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78)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79화(78/125)
#79화 아달베르크-스톨리핀-에렌탈 밀약 (2)
1907년 5월 2일 오전 8시.
독일 제국 베를린.
“그럼 출발하지.”
대사관에서 하룻밤을 묵은 에렌탈 장관은 대사관에서 상수시 궁전에서 보낸 마차에 올랐다. 그는 마차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독일과 러시아가 어떤 조건을 제안할지 예상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러시아가 발칸에서 물러설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도대체 어떤 조건을 제안할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는 마차 바깥의 거리를 바라보았다. 빈도 활기가 넘치는 도시지만, 베를린은 빈보다 더 활기차 보였고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물건의 가짓수도 더 많아 보인다.
“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까지 활기차지 않았는데…….”
독일 제국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을 넘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거리에는 활력이 넘쳤다. 그리고 마차는 1시간 정도를 달려 상수시 궁전에 도착했다.
“도착했습니다.”
마부의 말에 장관은 결의에 찬 분위기를 띠며 마차에서 내려 궁전으로 들어갔다. 시종의 안내를 받고 향한 곳은 궁전의 회의실. 에렌탈 장관은 문 앞에 서서 숨을 골랐다. 그리고 시종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시종은 회의실 문을 열었다.
“아, 에렌탈 장관. 어서 오시오.”
장관을 환영한 이들은 러시아의 스톨리핀 총리, 그리고 아달베르크라고 알고 있는 장교였다. 영관급 장교가 독일을 대표하는지 독일의 실무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독일 쪽 실무자들은…….”
“독일 실무자는 여기 아달베르크 중령이 맡을 것이오. 당신도 이야기를 나눠 보면 마음에 들 거요.”
에렌탈 장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표정을 굳히며 자리에 앉았다. 아달베르크 중령은 조심스럽게 문서들을 정리해서 에렌탈 장관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스톨리핀 총리님과 협의한 안건입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도 이익이 되고 독일, 러시아에도 이익이 되도록 조정했습니다.”
에렌탈 장관은 이야기를 듣고 문서를 들여다보았다.
“보스니아를 우리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이 합병해도 러시아에서는 이를 승인한다는 말씀입니까?”
에렌탈 장관은 첫 번째 항목부터 경악했다는 듯 고개를 들어 스톨리핀 총리를 바라보았다. 스톨리핀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에렌탈 장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동맹인 이탈리아를 위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최대한 노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보스니아를 합병하는 대신 보상금을 지급한다든가 아니면 이탈리아가 미수복 영토라 생각하는 곳 중에서 쓸모가 없는 곳을 할양한다든가 조치를 진행해야 합니다.”
“그 정도는 우리 폐하께서도 이해하실 겁니다. 최대한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영토를 내어 주는 것은 쉬운 일이다. 황제의 승인만 있으면 언제든지 돌려주어도 문제가 없으니 에렌탈 장관은 수긍한 것이다.
“그리고 차후 발칸반도에서 생길 이익을 삼국이 공동으로 분배한다. 이것도 좋군요.”
“여기까지가 우리 러시아가 양보할 수 있는 선이오. 더는 곤란하오.”
“잘 알겠습니다.”
에렌탈 장관에게는 러시아의 양보가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이 정도까지 양보하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항목은 우리 독일과 러시아의 조건입니다.”
“흠…….”
에렌탈 장관은 그 항목들을 조심스럽게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 러시아의 경제 발전을 독일이 돕는다는 내용과 함께 전함 건조에 관한 항목도 들어 있다. 에렌탈 장관은 고개를 들어 아달베르크 중령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우리도 해군 함선 쪽은 양보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무언가를 받아 가야…….”
“전함은 곤란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해군을 위한 함선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샤른호르스트급 장갑 순양함 2척을 싼값에 매각하겠습니다.”
