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90)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90화(90/125)
#90화 새로운 도전자
1907년 12월 1일 오전 9시.
대영 제국 런던.
캠벨배너먼 총리의 사망 직후 정권의 2인자이자 재무장관이었던 허버트 헨리 애스퀴스가 총리직을 이어받았다. 캠벨배너먼 전 총리의 장례식이 마무리되자 그는 거처를 총리관저로 옮겼고 본격적으로 총리직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먼저 손을 대고자 한 일은 바로 해군의 전력 증강 문제였다. 애스퀴스 총리는 제1 해군경인 피셔 제독을 호출했다.
“장례식이 끝났으니 이제 내가 캠벨배너먼 총리의 뒤를 이어받게 되었소. 가장 먼저 신경을 써야 할 일은 해군의 전력 증강이라 생각해서 제1 해군경을 부른 것이오.”
“예. 해군을 가장 먼저 생각해 주시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애스퀴스 총리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피셔 제독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전 총리께서도 신경 쓰시던 일이 바로 제해권의 확보였소. 독일이 기술적으로 우리보다 앞서 있다고 들었는데…….”
총리의 질문에 피셔 제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맞습니다. 독일 놈들의 건함 기술은 우리 영국 해군의 건함 기술보다 앞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아달베르크라고 하는 설계자가 있지요.”
“놈들에게 기술력이 밀리니 우리가 선택할 방법이 놈들보다 전함을 더 많이 건조하는 것이오?”
애스퀴스 총리는 캠벨배너먼 총리 재임 시절에 해군에 들어갈 예산 때문에 골머리를 썩인 적이 많았다. 하지만 골머리를 썩인다고 해도 독일이 북해를 넘어 대서양에 진출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만에 하나 독일과 해군력 격차를 역전하지 않은 지금 상태에서 전쟁이 터진다면 영국은 교역선이 차단되어 아사하게 될 수도 있다. 애스퀴스 총리는 이런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은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기술자들이 최대한 노력한 덕분에 건함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포탑 배치 설계부터 동력부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피셔 제독은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 이야기했다. 물론 기술 격차를 따져 본다면 독일보다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국 해군의 기술자들도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니 우리가 결정해야 할 것은 풍부한 예산으로 기술자들에게 힘을 보태고 더 많은 전함을 건조하여 독일을 압도하는 것입니다.”
“흠. 전 총리께서 10척 이상의 전함과 8척의 그 순양전함이라는 함선의 건조를 약속했다고 알고 있소. 예산 심의를 내가 했으니까 잘 알지.”
“맞습니다.”
애스퀴스 총리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피셔 제독을 바라보았다. 캠벨배너먼 총리가 주도했던 건함 계획은 이미 예산이 집행되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이미 건함 계획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내년도 편성 예산에서도 전함이나 순양전함을 2척씩 건조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었다.
-탁
컵을 책상에 내려놓은 총리는 피셔 제독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현재 일선에 취역한 전함은 몇 척이나 되오?”
“6척입니다. 현재 4척이 건조 중이고 8척은 건조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흠. 건조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전함은 모두 새로운 포탑 배치로 설계한 함선이오?”
“그렇습니다.”
1910년까지 영국 해군은 총 18척의 전함을 가지게 된다. 애스퀴스 총리는 아직 질문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피셔 제독에게 물었다.
“그러면 독일 해군은 몇 척의 전함을 보유하고 있소?”
“현재까지 6척을 건조한 것으로 압니다.”
대답을 들은 애스퀴스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의 건함 계획은 잘 모르겠지만 현재 영국 해군이 보유한 전함의 숫자는 독일을 넘어섰고 계획 중인 전함까지 모두 완성한다면 독일 해군을 수적으로 압도할 수 있다. 애스퀴스 총리는 피셔 제독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제1 해군경께서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계속하시오. 지금 해군에서 수립 중인 건함 계획이 완료되면 독일 해군을 수적으로 압도할 수는 있겠지만 독일의 카이저가 경쟁을 받아들여 전함을 더 건조하려고 한다면 우리도 계획을 수정해야 할 거요.”
“알겠습니다. 독일의 건함 계획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건함 계획도 탄력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잘 살피겠습니다.”
