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6)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6화(6/125)
#6화 시설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럼 네가 해.
1899년 11월 25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베를린.
“크흠.”
베를린 황궁의 빌헬름 2세 집무실. 설계도면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티르피츠 장관에게 전했더니 티르피츠 장관은 이를 즉각 빌헬름 2세에게 보고했고, 나는 빌헬름 2세에게 최종보고를 하기 위해서 황궁에 끌려와야 했다. 빌헬름 2세는 근엄한 분위기를 풍기며 의자에 앉아 보고를 시작하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빌헬름 2세는 아주 넓은 테이블을 준비해 놓고 있었고, 나는 그 테이블 위에 설계도면을 펼치고 사면을 고정했다. 설계도면을 펼치자 빌헬름 2세가 가까이 다가와서 도면을 자세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흠, 이 녀석은?”
“장갑 순양함입니다. 전장 165m, 전폭 25m에 기준 배수량은 1만 6천톤 정도로 설계했습니다.”
함선의 전체적인 크기와 배수량에 대해 들은 빌헬름 2세는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장갑 구조는 자네의 그 혁신적인 생각이 담겼군. 장갑의 두께는?”
“갑판 장갑은 60mm, 측면 주 장갑대는 180mm로 설계했습니다. 이 정도 장갑이면 영국 해군의 동급 장갑 순양함을 능가할 겁니다. 수중 방어는 이렇게 흘수선 밑쪽으로 방수 격실을 다수 배치하고, 방수 격벽과 함께 어뢰 방어를 위해 격벽을 삼중으로 배치해 충격을 분산시키도록 했습니다. 이 남는 공간은 석탄을 적재하는 저장고 역할을 하게 됩니다.”
빌헬름 2세는 장갑 구조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설명을 이어 나갔다.
“무장은 21cm 주포 8문으로써 포탑 4기에 이를 배치하고 주포를 이렇게 일직선으로 배치하게 됩니다. 부포는 15cm 포 8문과 8cm 함포를 16문 배치하는 선에서 무장 배치를 결정했습니다.”
“어뢰는?”
빌헬름 2세가 보기에 어뢰 발사관이 빠진 것이 의외인 것 같다. 나는 이 이유에 관해서 설명했다.
“흘수선 밑으로 어뢰 발사관을 탑재하게 되면 함선의 수중 방어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갑판 상에 놓자니 위험해 보이고 이 정도 화력이면 어뢰가 없어도 적함을 상대하는 데 문제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뢰 발사관을 탑재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렇군. 자네 말을 들어보니 수중 어뢰 발사관을 빼는 게 도움이 되겠군. 이해했네. 이 녀석의 최대 속력은?”
“26노트에서 27노트로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관부는 기존의 3중 팽창식 증기 엔진 2기와 파슨스에서 들여올 저압터빈 2기로 추진축 4개를 구동하게 됩니다. 예상 출력은 약 4만 3천 마력으로 현재 영국이 가진 장갑 순양함보다 최소한 5노트는 빠를 겁니다.”
“무장 운용 효율성에서 영국의 장갑 순양함들을 능가하고 장갑도 영국의 장갑 순양함보다 튼튼하면서 속력 또한 5노트는 빠르다……. 우린 이런 괴물 같은 순양함을 가지게 되는가…….”
티르피츠 장관과 나는 빌헬름 2세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빌헬름 2세는 설계도면을 쓰다듬듯 만지면서 무언가 황홀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표정을 정리한 빌헬름 2세는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이 녀석 말고 이 녀석보다 큰 대형 순양함도 함께 설계하라는 것은 어떻게 됐나?”
“준비를 마쳤습니다.”
빌헬름 2세는 장갑 순양함과 함께 더 대형의 선체를 가진 장갑 순양함의 설계 역시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었다. 제국 해군청에서 설계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대형 순양함의 설계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빌헬름 2세가 본 장갑 순양함의 도면은 이 대형 순양함의 축소 버전이라 말할 수 있다.
“휴고, 설계도면 가져오게.”
