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88)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88화(88/125)
#88화 발전하는 독일 제국군 (2)
1907년 9월 10일 오후 2시.
대영 제국 런던.
영국 총리관저. 캠벨배너먼 총리는 영국을 방문한 네덜란드 외무장관 일행과 접견을 가졌다.
“그러니까 독일에 전함을 발주하라는 겁니까?”
“그렇소. 어차피 식민지 유지를 위해서는 전함이 필요한 것 아니오?”
“그건 그렇습니다만…….”
“우리가 비용을 지원하겠소. 그러니 독일제 전함의 도입을 추진해 보도록 하시오.”
캠벨배너먼 총리의 말을 들은 네덜란드의 외무장관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해군 제독들과 런던을 방문한 것은 영국제 전함을 시찰하고 본격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독일제 전함을 도입하라니?
“이해할 수 없군요. 사이가 좋지 않은 독일제 전함을 도입하라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소.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지. 우리는 독일의 전함 설계 기술을 눈으로 보고 싶은 거요.”
“예? 설마 우리가 도입하면 전함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고 싶다는 겁니까?”
“그렇소.”
피셔 제독은 완벽한 전함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설계 기술을 훔쳐야 한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래서 안보 부분에서 영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네덜란드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네덜란드 해군이 독일제 전함을 인도받으면 영국 해군의 기술자들이 내부 구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독일의 설계 기술을 파악하여 영국 해군이 새로 건조할 전함에 적용할 것이다.
“1번 함의 건조 비용은 우리 정부에서 부담하겠소.”
“그 대신 내부 구조를 파악하게 해 달라?”
“그렇소.”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동행한 해군 참모총장이나 다른 제독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장관은 캠벨배너먼 총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2번 함까지 건조 비용을 부담해 주신다면야 함선을 뜯어보건 말건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우리도 독일과의 외교 관계가 아주 안 좋아질 겁니다. 그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현재 영국이 2번 함의 건조 비용까지 부담한다고 해도 우리 네덜란드에는 손해입니다.”
장관의 요구를 들은 캠벨배너먼 총리는 턱을 만지작거리다가 재무장관을 바라보았다. 재무장관은 그 정도는 받아들여도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총리는 네덜란드 외무장관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소. 거래 성립이오.”
“본국에 협상 사실을 알리고 승인을 받으려면 이틀 정도는 걸릴 겁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소.”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일행과 함께 총리관저를 나섰다. 외무장관 일행이 대사관으로 돌아간 후, 캠벨배너먼 총리는 의자에 몸을 기대며 피셔 제독을 바라보았다.
“독일의 전함 설계 기술을 빼 오는 수업료치고는 꽤 비싼 값이오.”
“하지만 이 방법 말고는 놈들의 설계 기술을 훔칠 방법은 없습니다.”
피셔 제독은 캠벨배너먼 총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독일 해군을 압도할 수 있는 해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놈들의 설계 기술 탈취가 필수적이었다.
“일단 우리 기술자들은 새로운 포탑 배치를 고안했고, 이를 적용한 전함은 며칠 전부터 착공에 들어갔습니다. 순양전함도 몇 척은 새로운 포탑 배치 방식으로 함선을 건조하게 될 겁니다.”
캠벨배너먼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전에 보고 받기로 새 전함과 순양전함의 포탑 배치는 드레드노트의 포탑 배치와 비교했을 때 진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독일 해군을 수적으로 제압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개선된 전함이 등장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제안을 받아들이면 좋겠군.”
“하지만 독일에서 거절할 수도 있으니 일이 잘못된다면 우리가 네덜란드에 전함을 판매하는 문제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총리는 제1 해군경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후,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본국에서 영국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답신을 받아왔다.
* * *
1907년 9월 20일 오전 10시.
독일 제국 베를린.
경순양함 라이프치히와 기타 함선들은 한 달간의 항해를 거쳐 9월 12일 빌헬름스하펜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경순양함 라이프치히는 도착 직후 예비함선으로 분류되었고 나머지 함선들도 순차적으로 퇴역하게 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어쨌든 나는 6일간 함부르크의 본가에서 쉬면서 여독을 풀고 어제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흠. 칭다오의 항만 시설이 동양함대의 증강을 수용할 수 있다고?”