애스퀴스 총리가 원하는 전략은 유연한 전략이다. 전함 2척에서 3척을 긴급하게 발주할 수 있는 예산을 예비 비용으로 편성하고 독일이 어떤 함선을 건조하는가에 따라 이 예산을 투입해 전함을 긴급하게 발주하여 독일 해군의 전략에 대비하는 것이다. 피셔 제독도 신임 총리의 전략을 알아차리고 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내가 재무장관일 때는 예산 문제 때문에 충돌이 많았지만, 총리가 된 이상 제1 해군경과 싸울 일은 없을 겁니다. 앞으로 잘해 봅시다.”
애스퀴스 총리는 피셔 제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피셔 제독은 총리의 손을 맞잡았다.
* * *
1907년 12월 3일 오후 3시.
독일 제국 빌헬름스하펜.
나는 잠깐 빌헬름스하펜 해군 공창을 방문했다. 해군 공창에서는 여러 함선이 건조되고 있었고 건조 실황을 확인하기 위해 출장을 온 것이다. 공창의 책임자는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도크와 경사 선대를 시찰하도록 배려했다. 덕분에 나는 아주 편하게 시찰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녀석은 크기가 다른 함선보다 작아서 그런지 몰라도 공정이 상당히 많이 진행되었군요.”
“수중 배수량 600톤짜리 아닙니까. 다른 함선보다 건조가 빠를 수밖에 없죠. 다만 물속에 들어가는 녀석이니 선체의 접합은 더 신경을 써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내 눈앞에서 건조 중인 함선은 바로 해군의 새로운 잠수함이다. 지금까지 약 20여 척의 잠수함이 건조되었지만 대부분 200톤에서 350톤 사이의 작은 잠수함들이었다. 지금 건조 중인 잠수함은 크기가 다른 잠수함들에 비하여 배수량이 250톤 정도 더 나가는 잠수함이다. 나는 도크로 내려가 잠수함을 더 자세하게 살피기로 했다.
“아달베르크 중공업에서 납품한 새 철강이 꽤 마음에 들더군요. 시험용 압력 선체를 만들어 봤는데 수중 50m까지는 버텼습니다. 지금까지 건조했던 잠수함들은 30m까지만 시험 잠수를 했었는데 이 녀석은 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설계를 진행했을 때는 40m까지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달베르크 제철소에서 새로운 고장력강이 나올 거라고는 저도 생각하지 못했죠.”
아달베르크 제철소에서는 니켈과 크로뮴과 같은 자재의 비율을 조정해서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고장력강보다 우수한 고장력강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앞으로 건조하게 될 잠수함들은 더 깊은 잠항심도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은 신형 어뢰를 탑재한다고 들었습니다.”
해군 공창 관계자가 나에게 물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해군 병기국에서 어뢰발사관의 구경을 늘려 달라고 요청해서 늘렸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신형 어뢰는 구경이 53.3cm 정도라고 하더군요.”
“꽤 커지는군요.”
해군 병기국에서는 새 어뢰를 개발하고 있었다. 독일 해군에서 사용하는 어뢰는 46cm 어뢰였다. 하지만 일선 구축함이나 잠수함에서는 46cm 어뢰의 사거리 부족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었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어뢰의 구경 확대였다. 어쨌든 병기국에서는 1912년까지 개발을 완료한다는 확신을 보였기에 새 잠수함의 어뢰발사관의 구경을 확대한 것이다.
“뭐, 이 녀석의 성능도 나쁘지 않습니다. 900마력 디젤엔진 2기에 비슷한 출력의 전동 모터까지 탑재하니까요.”
새 잠수함은 수상 항해 성능이나 수중 항해 성능도 지금까지 건조한 잠수함들을 능가하도록 설계했다. 거기에 승조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작게나마 탑재한 덕분에 잠수함의 전장은 58m 전폭은 6m에 달할 정도로 대형화되었다.
“건조는 언제 끝납니까?”
“내년 초에는 준공해서 시험항해를 가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건조는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니 목표는 달성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이 녀석이 시험 항해를 해야만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결함이나 단점을 볼 수 있으니 되도록 빨리 작업해 주기를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빌헬름스하펜 해군 공창에서는 드레스덴급 경순양함들이 건조되고 있었고 샤른호르스트급 장갑 순양함과 프린츠 하인리히급 대형 순양함들도 개수를 받고 있었다. 나는 이 함선들을 모두 둘러봐야 했다. 며칠간 해군 공창을 시찰한 후, 나는 보고서에 새로운 잠수함의 건조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는 문장과 함께 잠수함의 단계적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써넣었다.