여유가 되는 샤른호르스트급 장갑 순양함 2척을 매각하라는 것은 빌헬름 2세의 제안이었다. 나는 카이저의 제안을 그대로 전달했고, 에렌탈 장관도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에렌탈 장관은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에서는 보스니아를 양보받았고 독일에서는 장갑 순양함 2척을 싼값에 양도를 받는 양보를 얻어 냈다. 러시아와 독일에서 양보를 받아 냈으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게는 좋은 조건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추가로 낙후된 갈리치아의 교통망은 러시아와 철도를 연결하고 우리 독일에서 어느 정도까지는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항목에 집어넣고 싶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그러면 저는 일어서지요. 폐하께 오늘 회담에서 나온 조건을 보고해야 합니다. 최종적으로 폐하의 재가가 떨어져야 서류에 서명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예. 그러면 오늘 만남은 여기까지 하지요.”
에렌탈 장관은 서둘러서 대사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회담에서 독일과 러시아가 제안한 조항들을 모두 전신을 이용해 빈으로 보냈다.
* * *
1907년 5월 2일 오후 7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수도 빈.
“이걸 보게. 에렌탈이 해낸 것 같군.”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에렌탈 장관이 베를린에서 보낸 전보를 받고 미소를 지었다. 총리를 비롯해 내각 각료들도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에서 보스니아를 양보받았고 독일에서는 장갑 순양함 2척을 양도하고 낙후된 갈리치아의 교통망 개선을 지원한다니……. 이건 큰 양보입니다.”
“거기에 발칸에서 나오는 이익을 세 국가가 동등하게 나눠서 가진다……. 이 조항도 마음에 드는군요. 폐하, 지금 동맹을 맺지 않는다면 발칸에서 계속 러시아와 경쟁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동맹을 맺어 러시아와 동등하게 이익을 나눠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각료들은 모두 황제에게 갑자기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프란츠 요제프 1세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항목이 있다는 듯 각료들을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기 이 항목을 보세. 이탈리아에 그들의 미수복 영토 중에 일부를 할양하거나 보상금을 지급하라니? 이게 마음에 안 드는데, 우리 땅을 왜 내어 주어야 하는가?”
“하지만 이탈리아도 동맹입니다. 그들을 달래려면…….”
“시끄럽네. 단 한 발자국의 땅도 내어 줄 수 없어. 그러니 여기 최대한 노력한다는 말을 이용해서 뭉개버리는 것이 좋겠어. 협상장에서 보상에 대한 말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나?”
“아, 그래도 될 것 같습니다.”
영토에 대한 욕심이 그득한 프란츠 요제프 1세는 이탈리아에 그 어떤 땅도 할양할 마음도 없었고 보상금을 지급할 마음도 없었다. 그러니 최대한 노력했다는 것을 빌미로 아무것도 주지 않을 생각이다.
“에렌탈에게 내가 재가했다고 답신을 보내도록 하게. 그리고 이탈리아 문제는 상세하게 적어서 보내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보좌관은 전보로 보낼 내용을 상세하게 적었다. 그리고 에렌탈 장관에게 전보를 보내 황제의 뜻을 전하도록 했다. 다음날 오전, 에렌탈 외무장관은 빈에서 보낸 전보를 받고 상수시 궁전으로 들어갔다.
* * *
1907년 5월 3일 오전 11시.
독일 제국 포츠담.
에렌탈 외무장관은 상수시 궁전을 찾았다. 회의실로 올라간 그는 기쁜 마음으로 아달베르크 중령과 스톨리핀 총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황제께서 재가하셨습니다. 이번 밀약을 받아들이고 러시아를 동맹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좋습니다.”
아달베르크 중령은 에렌탈 외무장관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스톨리핀 총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추가로 논의했던 조항까지 추가한 서류입니다. 여기에 서명하면 2주 이내로 베를린에서 각국 외무장관이 모여 동맹을 공식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스니아 합병은 내년에 추진하는 것으로 하는 것이 보기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에렌탈 장관은 서류를 훑어보았다. 서류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보스니아 합병을 1908년에 진행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는 모든 조항을 읽어 보고 문제가 없음을 인식하고 서류에 서명을 남겼다.
“스톨리핀 총리 각하, 여기 있습니다.”
