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36)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36화(36/125)
#36화 러일전쟁 개전
1904년 2월 9일 오전 0시 20분.
러시아령 뤼순.
야심한 시각. 뤼순 앞바다에서 무언가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 해군 구축함 2개 전대는 뤼순항의 외항에 접근하고 있었다.
“총원 침묵을 유지한다.”
제1구축대 사령관인 아사이 쇼지로 대좌는 쌍안경으로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아직 변동 사항 없습니다.”
“불도 끄지 않는 것인가…….”
이들의 표적인 러시아 함선들은 불을 끄지 않고 환하게 전등을 켜 놓고 있었다. 거기에 일부 함선이 탐조등으로 주변 해역을 훑어보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항구 바깥을 정찰하는 함선은 구축함 두 척이 전부일 뿐이라 이들은 들키지 않고 꽤 가까운 곳까지 접근했다.
“어뢰 발사 대형으로.”
신호수가 수기신호를 보내자 구축함들이 일제히 어뢰 발사 대형으로 진형을 변경했다. 제1 전대와 제2 전대 구축함 10척은 일렬로 진형을 형성하여 러시아 해군 함선을 향해 계속 접근했다.
“우리가 온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그게 더 좋지 않은가. 현재 거리는?”
아사이 대좌가 고개를 돌려 포술장을 바라보자 포술장은 거리측정기를 이용해 정박 중인 러시아 해군 함선과의 거리를 측정했다.
“거리 900m입니다.”
“600m에서 어뢰 전 탄 발사.”
구축함들은 정박 중인 러시아 해군 함선들을 향해 계속 전진했다. 그리고 기함을 시작으로 600m까지 접근하자 일제히 어뢰를 발사했다. 10척의 구축함은 차례대로 어뢰를 발사했고 총 20발의 어뢰가 러시아 해군 함선들을 향해 접근했다.
쿠웅! 쿠웅!
20발의 어뢰 중 6발이 러시아 해군 함선에 명중하며 물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지금까지 자신들이 공격받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러시아 해군 장교들과 수병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기습당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갑판을 뛰어다녔다.
“기습! 적 기습이다!”
그리고 같은 시간. 뤼순의 관저에서는 파티가 치러지고 있었다. 이날은 마리아 축일로써 성모 마리아와 이름이 같은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을 축하하는 날인데, 함대 사령관인 스타르크 중장의 아내의 이름이 마리아였다. 그래서 함대 지휘부와 육군 장성, 그리고 예브게니 알렉세예프 극동 총독은 관저에 모여 스타르크 중장 아내의 축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고?”
“없는 것 같습니다. 설마……. 아직 선전포고도 없었는데 일본이 공격하겠습니까?”
알렉세예프 총독은 수시로 상황을 확인했지만, 아직 특이사항은 없다. 그래서 파티를 즐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서 스타르크 중장의 아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리고 동시에…….
쿠웅! 쿠웅!
관저 창문 너머로 포격으로 생각되는 화염의 빛이 들어 왔다. 빛이 보이고 몇 초 후, 창문 너머에서 포성과 들려옴과 동시에 창문이 떨렸다. 춤을 추거나 이야기꽃을 피우던 모든 이는 깜짝 놀라 창문을 바라보았다.
“뭔가 굉장하군.”
-짝짝짝
장교들의 부인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알렉세예프 총독 근처로 모여들었다. 알렉세예프 총독은 장교들의 아내들이 자신의 주변에 모여들자 당황스러운 듯 주변을 바라보았고, 스타르크 중장의 아내가 알렉세예프 총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마리아 축일에 함대의 축포로 축하를 받게 되다니, 감격입니다.”
스타르크 중장 아내의 말을 들은 알렉세예프 총독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아닌데…….’
관저에서 함대 지휘부가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공격을 받은 함선에서는 수병들이 피해 복구를 위해 뛰어다녔다. 러시아 수병 중 사태를 대략 파악한 몇몇 이들은 함포에 달라붙어 사격을 준비했고, 그리고 동시에 아직 공격받지 않은 함선들이 서치라이트로 주변을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뤼순의 해안포대에서도 서치라이트가 가동되었다.
쿠웅! 쿠웅!
