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44)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44화(44/125)
#44화 러시아에서 (2)
“차관 문제는 정말 고마웠네. 프랑스에도 차관을 요청했었는데 이놈들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거든. 자네가 결단을 내려서 차관을 먼저 내어 주니 프랑스도 우리가 원하는 만큼 차관을 내어 주더군.”
니콜라이 2세는 빌헬름 2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돌려 알렉산드라 황후를 바라보았고 황후는 눈치를 보더니, 응접실을 나갔다.
“그 아달베르크 소령, 밖으로 나가면 시종이 궁전을 안내할 걸세. 그러니 궁전을 구경하는 것이 어떤가?”
니콜라이 2세는 중요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듯 궁전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핑계를 들어 나를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를 제지했다.
“궁전 구경은 나중에 하면 되고…….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은데 저 친구도 들을 자격이 있네. 그 아달베르크 가문의 차남이니까.”
“아, 그런가……. 기차역에 시찰을 나갔을 때 아달베르크 식품의 통조림 상자와 다른 물건이 담긴 상자를 봤었네.”
“그리고 설계자를 뛰어넘어 지금은 나와 국제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지. 그러니 이야기해도 좋네.”
니콜라이 2세는 조금 놀랐다는 듯 나와 카이저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카이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뭔가 필요한 것이 있나?”
빌헬름 2세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고 니콜라이 2세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는 카이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결심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독일에서 차관을 추가로 내어 줬으면 좋겠네.”
“흠, 차관을?”
빌헬름 2세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니콜라이 2세는 눈을 감고 이야기했다.
“한 번만 더 도와주게. 그리고 필요한 것이 또 있네. 더 많은 독일제 무기가 필요하네. 독일 총기 회사에 발주한 소총을 더 빨리, 그리고 최대한 많이 받았으면 좋겠네.”
“그렇단 말이지…….”
빌헬름 2세는 슬며시 미소를 짓고 손을 모아 입을 가린 채 뭔가를 생각하는 척했다. 차관 문제가 나올 거 같아서 마차에서 미리 논의했었는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차관 이야기가 빨리 나왔다.
“이번에 내어 주면 2차 차관이 되는 거지……. 니키, 솔직히 이야기하지. 저번에 차관을 내어 준다고 했을 때 반발이 좀 있었네. 하지만 자네가 부탁하는데 안 들어줄 수 없는 노릇이라 반대하는 각료들과 의원들을 설득해서 차관을 내어 줬네. 그런데 또 필요하다고?”
“전비가 생각 외로 많이 들어가고 있네. 그러니 이번에 한 번만 더 부탁하겠네.”
“흠…….”
니콜라이 2세는 정말 필요하다는 듯 간절한 눈빛으로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빌헬름 2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네가 몇 가지 조건만 들어준다면 차관을 내어 주도록 해 보겠네.”
“조건?”
나는 니콜라이 2세가 볼 수 없게 고개를 돌리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조건에 관해 이야기할 때가 왔다.
“2차 차관을 내어 주는 대신에 담보를 받았으면 하네.”
“담보라고? 뭘 원하나?”
담보가 필요하다는 말에 니콜라이 2세는 크게 당황하며 무엇을 담보로 원하는지 물었다. 빌헬름 2세는 그를 바라보며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바쿠.”
“바쿠를 원한다고? 바쿠를 전부 원하는 것인가?”
니콜라이 2세는 바쿠를 원한다는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바쿠 전체를 원하는지 아니면 절반을 원하는지 물었다. 빌헬름 2세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절반만 담보로 설정할 생각이네. 니키 자네의 입장도 있으니까……. 우리는 큰 욕심은 없어. 단지 러시아 정부에서 소유하고 있는 토지의 절반을 80년 임대 조건으로 임대받는 것. 이게 우리가 원하는 담보물일세.”
“알겠네.”
“그리고 담보와는 별도로 차관을 내어 줌과 동시에 바쿠에서 우리 기업들이 석유를 시추할 수 있는 영구적인 권리와 더불어 러시아 정부가 보유 중인 토지의 일부를 기업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또한 국영 회사에서 시추하는 석유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우리 재산을 보호할 1개 연대의 육군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권리를 원하네.”
마차에서 차관 문제에 대해 협의했을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서 이야기한 것이 바쿠의 유전 지대였다. 그래서 카이저는 이를 담보물로 책정해 니콜라이 2세에게 이야기 한 것이다.
“80년 임대로 담보가 될까?”
니콜라이 2세는 석유가 얼마나 중요한 자원인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빌헬름 2세가 고개를 끄덕이자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그 정도 담보물이면 받아들일 수 있어. 그것도 바쿠의 할양이 아니라 임대를 원한다고 하니 받아들이겠네. 1개 연대 병력이 주둔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석유의 시추는 차관이 들어오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두도록 하지.”
“임대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어떤 경우에도 임대를 철회할 수 없다는 조건을 붙이세. 만약 사이가 나빠져서 전쟁이 벌어질 때도 임대를 철회할 수 없다. 그리고 차관 제공 후 바쿠에서 시추하는 기업들의 보호와 철수 압박 또한 못 한다. 이렇게 명시하지.”
“좋네. 받아들이지.”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바쿠에서 석유를 시추하고 정제하는 회사들에 접근해서 중유와 경유, 가솔린을 싸게 구매하는 것뿐이야.’
“그런데 정제해서 등유만 써먹는 석유는 왜 필요한가?”
니콜라이 2세가 빌헬름 2세에게 질문을 던졌다. 빌헬름 2세에게는 이런 질문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서 핑곗거리까지 만들어 줬는데 덕분에 그의 입에서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나올 수 있었다.