* * *
1907년 12월 4일 오후 7시.
아일랜드 벨파스트.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은 할랜드 & 울프 조선소의 주인인 윌리엄 피리 경의 저택에 초대되었다. 모건 회장과 피리 경, 그리고 브루스 이스메이 화이트 스타 라인 회장과 피리 경의 조카. 이렇게 4명이 저녁 식사를 함께 들면서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요즘 아달베르크 그룹 덕분에 꽤 재미를 보고 있소. 아달베르크 식품과 합작한 지니어스 버거도 꽤 성장하고 있고 환타의 판매량도 늘어난 덕분에 수익이 꽤 괜찮게 나오는군요.”
모건 회장은 아달베르크 식품과의 합작으로 큰 이익을 거두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제너럴 일렉트릭과 독일 회사들의 합작으로 해군에서도 그의 입지가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재미를 보고 있는 모건 회장과는 달리 브루스 이스메이는 완전히 죽을 맛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완전히 죽을 맛입니다. 아드리아틱이 취역하면서 승객 수송 능력은 향상됐지만……. 큐나드 라인의 루시타니아나 NDL의 프리드리히 1세와 경쟁할 수가 없습니다. 선박의 규모도 그렇지만 최고 속력도 뒤처지니 일등석 승객들이 루시타니아와 프리드리히 1세에 몰리고 있습니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자매함보다 500톤 무거운 아드리아틱으로 반전을 노리고자 했었다. 하지만 아드리아틱도 경쟁 선사들의 새로운 여객선에 비하여 작고 속력이 느려 일등석 승객들은 루시타니아와 프리드리히 1세를 선호했다. 거기에 더해 삼등석 승객들도 하루 정도 일찍 도착할 수 있는 루시타니아와 프리드리히 1세를 선호하고 있었다.
“흠, 내가 투자하는 회사가 점유율에서 밀리면 곤란하지.”
모건 회장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모건 회장이 투자하는 해운선사다. 그런데 괘씸한 큐나드 라인에 밀리고 있다고?
“해결 방안이 있겠나?”
모건 회장은 이스메이를 바라보며 점유율을 되찾아올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스메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야기했다.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면 해결되는 일입니다만 현재 회사에 여유 자금이 없습니다.”
“새로운 선박이라고?”
“예. 큐나드와 NDL이 속도 경쟁에 치중하고 있으니 우리는 틈새를 노려서 적당한 속력을 발휘하면서 루시타니아나 프리드리히 1세보다 더 거대한 여객선을 건조하면 됩니다.”
“흠. 돈이 많이 들어가겠군.”
“예. 그게 문제입니다.”
화이트 스타 라인은 아드리아틱을 비롯하여 몇 척의 여객선을 건조했다. 이 때문에 회사에는 여유 자금이 거의 없었고, 지금으로써는 새로운 선박을 건조할 수도 없다. 이스메이는 요즘 일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 코냑을 연거푸 마셔댔다. 모건 회장은 이스메이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에 잠겼다.
‘세계 최대의 여객선이라……. 적당한 속력을 내는 세계 최대의 여객선……. 아주 좋은 생각인데……. 한번 투자해 볼까?’
생각을 정리한 모건 회장은 이스메이를 바라보았다. 생각에 잠겨 있던 이스메이는 모건 회장이 자신을 바라보자 그를 쳐다보았고, 모건 회장은 이스메이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 투자하겠네.”
“예?”
“그 세계 최대의 여객선 말일세. 내가 투자하도록 하지. 피리 경, 설계도면 작성부터 건조까지 맡겨도 되겠습니까?”
모건 회장의 물음에 피리 경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물론입니다. 참, 이번에 새 여객선을 설계하게 될 제 조카입니다.”
윌리엄 피리 경의 조카인 토머스 앤드루스 주니어가 고개를 숙였다. 모건 회장은 이 젊은 설계자를 바라보며 아달베르크 중령을 떠올렸다.
“지금 구상하고 있는 선박은 연돌(굴뚝)을 3개 사용합니다. 하지만 루시타니아가 4개의 연돌을 사용하니 환기용 연돌을 세워 4개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모건 회장은 토머스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독일에 방문할 예정인데 이 젊은 친구에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소. 데리고 가도 되겠소?”
모건 회장의 질문에 피리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건 회장의 독일 여행길에 토머스 앤드루스라는 젊은 설계자도 동행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