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96)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96화(96/125)
#96화 그 혐성 나만 부릴 수 있어요 (1)
1908년 6월 2일 오후 2시.
대영 제국 런던.
영국 내각 총리 허버트 헨리 애스퀴스는 내각 각료들과 장시간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내각에서 논의 중인 것은 바로 독일을 주축으로 한 삼제동맹의 견제에 관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장시간 회의를 진행 중이었음에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회의를 5시간 넘게 하고 있는데도 대책 하나 나오지 않는 거요?”
회의는 벌써 5시간째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삼제동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상황이 답답해진 애스퀴스 총리는 각료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이야기했다. 총리의 이야기를 들은 각료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나도 우리 사정을 잘 아네. 독일 정부에서 방어를 아주 탄탄하게 준비해 놓았지…….”
삼제동맹은 독일을 견제하면 세력이 약해질 것이다. 그러니 독일을 견제하면서 힘을 빼놓으면 삼제동맹은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이다. 이것이 영국 정부나 의회에서 생각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모든 상황을 대비했다는 듯 대책을 마련해 놓았다.
“이 약삭빠른 놈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를 압박해서 자원 수출을 저지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이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영국 정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수출을 방어해 줄 생각이 없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독일과의 무역으로 흑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다. 하지만 이 두 나라도 영국의 뜻에 따를 생각은 없었다.
“우리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압박하니 이 두 나라는 독일로 가는 수출품의 양을 늘려 버렸지. 독일도 늘어난 양을 모두 수용하고 있지 않은가……. 대책을 짜려고 했더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 좋은 일을 시켜 준 꼴이야.”
“그러면 일본의 무장을 도와주는 것은 어떻습니까?”
해군 장관이 의견을 냈다. 일본의 해군력 강화를 도와주는 것은 어떠한가……. 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었다.
“지금 하고 있지 않소? 일본에 공급할 전함은 한창 건조 중이오. 그리고 일본의 해군력을 강화한다고 시도를 하면 독일이 가만히 있을 것 같소? 내가 듣기로 동아시아 전대를 동양함대로 격상했고 최신예 순양함들을 배치하고 있다고 들었소.”
“만약 일본에서 순양전함의 판매를 요청하면 그때는…….”
“합법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니 그때는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해서 판매하면 될 것이고……. 어쨌든, 생각은 좋았으나 다른 방법을 연구해 보시오. 아니면 정 방법이 없다면 그때 생각해 보겠소. 재무장관은 독일의 경제 상황을 분석했으면 이야기해 보시오.”
회의실에 있는 각료들의 시선이 재무장관에게로 향했다. 재무장관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재무성에서 분석한 독일의 경제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독일의 경제 상황은 호황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수출품의 증가와 함께 중공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융커들은 말 목장을 돼지나 소 목장으로 전환하고 있고 이 때문에 독일의 식량 자급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끄응…….”
“정리하자면 독일은 작년과 비슷한 성장세를 꽤 오랫동안 이어 갈 것 같습니다.”
독일의 경제 상황이 호황을 이어 나가면 경제력으로 견제하겠다는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견제를 시도하면 독일의 자급률만 올라갈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독일을 견제하는 일이 힘들어질 것 같소. 어떻게 하던 독일의 힘을 빼놔야 삼제동맹을 붕괴시킬 텐데…….”
“빌헬름 2세도 요즘 외교적인 실책을 저지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외교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것 같더군요.”
영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빌헬름 2세가 한번 큰 실수를 해 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빌헬름 2세의 외교능력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었다. 실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 정부가 빌헬름 2세의 실책을 이용할 일이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방법이 있다는 말에 각료들과 애스퀴스 총리는 이야기를 꺼낸 남자를 바라보았다. 방법이 있다는 젊은 의원의 말에 애스퀴스 총리가 질문을 던졌다.
“처칠 무역위원회 위원장. 방법이 있다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애스퀴스 총리는 젊은 의원을 바라보며 대답을 요구했다.
“윈스턴 처칠 무역위원회 위원장. 한번 이야기해 보시오. 어떤 방법이오?”
자리에서 일어선 윈스턴 처칠은 애스퀴스 총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발칸 반도를 이용하는 겁니다.”
“발칸 반도를?”
발칸 반도를 이용하자는 처칠의 말에 애스퀴스 총리는 그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이용하자는 거요?”
“세르비아는 친 러시아 국가입니다. 하지만 삼제동맹 때문에 친 러시아 진영에 균열이 생겼으니 밀사를 파견하여 러시아와의 관계에 균열을 만들면 됩니다. 거기에 더해 루마니아나 불가리아, 그리스, 몬테네그로에 밀사를 파견하여 러시아가 삼제동맹에 가입하여 자신들을 버렸다고 인식하게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독일에 가까워지고 있는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전쟁을 유도하면 독일과 러시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이를 수습하느라 진땀을 뺄 겁니다.”
“흠.”
“거기에 더해 우리가 지원한다면 이 국가들을 우리와 밀접한 관계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칸 반도의 국가들을 묶어서 발칸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동맹을 맺게 해서 이들을 묶어 버린다면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독일도 부담을 공동으로 짊어지겠지요.”
처칠의 이야기를 들은 애스퀴스 총리는 기발한 생각이라고 여기는 듯 처칠을 높게 평가했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처칠은 애스퀴스 총리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독일이 부담을 짊어진다면 예산을 그만큼 소모해야 할 겁니다. 그만큼 독일 정부의 힘이 빠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리고 오스만 제국이 약해진다면 몇 년 뒤에는 오스만이 장악하고 있는 페르시아를 장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페르시아를 동맹국들과 나눠 가지면 됩니다.”
