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59)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59화(59/125)
#59화 협상 중재
1905년 5월 10일 오후 2시.
일본 쓰시마 근해.
도고 헤이하치로 제독이 이끄는 일본 해군 연합함대는 쓰시마 근해에서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와 만났다. 도고 제독은 발트함대 전방에서 회두를 명령했다. 도고 제독의 명령이 떨어지자 연합함대의 모든 전함과 장갑 순양함들이 기함 미카사를 따라 회두를 시작했고, 러시아군은 바로 코앞에서 진형을 변경하는 일본 연합함대를 상대로 포격을 개시했다.
“Z기 올려!”
아키야마 사네 유네 중령은 수병에게 기류를 올리라 지시를 내렸고 수병은 즉시 마스트에 Z기를 게양했다. 기류가 올라가자 전성관을 잡고 있던 수병들이 외치며 기류가 무슨 뜻인지 승조원 총원에 뜻을 설명했다.
“황국의 흥폐, 이 전투에 달려 있다. 각 대원은 한층 분발 노력하라.”
일본 연합함대는 발트함대 앞에서 이른바 U턴을 한 것이다. 이때 회두를 막 끝낸 함선은 정지 상태나 다름없으므로 적 함대에는 좋은 표적이 된다. 미카사는 수많은 포탄을 맞았지만, 전투 행동이 가능했고 다른 함선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쓰마와 셋츠가 포탄을 얻어맞고 있군.”
참모장인 가토 도모사부로는 쌍안경으로 회두에 들어간 로드 넬슨급 전함 사쓰마와 셋츠를 바라보았다. 각종 포탄이 날아들며 사쓰마와 셋츠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한때 영국 최강의 전함이었던 명성 그대로 포탄을 얻어맞고 있음에도 강건하게 전투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격을 개시하겠습니다.”
“좋아.”
“사격 개시!”
쿠웅!
미카사의 우현에 탑재된 모든 함포와 12인치 주포탑이 러시아 해군 기함 크냐즈 수보로프를 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본격적인 해전이 시작된 것이다.
* * *
1905년 5월 14일 오후 8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궁전의 차르 집무실. 니콜라이 2세는 의자에 앉아 고뇌에 잠겨 있었다.
“발트함대가…….”
오늘 도착한 소식은 니콜라이 2세를 괴롭게 만들기 충분한 소식이었다. 뤼순이 일본군에 점령되고 마카로프 제독이 포로로 잡히자 발트함대에서는 곧장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었다. 그리고 며칠 전, 일본의 쓰시마 근해에서 발트함대는 일본 해군 함대에 의해 섬멸되어 버리고 말았다. 살아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한 함선은 독일제 전함 2척과 장갑 순양함 2척, 수뢰정 3척이 전부였다.
“제기랄……. 살아서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한 함선들은 아까 보고된 함선이 전부인가?”
“예. 나머지 함선들은 일본 해군에게 격침되거나 항복하여 나포되었습니다.”
발트함대는 소멸하였다……. 지금 당장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이것밖에 없었다. 러시아 해군에서 가장 거대한 함대였던 발트함대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항복은 누가 선언했나? 지노비가 항복을 할 사람은 아닌데…….”
“제3 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니콜라이 네보가토프 제독이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로제스트벤스키 제독은 전투 당시에 피격되어 중상을 입어 네보가토프 제독에게 지휘권을 이양했다고 합니다.”
니콜라이 2세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때 보고를 하던 세르게이 비테가 입을 열었다.
“폐하, 해전에서는 패배했지만 봉천 전투에서는 우리가 이겼습니다. 최소한 육상전은 우리가 이겼으니 지금이 전쟁을 끝낼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전쟁을 끝낸다?”
“예. 이제 우리는 전쟁을 더 지속할 여력이 없습니다. 국내에서는 곳곳에서 소요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병력을 더 차출할 수 없습니다. 전쟁을 더 지속하면 그때는 소요 사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란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전비가 없습니다.”
비테의 말을 듣고 니콜라이 2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각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매일 보고 받고 있었기에 현재 러시아가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해전에 기대를 걸었다. 해전에서도 승리하면 일본이 항복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이번 전쟁으로 들어간 막대한 전비는 러시아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었다. 더는 전비로 돌릴 예산이 없었다.
“1대1인가…….”
“몇 시간 전에 독일 대사가 본국에서 보냈다는 전문을 들고 왔었습니다.”
비테는 니콜라이 2세에게 전문을 건네주었다. 사촌인 빌리가 보낸 전문이었다. 니콜라이 2세는 전문을 쭉 읽어 내려갔고 비테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빌리가 직접 중재에 나서겠다고 하는군.”
“다행입니다……. 독일의 카이저는 우리에게 우호적이니 중재를 맡겨도 우리에게 큰 손해는 없을 겁니다.”
“그러면 빌리에게 중재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세. 하지만 일본이 그걸 받아들일지 모르겠군.”
니콜라이 2세는 카이저의 중재를 일본이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비테가 한 가지 묘안을 냈다.
“일본에서 원하는 국가에서 중재한다면 독일과 공동으로 중재를 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흠. 그 방법뿐인가? 좋아. 자네 말대로 하세. 람스도르프를 불러오도록 해.”
결국 니콜라이 2세는 전쟁을 끝내기로 했다. 사촌인 빌리가 중재를 서 준다면 러시아에 유리한 방향으로 종전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상황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으니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없었다.
* * *
1905년 5월 16일 오후 7시.
일본 도쿄.
