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43)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43화(43/125)
#43화 러시아에서 (1)
1904년 5월 20일 오후 3시.
발트해.
호엔촐레른 3호는 발트해 초입에 막 진입했다. 나는 요트의 기관실에서 기관부를 점검한 후 갑판으로 올라왔는데 빌헬름 2세는 손에서 기름을 닦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러시아 방문이 끝날 때까지 쉬라니까?”
카이저는 여행으로 생각하고 러시아를 방문하고 독일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 일 하지 말고 쉬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지금이 쉴 시간인가? 시험 운항이 끝나지 않아서 아직 증기터빈과 보일러를 길들이지도 못해서 여러 곳에서 조정이 필요한데? 카이저를 바라보며 속으로 욕을 퍼부었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예, 이번 일은 제가 도와줄 일이라 부득이하게 내려갔다 왔습니다.”
“그런가? 부득이하게 내려갔다 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부터는 그냥 쉬도록 하게.”
“예.”
“자, 이제 선실로 내려가지.”
나는 카이저를 따라 선실로 내려갔다. 화려하지만 균형미 있는 아름다운 황족 선실의 도서관에는 하인리히 폰 프로이센 해군 소장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나와 카이저가 선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읽던 책을 덮어 놓고 가까이 다가왔다.
“아까는 인사만 하고 지나갔지?”
“반갑습니다, 제독 각하.”
나는 그에게 거수경례했는데 그는 경례를 받지 않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하인리히 제독과 악수를 한 뒤에 의자에 앉았다.
“자네가 설계한 함선들에 모두 승선했었네. 정말 멋진 함선을 설계했더군. 자네 같이 뛰어난 설계자가 우리 해군에 있으니 이제 우리 해군도 영국과 맞먹는 해군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네.”
그는 나를 바라보며 어깨를 토닥였다. 황족 중 유일하게 해군 장성까지 올라간 하인리히 왕자……. 그가 나를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뜻이다. 최소한 내 뒷배가 되어 줄 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이니까.
“역시 해군 장교답게 멀미를 하지 않는군?”
하인리히 왕자는 멀미하지 않는 내가 마음에 든다는 듯 이야기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저는 뱃멀미는 안 합니다. 마차나 말을 타도 멀미는 안 합니다.”
대답을 들은 하인리히 왕자는 이제 다른 것을 물어보았다.
“그래, 요즘 구상 중인 함선이 있나?”
하인리히 왕자가 나에게 질문을 던지자 카이저 역시 가까이 다가와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면 얼른 내놓으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짧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 구상 단계라 말씀을 안 드리고 있었습니다.”
“구상 단계라고? 한 번 이야기해보게. 하인리히도 있으니 이야기해 봐.”
카이저와 하인리히 왕자도 의자에 앉아서 내 말을 경청하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시종에게 종이를 빌려 내가 생각하고 있는 함선을 그려 나갔다.
“형상은 전함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고속 성능을 위해서 보일러의 숫자를 늘리고 출력이 지금보다 높은 증기터빈을 탑재한다면……. 25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달리는 전함이 됩니다.”
“흠.”
내가 최종적으로 만들려고 하는 함선은 바로 고속 전함이다. 훗날 등장할지도 모르는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고속 전함과 거의 동등하거나 뛰어난 전함을 건조하는 것……. 이것이 내 목표다.
“흠.”
카이저는 내가 그린 구상도를 보고 흥미롭다는 듯 계속 바라보고 있었고 하인리히 왕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금 건조하고 있는 전함보다 더 고가의 전함일 것 같은데?”
“맞습니다. 그리고 기술 수준도 아직 따라오지 못하니 지금 당장은 건조할 수 없는 함선입니다. 상대를 압도하기 위해 구경이 큰 주포를 탑재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기술력은 30.5cm 주포에 머물러 있습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이 녀석에 탑재할 주포로 적합한 것은 어떤 건가?”
