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35)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35화(35/125)
#35화 러시아의 준비 그리고 독일의 이익
1904년 1월 15일 오후 1시.
러시아령 뤼순.
“서둘러!”
“빨리 이쪽으로 가져와!”
뤼순의 포트 아르투르 요새의 송수산. 러시아군 공병은 콘크리트로 보루를 만들었고 이곳에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었다. 콘스탄틴 니콜라예비치 스미르노프 중장은 공병의 작업을 감독하며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이 녀석들이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
“독일이 생각보다 빨리 보내 줬습니다.”
마차들을 대거 동원하여 운반하고 있는 것은 독일제 28cm(11인치) 연장 포탑의 부품이었다. 러시아의 차르 니콜라이 2세는 독일에서 4기의 연장 포탑을 구매했고, 이를 모두 포트 아르투르로 보내 요새의 방어를 강화하라는 지시와 함께 특별 예산을 편성했다. 9월에 독일에서 출발한 포탑들은 1월 3일 뤼순에 도착했고 스미르노프 중장은 이를 요충지에 설치하여 방어를 강화하고자 했다.
“28cm 포탑 2기는 황금산에 설치 중입니다. 만약 일본 놈들이 함대를 파견한다면 장거리에서 놈들을 격파할 수 있을 겁니다.”
28cm 포탑 2기는 뤼순항의 수로 바로 옆에 있는 황금산에 설치 중이다. 이 2기의 포탑은 해상에서 접근하는 위협을 방어하게 될 것이다.
“완성까지 얼마나 걸리겠나?”
“지금처럼 공병과 병사들을 동원한다면 1달이면 설치가 끝날 겁니다.”
“탄약은?”
“포탑 1기당 700발을 쓸 수 있는 양이 도착했습니다.”
독일은 포탄도 넉넉하게 팔아서 총 3,000발의 28cm(11인치) 포탄이 포탑과 함께 도착했다. 거기에 포 운용 교육을 받은 병사들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오고 있으니 1주일이면 뤼순에 도착한다.
“일본과 협상이 잘 풀리지 않는 것 같으니 최대한 방어망 보강을 서두르자. 나머지 요새포들은 어찌 됐나?”
“현재 포 방열 중입니다. 그래도 독일 덕분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딱 적당한 시기에 도착했어.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 출발한 식량도 곧 도착할 거야. 이번에 통조림을 대량으로 사들였다고 들었네.”
러시아 정부에서는 독일에서 대량의 통조림을 사들였다. 그리고 이를 독일 선사의 화물선을 이용해 뤼순으로 보냈고 이틀 후에는 뤼순항에 입항하게 된다.
“그 아달베르크 식품인가? 그 회사에서 통조림을 대량생산하고 있다고 하더군. 그 회사랑 직접 계약해서 통조림을 납품받기로 했다는데 뭐, 식량도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니겠나?”
“그렇습니다. 많으면 좋지요. 지금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주변에서 식량을 모으고 있으니 통조림이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스미르노프 중장은 뤼순 인근 지역에서 식량을 모아 오라는 지시를 부하들에게 내렸었다. 최대한 식량을 비축하기 위함이었다. 거기에 더해 군 상층부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고 얼마 전, 식량을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곧 도착할 것이다.
“어이! 기관총은 저쪽이다!”
일반 병사들은 보루의 벙커에 기관총을 설치하고 있다. 러시아 제국 정부는 독일에서 400정의 기관총을 구매했고 이 중 100정을 뤼순 요새로 보내왔다.
“요새포, 기관총까지……. 독일에서 팔아 주지 않았다면 꽤 난감할 뻔했어.”
“덕분에 60정이었던 기관총이 160정으로 늘었습니다. 요새포 역시 최신형이라 더 먼 거리까지 사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어.”
독일에서 들여온 요새포는 총 90문. 대부분 러시아제보다 사거리가 길었고 발사 속도 역시 러시아제보다 뛰어나다. 이는 요새 주둔 병력에 격전지로 지원 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줄 수 있고 장거리 사격을 통해 적에게 피해를 강요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28cm(11인치) 포의 설치, 그리고 기관총 배치를 서두르도록 하게.”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하나 더, 이곳 203고지에도 충분한 병력을 배치하고 기관총과 요새포, 야포를 추가 배치하도록 해. 콘크리트로 방어 진지를 구축하는 것도 잊지 말고.”
