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45)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45화(45/125)
#45화 러시아에서 (3)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을 따라 정원으로 나왔다. 정원은 상당히 잘 꾸며져 있었고 정리도 잘 되어 있어 눈이 즐겁지만 지금 우리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
“독일제 전함의 성능이 상당히 뛰어나더군. 주포가 조금 작은 것이 단점이지만…….”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은 일단 독일제 전함의 성능을 칭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 러시아제 전함보다 안정성이 높아. 그래서 마음에 들어.”
“좋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은 뭔가 씁쓸하다는 듯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에서 건조한 전함들은 기술력 부족으로 무게 중심이 비교적 높고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마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은 독일제 전함과 러시아에서 건조한 전함을 평가해 봤을 텐데 여러모로 러시아의 기술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지.
“그래, 자네 머리가 좋다고 들었으니 하나 물어보겠네.”
“예. 말씀하십시오.”
그는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듯 손뼉을 치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는 이 전쟁, 누가 이길 것이라 보나?”
꽤 무거운 질문이다. 내 구상은 일본과 러시아 이 두 나라가 독일을 견제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피해를 보게 만드는 것이다. 일단은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에게 좋게 이야기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이길 거라 보고 있습니다. 물론 몇 가지 문제만 신경을 쓴다면 더 좋겠지요.”
“문제? 한번 이야기해 보게.”
“보급과 부상병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병사들이 불만을 표하지 못하도록 먹는 문제부터 신경을 써야겠지요. 탄약도 중요하지만 일단 먹는 문제를 신경 써야 한다고 봅니다.”
“일리가 있군. 그러면 나에게 해 줄 조언이 있나?”
‘조언할 것이 있지…….‘
나는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발트함대는 훈련을 우선시해야 합니다. 후방에 머무르고 있는 함대일수록 포술 훈련과 피해통제 훈련을 중요시하여 훈련 시켜야 합니다.”
“흠, 조언 고맙네. 요즘 나도 불만이었어. 훈련을 진행해 봤지만 엉망이더군. 그나마 독일제 전함의 승조원들이 꽤 정교한 포격을 했었네.”
독일에서 전함을 판매했을 때 함선을 운용할 승조원들은 독일 해군식 훈련을 짧게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발트함대의 다른 함선보다 훈련이 잘되었다고 느꼈을지 모른다.
“일단 훈련 문제는 최대한 신경 써야겠군.”
그는 내가 제시한 조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조언이 하나 더 남았다.
“함선에 신선한 식량을 싣기 어렵다면 통조림을 대안으로 생각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흠, 통조림을?”
“예. 최소한 다 시들어 버린 야채보다 나을 겁니다.”
“알겠네. 자네 조언을 최대한 참조하도록 하겠네.”
조언을 건넨 이후 나는 로제스트벤스키 제독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조언을 최대한 건넸다. 그리고 정원으로 나간 지 1시간이 지나 무도회장으로 돌아왔다.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던데…….”
“네, 덕분에 러시아 해군이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호오, 그런가?”
하인리히 왕자는 내 말을 듣고 러시아 해군이 어떤 문제를 가졌는지 관심을 보였다. 나는 아주 짧게 줄여서 그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이야기했다.
“훈련 부족이라……. 거기에 체질적인 문제까지 있다고?”
“예.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훈련 부족만 생각했었는데 귀족 장교들과 수병들이 제대로 어울리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흠, 그렇군. 러시아 해군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호재인가?”
“호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훈련 부족인 것 같습니다.”
“알겠네. 카이저께 보고하도록 하지.”
하인리히 왕자는 수고했다는 뜻으로 내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일은 여기서 그만하고 일단 무도회나 즐기게.”
“예.”
무도회를 즐기라는 말에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침 귀족 가문의 영애가 나에게 다가왔고 영애가 나에게 춤 한 곡조를 같이 춰 달라 이야기를 하자 그녀를 데리고 나와 왈츠를 췄다. 그 뒤에도 여러 영애와 춤을 춰야 했다. 무도회가 끝난 후, 나는 차르가 내어 준 방에서 잠을 청했다.