하인리히 왕자가 물었다. 30.5cm도 부족하다면 얼마나 큰 주포를 탑재해야 하는가? 이걸 물어보고 싶은 모양이다. 나는 하인리히 왕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최소한 35.6cm(14인치) 주포가 필요하고 제 생각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주포는 38.1cm(15인치) 주포 이상부터입니다.”
하인리히 왕자는 내 대답을 듣고 할 말을 잃어버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빌헬름 2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기술이 따라와야 한다고 한 거군.”
“예. 지금은 기술이 부족하니 기술을 축적한 이후에 함선을 건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한동안 말이 없던 빌헬름 2세는 생각을 정리한 듯 입을 열었다.
“그 구상도는 잘 가지고 있게. 나중에 써야 할 순간이 올 거야.”
카이저의 말은 기술이 축적되면 내 구상을 실현에 옮기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를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럼 그동안 그 틈을 메워 줄 함선이 있나?”
하인리히 왕자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하나 있기는 합니다.”
“뭔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말에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고 하인리히 왕자도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과 프린츠 하인리히급 순양함의 후계 함선을 만들면 됩니다.”
“그러면 단순한 장갑 순양함…….”
“아닙니다. 프린츠 하인리히급 순양함을 모체로 해서 30.5cm 주포를 탑재하고 대출력 증기터빈을 사용해 25노트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있는 함선을 만들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속력으로 장갑 순양함을 압도해 이들을 사냥하고 적의 전함들의 발을 묶어 놓을 수 있습니다.”
“고속에 구경이 더 큰 주포를 탑재해서 장갑 순양함을 사냥하고, 그 고속 성능을 이용하여 주력 전함부대의 발을 묶어 둔다?”
“예. 제독께서 보신 것이 정확합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좋아. 본국에 돌아가서 설계를 시작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술 개발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예산은 충분히 지원하지.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면 크루프나 다른 기업들을 압박해서 약속을 받아 내도록 해 보세.”
“예.”
카이저도 의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이 순양 전함은 건조에 탄력을 받게 생겼다…….
호엔촐레른 3호는 발트해를 순항했고 출항한 지 3일이 지났을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했군. 그래도 요트가 커서 그런지 지루하지는 않았어.”
하인리히 왕자는 기지개를 켜며 이야기했다. 확실히…… 요트가 커서 내부 시설이 많은 것이 큰 장점이었다. 지루한 것을 별로 느끼지 않았으니까. 나는 요트를 바라보며 늘어선 근위병들을 바라보았다. 카이저가 온다는 소식에 니콜라이 2세는 근위병들을 불러 환영한다는 뜻을 표했다. 빌헬름 2세와 우리는 근위병들을 사열하고 마차에 올랐다.
“베르너, 자네는 러시아가 처음이지?”
카이저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카이저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아니……. 독일을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시 깨어난 후 독일을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말을 들은 하인리히 왕자나 카이저는 나를 딱하다는 듯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앞으로 많은 나라에 가 볼 수 있을 거야.”
카이저의 말을 듣고 생각이 난 것인데 아무래도 카이저가 해외에 나갈 때마다 동행하게 될 것 같다. 생각하는 사이, 마차는 근위 기병의 호위를 받으며 러시아 황실 가족들이 있는 겨울 궁전을 향해 출발했다.
“자, 이제 일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지. 우리 사촌 니키가 추가 차관을 요청할 수도 있어.”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비를 위해 독일에서 추가 차관을 내어 주길 바랄 것이다. 독일이 차관을 내어 주면 동맹국인 프랑스도 자극을 받아서 더 많은 차관을 제공하려 할 것이다.
“차관을 내어 주는 것은 쉬운 일인데……. 그럼 이것도 생각을 해 봐야겠지. 만약 러시아가 차관을 갚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지?”
