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49)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49화(49/125)
#49화 흑막 ON
1904년 10월 15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포츠담.
“흠, 일본 국채를 구매하자?”
“예, 폐하.”
포츠담의 상수시 궁전. 나는 카이저에게 한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일본의 국채를 미리 구매하자는 의견이었다.
“무슨 이유에서 국채를 구매하자고 권유하는가?”
카이저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카이저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일본 정부가 제 예상보다 많은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이 뜻은 현재 저들의 전시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것을 뜻합니다.”
“흠.”
일본은 미국과 영국에서 국채를 판매했었다. 제이콥 쉬프의 지원을 받아 국채를 성공적으로 판매했는데 이번 달부터 다시 국채를 판매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것도 액수는 전의 2배인 2천만 파운드. 미국과 영국에서 각각 천만 파운드씩 판매하려 한다는 정보에 나는 일본의 전시 재정에 큰 타격이 있었다고 계산을 했다.
“전쟁 직전에 영국에서 차관을 받아 함선을 도입했지만 정부 예산으로 구매한 장갑 순양함이 큰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니키와 싸우고 있는 저 동양 놈들의 국채를…….”
“일본의 전시 재정이 예상보다 빨리 바닥난다면 전쟁은 러시아가 승리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힘을 빼놓는다는 폐하의 계획을 실현할 수 없습니다. 물론 폐하께서 종전을 중재하신다는 것도 불가능해집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국채를 그만큼 팔았을 텐데?”
“2월에 500만 파운드씩 합계 천만 파운드. 그리고 7월에 우리 독일 시장까지 총 3천만 파운드를 팔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부족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러시아에 팔아치운 무기와 탄약, 식량으로 인해 일본군의 사상자가 많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던 순양함들이 통상 파괴 작전에 나서면서 물자가 수장된 탓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러시아에 함선을 팔았을 때 전함만 팔아 치운 것은 아니었다. 2척의 빅토리아 루이제급 방호 순양함도 함께 넘겨졌는데 이 함선들과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던 구식 순양함들이 통상파괴전에 나서면서 일본군은 보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었다. 물론 이 보급물자들을 보충하기 위해 생산이나 수입을 늘려야 했을 것이고 기타 여러 문제로 인해 일본의 전시 재정에 타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자네 생각은 국채를 일정부분 구매해서 놈들이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자?”
“예. 최소한 두 나라 모두 재정적으로도 인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은 상태까지는 만들어야 합니다. 러시아가 차관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바쿠의 유전 지대를 삼킬 수 있습니다.”
석유가 해군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연료가 될 것인가에 관해서는 카이저에게 설명했었다. 그래서 카이저도 바쿠의 유전 지대만큼은 무조건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을 바꿨고 유전 지대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도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좋은 생각 같은데……. 물론 재무부와 재무장관이 비명을 지르겠지만.”
전쟁으로 인하여 러시아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고 이 덕분에 재무부는 많은 세수를 거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국채를 정부 차원에서 구매한다고 하면 절규할 거 같은데…….
“국채에 딸린 조건이 뭐던가?”
카이저는 일본 국채를 살 의향이 있다는 듯 일본 정부가 제시한 조건에 관해 물었다. 나는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카이저에게 조건을 설명했다.
“연이율 5%, 10년 거치, 45년간 상환입니다.”
“뭐,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해 두지. 그 국채를 판매하는 담당이…….”
“일본 은행 부총재입니다. 이름이……. 다카하시 고레키요라고 들었습니다. 지금 런던에 머무르고 있답니다.”
“그러면 전보를 보내게. 자네가 국채에 관심이 있다고 하고 베를린으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카이저는 일본의 전시 국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그는 지구본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나중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국채로 압박을 넣어 볼 수도 있겠군. 일단 조건 변경을 요구하도록 해. 우리가 국채를 외교적인 무기로 쓸 수 있도록 말이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카이저의 지시가 떨어졌으니 전보를 빨리 보내야 한다. 나는 카이저에게 인사를 하고 상수시 궁전을 나와 베를린 시내의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에서 전보를 작성하고 요금을 지불한 뒤에 이를 런던에 있는 다카하시 고레키요 부총재에게 보냈다.
* * *
1904년 10월 20일 오후 7시.
독일 제국 베를린.
다카하시 고레키요 일본 은행 부총재는 허름한 호텔에서 옷을 갖춰 입은 채 누구보다 긴장한 표정으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7시인데……. 아직 도착하지 않는군요.”
부총재 옆에 서 있는 비서가 시간을 확인하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다카하시 부총재는 아무 말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절박한 쪽은 우리일세. 그러니 기다리는 수밖에.”
잠시 후, 손님이 도착한 듯 복도에서 구둣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누군가 객실로 들어섰다.
“조금 늦었군요.”
해군 군복을 입은 남자가 들어오자 다카하시 부총재는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소령입니다.”
“아, 당신이……. 해군에 있는 지인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카하시 부총재는 해군에 있는 지인인 아키야마 사네유키 중령이 이야기한 것을 떠올렸다. 아주 유능한 함선 설계자라고 들었는데 그가 국채에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었다.
“의자를 준비했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지요.”
아달베르크 소령은 자리에 앉았고 다카하시 부총재는 그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소령님은 국채를 얼마나 사실 생각입니까?”
전보를 받고 런던에서 베를린으로 왔기 때문에 다카하시 부총재는 일정 금액 이상의 국채를 독일 시장에서 팔아야 한다. 질문을 들은 아달베르크 소령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2백만 파운드 치 국채를 매입하도록 하지요.”