“흠…….”
“그리고 발칸 동맹과 오스만 제국이 전쟁을 벌이면 이탈리아는 지금까지 노리고 있는 리비아를 점령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동맹에서 우리의 발언권이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상당히 좋은 생각이오.”
각료들도 모두 처칠의 묘안이 마음에 든다는 듯 이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각료들은 독일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러시아의 힘을 동시에 빼놓을 수 있는 처칠의 복안을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애스퀴스 총리도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처칠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러면 밀사를 파견해야 하는데 누가 좋겠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각료들은 모두 처칠을 바라보았다.
“왜 저를 보십니까?”
처칠은 각료들과 총리가 왜 자신을 바라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애스퀴스 총리는 처칠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처칠 무역위원회 위원장. 당신이 다녀오시오. 무역위원회 위원장이니 친선을 도모한다는 핑계를 대기 쉬울 거요. 발칸 국가들에서 우리가 수입할 물품도 찾아보고 당신의 의견을 전달해서 발칸 동맹을 성사시키도록 하시오.”
애스퀴스 총리의 말을 들은 처칠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칫 실수라도 했다간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잘 부탁드리겠소.”
하지만 애스퀴스 총리의 부탁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처칠은 외무장관을 바라보았으나 그 역시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듯 처칠의 시선을 외면해 버렸다. 어쩔 수 없었다.
“상당한 부담이지만 밀사 역할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실수하면 외무성에서 수습을 최대한 해 보겠소. 그러니 정치 생명에는 문제가 없을 거요. 당신이 발칸 반도의 국가들을 방문하는 것은 철저하게 비밀로 유지 할거요.”
정치 생명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애스퀴스 총리의 말에 처칠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일이 잘 풀려서 구상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내각에 입각하게 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처칠은 자신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좋소.”
처칠의 말에 애스퀴스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영국 정부의 대 발칸 정책의 향방은 처칠의 손에 달렸다.
“출발 일자는 일주일 뒤로 합시다. 그동안 철저하게 준비하시오.”
“알겠습니다.”
“자, 처칠 의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할 것 같소. 논의를 이어 가 봅시다.”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밤늦게까지 이어진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당분간 독일의 재정에 출혈을 안겨 주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시했던 의견들을 모두 적용하게 생겼군…….”
“하지만 독일의 재정에 출혈을 안겨주려면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습니까?”
방법은 간단했다. 첫 번째로 일본의 해군력 강화를 도우면서 동양함대에 더 많은 함선을 배치하도록 유도하고 지중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압박하여 독일이 함선을 배치하도록 유도한다. 여러 방향에서 해군력으로 압박을 넣어서 독일 해군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만들어 재정에서 출혈을 안겨 주자는 것이 애스퀴스 내각에서 선택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게 먹힐까요?”
각료 중에 한 명이 질문하자 처칠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빌헬름 2세가 외교능력이 상당히 발전했다고 이야기하지만, 해군은 빌헬름 2세의 자존심입니다. 아달베르크라는 이상한 인간 덕분에 지금까지 그 자존심을 지켜왔으니 분명히 여러 방향에서 찌른다면 카이저는 과민하게 반응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카이저의 외교적 실책을 이용하지 못하는 대신 그의 자존심을 이용하면 됩니다.”
“흠…….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겠소?”
독일 해군을 자극하려면 충분한 해군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스퀴스 총리가 생각했을 때 영국 해군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 그렇다면 영국 해군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애스퀴스 총리는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처칠은 총리를 바라보며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간단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처칠은 미소를 지은 채 애스퀴스 총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놈들이 전함 한 척을 건조하면 우리는 두 척을 건조해서 대응하면 됩니다. 그러면 수적으로 놈들을 압도할 수 있고 예산이 풍부해지니 최신 기술의 개발이 가능할 겁니다.”
“흠……. 두 척씩 건조한다?”
“예.”
“피셔 제독이 좋아하겠군.”
“물론 우리 정부 예산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일 놈들에게 제해권을 빼앗기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소…….”
처칠의 말은 반론할 거리가 없었다. 각료들도 모두 처칠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재무장관은 총리를 바라보며 처칠에게 설득당했다는 듯 이야기했다.
“예산은 어떻게 하던 조달해 보겠습니다.”
“좋소. 한번 마련해 보시오. 처칠 의원의 의견대로 일을 추진해 봅시다. 솔직히 독일 놈들이 우리 해군력을 압도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소. 그러니 해군에 최대한 힘을 실어 줍시다.”
애스퀴스 총리도 설득당했다. 그는 피셔 제독과 논의한 함선 건조 계획을 더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아마 예산은 지금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독일 해군의 그 순양전함이라고 했던가요?”
처칠은 해군장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해군장관은 처칠의 질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그런 함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닙니다. 이미 건조 중이었지요. 독일의 움직임이 우리보다 빨랐을 뿐입니다.”
애스퀴스 총리는 해군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처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친구 해군 장관으로 적임자인 것 같은데……. 돌아오면 해군 장관으로 임명하는 게 어떨까…….’
애스퀴스 총리는 지금 재직 중인 해군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조만간 교체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적임자가 나타난 것이다.
“만약 오스만 제국에서 우리 전함을 구매하고 싶다고 하면…….”
“발칸 동맹을 우리가 유도했다고 생각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주문이 들어오면 건조해서 판매하면 될 겁니다.”
“오호.”
회의는 처칠이 주도하는 형국으로 흘러갔다. 애스퀴스 총리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결론을 내리고 회의를 끝마쳤다. 시간이 오후 11시를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