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93)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93화(93/125)
#93화 새로운 인연 (3)
토머스 앤드루스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더불어 이중 바닥을 용골로 삼아 선체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여기에 대용량 펌프를 기관실에 설치하여 설령 침수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유입되는 해수를 효과적으로 배수하여 가까운 항구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견고하게 설계할 예정입니다.”
“흠.”
앤드루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자신이 불침함을 설계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는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뭐, 구상을 들어 보니 꽤 효과적인 설계 같은데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고 앤드루스를 바라보니 그는 내 대답을 듣고 싶다는 듯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냅킨에 그린 선박의 간략한 그림을 보고 이야기했다.
“보일러실에는 배수펌프를 설치하겠지요?”
“물론입니다.”
기관실 이외에도 보일러실 역시 배수펌프를 설치해야 유입되는 해수를 효과적으로 퍼낼 수 있다. 기관실에 설치한 펌프로 기관실에 설치된 메인 펌프를 이용할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관실의 펌프를 사용하려면 침수 구역까지 호스를 끌고 가야 한다. 그러니 펌프를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얼추 계산을 마친 나는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방수문을 도입하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침수를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다는 기대는 조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방수문을 다시 열 때는 함교에서 장치를 해제하고 사람이 수동으로 열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면 기관실에 배치한 펌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그럴 바에는 기관실에도 대용량 펌프를 설치하고 각 보일러실에도 대용량 펌프를 설치해서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그렇군요.”
앤드루스는 내 말을 그대로 수첩에 적어 넣었다. 아직 지적할 것이 더 있냐는 듯 나를 바라보는 앤드루스……. 물론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선체 측면을 이중 선각으로 건조하여 충돌에 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점은 고려 했습니까?”
“아닙니다. 이스메이 씨가 이중 선각은 비용 문제상 설치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앤드루스의 말을 듣고 나는 모건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이중 선각으로 건조했을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네. 너무 많은 지출은 피하고 싶어.”
“나중에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르지 않나. 후회할 일이 없을 거야. 안전하게 항해한다면 말이지.”
“뭐, 회장님께서 결정하셨으니 제가 뭐라고 할 입장은 못되지요. 제가 설계하는 함선이 아니니까요. 앤드루스 씨.”
“예, 중령님.”
“구명보트는 탑승 인원 전체가 탈 수 있도록 충분한 수량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함선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하더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합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앤드루스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선사에서 구명정의 숫자를 늘리지 못하게 한다면 최소한 접이식 구명정이라도 충분한 숫자를 탑재해야 할 겁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다른 질문 사항 있습니까?”
“일단 없습니다.”
지금 당장은 질문할 것이 없다고 하겠지만 나중에는 생길 수 있다. 나는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 회장님, 미국으로 언제 돌아가십니까?”
모건 회장에게 미국으로 언제 돌아가느냐 물었다. 그러자 모건 회장이 대답했다.
“일주일 뒤에 돌아갈 예정이오.”
일주일 뒤에 돌아간다면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모건 회장과 토머스 앤드루스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이번에 회장님이 오신다고 해서 휴가를 냈습니다. 저도 일주일 정도는 시간이 될 것 같군요. 그러면 내일 킬로 출발해서 게르마니아 조선소를 함께 방문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모건 회장은 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토머스 앤드루스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서 질문을 던졌다.
“진심이십니까?”
“그럼요. 물론 해군 함선을 건조하는 도크는 보여 드릴 수 없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발주한 선박이 건조 중이니 이 녀석은 공개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식사를 하고 내일 오후에 출발해서 킬에서 하루를 묵고 모레 조선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하시죠?”
내 이야기를 들은 앤드루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건 회장도 내가 가진 기술력을 평가할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식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일단 저녁 식사부터 하시고 호텔로 가서 쉬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소. 중령의 말대로 하지.”
모건 회장과 앤드루스는 샐러드를 시작으로 나오기 시작한 식사를 맛있게 들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난 후, 나는 두 사람이 호텔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 * *
1907년 12월 18일 오전 11시.
독일 제국 킬(Kiel).
우리 세 사람은 어제 킬에 도착해서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오늘……. 게르마니아 조선소를 방문했다. 조선소 정문에 도착했지만 나는 아직 조선소로 들어가지 않았다. 조선소 정문 앞에 가만히 서서 시계를 확인하는 나를 바라보며 앤드루스가 질문을 던졌다.
“안 들어가십니까?”
앤드루스는 애가 타는 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아직 같이 가야 할 손님이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지요.”
내 이야기를 들은 모건 회장은 같이 가야 할 손님을 궁금해했고, 앤드루스는 기다리는 것이 불만이라는 듯 조금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함께 갈 손님이 게르마니아 조선소 입구에 도착했다.
“아달베르크 중령님.”
“아문센 씨. 반갑습니다. 이쪽은…….”
“레온 아문센입니다.”
같이 갈 손님은 바로 아문센 형제였다. 로알 아문센과 레온 아문센은 나와 악수했고, 나는 모건 회장에게 아문센 형제를 소개시켜 주었다.
“노르웨이의 탐험가인 로알 아문센과 아문센 씨의 자금을 담당하고 있는 레온 아문센 씨입니다.”
“반갑습니다. 존 피어폰트 모건이오.”
세 사람은 인사를 했다. 모건 회장은 아문센 형제가 왜 여기 왔는지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어쨌든 손님들이 모두 도착해서 나는 일행을 조선소 내부로 안내했다. 조선소 입구에서 미리 준비된 마차를 타고 도크로 향했다. 앤드루스는 함선들이 건조되는 풍경을 아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앤드루스를 위해서 설명했다.