“예. 보급 요소만 일부 확충하면 꽤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겁니다.”
티르피츠 장관은 내가 작성한 보고서를 받아서 읽어 보고 있었다. 카이저의 지시가 있었지만, 티르피츠 장관도 동양함대의 증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고서를 주의 깊게 읽어 내려갔다.
“흠, 보급을 위한 부두를 별도로 건설하는 것이 좋겠군. 크레인이나 하역을 위한 장비들의 숫자를 늘리면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티르피츠 장관은 칭다오의 부두를 확장하여 보급 전용 부두를 따로 건설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티르피츠 장관의 이야기를 듣고 대답했다.
“유류 저장고도 필요합니다. 전함이나 순양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중유로 전환하고 있으니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의 건설은 필수적입니다.”
“흠, 그렇겠군.”
독일 해군은 연료를 석탄에서 중유로 교체하고 있었다. 기존의 석탄-중유 혼소 보일러를 중유 연소 보일러로 개조하거나 개수를 통해 효율이 더 높은 신형 보일러로 교체하는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다. 신규로 건조 중인 함선들은 모두 중유 연소 보일러를 탑재하여 석탄의 사용량이 줄고 있었다.
“예산을 편성해서 확장 공사를 진행해야겠어. 해군 참모부에서도 칭다오의 항만 시설 확대를 바라고 있으니까 거기에 더해서 자네가 이야기한 유류 저장시설도 확충하도록 하지.”
“예.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칭다오의 항만 시설 확장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티르피츠 장관은 칭다오 시찰 보고서를 한쪽에 내려놓고 일본 해군 함선에 관한 보고서를 들었다.
“장갑 순양함 츠쿠바?”
“예. 30.5cm 주포를 탑재한 장갑 순양함이었습니다.”
티르피츠 장관은 아주 신중하게 보고서를 읽어 보았다. 보고서로 시선을 두고 있지만 나에게 듣고 싶은 것이 있다는 듯 그는 입을 열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가 보기에 어떻던가?”
“함의 전체적인 균형은 괜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증기터빈을 쓰지 않고 일반적인 증기 엔진을 사용했고 승조원 거주 구역은 아주 형편없어 보였습니다. 최대 속력이 느린 것으로 예상되는데 동양함대의 신형 함선들을 추적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주포는 꽤 위협적이었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놈들이 영국에 신형 전함을 주문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장기적으로 놈들은 영국에 순양전함을 주문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흠, 그렇게 되면 위협적인데……. 현재 동양함대에 배치할 목적으로 건조 중인 순양전함은 이제 막 착공에 들어가지 않았나?”
해군에서는 동양함대에 배치할 목적으로 순양전함 2척을 추가로 주문했다. 얼마 전 자재를 모두 확보하여 착공에 들어간 상태라 1910년까지는 취역이 어렵다.
“시간은 있습니다. 그러니 대응 방안을 천천히 모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시간은 있지. 내가 보기에 일본이 순양전함을 주문하려면 몇 년은 있어야 할 것 같거든.”
나도 티르피츠 장관의 말에 동의한다. 일본의 국가 재정 상황을 본다면 순양전함을 주문하고 싶어도 당장 주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출장 다녀오느라 수고가 많았네. 마침, 러시아의 조선소를 시찰했던 자네 부하들도 며칠 전에 돌아왔어. 러시아와 관련된 사항은 그 친구들에게 물어보게.”
“알겠습니다. 혹시 제가 없는 사이에 있었던 재미있는 일이 있습니까?”
티르피츠 장관은 내 물음에 곧장 대답했다.
“기업들이 정부에 인광석의 채굴량을 늘려 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더군.”
“그렇군요……. 그러려면 나우루의 부두를 확장해야 할 겁니다. 채굴하는 양이 늘어나면 지금 나우루에 건설한 부두는 포화 상태에 빠질 겁니다.”
