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42)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42화(42/125)
#42화 격해지는 전쟁 (2)
1904년 5월 18일 오전 9시.
청나라 단둥 인근.
러시아 제국 육군 제2 시베리아 군단은 단둥에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미하엘 자술리치 중장은 방어 진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굳은 표정으로 압록강 너머의 조선 땅을 바라보았다.
“정말 이렇게 해야 하나?”
“제 판단으로는 이게 가장 적합한 방어 방식입니다.”
에리히 폰 팔켄하인 독일 제국 육군 중령은 독일 제국에서 직접 파견한 관전 무관 겸 총사령관인 알렉세이 쿠로파트킨이 직접 붙여 준 임시 참모였다. 팔켄하인 중령이 전하는 의견을 내가 조언한 것과 똑같이 생각하라는 편지를 받았던 그는 조금 못마땅했지만 쿠로파트킨의 지시를 그대로 수행하여 팔켄하인 중령의 조언에 따라 단둥에 방어 진지를 구축했다.
“전선에 분산시켜서 배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닌가? 놈들이 이곳을 강을 건너온다는 것은 위장일 수 있는데…….”
“아닙니다. 분명히 이곳으로 올 겁니다.”
자술리치 중장은 불만스러운 듯 이야기했지만, 팔켄하인 중령은 자신의 판단을 확고하게 지켰다.
“뭐, 자네 덕분에 포병도 추가 지원을 받았으니 할 말은 없군.”
자술리치 중장의 제2 시베리아 군단은 62문의 화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팔켄하인 중령은 쿠로파트킨에게 직접 요청하여 60문을 추가로 지원받았고 덕분에 제2 시베리아 군단은 60문의 화포와 80정의 기관총을 추가로 확보하게 되었다. 보병 역시 1개 여단을 추가로 지원받아서 제2 시베리아 군단은 병력이 7천 이상 늘어나 3만 1천 명으로 늘어났다.
“놈들도 바쁘게 뛰어다니는군.”
“보십시오. 놈들이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압록강 너머 조선에서 일본군이 강을 건너고 있었다. 구로키 다메모토 중장이 지휘하는 일본 육군 제1군 병력이었다.
“야포 사정거리 내로 들어왔잖나, 그럼 사격해도 될 텐데…….”
“놈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려면 강을 건넌 뒤에 병력이 모여서 우리 진지로 접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기관총과 야포로 공격하면 놈들에게 피해를 강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겠군. 빠져나갈 구멍이 없을 테니까. 일단 기병은 준비를 시켜두고 유인 목적으로 만들어 둔 진지에 작전을 개시하라고 하지. 그리고 자네는 상황을 보고 적절한 조언을 해 주게. 우리가 받은 임무는 놈들의 도하를 최대한 막던가, 지연시키던가 둘 중 하나야.”
“알겠습니다.”
팔켄하인 중령은 쌍안경으로 일본군을 계속 주시했다. 일본 육군 제1군의 4만 2천 병력은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는데 보병의 뒤를 기병이 따라가는 식으로 강을 건너고 있다. 야포는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놈들은 보병의 도하가 끝난 뒤에 포병에게 강을 건너게 할 목적이 클 것이다.
“보병들이 적당히 모였나?”
강을 건너온 보병들은 진형을 형성해 전진을 준비하고 있다. 팔켄하인 중령은 방어 진지를 최대한 위장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었고 자술리치 중장은 내키지는 않았지만, 팔켄하인 중령의 의견대로 몇 개의 방어 진지를 최대한 위장하도록 조치했다. 철저하게 위장했기 때문에 일본군도 아직 진지를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 최대한 많이 와라…….”
위장한 방어 진지의 러시아 병사들은 모두 긴장했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일본군을 향해 소총과 기관총을 겨눴다. 후방에 구축된 포병 진지에서 사격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포병들도 마찬가지였다.
투두두두두두
일본군을 유인할 목적으로 위장하지 않고 노출한 방어 진지에서 보병들이 기관총 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사거리 바깥에서 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군도 몇 개 대대가 진지 점령을 위해 움직일 뿐 다른 부대는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나?”
기병에게 지시를 하달하고 온 자술리치 중장이 팔켄하인 중령에게 물었다. 팔켄하인 중령은 쌍안경으로 일본군을 주시하고 있을 뿐 자술리치 중장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답답해진 그도 쌍안경을 들어 일본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꽤 많이 모였군?”