* * *
1904년 5월 25일 오전 9시.
러시아 제국 크론슈타트.
며칠 동안 겨울 궁전을 구경하고 카이저와 차르의 활동에 참석했었던 나는 오늘은 하인리히 왕자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아닌 크론슈타트 항에 와 있었다.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훈련에 초청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하인리히 왕자님, 그리고 아달베르크 소령.”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직접 나와서 우리를 마중했다. 각자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발트함대의 기함인 크냐츠 수보로프에 승선하게 되었다.
“항해 위치로!”
장교들이 지시를 내리자 수병들이 움직이며 홋줄을 제거하고 각자 맡은 임무를 다했다. 예인선이 전함을 부두에서 끌어내자 곧 수보로프는 자체 동력을 사용해 항해에 나섰다. 수보로프 뒤에는 보로디노급 전함의 초도함인 보로디노를 제외한 나머지 함선들이 차례대로 부두를 벗어나고 있다.
“훈련 해역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때까지는 함 내에서 좀 쉬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은 하인리히 왕자에게 장교 휴게실에서 쉴 것을 제안했다. 훈련 해역에 도착할 때까지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하인리히 왕자는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달베르크 소령, 같이 가지.”
“예.”
나 역시 하인리히 왕자를 따라 자리를 옮겼다. 장교의 안내를 받으며 장교 휴게실로 내려가는데 함의 요동이 생각보다 심해서 내려가는데 꽤 고생해야 했다.
‘무게 중심이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파도에 이런 요동이라니…….’
설계자로서 함의 무게 중심이 생각보다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무게 중심이 어디까지 올라와 있을지를 생각했다. 그러는 사이 장교 휴게실에 도착했다.
“휴, 요동이 꽤 심하군.”
하인리히 왕자도 함이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나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의 귓가에 대고 이야기를 했다.
“기술 수준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것까지 봤는가…….”
“아마 함선의 내부 구조도 문제가 많을 겁니다.”
하인리히 왕자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해군의 신형 전함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상당히 문제가 많아 보인다는 내 말에 그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기술력이 우리보다 부족하다면 뭐, 잘된 일이지.”
“아마 러시아 해군 자체적으로 기술력 부족으로 프로이센급 전함을 건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자네는 경쟁자가 아니라 한 수 아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그렇습니다.”
내 말을 들은 하인리히 왕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자네와 나만 아는 걸로 하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예산이 삭감될 수 있어.”
“알겠습니다.”
나 역시 예산 삭감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냥 나와 하인리히 왕자만 아는 것으로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와인 드시겠습니까?”
장교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장교 중 한 명이 와인 두 잔을 가지고 왔다. 하인리히 왕자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을 받아 들었다.
“훈련 해역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릴 겁니다.”
“잘 알겠네.”
훈련 해역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런데…… 함선의 복원성이 떨어지는 듯 파도가 칠 때마다 함선의 좌우 요동이 아까보다 심해지고 있다. 아마 파도가 거세져서 그런 것 같은데 하인리히 왕자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거 참, 험난한 항해가 되겠군.”
“함선을 이렇게 설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되는군요.”
러시아 장교들은 익숙하다는 듯 요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는 조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어쨌든 우리에게는 험난한 항해였다. 훈련 해역에 도착한 후, 우리는 안내를 받아 노천 함교로 올라갔다.
“저기 표적함을 정박시켜 놨습니다.”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가리킨 방향에는 표적함인 낡은 화물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하고 있다. 하인리히 왕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지시를 하달했다.
“표적을 향해 사격 개시.”
“주포 먼저 사격하겠습니다.”
수보로프의 12인치(30.5cm) 포탑이 표적함을 향해 선회했다. 포술장이 표적과의 거리, 방위를 불러주자 포병들과 포탑의 장교는 포각을 조정했고 곧 사격을 개시했다.
쿠웅!