“여기 있습니다.”
휴고 그레텔 중위는 설계도면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휴고에게서 설계도면을 받아 테이블 위에 펼치기 전에 장갑 순양함의 설계도면을 돌돌 말아서 휴고에게 건네주었다. 휴고가 설계도면을 받아 들자 나는 테이블 앞으로 가서 대형 순양함의 설계도면을 펼쳤다.
“폐하께서 보신 장갑 순양함의 설계도면은 이 대형 순양함을 축소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선체는 전장 180m, 전폭 27m로 기준 배수량은 약 2만 2천 톤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엄청나군.”
“측면 장갑은 250mm, 갑판 장갑은 일단 20mm를 최상부 갑판에 배치하고 60mm를 이 방어 구획에 배치했습니다. 무장은 현재 24cm 주포탑 4기를 탑재하게 되지만, 바베트의 용량을 일부러 확대했기 때문에 28cm 주포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엄청난 녀석이군.”
“기관부는 4만 7천 마력을 탑재해서 최대 속력 25노트를 발휘하도록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대단해.”
빌헬름 2세는 마음에 들었는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설계팀이 만든 설계도면을 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라니? 설계도에 결함이 있나?”
내가 문제가 있다는 말을 꺼내니 빌헬름 2세가 화들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나는 빌헬름 2세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이 녀석을 건조하기에 우리 제국의 조선소 시설이 따라오질 못합니다.”
“뭐라?”
설계도면이 완성된 후, 나는 티르피츠 장관의 허가를 받아서 함부르크의 조선소들을 돌아다니며 내부 시설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몇 가지 문제로 대형 순양함을 건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로 조선소의 도크가 너무 작습니다. 폭은 충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길이가 최대 170m인데 이 녀석의 길이는 175m입니다. 5m 초과로 함선을 건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철강 생산량에 있어서도 크게 부족합니다.”
“흠.”
빌헬름 2세는 내 말을 듣고 팔짱을 낀 채 집무실을 서성였다. 티르피츠 장관은 나에게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철강 생산량이 부족하여 자재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또한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자면 임금을 올려 주고,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잘 알겠네.”
“또한…….”
“아직 남았나?”
“안전한 항해를 위해서는 카이저 빌헬름 운하의 확장과 함께 준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포의 사격 통제를 위해 별도의 사격통제장치 개발이 필요합니다. 관련된 기술자들을 모아 이 장비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흠, 그렇군. 자네 말에 일리가 있어. 일단 문제점들을 잘 찾아 주었군. 그리고 자네가 이야기한 사격통제장치는……. 알프레트, 관련 기술자들을 모아서 최대한 실행하도록 하게.”
“폐하의 지시에 따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빌헬름 2세는 내 말을 듣고 이해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나는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고 티르피츠 장관은 사격통제장치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이야기했다. 하지만 빌헬름 2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알프레트.”
“예, 폐하.”
“해군에서는 이 장갑 순양함을 몇 척이나 건조할 계획인가?”
“폐하의 재가가 떨어지면 6척 정도를 건조할…….”
해군에서는 6척의 장갑 순양함을 건조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빌헬름 2세는 6척으로 부족하다고 판단을 했는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해군에서 계획 중인 건조 계획의 전면 수정을 원하네. 해외 순찰을 위해서 12척의 장갑 순양함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아. 그러니 이 녀석도 12척을 건조하도록 계획을 변경하게.”
“하지만 폐하……. 2척의 장갑 순양함은…….”
독일 제국 해군에는 2척의 장갑 순양함이 취역한 상황이다. 퓌르스트 비스마르크, 프란츠 하인리히. 이 2척의 장갑 순양함은 현재 취역하여 일선에서 활동 중이다.
“그 녀석들은 차후에 해외 매각을 추진하도록 하고 이 녀석으로 12척을 건조하세. 그리고 현재 건조 중인 녀석들도 해외 매각을 추진하도록 하고, 그 뒤에 계획된 함선들은 건조를 백지화시키고 아달베르크 대위의 설계팀이 만든 설계안을 건조하도록 하지.”