태평양의 나우루는 인광석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섬이다. 독일 정부는 나우루의 인광석을 채굴하여 민간 기업에 판매하고 있었는데 기업들은 더 많은 인광석을 원하고 있다. 티르피츠 장관은 내 말을 듣고 대답했다.
“정부에서 부두와 항만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네. 곧 칭다오에서 인부들과 자재를 실은 수송선이 출발할 거야. 그래서 동양함대에서 순양함을 차출해서 호위를 맡기기로 했네.”
“시설 공사가 빨리 끝나야 할 텐데요.”
부두 확장 공사와 광산에 채굴 장비를 더 들여놓는다면 인광석의 채굴량은 늘어난다. 티르피츠 장관은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뭐, 빨리 끝나지 않을까? 어쨌든 가서 업무 보게.”
“예.”
나는 티르피츠 장관의 집무실을 나와서 설계팀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러시아에 파견했던 팀원들을 불러 자초지종을 들었다.
“조선소는 다 어때 보였어?”
“시설이 낙후되어 있었습니다. 전함 건조를 진행하려면 이 낙후된 시설부터 손을 대야 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가……. 도크와 경사 선대는?”
“확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러시아가 원하는 전함을 건조하기에는 규모가 작습니다. 그러니 전함을 건조하기 전에 확장 공사부터 진행해야 합니다.”
“흠, 예산이 많이 들어가겠군.”
“하지만 예산이 투입되어 확장 공사와 낙후된 시설을 모두 개수한다면…….”
“그래, 나도 알아. 예산을 투입해서 확장 공사와 함께 낙후된 시설을 개수한다면 이 시설들을 활용해서 후속 전함까지 건조할 수 있겠지. 장관님께 보고드렸나?”
“예.”
“내가 알아야 할 다른 사항은?”
“철강은 우리 기준보다 질이 떨어졌고 인부들도 훈련을 시켜야 할 것같이 보였습니다. 러시아 해군의 함선을 건조해왔기 때문에 실력은 있었습니다. 그러니 최신 장비를 운용할 훈련만 시키면 될 겁니다.”
“흠. 그럼 인부들은 간단한 훈련과 교육만 하면 되고 가장 큰 문제는 시설 공사군……. 어쨌든 수고했어.”
러시아는 전함을 건조할 의욕이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철강의 질이 독일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러시아의 철강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잖아. 그러면 전함을 건조할 때 쓸 자재는 우선 독일에서 공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예.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해법은 바로 나왔다. 러시아의 제철소에 아달베르크 제철소의 기술을 넘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철강은 모두 독일에서 공수하기로 했다.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내가 러시아에 출장을 가야 할 것 같군.”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러시아에 가서 일을 처리하고 싶다. 하지만 본국에서도 해야 할 일이 밀려있었기 때문에 일을 어느 정도 끝마친 후에 다녀올 생각이다.
“34.3cm(13.5인치) 포격 전함은 게르마니아 조선소에서 착공에 들어갔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34.3cm 주포를 탑재한 전함의 건조였다. 나는 휴고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고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보고서를 내밀었다.
“게르마니아 조선소에서 자재를 먼저 확보해 놓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장갑판만 인수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건조에 착수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크루프 사에서는 2년 안에 34.3cm 포탑과 주포를 인도하겠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흠. 좋아. 그리고 독일로 돌아올 때 헤르타에 승선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하필이면 기관 고장 때문에 같이 오지 못했어. 올해 안에는 독일로 돌아온다고 하니 개수를 준비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나는 밀린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 팀원들이 진행했던 34.3cm 주포를 탑재한 신형 순양전함의 설계도면을 보게 되었다.
“아직 다 완성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 봤습니다. 하지만 팀장님이 안 계시니 조금 힘들더군요.”
나는 도면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팀원들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잘했어, 아주 깔끔하군.”
팀원들은 설계도면을 상당히 많이 다듬어 놓았다. 내가 설계도면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자 팀원들이 하나, 둘 테이블로 모여들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설계도면이라 손을 댈 부분은 상당히 많다. 설계에 참여한 팀원들이 모두 모이자 나는 설계도면을 들여다보면서 회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