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62)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62화(62/125)
#62화 미국과의 협상 (1)
1905년 7월 25일 오후 2시.
미국 포츠머스.
어제 오후. 프로이센 함에 승선하여 크게 만족한 루스벨트 대통령과 듀이 제독은 다시 포츠머스 해군조선소 부두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국무장관과 함께 해군부 장관을 대동하고 왔고 그들은 경비를 서고 있던 수병들의 안내를 받아 호엔촐레른 3호에 승선했다.
“아, 어서 오시오.”
빌헬름 2세는 객실로 내려온 그들을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나도 선실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그들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옷을 갖춰 입고 급히 나와서 대통령 일행을 맞이했다.
“또 보는군.”
“어서 오십시오.”
“자자,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읍시다. 이리로 오시오.”
빌헬름 2세는 루스벨트 대통령 일행을 회의실로 데려갔고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그리고 나와 빌헬름 2세도 맞은편에 앉아 그들과 마주 보게 되었다. 그들과 마주 앉게 되자 빌헬름 2세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소?”
“어제 프로이센 함에 승선한 후, 워싱턴 DC로 돌아가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여기 앉아 있는 해군부 장관과 협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으로 나온 것이 우리도 프로이센함 같은 전함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물론 그것만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와 더 가깝게 지내고 싶다?”
“그렇습니다.”
빌헬름 2세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친구를 환영하오. 자, 이제 이야기를 해 봅시다.”
이야기를 해 보자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해군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프로이센함 같은 전함을 최소한 6척 정도 원합니다. 2척은 독일에서 건조하고 4척은 미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이…….”
빌헬름 2세는 손을 들어 해군부 장관의 발언을 막았다. 그리고 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질문했다.
“자네가 설계한 그걸 제안해 보도록 하지.”
“예.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이센 함을 보고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똑같은 함선을 건조하려고 하는 것 같으니까 개량형을 제안하면 먹힐 겁니다.”
내 대답을 들은 빌헬름 2세는 고개를 들어 해군부 장관과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미국 같은 신흥 강대국이 28cm……. 그 아달베르크 중령, 인치로 얼마였지?”
“11인치입니다.”
“아, 그래. 11인치 주포로 만족하는 거요?”
“예?”
11인치로 만족하냐는 빌헬름 2세의 물음에 해군부 장관은 크게 당황했다.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아직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루스벨트 대통령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한숨을 쉬고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미국 해군에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에서 도입할 예정인 전함보다 더 우수한 전함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12인치(30.5cm) 주포로 무장한 프로이센급 전함의 확대 개량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지금 뭐라고 하셨소?”
내 말을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깜짝 놀라서 물어보았다. 자신의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모양이라 빌헬름 2세가 직접 이야기했다.
“12인치 포격 전함을 제공한다고 했소. 그리고……. 나머지는 아달베르크 중령, 자네가 이야기하게.”
빌헬름 2세는 나에게 설명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전함의 건조는 우리가 3척, 미국이 나머지를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미국에 제공하게 될 전함은 주포는 12인치, 최대 속력은 22노트 정도의 신형 전함입니다. 자세한 설계 도면을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조금 작게 만든 설계 도면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건네주었다. 대통령과 듀이 제독, 그리고 해군부 장관은 그 설계 도면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이센 함과 같은 동급 전함을 도입하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보다 더 뛰어난 전함이라니……. 아주 좋소.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게까지 우리에게 호의를 베풀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소.”
루스벨트 대통령은 감동했다는 듯 아련한 눈빛으로 나와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빌헬름 2세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한번 보고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우리는 미국과 친구가 되고 싶소. 그리고 미국을 인정하고 있으니 12인치 포격 전함을 제공하기로 한 겁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하자면 12인치 주포는 우리가 현재 건조 중인 전함에 탑재하려고 생각한 신형 함포요.”
“이제 사용을 결정한 신형 함포를……. 정말 고맙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군. 어쨌든 최대 속력 22노트라 했소?”
“그렇습니다.”
“듀이 제독, 그리고 해군부 장관……. 몇 척이나 건조하면 좋겠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몇 척이나 건조하면 좋을지 질문을 던졌다. 그때 빌헬름 2세가 이야기했다.
“예산이 여의찮다면 우리가 차관이나 제국 은행의 대출을 주선할 수 있소. 이자는 1%만 붙인 초저리 대출로.”
초저리 대출이라는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할 말을 잃어버린 듯 입을 뻐끔거렸다. 어쨌든 대안이 생겼다는 뜻이니 어느 정도 부담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해군에서는 태평양과 대서양 함대에 전함을 분산배치 해야 하니 최소한 8척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운용하면서 생기는 단점은 모두 다음 함선에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듀이 제독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점이야 설계 개량으로 제거할 수 있지. 그리고 빌헬름 2세와 이야기했던 파격적인 조건 하나를 제안했다.
“그리고 미국 해군이 8척을 건조한다면 마지막 7, 8번 함은 독일 해군에서 건조하는 전함의 새로운 주포를 탑재하도록 주포를 제공하겠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주포의 구경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12인치보다는 더 대구경입니다.”
“뭐요?”
“우리는 새로운 주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해군에서도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주포를 한번 써 볼 수 있도록 7, 8번 함에는 새로운 주포를 제공하겠습니다.”
말을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각하?”
내 이야기를 듣고 기절했는지 듀이 제독이 대통령을 살짝 건드리자 옆으로 넘어갔을 뿐이다.
“각하!”