“예. 그곳이 가장 취약한 곳인데 생각하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스미르노프 중장도 203고지가 뤼순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충분한 자재와 무기가 들어온 지금이 203고지의 방어를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판단하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럼 나는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오지.”
스미르노프 중장은 송수산을 떠나 다른 곳의 보루 건설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러시아군은 뤼순 요새의 강화를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 * *
1904년 1월 16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베를린.
“러시아에서 우리에게 기관총의 추가 판매를 요청했습니다.”
독일 육군 참모총장인 알프레트 폰 슐리펜은 카이저 빌헬름 2세에게 러시아의 요청 사항을 보고하고 있었다. 러시아에 기관총을 판매하는 것을 지금도 반대하고 있는 그는 카이저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럼 더 팔아야지.”
“예? 하지만 폐하, 러시아에 기관총을 더 팔게 되면 우리 육군이 주문한 물량이…….”
러시아가 원하는 숫자의 기관총을 수출한다면 독일 육군이 공급받아야 할 기관총까지 러시아 수출로 돌려야 한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표정이 어두워졌고 빌헬름 2세는 슐리펜 참모총장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대신 판매 대금을 육군 쪽 예산으로 어느 정도 배정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카이저의 뜻이 완고하니 기관총 수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파악한 슐리펜 참모총장은 한 발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일단 판매 대금의 일부를 육군 예산으로 배정한다는 보장을 받았으니 그걸로 됐다.
//“내년 예산안에서 육군에 예산을 조금 더 배정해 주도록 하겠네.”//
카이저는 당근을 내밀었다. 수출에 집중해야 하니 올해는 아무 말 없이 넘어가라는 뜻이다. 슐리펜 참모총장도 러시아는 무기를 공급받은 당일에 대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수출로 인해 국내 산업계가 얼마만큼 혜택을 받는지 잘 알고 있다. 보수 귀족이긴 하지만 앞으로 얻을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끼고 뒤로 물러선 것이다.
“그리고 이걸 읽어 보게.”
카이저는 슐리펜 참모총장에게 보고서 하나를 건네주었다.
[자동차를 이용한 보급의 효율화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해군 소령-]보고서와 함께 저자의 이름을 확인한 슐리펜 참모총장은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카이저를 바라보았다. 빌헬름 2세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자네가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한 보고서야.”
슐리펜 참모총장은 보고서의 첫 페이지를 읽어 내려갔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그의 표정은 당황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건 우리 군 보급체계를 바꿔 놓을 수 있는…….”
“흥미롭지 않은가?”
“육군 본부에 돌아가면 보고서를 면밀하게 검토해야겠습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보고서를 아주 면밀하게 검토해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적용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단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게.”
“예, 폐하.”
슐리펜 참모총장은 빌헬름 2세의 권유를 듣고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적대하지 않고 이용을 잘하면 꽤 쓸 만한 친구 같은데, 이 친구를 죽이면 이론적으로 손해인 것 같으니 최대한 보호해야겠군. 그러고 보니 아달베르크 제철소에서 독일 남부에서 나는 철광석이나 석탄을 다 매입해 가잖아?’
보수 귀족들에게 아달베르크 가문은 큰 돈줄이다. 아달베르크 제철소는 보수 귀족들의 영지에서 채굴되는 철광석과 석탄을 모두 매입하고 있었고 작년부터는 통조림 생산으로 농지에서 나는 작물들도 사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가까이하면 이익이 되는 가문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러시아가 요청하는 기관총이나 야포는 제때 공급할 수 있도록 육군에서도 도와주게. 너무 구식은 안 돼. 빠진 부분은 추후에 새로 생산해서 배치하는 걸로 하세.”
