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37)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37화(37/125)
#37화 물밑의 전쟁 (1)
1904년 2월 12일 오후 2시.
러시아 제국 상트 페테르부르크.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황궁. 차르 니콜라이 2세는 극동에서 올라온 보고를 받고 있었다.
“뭐라?”
“이틀 전인 2월 10일. 일본의 국교 단절 통보, 그리고 선전포고문이 대사관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외무성에서 사태를 파악 중이지만 2월 8일부터 9일까지 일본군이 인천의 우리 함선들을 공격했고 놈들의 공격을 받은 바랴그는 나포를 저지하기 위해 자침했다고 합니다.”
“선전포고도 하기 전에 기습 공격을 했단 말인가? 이런 야만인들…….”
“뤼순 역시 기습 공격을 받고 함선 몇 척이 파손되었습니다. 현재 파손된 함선들은 뤼순항에 입항하여 수리 중입니다.”
니콜라이 2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의 앞에는 일본에서 보낸 선전포고문과 국교 단절 통보문이 번역되어 올라와 있었는데, 니콜라이 2세는 이 통보문을 보며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협상에서 짐의 지시로 일본에 어느 정도 양보했건만, 야만스러운 일본인들은 짐의 자비를 무시하여 이런 무례한 통고를 들이대었다.”
“폐하…….”
“외무대신. 이런 무법을 허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니콜라이 2세가 외무대신에게 의견을 구하자 옆에 서 있던 육군 대신 알렉세이 크로파트킨이 니콜라이 2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놈들이 선제 공격한 이상 우리도 대응해야 합니다. 일단 뤼순의 방어를 강화하고 만주에 방어선을 구축하여 일본군을 막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크로파트킨의 의견에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좋아, 자네 의견대로 하게. 지금 즉시 뤼순과 극동군 사령부에 지시를 내리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선전포고를 통지한 이상 즉시 어전회의를 열지 않으면 안 됩니다.”
크로파트킨의 이야기를 들은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어전회의를 소집하게.”
니콜라이 2세의 지시를 받은 크로파트킨과 외무대신 블라디미르 람스도르프는 즉시 어전회의를 소집하도록 관계자들을 호출했다. 몇 시간 후, 어전회의가 시작되었다.
* * *
1904년 2월 14일 오전 10시.
독일 제국 포츠담.
상수시 궁전의 빌헬름 2세 집무실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독일 주재 영국대사인 프랭크 라셀은 카이저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카이저에게 아주 격정적 태도로 이야기하고 있다.
“폐하, 독일이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눈감아 왔지만, 본국 정부에서도 이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독일이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빌헬름 2세는 라셀 대사의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을 치며 이야기했다.
“그런 영국은? 일본에 함선을 판매해서 재미를 보고 있지 않소? 나는 친척인 니키의 부탁을 받고 무기를 일부 제공했을 뿐이오. 그리고 귀측의 동맹국인 일본은 선전포고문을 공사관에 전달하기 전에 기습 공격을 하지 않았소? 문명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야만적인 행위를 막지 못한 귀측에 유감을 통보하는 바이오.”
라셀 대사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확실히…… 일본의 행동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이다. 카이저는 이 점을 지적하며 영국 정부가 미리 방지할 수도 있었던 일을 방지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크흠.”
“그리고 우리는 영국이 일본에 판매한 것보다 적은 숫자만 판매했소. 공격용 무기가 아니라 방어용 무기를 팔았고 함선이야 뭐, 러시아 정부에서 발트함대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매했으니 그 뒤에 어떻게 쓰던 우리는 알 바가 아니오.”
“대 러시아 무기 수출로 독일의 산업계가 바빠졌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그렇소만?”
“그러면 독일도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그건 알아서 생각하시오. 하지만 우리는 선의의 마음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소.”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일본의 모든 행동을 주시하고 있소. 선전포고 전에 기습 공격을 하는 것과 같은 신사적이지 못한 행동을 더는 보고만 있지 않을 거요.”