“쓰시마에서 벌어진 해전은 우리가 이겼소. 봉천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최소한 러시아 해군의 발트함대를 괴멸시켰으니 설욕을 한 것이나 다름없소.”
가쓰라 총리는 해군의 최종 보고서를 보고 이야기했다. 각료들 전원 고개를 끄덕이며 가쓰라 총리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만약 해전에서도 졌다면 그때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멸망했을 것이다.
“육군 대신, 현재 상황은 어떻소?”
“좋지 못합니다. 봉천에서 패배한 후, 우리는 요양으로 후퇴해서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군도 요양에서 우리와 대치하고 있을 뿐 공격을 시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러시아도 병력을 소모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나 러시아나 모두 더는 전쟁을 치를 수 없다는 이야기요?”
“그렇습니다. 제3군은 봉천에서 전멸하다시피 했고 현장에서 필요한 탄약을 보급하려고 해도 보급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전사자 숫자나 부상자 숫자가 많으니 이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대규모 약품 공급이 필요한데 아달베르크 종합 상사는 의약품을 이제 공급하지 못한다고 알려 왔습니다.”
가쓰라 총리 이하 각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육군은 이제 한계에 부딪혔다. 그런고로 더는 전투를 치를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그리고 보고드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대장 대신(대장성 장관, 즉 재무장관)이 가쓰라 총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쓰라 총리가 보기에 대장 대신의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독일에서 판매한 국채로 조달한 전비를 모두 소모했습니다. 전쟁을 치를 예산이 없습니다. 세수 확보에도 문제가 생겨서 편성한 국가 예산에서 전비를 마련할 방법도 없습니다.”
“끄응…….”
이제 일본은 전쟁을 치를 여력이 없다. 젊은 남자들은 전쟁터에서 죽어 갔고, 도시와 마을에서는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 현재 일본이 처한 상황이었다.
“이제 전쟁을 끝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전쟁을 이어 나간다면 그때는 국가 재정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게 됩니다.”
가쓰라 총리는 대장 대신의 말을 듣고 상황이 아주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민하던 그는 고무라 주타로 외무대신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나?”
고무라 대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루스벨트는 아마 중재를 환영할 겁니다. 제가 직접 루스벨트를 만나서 요청해 보겠습니다.”
“그래. 그리하세.”
일본의 내각에서도 전쟁을 끝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무라 외무대신은 5월 18일 미국으로 출발했다.
* * *
1905년 6월 10일 오후 1시.
미국 워싱턴 DC.
고무라 주타로 일본 외무대신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만났다. 그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전쟁을 중재해 달라고 요청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야기를 듣고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중재라……. 꽤 막중한 책임이 느껴지는구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는 제3국의 중재가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미국 정부와 대통령님이 중재를 맡아주실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고무라 대신의 이야기를 듣고 환타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러시아에서도 중재를 요청했었소. 대신 러시아의 요청이 조금 특이했는데……. 두 나라에서 중재를 서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소. 그래서 나도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어서 그걸 받아들이기로 했소.”
“예?”
고무라 대신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속으로는 놀랐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은 채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며 아주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그 다른 중재 국가는…….”
“러시아가 원하는 제2 중재국은 독일 제국이오. 며칠 전에는 독일 정부에서도 외교문서를 보내왔는데 카이저가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것이오.”
“대통령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고무라 대신은 긴장했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질문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껄껄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러시아의 요청을 받아들일 생각이오. 중재는 나와 카이저가 함께 진행할 것이오. 일본 정부에서 이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중재에 나설 생각이 없소. 혼자서 중재에 대한 부담을 짊어지기 싫거든.”
고무라 대신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카이저가 중재에 참여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독일에서 판매한 전시 국채에 대한 거치 기간 논의가 가장 큰 부담이었고,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안이 나올 수 있다는 염려도 그의 속을 갉아먹었다.
“어떻게 할 거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묻자 고무라 대신은 아주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이야기했다.
“일단 본국에 대통령님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며칠 안에 다시 오겠습니다.”
고무라 대신은 빠른 걸음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그가 집무실을 나서서 일본 대사관으로 돌아가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함께 고무라 대신의 이야기를 들었던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놈들이 과연 내 요구를 받아들이려 할까?”
“전쟁을 지속한다는 것은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선택입니다. 현재 재정이 바닥났을 것이 분명한데 여기서 전쟁을 더 끌고 간다는 것은 정부 재정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재정 파탄 상태에 놓이게 될 겁니다. 그러니 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전쟁을 끝내는 겁니다.”
“그렇군.”
“그나저나 카이저가 중재를 서려고 하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보좌관은 카이저가 중재를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하긴……. 루스벨트 대통령 본인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거기에 카이저는 더 열려 있다는 듯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공동으로 중재하자는 뜻을 먼저 밝히기도 했다.
“요즘 들어 독일의 외교정책이 훌륭하지 않았나. 남미 국가들을 구워삶는 것도 그렇고……. 그러니 카이저의 외교적인 역량이 발전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 거기에 더해서 프로이센급 전함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니겠나.”
카이저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한 가지 당근을 내밀었는데, 협상장은 미국이 원하는 곳으로 결정하되 항구 도시나 가까운 곳에 항구가 있는 곳으로 결정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러면 프로이센급 전함을 미 해군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나? 독일에서 관전 무관들을 승선시킬 수 있지만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네.”
“아…….”
“그리고 카이저와 따로 만나서 전함 도입 문제를 확정지어야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는 목적이 있었다. 며칠 후, 고무라 대신은 일본 정부의 답신을 가지고 왔다. 일본 정부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여 카이저를 공동 중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