“알겠습니다. 폐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여러모로 러시아 덕분에 육군도 혜택을 보게 생겼다. 증액된 예산과 새 화포까지 배치받게 되었으니 충분히 이득을 봤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슐리펜 참모총장은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소령이 육군 이론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으니 큰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 * *
1904년 2월 3일 오후 1시.
대영 제국 포츠머스.
“이 전함의 진수로 우리는 독일의 프로이센급 전함과 동등한 성능의 전함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이 전함은 이제 영국 해군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포츠머스 해군공창. 피셔 제독은 전함의 진수식에 참석했다. 그는 연설을 마친 후, 고개를 들어 전함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12인치(305mm) 연장 포탑 5기로 무장할 예정인 이 전함은 기존 전함보다 진일보한 함선이다.
“여보.”
피셔 제독은 아내를 바라보며 샴페인 병을 건네주었다. 샴페인 병을 건네받은 부인이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했다.
“이 전함의 이름을 드레드노트라 명명합니다!”
샴페인 병이 함수에 닿는 순간 병이 깨지면서 샴페인이 함수에 흩뿌려졌다. 그와 동시에 전함의 선체는 경사 선대에서 서서히 뒤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미끄러지는 속력에 가속이 붙고 바다에 선체가 착수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휴우, 큰일 치렀군.”
“덕분에 우리는 뛰어난 노동자 19명을 잃었습니다.”
해군공창 직원의 말에 피셔 제독은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건조를 밀어붙인 것은 피셔 제독 본인이다. 피셔 제독의 지시에 따라 포츠머스 해군공창은 4천 명의 인력을 동원해 건조에 착수했는데 이들은 1인당 일주일에 70시간을 근무해야 했다.
“너무 강행군이긴 했어.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이 4천 명의 인력은 하루 12시간씩 2교대로 작업했고, 건조는 24시간 내내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사망자가 속출했고 결국 19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유명을 달리해야 했다.
“2번 함부터는 시간을 조금 넉넉하게 잡도록 하세. 4개월 만에 전함을 건조하는 것도 더는 못 할 짓이야.”
“예. 제가 먼저 건의드리려고 했었는데 먼저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2번 함은 현재 이중 바닥 설치 중이니 내년 중반에는 진수식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잘 알겠네. 4번 함까지 최대한 노력해 주게.”
영국 해군은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4척 건조할 예정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척은 드레드노트급 전함의 개량형이 건조될 것이다. 개량형은 드레드노트의 시험 항해 후에 단점을 파악한 후에 이 단점을 수정하는 형태로 설계도면을 만들어 건조할 예정이다.
“자네 거기 있었나?”
“예.”
피셔 제독은 뒤쪽에 서 있는 정보부 장교의 존재를 눈치채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독일 해군의 움직임은 어떤가?”
“얼마 전에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프로이센급 전함 4번 함이 진수식을 가졌고 나머지 두 척은 의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들었습니다.”
보고를 들은 피셔 제독은 장교를 바라보며 물었다.
“두 척? 그럼 초도함은?”
“시험 항해에 나섰다고 합니다. 샤른호르스트의 시험 항해 해역과 같은 곳에서 진행할 것 같습니다.”
“해군성에 내 지시를 전달하게. 방호 순양함과 장갑 순양함을 보내서 시험 항해를 감시하라고 해. 성능 평가도 진행해 보고. 저번처럼 시험 항해 감시를 방해받지 않도록 순양함을 추가로 보내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피셔 제독은 부관에게 자신의 지시를 불러주었고 부관은 급히 해군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함부르크와 슈테틴의 조선소에서 뭔가를 건조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장갑 순양함 말고 뭔가를 건조하고 있다고?”
“그런 것 같습니다.”
독일 해군은 슈테틴과 함부르크에서 프란츠 하인리히급 장갑 순양함을 건조하고 있다. 이것이 피셔 제독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뭔가를 또 건조하고 있다니?
“뭘 건조하는지 자세히 알아봤나?”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흠,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그럼 지금부터 파악해 보도록 해. 정보원들에게 지금 건조 중인 함선을 조사해 보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뭔가 꺼림직한 기분에 피셔 제독은 정보 수집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냥 넘기기에는 뭔가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