루스벨트가 쓰러지고 나는 그의 맥박을 확인했다. 맥박은 아직 뛴다. 그런고로 살아 있다. 그의 목에서 넥타이를 풀자 잠시 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너무 놀라서 잠깐 의식을 잃었었소. 어쨌든 독일에서 그 정도까지 해 준다면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 같소. 사실 영국에서도 우리와 접촉해서 전함의 판매를 제안했었는데 조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었거든. 이야기하자면…….”
영국은 미국 정부와 접촉해서 드레드노트급 전함을 판매하겠다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미국이 전함을 건조하면서 기술력을 가지지 못하게 영국 본토에서 건조하고 몇 가지 조건을 다는 등 루스벨트 대통령의 마음을 건드렸다고 한다.
“아달베르크 중령, 이 설계 도면을 내가 가져도 되는가?”
듀이 제독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예, 그러십시오. 다시 가지고 갈 목적으로 가져온 것이 아닙니다. 선물로 드리지요.”
도면을 선물로 얻게 된 듀이 제독은 설계 도면을 곱게 접어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해군부로 돌아가서 휘하 장교들이나 제독들과 협의하기 위해서는 필요하겠지. 어쨌든 대통령은 다시 자리에 앉았고 나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 나갔다.
“그리고 전함에 활용할 동력 체계 개발을 미 해군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면 합니다.”
전함의 도입뿐만 아니라 동력 체계까지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급히 말을 꺼냈다.
“도입하겠소.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도입해야 할 것 같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독일 제국이 너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를 놓치면 앞으로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런 아낌없는 제안을 준 독일과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그건 나도 바라는 바요.”
빌헬름 2세는 루스벨트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선 파격적인 조건으로 전함을 판매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우리도 미국에 원하는 것이 있소.”
“말씀을 들어 보겠습니다.”
국무장관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수첩을 꺼냈다. 빌헬름 2세는 곧 입을 열었다.
“미국의 석유를 수입하고 싶소. 텍사스 유전지대가 있으니 미국의 석유를 수입하는 것이 미국에도 좋고 우리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소?”
뭔가 큰 것을 바라는 것 같아 긴장을 풀지 않고 있던 국무장관은 힘이 빠진 듯 수첩에 빌헬름 2세의 이야기를 적었다. 하지만 하나 큰 것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베네수엘라의 자원 탐사를 미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을 제안하오. 자원이 나왔을 시에 베네수엘라에 34%를 분배하고 나머지 66%를 절반씩 미국과 나눠서 가지는 것은 어떨까 하는데 대통령께서는 어찌 생각하시는지?”
빌헬름 2세의 이야기를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빌헬름 2세를 바라보았다. 다른 꿍꿍이속이 있나 판단하는 것 같다. 빌헬름 2세도 대통령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자원 말고 다른 욕심은 없소. 중앙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이권에 손을 대지 않을 거요. 그럴 생각도 없고. 내 그건 약속하리다.”
“베네수엘라의 자원이라…….”
“현지에 체류했던 독일 국민의 보고에 따르면 거기서 석유 비슷한 것을 봤다는 사람이 많소. 그러니 본격적으로 자원을 탐사하여 베네수엘라나 미국, 그리고 우리 독일도 자원의 수혜를 누리자는 거요.”
“베네수엘라 사태 때는…….”
“그때는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했으니까 그렇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소.”
루스벨트 대통령은 빌헬름 2세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빌헬름 2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면 베네수엘라 정부를 설득해서 우리 미국과 독일이 자원 탐사를 진행하도록 해 보지요. 땅만 빌려주고 자원을 분배받으니 베네수엘라 정부도 아무 말 못 할 겁니다.”
대통령의 말에 카이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가 대충 마무리되는 것 같아서 나는 다른 안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 해군과 공동으로 구축함을 개발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구축함? 독일 해군과 공동으로 말이오?”
듀이 제독이 나를 바라보며 묻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이라는 대양에서 작전을 펼쳐야 하므로 대양에서 작전행동이 가능한 구축함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에서도 대양 작전용 구축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니 미국과 공동으로 구축함을 개발하여 건조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만…….”
구축함 공동 개발까지 이야기가 나오자 듀이 제독의 얼굴에서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고 국무장관도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머릿속으로 생각에 잠긴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몇 가지 요구가 더 있소.”
“말씀하십시오.”
빌헬름 2세가 입을 열었다. 그는 국무장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독일 기업이 미국 기업에 투자하면 일부 세금을 좀 깎아 주었으면 하오. 세금 문제 때문에 미국기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주저하게 되니까.”
“그 문제는 내가 국세청장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 보지요.”
빌헬름 2세의 이야기를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어쨌든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하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대통령 일행은 식사까지 얻어먹고 호엔촐레른 3호에서 하선하여 숙소로 잡아 둔 포츠머스의 호텔로 돌아갔다.
“후우, 이야기는 잘 된 것 같군.”
“예. 우리가 독일로 돌아가기 전까지 결정해서 서류에 서명하겠다고 했으니 아직 긴장을 풀 수 없지만 잘 될 것 같습니다.”
빌헬름 2세는 아주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는 아주 잘 풀려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독일과 빌헬름 2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했다. 그리고 미국이 얻어 가는 것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가 얻어 갈 것도 많았고. 상호 간에 얻는 게 많으니 그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어쨌든 이번 건으로 미국 정부와 가까워지겠지. 자네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독일의 이익에도 부합하겠지.”
이번 회담은 꽤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번 회담에 힘을 쏟아서 피곤하다는 듯 선실로 내려갔고, 나는 갑판에서 포츠머스의 야경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