“하지만 폐하, 예산이…….”
빌헬름 2세가 지시한 것을 모두 이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군에서 빌헬름 2세의 지시를 이행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현재 해군의 예산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에 가깝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내가 설계한 이 장갑 순양함의 건조 비용은 다른 장갑 순양함보다 비쌌기 때문이다.
“그건 걱정하지 말게.”
“예?”
티르피츠 장관은 카이저의 말에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았지만, 빌헬름 2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예산은 내 어떻게 해서든 마련해 주도록 하지.”
티르피츠 장관은 빌헬름 2세의 이야기를 듣고 걱정이 된다는 듯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육군에서…….”
“그건 걱정하지 말게. 다 방법이 있으니까. 나만 믿고 있게. 그리고 아달베르크 대위.”
“예, 폐하.”
“자네 능력은 이번에 확실하게 확인했네.”
“감사합니다.”
내 능력을 확인했다는 말에 나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빌헬름 2세에게 추가적으로 요청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폐하, 중국에서 큰일이 벌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의화단 전쟁……. 현재 이 문제 때문에 난리가 났다. 빌헬름 2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큰일이 있지. 그런데 그건 왜?”
“저도 중국으로 가서 보탬이 되고…….”
“그건 안 돼.”
“일선에서…….”
“내가 허락할 수 없네. 일선에서 보탬이 되고 싶은 자네의 말은 제국 군인에게 귀감이 될 말이야. 하지만 자네에게는 설계팀이 일선 아니겠나? 그러니 중국으로 가서 참전하는 것보다 설계팀을 이끌며 해군의 함선들을 설계하도록 하게. 자네가 원한다면 10년 뒤에는 일선에서 함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내 힘을 써 보지.”
사실 중국으로 가서 참전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은 다른 설계팀의 견제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긴 그들로서는 나는 카이저의 눈에 든 낙하산 인사겠지. 그래서 우리 설계팀에 대한 견제가 대단히 심각했다. 다른 설계팀의 견제는 단 5개월 만에 나를 지치게 만들기 충분했다.
“설계국 내부 문제는 내가 해결해 보지.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폐하의 뜻에 따르게.”
“알겠습니다…….”
결국 나는 뜻을 꺾어야 했다.
“그러고 보니…… 아달베르크 대위.”
빌헬름 2세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곧 질문이 이어졌다.
“자네 아버지인 아달베르크 백작이 제철소를 운영하지?”
“예, 그렇습니다.”
“자네 아버지 제철소에서 함선에 맞는 철강을 공급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게. 그리고 조선소 시설 공사 역시 자네가 책임지고 맡아서 확장하도록 해. 문제가 있으면 나에게 전보를 보내도록 하게. 내가 최대한 해결해 주지.”
카이저는 이참에 나를 갈아 버리려고 작정한 것 같다. 조선소 시설 확장 공사 역시 나에게 맡기겠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티르피츠 장관도 카이저의 말을 듣고 포기하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기 때문이다.
“자네 설계안을 위해 자네 의견대로 일을 추진할 테니 진행하도록 하게. 일단 함부르크의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부터 시작하지. 근처에 있는 빌헬름스하펜 해군공창과 킬의 게르마니아 베르프트 사 조선소 역시 자네가 맡도록 해. 조선소들과 해군공창에는 내가 미리 이야기해 두도록 하지. 자네의 지시를 내가 지시했다 생각하고 무조건 따르라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알프레트.”
“예, 폐하.”
“자네는 나머지 조선소들과 해군공창 들을 책임지고 맡게. 보고는 나에게 직접 하도록 하고. 아달베르크 대위, 자네도 보고는 나에게 직접 하게.”
“예, 폐하.”
“그리고 아달베르크 대위.”
빌헬름 2세는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는데 그는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말했다.
“열심히 하게. 함선의 건조까지 성공적으로 완성한다면 내 큰 상을 내리도록 하지.”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는 빌헬름 2세였다. 나는 빌헬름 2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