12인치 포탄 2발은 표적함을 향해 비행했고 표적함에서 비교적 먼 곳에 떨어졌다. 그걸 본 포술장은 포각을 재조정할 것을 지시했고 후부 포탑에서 포각을 수정하여 사격에 나섰다.
쿠웅!
이번에는 조금 가까운 곳에 떨어졌지만, 생각보다 멀다. 이후 몇 차례 정도 조정이 이루어지고 사격이 이어졌지만, 명중탄은 나오지 않았다.
“흠.”
하인리히 왕자는 조금 심각하다는 듯 표정을 굳혔고 이 모습을 본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의 얼굴이 창피함에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위험신호라 받아들인 포술장은 포각 조정을 다시 진행했고 사격을 재개했다. 이번에는…….
“지근탄입니다!”
“12번 사격 끝에 지근탄이라…….”
“명중할 때까지 쏴!”
쿠웅!
로제스트벤스키는 고함을 지르며 지시를 내렸다. 포술장은 이마에 땀이 맺혀 턱으로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한 듯 사격 제원 수정에 다시 매달렸다. 이후 16번째 사격에서 명중탄을 내기는 했다.
“부포 사격 개시!”
이제는 부포 사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꽤 오랫동안 사격을 해서 명중탄을 냈다.
“생각보다 심각하군.”
“으아아악! 전부 돌아가면 혹독한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이 역정을 내며 포술장을 노려보았다. 포술장은 육식 동물을 앞에 둔 초식 동물처럼 겁을 집어먹었고 전성관을 통해 포병들에게 화를 냈다.
“전부 크론슈타트로 돌아가면 훈련 재개다! 포술장은 귀관에게 실망했다!”
“여러모로 실력이나 함선의 성능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 버렸군.”
“그러게, 말입니다.”
사격 훈련은 온종일 계속되었다.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은 수보로프 이하 출항한 모든 전함의 포탄이 바닥날 때까지 훈련을 이어 나갔다. 결국 포탄이 바닥나고 포병들이 지쳐 쓰러지자 로제스트벤스키 제독도 훈련 중단을 선언했다. 그리고 크론슈타트를 향하여 함수를 돌려야 했다. 크론슈타트에 입항한 후, 우리는 겨울 궁전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해야 했다.
* * *
1904년 5월 30일 오후 4시.
러시아 제국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에서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빌헬름 2세도 확실한 소득을 거뒀다는 듯 초청 기간 내내 한가롭게 니콜라이 2세와 어울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 독일로 돌아갈 시간이 찾아왔다.
“다음번 방문을 기다리고 있겠네.”
“그래, 다음에 다시 오도록 하겠네.”
니콜라이 2세는 직접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로 나와 우리를 배웅했다. 빌헬름 2세는 니콜라이 2세와 악수를 하고 다시 오겠다고 이야기했고, 니콜라이 2세도 답신 차원에서 다시 방문해 주기를 기다린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니콜라이 2세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자네도 다시 만나세. 그때는 러시아 해군의 주력 전함을 설계한 설계자 자격으로 봤으면 좋겠군.”
“예, 폐하.”
나는 니콜라이 2세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인리히 왕자도 니콜라이 2세와 인사를 나누자 빌헬름 2세는 호엔촐레른 3호에 승선했다. 그리고 부두에서 멀어질 때까지 니콜라이 2세와 황실 가족들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휴, 길고 길었던 출장이군.”
하인리히 왕자는 객실 구획의 의자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나도 맞은 편에 앉아 한숨을 쉬며 이야기했다.
“이제 돌아가면 다시 일해야지요.”
“지금은 고생한다고 느끼겠지만 나중에 꼭 보답이 찾아올 거야. 그러니 미래를 위한 투자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네.”
하인리히 왕자의 말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으니 나중에는 이것들이 모두 보답으로 찾아오게 되겠지…….
호엔촐레른 3호가 크론슈타트 항 부근에 다다르자 크론슈타트 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 함선들도 합류하여 호위 진형을 이뤘고 호위 함대는 함부르크를 향해 항해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