“어림잡아서 한 2천 명 정도가 강을 건넌 것 같습니다만, 아직 더 모여야 합니다. 최소한 5천 이상의 피해를 안겨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장 진지에 있던 병력에 슬슬 뒤로 빠지라고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자술리치 중장은 전령을 불러서 위장 진지에 보낼 명령을 전달했다. 그러는 사이 일본군 병력은 계속 강을 건너서 집결하고 있었다. 충분한 숫자가 집결했다고 판단한 팔켄하인 중령은 자술리치 중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지금 포격을 개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아. 나도 자네 의견과 같네. 지금 즉시 지정 좌표로 포격 개시!”
포격 명령이 떨어지자 후방의 포병 진지에서 포병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독일제 15cm 야포를 비롯해 압록강을 사거리 내에 두고 있는 야포들이 일제히 사격에 나섰다.
콰웅!
쿠웅!
강을 걸어서 건너고 있는 일본군 보병 전열 사이로 포탄이 날아들자 보병들이 쓰러지고 멀쩡한 병사들은 당황한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120문의 야포가 일제히 사격하면서 쏟아 내는 포탄의 비는 엄청난 위력이어서 강을 건너고 있는 일본군에게 죽음을 선사하거나 절망을 선사했다.
“기관총은 내가 지시 내릴 때까지 한 발도 쏘지 마.”
포격을 받고 강에 쓰러진 보병의 숫자는 상당히 많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육군 제1군 보병들과 기병들은 손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강을 건넜다. 적당히 포격을 가했다고 생각한 자술리치 중장은 포격 중지를 지시했다. 팔켄하인 중령도 그의 뜻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전진하지는 않는군.”
“아마 여단 규모로 전진을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군, 좋아.”
두 사람은 놈들이 전진할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분한 병력이 모였다고 생각한 것인지 몰라도 강을 건넌 일본군 보병들이 전진을 시작했다.
“옵니다.”
“아직, 놈들이 더 접근하길 기다려.”
자술리치 중장은 일본군이 접근하기를 기다리라는 지시를 기관총 사수들에게 전했다. 그리고 속으로 사격을 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기관총 사거리에 일본군 보병 선두가 진입하기 시작했다.
“자네와 함께 온 그 총을 시험할 기회가 없었으면 좋겠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건 근접전에서나 써먹을 물건이니 말입니다.”
팔켄하인 중령은 자술리치 중장과 합류할 때 미국에서 수입한 총 200정과 함께 왔다. 200정의 총은 러시아 보병들에게 분배되었고 충분한 탄약도 함께 지급되었으며 약식으로 훈련도 시켰다.
“됐다. 이 정도면 됐어. 사격 개시!”
전령들이 기관총 사수들에게 사격 개시 지시를 전했다. 사격 지시를 명령받은 기관총 사수들은 접근하는 일본군 병사들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개시했다.
투두두두두두두
기관총이 사격을 개시하자 선두의 일본군 병사들을 시작으로 접근하던 일본군 전열을 향해 기관총들이 십자 포화를 퍼부었다. 동시에 포병들이 사격을 재개했다. 15cm 포탄이 강을 건넌 일본군을 향해 떨어지며 폭발하면서 파편과 폭압이 일본군 병사들을 사살하기 시작했다.
“쏴! 쏴!”
터엉~ 터엉~
보병들도 모신나강 소총을 들어 사격을 시작했다. 집중사격에 접근하던 일본군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멀고 먼 청나라 땅에서 숨을 거뒀다. 부상자들은 바닥에 누워 고통에 뒹굴거나 그 자리에 누워 전우들을 향해 살려 달라고 외쳤다.
“사…… 살려 줘…….”
“도…… 도와줘……. 제발…….”
몇몇 용감한 병사들은 포복 자세로 부상자들에게 기어갔지만, 기관총 사수들은 이들을 놓치지 않고 탄환을 퍼부었다. 결국 이 용감한 병사들은 부상자가 되거나 전사했다.
쿠웅!
“놈들이 이제 뛰어오는군요.”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한 제1군 사령관 구로키 다메모토 중장은 병사들을 독려하며 서둘러서 강을 건너 러시아군의 방어 진지를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덕분에 강을 건너서 돌격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병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쿠웅!
“놈들도 반격합니다!”