2백만 파운드……. 영국에서 목표로 잡은 금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채를 이 젊은 소령이 사겠다는 말에 다카하시 부총재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재력이…….”
그만한 재력을 가졌는지 물으려 했는데 아달베르크 소령은 머쓱한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물론 제가 구매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개인이 구매할 물량은 1만 파운드 정도입니다. 2백만 파운드라는 액수는 높으신 분이 구매를 결정하셨습니다. 전 그분의 대리인 자격으로 온 겁니다.”
높으신 분의 대리인으로 왔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2백만 파운드라는 액수의 국채를 구매하는 것은 다카하시 부총재에게 정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놀랄 일은 하나 더 있었다.
“그러나 국채에 걸린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10년의 거치 기간을 폐지하고 독일 정부와 협의한 후에 거치 기간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건을 바꾸고 싶습니다. 이율이나 상환 기간은 그대로 가고요. 물론 협의는 전쟁이 끝난 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조건을 달겠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다카하시 부총재는 눈을 감았다. 꽤 빡빡한 조건이지만 영국이나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 천만 파운드 치 국채를 떠안고 일본으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그 조건을 받아들여 전시 재정에 보탬이 되는 것이 낫다. 그래서 다카하시 부총재는 아달베르크 소령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본국과 협의해야 하지만 소령님께서 원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결국 이 조건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자 아달베르크 소령은 거절할 수 없는 당근을 내밀었다.
“그리고 요양 전투의 결과 때문에 영국에서 국채를 판매하는 것이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일본 정부가 조건을 수락하면 영국으로 다시 가지 마시고 국채를 독일에서 팔아 보시지요. 제가 대리하는 분께서 국채를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신다고 합니다.”
아달베르크 소령의 말을 들은 다카하시 부총재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요양 전투가 별 소득 없이 끝나면서 영국과 미국에서 국채 판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 버렸기 때문에 판매가 여의찮았다. 이걸 독일에서 해결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다카하시 부총재는 그 높으신 분이 누군지 대충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려고 하는 것인가?
“간단합니다. 지금 이 기회에 러시아의 힘을 빼놔야 하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힘을 빼놓는 것이 목적이라는 대답에 다카하시 부총재는 아달베르크 소령을 바라보았다.
“러시아의 힘이 빠지면 우리가 그만큼 러시아를 상대하기 수월해지므로 이번 기회에 러시아의 힘을 최대한 빼놔야 한다는 것이 높으신 분의 생각이십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팽창정책을 저지할 수 있지요.”
다카하시 부총재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독일 정부가 일본을 이용해 러시아의 힘을 빼놓으려 한다니……. 어떻게 본다면 일본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군은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에서 의약품을 수입하고 있지요?”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잠깐…….”
“그거 누가 팔았을까요?”
다카하시 부총재는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가 일본군에 물자를 판매한다는 것은 이미 독일 정부가 개입을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개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의약품 판매는 모두 저희 가문의 투자였으니까요. 어쨌든 저희 가문 회사에서 판매한 의약품 덕분에 많은 일본군 병사들이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지요. 그러면…….”
“맞습니다. 의약품 판매는 제 머리에서 나온 겁니다.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만…….”
다카하시 부총재는 눈앞에 있는 젊은 소령이 범상치 않다고 느꼈다. 어떻게 본다면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의약품을 미리 준비해서 팔았다는 말인데…….
“어쨌든 본국에 잘 전달해서 양측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합니다. 국채 구매는 제가 제시한 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그때 매입하도록 하죠. 물론 금융권에 소개하는 것도 그때 진행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전달 드리겠습니다.”
이야기가 끝나자 아달베르크 소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카하시 부총재는 그를 배웅하고 객실로 돌아와 정부에 보낼 전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1904년 10월 23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다카하시 부총재의 전보가 도착하자 가쓰라 다로 총리는 회의를 소집했다. 내각 각료들이 모두 가쓰라 총리의 집에 모이자 그는 다카하시 부총재가 보낸 전보를 모두에게 보여 주었다.
“독일에서 국채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큰손이 있다고 하네.”
“다행입니다. 영국에서는 판매가 거의 불가능했는데…….”
영국 금융시장에서 일본 정부가 3차로 발행한 전시 국채의 인기는 바닥을 기었다. 금융가에서도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에 판매는 거의 불가능했고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여서 가쓰라 총리는 전시 재정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구세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국채 구매에 관심을 가진 독일의 큰손은 조건 변경을 요구했다.
“거치 기간에 대해서 전후에 독일 정부와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조건을 바꾸고 싶다고 했네. 다카하시 부총재는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려 달라고 하는데…….”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독일의 큰손은 일본 정부가 처한 난처한 상황을 이용해 조건을 변경하고자 했다.
“조건이 변경되면 큰손이 국채를 2백만 파운드 정도 직접 매입하고 대리인 역시 2만 파운드 정도의 국채를 구매하겠다고 했다더군. 그리고 독일의 금융가에 국채를 판매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고 하네.”
이건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팔리지 않는 채권을 제 삼국인 독일에서 판매할 좋은 기회……. 재무장관은 이걸 거절할 수 없다는 듯 이야기했다.
“외무성에서 독일 정부와 협의를 잘 끌어낸다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당장 급한 건 우리 쪽이니 이 조건을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재무장관이 의견을 제시하자 모든 각료가 재무장관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군부대신 또한 입을 열었다.
“전시 재정에 보탬이 된다면 거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방법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가쓰라 총리는 다카하시 부총재에게 전보를 보내 독일의 큰손이 제시한 조건을 정부 차원에서 받아들인다는 답신을 보내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