히 방문했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조선소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뜻이 분명해 보인다.
“흠, 아달베르크 소령.”
“예, 폐하.”
페르디난트 대공의 이야기를 들은 빌헬름 2세는 나를 불렀다. 그리고 짧게 질문했다.
“할 수 있겠나?”
“소요 예산을 계산한 자료가 있으면 봐도 되겠습니까?”
“여기 있네.”
페르디난트 대공에게서 자료를 받은 후, 나는 일어선 채로 검토에 들어갔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1척당 건조 비용으로 책정한 예산은 프로이센급 전함의 80% 수준이었다. 검토를 마치고 나는 페르디난트 대공과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해군에서 책정한 소요 예산은 프로이센급 전함의 80% 수준입니다. 어렵지만 가능은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니 성능에서 약간 손해를 보는 것은 피하지 못할 겁니다.”
“성능에서 손해를 본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기관부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조금 낮은 출력의 기관부를 집어넣는다거나 방어력에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페르디난트 대공의 표정이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다급하게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걸 피할 방법은?”
“조금 작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프로이센급 전함이 전장 177m에 전폭 28.5m, 배수량 2만 톤 이상이니 함선을 작게 만들면 건조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 단, 항속거리에서 손해를 볼 겁니다. 물론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그럭저럭 쓸 만한 전함을 건조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내 말을 들은 페르디난트 대공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설계는 자네가 할 건가?”
빌헬름 2세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저희 팀에서 맡겠습니다.”
“자네의 설계팀이 독일 제국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들었네. 맡아 주면 정말 고마운 일이지. 내 잊지 않겠네. 폐하, 우리 조선소들의 여건이 좋지 않아서 전함은 독일에서 건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조선소들은 기존 전함을 건조할 수는 있지만, 신형 전함을 건조하기에는 도크의 크기와 기술 부족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그래서 페르디난트 대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신형 전함을 모두 독일에서 건조하기를 원하고 있다.
“좋소.”
페르디난트 대공과 빌헬름 2세의 이야기가 끝나자 나는 페르디난트 대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황태자 전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주 큰 부탁을 할 게 있지. 나는 속으로 시커먼 미소를 지었지만, 겉으로는 아주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최대한 노력해 보도록 하지. 뭔가?”
“크루프 사와 스코다 사의 기술 제휴 관계를 체결했으면 합니다. 양측이 기술 제휴를 맺는다면 서로 배울 것이 있을 겁니다.”
내 목적은 스코다 사의 기술 자료를 최대한 획득해서 크루프 사의 주포 개발을 돕는 것이다. 거기에 차후에 등장할 3연장 포탑에 대한 기술력도 획득하면 더더욱 좋은 것이고……. 하지만 이 기술들을 확보하려면 우선 기술 제휴를 맺어 놓는 것이 좋다. 그래야 스코다에서도 의심 없이 기술 자료를 넘겨줄 것이다.
“돌아가면 바로 진행해 보도록 하지.”
페르디난트 대공과 빌헬름 2세도 내 요청 사항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크루프 사에는 기술 제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라고 이야기해 두는 게 좋겠군.”
“잘 부탁하네.”
페르디난트 대공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맡겨 주십시오.”
외주가 들어온 셈이지만 뭐, 지금까지 하던 것처럼 한다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빌헬름 2세는 동맹국에 아낌 없는 지원을 했다는 평가를 얻게 되었고, 페르디난트 대공은 해군 전력 강화라는 뜻을, 그리고 나는 3연장 포탑의 기술을 가져올 기회를 얻게 되었다. 뭐, 지금 집무실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우리 세 사람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은 것이다.
* * *
1903년 10월 15일 오전 11시.
대영 제국 포츠머스.
피셔 제독은 포츠머스 해군공창에 나와 있었다. 그는 포츠머스 해군공창의 어느 경사 선대에서 건조 중인 함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진척 속도가 상당히 빠릅니다.”
현재 경사 선대에서 건조 중인 함선은 바로 피셔 제독이 건조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신형 전함이다. 원래 절차대로 가자면 현재 이중 바닥과 용골을 설치해야 하지만, 그의 눈앞에서 건조 중인 함선은 노동자들이 한창 격벽을 설치하고 있다.
“내 지시대로 잘 따르고 있나?”
“예. 노동자들을 12시간씩 하루 2교대로 돌리고 있습니다. 투입 인원도 로드 넬슨급 전함을 건조했을 때와 비교한다면 3배 정도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피셔 제독은 하루라도 빨리 전함을 취역시켜서 독일 해군과 동점을 만들려고 한다. 그 목표를 위해 건조 비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얻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일단 건함 경쟁에서 동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사고는 없었나?”
사고는 없었냐는 질문에 해군공창의 기술주임이 조용히 이야기했다.
“어제 격벽 설치 작업 중 3명이 추락해서 2명이 사망했고, 1명은 중상입니다.”
“그런가…….”
무리하게 건조를 밀어붙이니 벌써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피셔 제독의 야망이 담긴 이 전함을 건조하느라 벌써 노동자 5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피셔 제독은 사망한 노동자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는 듯 잠깐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내 멈출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전함을 바라보았다.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진수식까지 얼마나 걸리겠나?”
“짧으면 3개월, 길면 5개월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건조를 시작하고 1년 안에 진수식을 치를 수 있다는 말에 피셔 제독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기술주임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예산은 승인받았네. 그러니 예산 문제는 걱정하지 말고 건조에 전념하도록 해.”
피셔 제독이 총리에게 제출한 예산안은 의회를 통과했다. 이제 그는 계획대로 6척의 전함을 건조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전함의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하여 넉넉하게 예산안을 올렸는데 이게 통과될 것이라고는 피셔 제독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예산은 많이 확보할수록 좋은 것이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1해군경께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정보부의 장교가 그에게 급히 달려왔다. 피셔 제독은 장교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고 그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일인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가 베를린을 방문한 직후 신문 기사 내용을 번역했습니다.”
장교는 피셔 제독에게 신문 기사의 번역본을 전달했다. 기사를 본 피셔 제독의 표정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신형 전함의 설계, 건조를 독일에 의뢰한 것 같습니다. 현재 함부르크와 슈테틴의 제철소에서 대량의 철강이 주문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망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프로이센급 전함에 필적하는 신형 전함을 가지게 된다면 영국 해군과 이탈리아 해군이 쥐고 있던 지중해의 제해권이 위태로워진다. 그 말은 영국 해군이 신형 전함을 건조하더라도 일부는 지중해에 배치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력을 분산해야 하잖아……. 잠깐 그러면 설계는…….”
“아달베르크 소령의 설계팀이 맡을 것 같습니다.”
“또 아달베르크야?!”
피셔 제독은 역정을 내며 장교를 바라보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신형 전함을 그놈이 설계한다면 어떤 녀석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성능 파악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전함이 진수식을 가지게 되면 성능을 최대한 확인해 보라고 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설계 단계이니 성능을 파악할 여지가 없다. 그래서 피셔 제독은 전함이 진수된 직후 성능 파악을 위해 애를 쓰라는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