“잘 알겠습니다. 본국에 신속하게 보고 하겠습니다.”
라셀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이저에게 인사를 하고 집무실을 나섰다. 대사가 집무실을 나서자 빌헬름 2세가 중얼거렸다.
“자기네 동맹국이 사고를 치는 것이나 미리 방지하지, 왜 나한테 와서 행패야? 지금까지 자기들도 재미를 봤는데 우리 독일이라고 재미를 보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빌헬름 2세는 영국도 일본에 대해 군수물자를 판매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니키의 부탁을 빌미로 무기를 조금 팔았을 뿐이다.
“영국이 저렇게 나오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도 우리가 무기를 수출한 것을 알고 있겠군. 그래도 별다른 대응은 못 할 거다.”
독일제 무기가 다량으로 공급된 것은 일본도 알아차렸을 수 있다. 그렇지만 독일은 직접적인 당사국이 아니니 불평만 할 뿐 뾰족한 대책이 없을 것이다. 칭다오가 걱정이긴 하지만 독일과 전면전을 벌일 생각이 아닌 이상 무사하겠지……. 빌헬름 2세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한편 라셀 대사는 카이저의 집무실을 나선 후, 마차에 올랐다. 마차가 출발하자 그는 듣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선의의 마음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딱 봐도 러시아에 무기 팔아먹어서 꽤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 게 보이는데 무슨 선의의 마음이야? 아, 돈이 선한가?”
포츠담으로 오면서 봤던 산업지대의 풍경은 꽤 분주해 보였다. 산업 지대 곳곳을 염탐하고 있는 정보원들도 대러시아 수출 문제로 공장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야기했었다. 특히 러시아군이 필요로 하는 식량을 생산하는 통조림 공장은 24시간 돌아가고 있었고, 소문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가 독일에 모신나강 소총의 대리 생산까지 부탁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부족한 공업 능력을 독일이 보충하는가?”
이 과정에서 독일은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본국에 뭐라고 보고한다…….”
영국 정부에서는 라셀 대사에게 독일의 군수물자 수출을 저지하라고 지시를 내렸었다. 하지만 카이저는 이런 요구를 꽤 잘 회피했고 라셀 대사도 카이저의 뜻이 완고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국에는 사실대로 보고해야겠군.”
이제 본국에서도 독일의 군수물자 수출을 카이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라셀 대사는 대사관으로 빨리 돌아가서 보고서를 쓰기로 했다.
* * *
1904년 2월 14일 오후 3시.
러시아령 뤼순.
뤼순의 포트 아르투르. 러시아군은 요새의 핵심 방어선 곳곳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포트 아르투르의 방어선 강화를 책임진 이는 요새 사령관인 스미르노프 중장이 아닌 로만 콘드라첸코 소장이었다. 그는 203고지의 방어선을 시찰하면서 공병들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지뢰를 더 촘촘하게 깔아!”
공병들은 콘드라첸코 소장의 지시에 따라 지뢰밭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뢰를 매설한 공병들은 지뢰를 밟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지뢰밭 완성까지 며칠은 더 걸립니다. 지면이 얼어서 땅을 제대로 팔 수 없습니다.”
“알아. 일본군이 일주일 안에 들이닥칠 일은 없으니까 천천히 하자고.”
콘드라첸코 소장은 일본군이 일주일 안에 뤼순에 올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효율적으로 작업 일정을 만들었다. 콘드라첸코 본인도 이 일정을 따져 가면서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병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한다.
“지뢰밭을 깔면 50m 뒤쪽에 윤형 철조망을 깔아 두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쟁이 터지기 일주일 전, 철도를 통해 독일에서 수입한 윤형 철조망들이 도착했다. 콘드라첸코 소장은 이 윤형 철조망과 지뢰밭을 조합하여 거의 악마의 함정이라 할 수 있는 1차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이야기한 것은 어떻게 되었나?”