대기하고 있던 일본군 포병들은 급하게 야포를 방열하고 방어 진지를 향해 사격에 나섰다. 일본군의 포병 사격에 쓰러지는 러시아군 병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당한 때가 되었다 싶었는지 일본군 보병들이 일제히 돌격을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터엉~ 터엉~
기관총 사수들과 보병들은 돌격하는 일본군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이어 갔지만, 일본군의 돌격을 눈으로 본 이들은 겁을 먹기 시작했다. 상당히 많은 숫자의 병사들이 쓰러졌지만, 일본군은 손해를 감수했다는 듯 돌격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들은 러시아군 방어 진지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방어 진지로 들어선 일본군 병사들과 러시아군 병사들 간의 백병전이 벌어졌다. 그때…….
터엉!
팔켄하인 중령이 가져온 산탄총이 위력을 발휘했다. 산탄총이 사격할 때마다 일본군 병사들은 수많은 쇠구슬을 맞고 숨이 끊어졌다.
“이번 백병전만 끊어 내고 전 병력, 후방으로 철수한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게 좋겠습니다!”
쿠로파트킨은 최대한 많은 병력을 집결시켜 일본군과 회전을 벌이려고 한다. 그걸 위해서는 압록강에서 일본군에게 최대한 피해를 줘야 하는데 자술리치 중장은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후방으로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백병전은 끊어 내야 후방으로 철수할 수 있다.
“포병 사격은 계속하라고 해!”
터엉! 터엉!
산탄총 사수들이 사격하자 위력을 확인한 일본군은 겁에 질리기 시작한 듯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기 시작했다. 반대로 러시아군 보병들은 산탄총의 위력을 보고 사기가 올라 백병전을 걸어온 일본군을 제압해 나갔다.
“놈들이 도망가는군. 사격을 멈추지 마!”
전의를 상실한 일본군은 방어 진지에서 빠져나와 압록강을 향해 후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관총 사수들은 자술리치 중장의 지시를 듣고 사격을 이어 나갔다. 등 뒤에서 쏟아지는 탄환의 비에 후퇴하던 일본군 보병들도 쓰러졌다. 그리고 기병들은 싸움을 걸어온 일본군 기병을 제압했다.
“됐다. 포병 엄호하에 철수한다! 뒤로 빠져!”
이제는 후퇴할 때다. 조선에는 아직 많은 숫자의 일본군이 있으니 이들이 지원 병력으로 온다면 제2 시베리아 군단은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당하고 말 것이다.
“후퇴한다! 기관총 챙겨!”
포격으로 엄호를 받는 틈에 제2 시베리아 군단 병사들은 조용히 뒤로 후퇴했다. 팔켄하인 중령도 자술리치 중장과 함께 후방으로 철수했다. 일본 육군 제1군은 엄호 사격이 끝난 후에 방어 진지를 점령했고 구로키 다메모토 중장은 피해 확인을 위해 이틀을 방어 진지 주변에 머물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이 전투로 인해…… 일본 육군 제1군은 전사 3,600명, 부상 4,800명이라는 피해를 참모본부에 전해야 했다. 그에 비해 제2 시베리아 군단의 피해는 전사 480명, 부상자 517명이 전부였다. 일본군과 러시아군은 이번 전투의 승리는 자신이 거뒀다고 각기 주장했다.
* * *
1904년 5월 20일 오전 11시.
독일 제국 슈테틴.
슈테틴의 AG 발칸 조선소 부두에서는 황실 요트인 호엔촐레른 3호가 출항하고 있었다. 나는 호엔촐레른 3호의 갑판에서 난간을 잡고 난간을 잡고 괴로워서 고개를 숙였다. 멀미 때문에 고개를 숙인 것은 아니다.
“허허, 이 친구야. 인상 펴게. 공짜로 러시아 여행을 가지 않게 됐나? 그것도 자네가 설계한 황실 요트를 타고 말이야.”
빌헬름 2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웃으라고 이야기했고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웃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바빠 죽겠는데 카이저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게 될 줄이야…….
“전함 프로이센과 호위함들이 보입니다! 곧 합류할 예정!”
카이저의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함 프로이센과 호위함들이 호엔촐레른 3호를 중심으로 호위 진형을 이뤘다.
‘시험 운항도 안 끝난 함선으로 러시아 방문이라니…….’
문제는 아직 호엔촐레른 3호는 시험 운항도 안 끝났다는 것이다. 카이저는 이번 항해를 시험 항해라고 생각하자 이야기했지만, 실무자인 나는 항해하는 동안 죽어라 고생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