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61)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61화(61/125)
#61화 미국으로
1905년 7월 15일 오후 2시.
독일 제국 함부르크.
황실 요트 호엔촐레른 3호는 오후 2시 정각에 함부르크를 나섰다. 부두를 벗어나 외해로 나가는 동안 할 일이 없어진 승조원 일부는 갑판으로 나와 함부르크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고, 나 역시 호엔촐레른 3호의 갑판 난간에 몸을 기대어 함부르크의 풍경을 감상했다.
“저길 봐, 아달베르크 제철소야.”
수병들은 손가락으로 제철소를 가리켰다. 아달베르크 제철소는 고로 증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1902년부터 함부르크의 풍경은 매년 달라지고 있다. 블룸 운트 포스 조선소는 도크의 숫자가 전보다 많이 늘어났지만 증설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1902년부터 함부르크는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멀어지는 함부르크 항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카이저의 시종이 다가와서 나에게 이야기했다.
“중령님, 폐하께서 찾으십니다.”
카이저가 나를 찾는다는 말에 그가 집무실처럼 사용하는 선실로 내려갔다. 빌헬름 2세는 책상 앞에 앉아 몇 가지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이야기를 꺼냈다.
“러시아에서 받아들인다고 하는군.”
7월 초. 러시아 정부에 카이저와 내가 계획한 중재안을 비밀리에 보냈었다. 그리고 2주 정도가 지나 호엔촐레른 3호가 출항하기 직전에 러시아 정부에서 보낸 답신이 도착한 것이다.
“의외입니다. 영토를 내어 주어야 하는데 받아들인다니…….”
카이저와 나는 중재안을 일본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쳐 나갔다. 일단 남사할린 할양은 사할린 전체를 할양하는 것으로 일본에서도 손해라고 생각할 수 없도록 조항을 바꿨다.
“러시아의 국내 상황이 좋지 않아. 아직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니 백성들은 언제든지 병력을 남하시킬 수 있다고 보는 걸세. 그렇게 되면 살아 나가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니 반발을 하는 것이고……. 어쨌든 사할린 할양에 대해서 니키가 동의를 했고 오호츠크해와 베링해의 어업권을 일본에 할양하는 조항도 동의했으니 중재는 더 쉬워질 거야.”
“그럴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대폭 양보를 했으니 일본도 뭐라고 못 하겠지요.”
러시아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재안을 받아들여 손해를 각오하고 양보한 셈이다. 그러니 일본도 반발할 수 없을 것이다.
“뷜로 총리도 차관 제공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중재에는 문제가 없네. 그리고 그 조선……. 아니 대한 제국이라는 나라는 내정에 문제가 많아 보이더군.”
“예. 제가 봐도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그래서 공사관의 규모를 확대하여 우리 독일에 우호적인 세력을 만들고 차후에 내정을 우리 입맛에 맞게 통제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중재안에는 대한 제국이 영구적인 중립국으로 남는다고 되어 있지만, 조항을 살짝 회피하는 것으로 친독파 세력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니 세력 확대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으니 한번 해 보는 수밖에 없군.”
“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요.”
“루스벨트에게 제안할 것도 몇 가지 있으니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루스벨트와 교섭해 볼 생각일세. 자네도 내 뒤에서 좀 도와줬으면 해.”
“알겠습니다.”
나는 카이저가 고민하는 것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어느 정도 방향을 제시하니 카이저의 외교 부분도 상당히 발전하고 있다. 그는 이제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국가에 이로운 방향으로 외교에 손을 대고 있다.
“미국까지 가는 데 8일 걸린다고 했나?”
“정확하게는 9일입니다.”
“좋아. 그러면 남은 9일 동안 여러 가지를 논의하도록 하지.”
“함교에서 통지 드립니다. 전함 프로이센과 장갑 순양함 샤른호르스트가 본 함을 호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곧 북해로 진입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된다. 나는 카이저의 맞은편에 앉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재와 함께 미국 정부와의 협의도 앞두고 있으므로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호엔촐레른 3호는 전함 프로이센과 장갑 순양함 샤른호르스트, 그나이제나우의 호위를 받으며 북해에 진입했고 미국을 향하여 함수를 돌려 20노트의 속력으로 항해했다.
* * *
1905년 7월 24일 오후 2시.
미국 포츠머스.
뉴햄프셔주 포츠머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포츠머스 해군조선소의 부두에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인가?”
“곧 도착할 겁니다. 호엔촐레른 3호에서 전보로 곧 입항한다고 통지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독일의 빌헬름 2세와 그 일행을 마중 나와 있었다. 공동으로 러시아와 일본 사이를 중재해야 하는 파트너를 맞이하기 위해 직접 나온 것이다. 물론 다른 목적도 있었다.
“드디어 보게 되는가…….”
루스벨트 대통령과 함께 나온 이는 바로 조지 듀이 제독이다. 그 역시 독일 황제의 요트와 함께 입항할 다른 함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옵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듀이 제독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본 루스벨트 대통령은 입항을 시도하는 2척의 함선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한 척은 독일 제국 황실 요트인 호엔촐레른 3호였고 다른 한 척은 그토록 기다리고 있었던 프로이센급 전함이었다. 두 함선은 조선소 부두에 접근한 후 예인선의 도움을 받아 부두에 정박했고 곧 홋줄을 연결하며 최종 입항을 마쳤다.
“흠.”