해안포대의 대형 서치라이트는 어뢰를 발사하고 돌아가는 일본 구축함대를 발견했다. 서치라이트의 불빛 너머로 구축함들이 보이자 해안포 사격이 개시되었다. 동시에 러시아 해군 함선에서도 몇몇 포병들과 장교들이 함포를 이용해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불이야! 화재 진압이 우선이야!”
“쏴!”
쿠웅! 쿠웅!
수병들이 일본 해군 구축함을 발견한 쪽으로 포격을 했지만 제대로 조준하지 않고 사격하는 무차별 사격이라 포탄이 구축함 근처에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성과는 해안포대에서 나왔다.
콰웅!
일본 구축함 1척이 해안포 공격에 피격당하면서 속력이 느려진 것이다. 화염을 내뿜으며 속력이 떨어진 구축함은 미숙한 포병들에게도 좋은 먹잇감이다. 수병들은 마음을 다잡고 피해를 본 구축함을 조준한 뒤에 사격에 들어갔다. 그리고…….
콰과과광!
몇 척의 함선에서 쏟아져 나온 집중포화에 명중탄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탄약고에 명중한 포탄 1발로 일본 구축함이 두 동강 났다. 다른 구축함들이 구조를 위해 접근하려 했으나 러시아 해군 함선의 견제 사격과 위협적인 해안포 사격 때문에 이들은 가까이 접근하지도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일본 구축함 격침 소식은 관저에서 있던 알렉세예프 총독에게 전해졌다.
“일본 구축함의 기습이 있었습니다.”
“피해는?”
“아직 확인하고 있습니다. 확인된 피해는 순양함 아드미랄 나히모프가 어뢰에 피탄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함선들 피해도 빨리 보고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일단 선제공격은 일본이 했다. 하지만 아직 선전포고문은 전해지지 않았으니 이건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이나 다름없다.
“인천에 정박 중인 바랴그에서 보고를 올렸습니다. 현재 일본군과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준비를 철저하게 했군.”
인천에는 장갑 순양함 바랴그와 두 척의 함선이 정박 중이다. 일본군은 이 함선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알렉세예프 총독은 가만히 서서 이야기했다.
“아침이 되면 전 세계의 신문이 선전포고 없는 기습이라고 요란스럽게 써 대겠지. 이것으로 전쟁의 대의명분은 우리 러시아 것이 되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저 동양의 원숭이 놈들의 목을 천천히 죄는 일이다.”
알렉세예프 총독이 비릿하게 웃었다.
* * *
1904년 2월 9일 오전 9시 20분.
러시아령 뤼순.
기습 공격 후 아침이 밝았다. 일본 해군 연합함대에서는 뤼순에 정박 중인 러시아 함대의 피해 확인을 위해 순양함 3척을 뤼순 앞바다로 보냈고, 스타르크 제독은 장갑 순양함 바얀을 출항시켜 순양함을 추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일본 해군 순양함들이 뤼순 앞바다에 도착했다면 곧 놈들 주력이 접근한다는 소리잖아.”
손상을 입은 함선들은 수리를 위해 뤼순항에 입항시키고 있다. 그런데 일본 해군 주력이 뤼순으로 접근하다니……. 러시아 함대는 아직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피해 상황 확인과 사태 파악에 매달리느라 아직 전투 준비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그런고로 일본 해군 주력이 접근한다면 큰 손해를 입거나 모두 전멸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스타르크 제독의 머릿속을 짓눌렀다.
“안 되겠다. 전 함선은 닻을 올리고 뤼순을 탈출한다!”
스타르크 제독은 모든 함선에 탈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탈출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알렉세예프 총독이 스타르크 제독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탈출이라니?!”
알렉세예프 총독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스타르크 제독을 바라보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스타르크 제독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알렉세예프 총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허나 방법이 없습니다. 전투 준비가 되지 않은 함대로 적과 싸우면 그 결과는 누가 책임집니까?”
“명령 철회하고 뤼순의 해안 방어선을 따라서 전열을 만들라고 해! 뤼순은 천혜의 요새이니 뤼순에 틀어박히면 일본 놈들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일단 그 전에 해안포 사거리 안쪽에서 함대를 보호한다.”
“하지만…….”
“일단 내 말대로 해! 협의는 자네가 명령을 내리고 난 후에 시작한다.”