카이저는 러시아가 차관을 모두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고민에 빠진 카이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면 이런 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조용히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카이저는 내 생각을 듣고 미소를 지었고 하인리히 왕자 역시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하는 사이 마차가 겨울 궁전에 도착했다. 마차가 멈춰서고 빌헬름 2세가 먼저 마차에서 내리고 하인리히 왕자가 그 뒤를 따랐다. 나는 가장 마지막에 마차에서 내리게 되었다.
“빌리, 오랜만일세.”
“니키, 그동안 잘 지냈나? 알릭스도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보기 좋네.”
빌헬름 2세는 사촌 관계인 니콜라이 2세와 아주 반갑게 인사했다.
“하인리히, 자네도 오랜만이야.”
“니키, 알릭스 둘 다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두 사람과 인사를 나눈 니콜라이 2세는 뒤에 뻘쭘하게 서 있는 나를 바라보며 카이저에게 질문을 던졌다.
“뒤에 서 있는 저 친구는 누구인가?”
카이저는 니콜라이 2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은 채 이야기했다.
“우리 해군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일세. 아달베르크 소령, 와서 인사하게.”
카이저의 지시에 나는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 앞에 서서 예법에 맞춰 인사를 했다.
“독일 제국 해군의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소령입니다. 니콜라이 2세 폐하와 황후 마마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사를 받은 니콜라이 2세는 만족한다는 듯 살짝 미소를 지었고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해군의 보물이라니?”
빌헬름 2세는 자랑하는 듯 이야기했다.
“우리 해군의 주력 함선을 설계하는 설계팀장일세. 저렇게 젊은데 말일세. 그래서 해군의 보물이라고 이야기한 걸세. 예를 들자면 프로이센급 전함과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은 모두 저 친구 머리에서 나온 설계였네.”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니콜라이 2세는 놀랐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니콜라이 2세와 악수를 한 후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고 그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러시아 해군도 자네 같은 친구가 필요한데…….”
니콜라이 2세는 내가 러시아 해군으로 오길 바라고 있다. 그 말을 들은 빌헬름 2세는 헛기침하고 이야기했다.
“우리 해군의 보물을 탐내지 말게, 니키.”
“흠.”
뭔가 무안해진 니콜라이 2세는 나를 계속 훑어보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면 나중에 독일 정부를 통해 정식으로 의뢰할 테니 우리 러시아 해군에 맞는 전함을 설계해 주기를 바라네. 솔직히 프로이센급 전함을 보고 조금 부러웠었네.”
꽤 많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하긴 차르로서는 프로이센급 전함 건조를 많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지. 전함의 건조로 러시아 해군이 가진 전함은 모두 구식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해군 장교라면 거기에 걸맞게 우리 해군 장교들이나 제독들을 만나 봐야지. 오늘 저녁에는 만나도록 이야기해 두겠네.”
“감사합니다, 폐하.”
나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빌헬름 2세는 마치…… ‘나는 이런 친구를 자신의 휘하에 두고 있으니 대단하지 않냐’는 표정으로 니콜라이 2세를 바라보았다.
“올가와 타티아나는? 그 아이들은 잘 지내나?”
“아, 잘 지내고 있네. 지금은 잠깐 피곤하다고 낮잠을 자는 중이라, 원래는 인사를 시키려고 했었네.”
“괜찮아. 아이들은 피곤할 때는 자야지.”
빌헬름 2세는 아이들이 자고 있다는 말에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 줘서 고맙네. 자, 이제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만큼 할 이야기가 많아, 일 쪽으로도 그렇고.”
니콜라이 2세와 알렉산드라 황후는 빌헬름 2세와 하인리히 왕자를 궁전 안으로 안내했다.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달베르크 소령, 자네도 들어와.”
“알겠습니다, 폐하.”
나는 두 사람을 따라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궁전은 아주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엄청 화려하구나…….”
화려한 장식을 보면서 나는 빌헬름 2세와 하인리히 왕자 뒤쪽에서 그들을 따라갔다. 니콜라이 2세는 응접실로 우리를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