“현재 보루 강화 작업에 나서는 중입니다.”
그는 윤형 철조망과 함께 도착한 독일제 기관총을 방어 거점마다 추가로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공병들은 이 명령에 따라 기관총을 설치하고 기관총 진지 앞에는 모래주머니를 쌓아 두었다. 거기에 더해 추가로 도착한 야포와 곡사포를 배치하여 방어선 전체에 사각이 없는 화망을 구성하도록 했다.
“특히 28cm(11인치) 포탑 주변의 방어선을 강화해. 그걸 빼앗기면 끝이다.”
“잘 압니다. 그래서 병력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참호를 파고 있습니다.”
“참호는 병사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만들게.”
“예.”
“마침 폐하께서 직접 지시를 내리시길 요새의 방어를 강화하라고 하셨고 철도를 이용해서 추가 물자를 보내 주신다고 하니 최대한 활용해야지.”
니콜라이 2세는 뤼순항에 정박 중인 뤼순 함대가 잘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요새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직접 하달했다. 콘드라첸코 소장과 스미르노프 중장은 차르의 지시를 받아 요새를 철저하게 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쪽에는 수류탄으로 부비트랩을 만들어. 아니, 거기 말고! 저기 기둥 쪽에.”
“알겠습니다!”
그때, 연락병이 도착했다. 연락병은 콘드라첸코 소장에게 요새 사령부에서 보낸 편지를 전달했다.
“흠, 내일 열차가 들어올 거다. 열차에 식량을 가득 채웠다고 하는군.”
러시아군도 뤼순에 지원할 수 있는 것들을 지원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탄약과 포탄이 추가로 도착했고 내일은 식량이 도착한다. 이 정도 지원이면 일본군에게 포위된다고 해도 적어도 1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지원을 받는 만큼 무조건 이 요새는 지켜야 한다.”
콘드라첸코 소장이 작업 중인 공병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옆에 서 있는 부관도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1904년 2월 16일 오후 1시.
독일 제국 베를린.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이라…….”
“저 야만인들이 기습 공격을 했으니 전쟁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팀에서도 팀원들이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일본의 선전포고 없는 기습 공격은 그만큼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선전포고 전에 선제 공격을 가하는 것이 일본의 전통 아니겠는가…….
“팀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뭘?”
“그래도 러시아가 이기겠지. 국력 차이도 있고 체급 차이도 있는데 일본에 패배한다면 그게 이상한 것 아닌가?”
팀원들은 전쟁의 결과에 대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
“예?”
내 대답에 팀원들은 조금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뭐, 내가 보기에 둘 중 누가 이기던 상관은 없지. 아달베르크 식품은 창립 이후 최대의 실적을 거두고 있었고 아달베르크 제철소 역시 매출이 상당히 많이 올랐으니까.
“여기서 내기가 없으면 섭섭하지 않겠나?”
휴고는 팀원들에게 내기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팀원들은 각자 걸고 싶은 쪽을 이야기했다.
“난 러시아가 이긴다는 것에 걸지.”
“나도.”
“나도 마찬가지야.”
“저도 러시아가 이긴다는 것에 걸겠습니다.”
대부분이 러시아가 이긴다는 것에 돈을 걸고 있다. 이제 나만 걸면 된다는 듯 부하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난 일본이 이긴다는 것에 걸지.”
“무르기 없기입니다.”
나는 빳빳한 지폐를 꺼내 휴고에게 건네주었다. 휴고가 돈을 걷어 가고 팀원들도 이제 다시 업무를 시작하려는 듯 움직이려고 했다.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는 이야기를 왜 한 줄 아나?”
내가 입을 열자 팀원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나는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러시아나 일본이나 이번 전쟁에서 큰 피해를 보고 그 힘을 빼놓을 필요가 있거든. 그러니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고 한 거야. 둘 다 큰 피해를 보면 그만큼 힘이 빠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