“게르마니아 조선소는 제국의 특수선을 주로 건조하는 조선소입니다. 기술력을 믿고 있어서 제가 발주한 선박을 게르마니아 조선소에 맡긴 겁니다.”
마차의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앤드루스는 해군 함선이 건조되는 풍경을 자세하게 보지 못했다. 어쨌든 마차는 곧 도크 앞에 멈춰 섰고 모두 나를 따라서 마차에서 내렸다.
“호오…….”
모건 회장과 앤드루스는 건조 중인 선박을 아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아문센 형제도 조금 놀랐다는 듯 도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 선박은 도대체…….”
모건 회장은 나에게 현재 건조 중인 함선이 무슨 함선인지를 물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극지를 탐험할 수 있는 쇄빙선입니다.”
“쇄빙선?”
쇄빙선이라는 말에 모건 회장은 그게 뭐냐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모건 회장이 쇄빙선을 모르는 것 같아서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
“북극이나 남극 같은 극한지는 바다가 얼음으로 덮혀 있습니다. 맞지요, 아문센 씨?”
“맞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그런 얼음을 깨트리면서 항해할 수 있는 선박이 쇄빙선입니다.”
이야기를 들은 모건 회장은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뭔가 의문이라는 듯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중령이 극한지로 탐사를 나갈 것도 아니고 왜 쇄빙선이 필요하오?”
모건 회장에게는 내가 쇄빙선을 발주한 것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중에 군에서 퇴역하면 극한지 탐사를 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래서 미리 발주했는데 저보다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 말입니다.”
내 말을 들은 모건 회장은 아문센 형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쇄빙선 같은 특수 함선은 탐험가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얼음을 깨트리면서 항해하는 함선이라고요? 아주 흥미롭습니다. 제가 알기로 러시아에서 몇 척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녀석들보다는 성능이 더 좋소.”
성능이 더 좋다는 말에 앤드루스는 입을 다물었다. 마침 게르마니아 조선소의 임원이 설계도면을 가지고 왔다. 나는 도크 앞에 마련된 테이블 위에 설계도면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 아문센 형제에게 가까이 오라고 이야기를 한 뒤에 설계도면을 바라보며 설명했다.
“이 녀석은 증기터빈과 전동 모터를 사용해서 추진합니다. 두꺼운 얼음을 깨트릴 때는 전동모터에 순간적으로 출력을 높여 빙판 위에 올라타게 됩니다. 그러면 무게를 이용해서 얼음을 깨트리죠.”
“정박 도중에 빙판에 갇히면…….”
“침몰하지는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선체는 아주 견고하게 설계했고, 보시다시피 설계도면과 동일하게 건조 중입니다.”
쇄빙선의 골조는 아주 촘촘하게 배치했다. 이 촘촘하게 배치된 골조는 얼음의 압력을 충분히 버틸 것이다. 아문센 형제는 골조의 간격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 녀석은 화물칸의 공간을 아주 넓게 설계했습니다. 극지 탐험을 위한 보급품을 잔뜩 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호오, 그렇습니까? 그러면 설계도면에서 여기 비어 있는 공간이 화물칸입니까?”
“그렇습니다. 거기가 화물칸입니다.”
아문센은 쇄빙선의 화물칸이 상당히 넓다는 것에 만족한 것 같다. 모건 회장도 설계도면을 바라보았고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상당히 대단한 함선 같은데……. 알래스카의 결빙 해역에서도 쓸 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두께 1m의 빙판에서 항해하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미 해군에 제안해 봐야겠군. 이런 만능 함선이라면 미 해군에서도 도입을 원할 거야.”
나는 모건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미 해군에서 도입한다면 분명히 독일에 주문할 것이다. 일감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앤드루스는 설계도면을 보면서 나에게 질문했다.
“연료는 석탄을 씁니까?”
석탄을 연료로 쓰냐는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중유를 사용하지만, 아직 앤드루스를 신뢰할 수는 없었기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지만, 발전용 디젤엔진을 탑재하기 때문에 경유도 실어야 합니다. 극한지에서는 얼음 때문에 고립될 수도 있으니 메인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발전기를 장기간 구동해야 할 수도 있어서 경유의 탑재량을 늘렸습니다.”
“호오……. 탐사에 도움이 되겠습니다. 북극에서는 해류를 연구해야 해서 빙판에서 해류를 따라 몇 년 동안 움직여야 할 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문센은 난센 교수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이야기했다. 내가 설계한 쇄빙선은 이런 장기간 항해에 최적화한 설계였다. 그래서 아문센도 감탄한 것이다.
“역시 평판대로 중령님의 설계 기술은 대단하군요…….”
“동물을 위한 공간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썰매를 끌 개들을 위하여 공간을 따로 분배했습니다. 최대 60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아문센은 내 이야기를 듣고 입을 쩍 벌렸다. 한마디로 극한지 탐험에 최적화된 함선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명을 하고 조금 씁쓸하게 웃었다.
“덕분에 수정할 것들을 집어넣느라 4,500톤으로 설계했던 배수량이 5,500톤으로 늘었습니다. 건조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가지만, 저도 재산이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니 아문센 씨.”
“예.”
“이 함선을 탐험에 써 주기 바랍니다.”
아문센은 건조 현장을 직접 와서 보고 이 쇄빙선을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는 내 손을 꼭 잡으며 함선을 자신에게 제공해 줘서 고맙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앤드루스는 하나라도 더 배워 가려는 듯 건조 중인 쇄빙선을 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