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53)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53화(53/125)
#53화 전쟁의 절정 (3)
1905년 1월 2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베를린.
“아달베르크 그룹과 독일의 군수산업의 실적은 뉴욕에서 보고를 받았소. 정말 부러울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더군요.”
존 피어폰트 모건은 베를린에 와 있었다. 영국을 방문했다가 나를 만나기 위해서 잠깐 독일을 방문했다고 하는데, 딱 봐도 독일의 산업계가 이번 전쟁으로 얼마만큼 실적을 쌓았는지 확인하러 온 것 같다. 어쨌든 그는 우리 집을 찾아왔고 나는 그에게 커피를 대접했다.
“특히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는…….”
“예. 인정합니다. 금고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많이 벌었지요.”
모건은 나를 부럽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는 아버지를 설득해서 내가 만들다시피 한 회사였고, 나는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의 순이익에서 5%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신 이유가 단순히 독일의 산업계를 구경하러 오신 겁니까?”
이제 나는 모건에게 독일에 온 이유를 물었다. 단순히 독일의 산업계가 전쟁 특수를 어떻게 누리고 있는지를 보러 온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건은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소령……. 아니 중령도 알다시피 내가 화이트 스타 라인을 소유하고 있지 않소……. 영국에서 경쟁사인 큐나드 라인이 새로운 여객선을 건조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서 말이오…….”
“머리가 아플 만하겠군요.”
“하지만 지금 당장 화이트 스타 라인에 자금을 투자할 수는 없소.”
“알 것 같습니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셀틱 급 여객선을 4척 발주했고 지금도 여객선들을 인수하는 중이다. 그러니 당장은 자금에 여유가 없겠지.
“나중에 중령처럼 감각적인 설계자가 나타난다면 중령의 입장을 고려해서 독일로 보낼 테니 이야기를 나눠 보기를 바라오.”
“잘 알겠습니다. 그 정도는 해 드리죠.”
“고맙소.”
“그리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있습니다만…….”
“사업 아이템?”
내 입에서 사업 아이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모건은 흥미롭다는 듯 나를 주시했다. 나는 조용히 주방으로 들어가 미리 준비한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 왔다.
“늦었지만 점심을 함께 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건이 우리 집을 찾아온 시간이 오전 10시……. 지금 시간은 오후 2시 반이다. 그러니 둘 다 점심 식사 전이였다. 나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모건의 앞에 내려놓았는데 그는 처음 보는 음식이 앞에 놓이자 당황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요?”
“제가 만들어 봤습니다. 여기에 환타를 곁들이면 좋습니다.”
환타까지 완벽하게 세팅했다. 모건은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고 나는 자리에 앉아 손으로 음식을 들고 먹기 시작했다.
“아, 손으로 먹는 거군.”
음식을 한입 베어 문 그는 맛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입 안에 있는 음식을 삼킨 그는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 음식은 이름이 뭐요?”
“저는 햄버거라고 부릅니다만…….”
“햄버거……. 햄버거라……. 이거 사업 아이템으로 좋을 것 같소. 미국에서 점포를 내서 팔면 잘 팔리겠군…….”
“점포를 하나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점포를 미국 전역에 내는 겁니다. 똑같은 인테리어, 똑같은 메뉴, 종업원들의 복장까지 똑같은 매장이죠. 전 이 구상을 프랜차이즈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오. 그런데 매장 이름은…….”
“이걸 먹는 사람은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지니어스 버거가 어떨까 합니다만…….”
모건은 내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을 바라보았는데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 이걸 어떻게 굴리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 계산하는 장사꾼의 눈빛이다.
“내가 돈을 대겠소.”
“저도 출자하지요. 구상이 완벽해지면 햄버거의 레시피를 전달하겠습니다.”
“감자튀김에 햄버거, 거기에 환타까지……. 내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아주 완벽한 조합 같소.”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으면 더 좋습니다.”
모건은 감자튀김을 케첩에 찍어 먹고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두 사람은 지니어스 버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창업 비용은 내가 50%, 모건이 50%를 출자하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홍보는 모건이 자신의 기업을 동원해서 진행하기로 했고 나는 순수익의 30%를 받아오는 조건으로 회사 운영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회장님께 부탁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뭐든 이야기해 보시오.”
“제너럴 일렉트릭의 전동모터 기술자들에게 도움을 좀 받고 싶습니다. 나중에 미국 해군에도 이익이 될 겁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모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자를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선진적인 기술을 독일과 먼저 개발해서 미국 해군에 이익이 된다면 해군이나 정치인들도 자신을 단순한 은행가라 생각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좋소. 전동모터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해봅시다.”
모건이 추진해 보자는 이야기를 했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기술자를 파견할 것이다. 꽤 만족할 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모건과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했다.
* * *
1905년 1월 10일 오전 9시.
러시아령 뤼순.
“온다! 온다!”
투두두두두
뤼순 요새의 동쪽 방어선으로 일본군 보병이 보루를 향해 돌격하고 있었다. 러시아군 병사들은 독일제 기관총을 동원하여 기관총탄으로 일종의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 망할 자식들 지겹지도 않나?!”
“전함의 지원 사격이다!”
콰웅!
뤼순항에 떠 있는 전함과 순양함들에서 동쪽 방어선을 향해 지원 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후방에 배치된 28cm(11인치) 곡사포 역시 불을 뿜었다. 일본군은 포격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지만, 피해에 굴하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보루를 함락하겠다는 듯 거침없이 돌격했다.