“등윳값 때문에 불만이 꽤 많아서 말이네.”
“아, 그렇나? 그럼 이해할 수 있네.”
담보 문제는 이걸로 끝났다. 니콜라이 2세의 조급함 덕분에 우리는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제 남은 일은 종전을 중재할 때 루스벨트 대통령과 베네수엘라의 석유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다. 이 배은망덕한 나라는 아직 내어 준 차관을 상환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참모 본부에서 몇 가지 정리해 봤네. 러시아군의 보급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완전한 개통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그 문제 때문에 골치 아프네. 난공사라 개통 시기가 늦춰지고 있어.”
니콜라이 2세도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완전히 개통하기 위해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양인데 난공사 구간이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도와줄까?”
“독일이?”
“그래. 우리 기업들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달베르크 소령, 안 그런가?”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황제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저희 가문이 보유한 제철소 산하에 열차 선로 건설 부서가 있습니다. 그 부서를 활용하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도 생각을 해 봤는데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얼마든지. 좋은 생각은 언제든지 환영일세.”
나는 두 황제의 곁으로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현재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단선입니다. 이걸 복선으로 증설한다면 보급이 더 원활해지리라 생각됩니다.”
“그걸 자네 가문 회사에서 할 수 있다? 그것도 난공사 구간도 함께 건설하면서?”
“예.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말에 니콜라이 2세는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 안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면서 나를 슬쩍 보더니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물었다.
“빌리, 저 친구 가문이 운영하는…….”
“아주 견실한 기업이고 또 믿을 만한 곳이야. 내가 추천장을 써 줬을 정도니까.”
“흠.”
니콜라이 2세는 이제 나를 슬쩍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빌리가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꽤 믿을 만한 회사겠군. 좋네. 자네 가문에 연락해서 사람을 보내도록 하게. 계약서는 써야 하지 않겠나?”
“알겠습니다, 폐하.”
나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것으로 우리 가문도 일종의 혜택을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내 밑으로 쌓이는 재산도 늘어나겠지만…….
“무거운 이야기는 이제 끝내지. 그나저나 빌리, 자네가 타고 온 배는 여객선인가?”
니콜라이 2세도 호엔촐레른 3호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것 같다. 요트치고는 거대하니 여객선을 빌려 왔는지 물어보는 거겠지. 니콜라이 2세의 질문에 카이저는 재미있다는 듯 웃으면서 대답했다.
“황실 요트가 맞네. 저 친구가 설계한 함선이야. 나중에 한 번 타보면 알겠지만, 꽤 안락하고 멋진 함선일세.”
“그게 황실 요트였나? 여객선 크기라 들었는데.”
“올해 완성한 함선일세.”
니콜라이 2세는 카이저의 대답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러시아 황실이 보유한 요트도 꽤 크지만 호엔촐레른 3호에 비해 작았다.
“대단한 친구군.”
니콜라이 2세는 다시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카이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저녁 시간이 되었다.
“꽤 화려하지?”
“할 말이 안 나옵니다.”
러시아 황실에서 주최한 무도회에 참석한 나는 하인리히 왕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꽤 많은 귀족이 무도회에 참석했고 각 가문의 영애들은 나를 슬며시 보면서 눈웃음을 치고 있다.
“자네가 표적 같은데? 꽤 많은 영애가 자네를 주목하고 있지 않은가.”
귀족들 사이에 소문이 퍼진 모양이다. 카이저가 신뢰하는 젊은 장교, 그리고 독일 제국 해군의 미래를 짊어진 설계자, 거기에 더해 백작 가문의 차남이라는 것까지……. 거기에 더해 가문이 가진 재산도 상당하다는 소문까지 퍼진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영애들은 내 주변을 서성이며 내가 파트너를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선은 좀 부담입니다.”
“너무 그러지 말고 즐기게.”
하인리히 왕자는 내 등을 치면서 이야기했다. 나도 즐기고는 싶은데……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긴장 풀어, 이 친구야.”
하인리히 왕자는 내 긴장을 풀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때…….
“자네가 아달베르크 소령인가?”
내 등 뒤에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꽤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뒤로 돌아 남자를 주시했는데 그의 계급을 보고 바로 거수경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반갑네. 발트함대 사령관 지노비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이네.”
“반갑습니다, 사령관님!”
“파티는 잘 즐기고 있나?”
로제스트벤스키는 아주 자상하게 물어보았다. 나는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설계 사무실에만 있어서 이런 분위기는 처음 겪어 봅니다.”
“허허, 그렇군. 그래도 익숙해지는 것이 좋을 거야. 소문으로는 자네가 프로이센급 전함이나 샤른호르스트급 순양함을 설계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다. 그 녀석들은 모두 제 손에서 나온 작품입니다.”
“그런가…….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우리 해군도 프로이센급 전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네. 만약 폐하께서 결정하셔서 전함을 건조하게 된다면 자주 만나겠군.”
“예, 그럴 수 있습니다.”
내가 긴장한 모습을 바라보며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은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옆에서 와인 글라스를 가져와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자,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하지.”
“예.”
“무도회에 온 만큼 영애들이 자네와 춤 한번 춰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 게 보이나? 자네 왈츠는 배웠겠지?”
전생에서도 그렇고 지금 생에서도 왈츠는 배웠다. 내가 대답을 하자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영애들과 한 곡 하게. 그 전에 자네와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은데 저쪽으로 나가지.”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은 나에게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자 이야기했다. 일단 이 긴장을 조금 풀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자, 따라오게.”
나는 로제스트벤스키 중장을 따라 정원으로 나갔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