스타르크 제독은 알렉세예프 총독의 지시에 탈출 명령을 철회하고 함선들을 뤼순의 해안을 따라 전열을 형성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정박 중인 함선들이 움직이며 뤼순의 해안 근처로 위치를 옮겼고 자리를 잡은 함선들은 보일러 출력을 유지한 채 대기했다. 이제 뤼순 함대는 해안포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바얀에서 보고! 일본 해군 주력함대와 접촉! 본 함은 현재 뤼순으로 철수 중!”
“올 것이 온 것인가…….”
스타르크 제독은 보고를 듣고 초조한 듯 창밖을 바라보았다.
일본 해군 연합함대는 러시아 함대를 격파하겠다는 듯 뤼순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안포 사격이 먼저 시작되었다.
쿠웅! 쿠웅!
며칠 전부터 작업을 급히 마무리한 덕분에 설치가 완료된 28cm(11인치) 포탑이 먼저 불을 뿜기 시작했다. 포병 장교는 함선용 거리측정기를 사용해 연합함대의 함선을 조준하도록 했고 장교가 불러 주는 제원에 따라 포각을 조정한 포병들이 사격을 개시한 것이다. 포탄이 함선에 명중하지는 않았지만 솟구쳐오르는 물기둥은 일본 연합함대 지휘부를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쿠웅! 쿠웅!
“해안포대에서 사격!”
“한둘이 아닙니다!”
독일제 요새포가 들어오면서 구식 요새포는 모두 해안포로 전용되었다. 덕분에 포격의 밀도는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일본 연합함대 지휘부는 해안포가 증강되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해안포의 숫자가 늘어난 것 같지?”
“황금산에서 전함 포탑으로 보이는 것이 보입니다!”
견시수의 보고에 아키야마 사네유키 중좌는 망원경으로 황금산을 훑어보았다. 독일제 전함 주포탑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전함 주포탑을 해안포로 전용했단 말인가…….”
“러시아 함대가 움직입니다!”
러시아 함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합함대를 공격하겠다는 듯 나란히 접근하는 러시아 함대를 향해 연합함대 소속 전함들과 장갑 순양함들이 포구를 돌렸다.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인가…….”
하지만 러시아 함대는 철저하게 해안포 사거리 내에서 움직였다. 해안포의 보호를 받으며 접근하는 러시아 함대를 향해 연합함대 기함인 미카사가 선제 사격을 개시했다.
쿠웅! 쿠웅!
미카사의 12인치(305mm) 주포가 불을 뿜자 뒤따르던 함선들도 포격을 개시했다. 러시아 함대 역시 연합함대 함선들을 향해 포격을 시작했다.
“해안포의 방해가 너무 심합니다!”
콰웅!
“측면에 포탄 명중!”
해안포에서 쏜 포탄 한 발이 미카사의 측면에 명중했다. 동시에 러시아 해군의 전함 체사레비치에서 쏜 12인치 포탄이 미카사의 함미 주포탑에 명중했고 주포의 포신이 부러지며 갑판에 떨어졌다.
“함미 주포탑 사용 불능!”
러시아 해군 함선들만 명중탄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 미카사의 전방 주포탑이 전함 보로디노의 측면에 명중하며 화염이 솟구쳐 올랐다. 독일제 전함 도입으로 뤼순 함대에 배속된 보로디노는 포탄에 명중 당해 비틀거리긴 했지만, 아직 전열을 유지하며 포격을 이어 갔다. 러시아 함대와 연합함대 양쪽은 교전으로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철수한다.”
상황을 지켜보던 도고 헤이하치로 연합함대 사령장관은 훗날을 도모하고자 후퇴를 결정했다. 장관의 지시에 참모들은 대꾸하지 않고 명령을 이행했다. 철수를 뜻하는 기류 신호가 올라가자 함선들이 일제히 변침을 시작했다.
“모두 철수하지 말고 뤼순을 봉쇄할 봉쇄함대는 남겨 둔다. 피해를 입은 함선들은 인천의 제물포로 가서 수리를 받은 후 다시 돌아오자.”
도고 제독은 인천으로 후퇴하는 함선을 손상을 입은 함선들로 한정했다. 피해가 없는 함선들은 뤼순 앞바다에서 러시아 함대의 출항을 저지하며 뤼순을 봉쇄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와 일본의 첫 전투는 이렇게 끝이 났다. 전투가 끝난 후, 뤼순 함대는 뤼순항에 정박한 상태로 피해 복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연합함대의 전함 두 척과 장갑 순양함들은 뤼순 앞바다에서 봉쇄 작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