“소총 사격 개시!”
중대장의 지시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보병들은 소총을 들어 일본군을 향해 사격하기 시작했다. 쓰러지는 일본군 병사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부상을 입고 후송되는 병사의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러시아군 지휘관들의 눈에 보였다.
“사격! 멈추지 말고 쏴! 기관총을 추가로 설치해!”
* * *
같은 시간. 일본군 전방 지휘소.
“아무래도 안 되겠습니다. 피해가 너무 큽니다!”
노기는 말없이 공세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건만……. 러시아군은 보루를 내어 줄 수 없다는 듯 3차 공세보다 화력을 증강했다. 거기에 더해 러시아군의 포격은 더 교묘하고 치밀하게 진행되어 공격에 투입된 병력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공세를 중단하세. 아무래도 공격 중점을 변경해야겠어.”
“예.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노기는 공세 중단을 지시하고 제3군 사령부로 돌아갔다. 노기가 사령부에 들어서자 이지치 참모장은 노기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참모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공격 중점을 203고지로 옮기는 것이 좋겠네.”
“하지만……. 포대의 신속한 진지 변환이 어렵습니다.”
“203고지를 함락시키는 것은 뤼순 요새의 급소를 쥐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 군의 목표는 뤼순을 제압해 항복을 받고 신속하게 북상하여 총사령부와 합류하는 것입니다.”
“정면 공격도 실패!”
노기가 고함을 지르자 참모들 모두 숨을 죽였다. 이렇게 격노하는 사령관을 지금까지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뤼순항에 숨은 적 함대를 온전히 발트함대와 합류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그야말로 죽어 간 병사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아. 남은 전력을 쥐어짜서 203고지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점령한다.”
노기의 결단이 내려지자 참모들은 바빠졌다. 노기의 지시로 203고지 인근에 보급 거점을 마련했지만, 야포와 중포의 재배치, 그리고 28cm 유탄포의 콘크리트 기반 공사까지 진행해야 했고 보병들도 모두 이동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총사령부에 전달하게. 공격 중점을 203고지로 변경한다고…….”
“알겠습니다.”
“보급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 지금부터 203고지 인근의 보급 거점으로 모든 보급품을 수송한다!”
“보병은 어떻게 합니까?”
“1개 여단만 동쪽 방어선에 남겨두고 나머지는 203고지로 보내!”
노기는 참모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가 할 일은 공격 시점을 언제로 정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는 것뿐이다.
* * *
1905년 1월 10일 오후 2시.
만주.
노기의 결단은 일본 만주군 총사령부에 전달되었다. 총참모장인 코다마 겐타로는 친우인 노기가 드디어 고집을 꺾었다는 뜻으로 읽고 만족해했다.
“정면 공격은 이제 무리라는 것인가?”
“진즉에 말을 들었으면 이런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러시아군이 203고지의 방어를 강화할 시간을 벌어 준 것이 아닐지 염려됩니다.”
참모들은 각자 한마디씩 했다. 참모들은 하나같이 노기의 결단이 늦어 러시아군이 203고지의 방어를 강화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의견이 나오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공세에서 전사자 2,532명, 부상자 4,391명이 나왔습니다.”
“뼈아픈 손실이군……. 203고지를 점령해서 포격을 유도하기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텐데…….”
“어쨌든 지금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땝니다.”
“나도 동의하네.”
참모의 말에 코다마 총참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제3군이 203고지를 함락시키길 바라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다.
“본국에서 제3군에 추가로 1개 사단과 보급품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보급선을 상대로 통상파괴전에 임했던 러시아 순양함들은 연합함대에서 모두 격파했다고 전해 왔습니다.”
“이제 보급선이 습격당할까 봐 노심초사할 일은 없군.”
연합함대에서는 일본의 보급선을 침몰시키던 순양함들을 추적하여 격파했다. 독일제 순양함은 대파되어 연합함대가 노획했다는 보고도 함께 들어와 있었다. 오오야마 총사령관은 보고서를 접어서 한쪽에 올려두고 지도에 표시된 뤼순을 노려보았다.
* * *
같은 시간. 203고지.
“놈들이 1시간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로만 콘드라첸코 소장은 203고지의 보루에서 쌍안경으로 일본군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2주 전에 일본군이 깔아 둔 레일 위로 기차가 보급품을 실어 나르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군 병사들이 화차에서 화물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놈들이 이곳을 공격 목표로 삼았나?”
“보급품을 급히 실어 나르는 것을 보니 사단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 놈들은 우리가 방어선을 강화했다는 것을 모를 거야.”
콘드라첸코 소장은 203고지의 방어선을 대폭 강화해 둔 상태였다. 윤형 철조망과 지뢰밭, 거기에 수류탄으로 부비트랩을 설치했고 보루의 앞쪽 비탈면에는 얇은 배관에 구멍을 뚫어 땅속에 묻어 두었다. 밸브만 열면 가솔린이 땅바닥을 적실 것이다. 콘드라첸코 소장이 구축한 방어선은 일명 악마의 방어선이었다. 거기에 해군에서 제공한 기뢰까지 가져다 놓았으니까…….
“그래 이 자식들이 한번 와 봐라. 여기가 쉽게 넘어가나 보자.”
콘드라첸코 소장은 쌍안경으로 일본군의 동태를 계속 확인하면서 이를 갈았다. 이제 본격적인 전투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