호엔촐레른 3호와 프로이센급 전함에서 현문이 내려졌다. 현문이 설치된 후, 호엔촐레른 3호에서 두 사람이 부두로 내려오는 것을 본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미합중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대에 감사하오.”
루스벨트 대통령은 독일의 빌헬름 2세와 악수를 했다. 빌헬름 2세와 악수를 한 후, 루스벨트 대통령은 빌헬름 2세의 뒤에 서 있는 젊은 중령과도 악수를 주고받았다.
“베르너 폰 아달베르크 중령입니다.”
아달베르크라는 이름을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아주 반갑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네가 아달베르크 중령인가……. 그동안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만나게 된 것은 처음이군. 반갑네.”
빌헬름 2세는 내가 루스벨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대통령께서 전함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 프로이센급 전함에 한 번 승선해보지 않겠습니까?”
출발하기 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프로이센급 전함을 공개함과 동시에 승선 기회를 주겠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빌헬름 2세는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카이저의 제안을 듣고 아주 기쁘다는 듯 뒤에 서 있는 듀이 제독을 카이저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자네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네. 앞으로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를 바라네.”
듀이 제독은 나에게 관심이 많은 듯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면서 영어로 이야기했다.
“저 역시 미 해군의 전력 강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은 프로이센급 전함에 승선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카이저를 바라보았고 그는 이들에게 전함을 공개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카이저의 재가가 떨어지자 나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따라오십시오.”
나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을 안내하여 프로이센 함에 승선했다. 미리 통지해 두었기 때문에 프로이센 함은 귀빈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상태로 입항했고, 덕분에 두 귀빈은 훈련이 매우 잘 되어 있는 프로이센 함의 승조원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그들을 안내하여 함수 갑판에 도착했다.
“이것이…….”
“28cm 연장 포탑입니다. 인치를 기준으로 하면 11인치 정도 되겠군요.”
“적층식 포탑이라……. 우리도 연구 중이긴 한데 아직 갈 길이 멀어. 하지만 독일 해군은 적층식 포탑을 함선에 적용하는 데 성공했군…….”
“예. 성공적으로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서 미 해군도 이런 전함을 다수 보유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내가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자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은 고무되었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프로이센급 전함을 주문해서 얼마나 속이 상했는지 모를 거요.”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차후에 협상장에서 이야기하라는 폐하의 지시가 있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협상장에서 이야기하라는 뜻을 알아차렸다. 독일 제국도 전함의 판매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프로이센급 전함은 약간은 과도기적 성격이 있는 함선입니다. 동력부는 현재 기존의 3중 팽창식 증기 엔진과 저압 증기터빈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긴 그럴 만하군. 프로이센급 전함이 최초로 건조되었을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듀이 제독은 프로이센급 전함의 동력부가 왜 증기 엔진과 증기터빈이 혼용되었는지 이해하는 것 같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나중에 전함 도입 협상 때 이야기할 생각이다. 어쨌든 나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에게 프로이센 함의 내부를 보여 주었고, 두 사람은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프로이센 함에서 내릴 때 무언가 생각이 많아진 것 같이 보였다.
* * *
1905년 7월 25일 오전 11시.
영국 런던.
“카이저가 미국의 포츠머스에 도착했다고?”
“예. 그렇게 보고 받았습니다.”
벨푸어 총리는 달갑지 않은 소식을 보고받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전쟁을 중재하기 위해 카이저가 미국으로 향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요즘 들어 머리가 좋아진 카이저가 미국으로 갔다고 하니 마음이 놓이질 않는군. 이번에는 미국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
최근 독일의 카이저는 외교 무대에서 크게 발전된 실력을 보여 주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는데, 양쪽에서 이익을 취하여 독일 제국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다가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 전함을 판매하면서 보여 줬던 솜씨 역시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는 루스벨트입니다. 외교력이 발전했다고 한들 과연 통하겠습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지.”
보좌관들이나 각료들은 카이저가 외교 능력이 발전되었다고 하지만 루스벨트 앞에서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피셔 제독은 표정이 상당히 어두웠는데 벨푸어 총리는 표정을 굳히고 있는 피셔 제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제1 해군경은 무슨 생각을 그리하는 중이오?”
“카이저가 미국에 갈 때 프로이센급 전함을 호위함으로 두어 미국으로 간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무슨 소리인가?”
벨푸어 총리는 피셔 제독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전함이 호위함으로 따라간 것은 카이저의 안전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고의 호위 전력이기 때문에 독일 해군도 전함을 호위함으로 보냈을 텐데 그것이 마음에 걸리다니?
“프로이센급 전함은 독일의 최신예 함선입니다. 그리고 프로이센급 전함을 바탕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전함을 팔아먹은 것이 독일 아닙니까…….”
“설마 미국에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피셔 제독의 이야기를 듣던 벨푸어 총리는 표정이 잠깐 심각해졌다가 별일 아니라는 듯 표정을 고치고 피셔 제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독일이 미국에 전함을 판다고?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네. 독일보다 우리와 가깝게 지내니까 우리 전함을 도입하려고 하겠지.”
벨푸어 총리는 현재 상황을 아주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제아무리 루스벨트라 하더라도 영국과의 관계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카이저를 수행하는 수행원으로 아달베르크 중령이 갔으니…….”
“자네는 너무 걱정이 많아. 아달베르크 중령이 동행했다고 하더라도 카이저와 루스벨트의 성향은 어울릴 수 없네.”
벨푸어 총리는 피셔 제독이 너무 과민반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피셔 제독은 마음속으로 떠오르는 불안을 감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