에렌탈 장관은 스톨리핀에게 서류를 넘겨 주었다. 그는 조항을 미리 읽어 봤다는 듯 서류에 서명했고 아달베르크 중령에게 서류를 넘겨 주었다. 아달베르크 중령은 독일 제국 외무장관 대리 전권대사라는 항목에 자신의 서명을 남겼고 세 사람은 똑같은 서류 2부에 서명을 추가로 한 뒤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것으로 우리 독일과 러시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삼제동맹이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없어졌던 삼제동맹이 부활하게 되는 순간이다. 에렌탈 장관과 스톨리핀 총리는 서로 악수했고 에렌탈 장관은 아달베르크 중령과도 악수했다. 그와 악수하면서 에렌탈 장관은 아달베르크라는 인물을 평가했다.
‘대담하고 머리가 상당히 비상한데……. 카이저가 아끼면서 곁에 둘만 하군.’
페르디난트 대공은 아달베르크 중령을 절대로 무시하지 말라고 했었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무시하지 않기를 잘한 선택이었다.
“서류는 각국에서 1부씩 보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에렌탈 장관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보관할 서류를 넘겨받았다. 스톨리핀 총리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으로 훗날 아달베르크-스톨리핀-에렌탈 밀약이라 불리는 비밀 협의가 끝이 났다.
* * *
1907년 5월 10일 오전 11시.
이탈리아 왕국 로마.
영국의 외교관과 프랑스의 외교관은 로마에서 이탈리아 왕국 총리 조반니 졸리티와 면담하고 있었다.
“이대로 이탈리아 왕국이 동맹에서 탈퇴하면 우리가 이탈리아 왕국을 도울 수 있습니다. 우선 오스만 제국의 아프리카 영토를 이탈리아가 침공하면 우리가 동의하겠습니다.”
“흠, 그게 정말이오?”
“그렇습니다. 이탈리아 왕국군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소. 우리도 오스만 제국의 영토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지.”
영국, 프랑스 외교관들은 이번 만남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는 목표라도 잡았는지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들은 이탈리아 왕국이 삼국 동맹에서 탈퇴하여 곧 진행할 영국-프랑스 동맹에 합류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탈리아산 농산물이나 제품들에 관하여 관세를 낮추도록 할 예정이라고 내각에서 전해왔습니다.”
“그건 정말 도움이 될 거요. 솔직히 독일은 오스트리아-헝가리에 신경을 썼지, 우리 이탈리아는 항상 소외당해 왔다오. 조금 섭섭했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우리를 챙겨 준다면야 동맹 탈퇴를 생각해 보겠소.”
“우리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뒤늦게 합류한 일본의 외교관이 이야기했다.
“동맹국인 영국의 뜻이 그러하다면 우리 일본도 이탈리아가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습니다.”
“흠.”
졸리티 총리는 창가를 서성이며 생각에 잠겼다. 프랑스 외교관이 계속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영국의 외교관은 총리에게 시간을 주자는 듯 그를 가로막았다.
“무기 수입에 관해서도 혜택이 있소?”
“물론입니다.”
“우리 프랑스의 금융계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나 기업에 혜택을 주도록 정부에서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흠.”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이탈리아를 삼국 동맹에서 탈퇴시키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삼국 동맹을 깨트려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고립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비교해 조금 소외당하고 있는 이탈리아를 자극하고 있다.
“이번에 우리 영국-프랑스가 동맹을 체결하려고 합니다. 거기에 이탈리아가 합류하고 기존 동맹국인 일본도 있으니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일본 이렇게 4개국이 동맹을 맺어 독일에 이탈리아를 소외시킨 대가를 보여 주심이 어떨는지요?”
“흠. 혜택만 확실하다면야…….”
“동맹에 합류하시면 그보다 더 좋은 조건도 논의할 수 있습니다.”
졸리티 총리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국왕의 재가가 떨어지자 졸리티 총리는 삼국 동맹에서 탈퇴하고 영국-프랑스-일본 동맹체계에 합류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것으로 독일-오스트리아 헝가리-이탈리아가 체결한 삼국 동맹이 붕괴하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을 완벽하게 뒤집을 조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