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er threatens with a knife RAW novel - Chapter (97)
카이저가 칼들고 협박함-97화(97/125)
#97화 그 혐성 나만 부릴 수 있어요 (2)
1908년 7월 1일 오후 8시.
세르비아 왕국 베오그라드.
윈스턴 처칠은 무역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세르비아 왕국을 방문했다. 표면상 이유는 친선 도모와 교역 확대를 위한 방문이라서 오전에 도착해서 환영 행사에 참석하며 자신은 단순히 친선 도모를 위해 방문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오후 8시 즈음 처칠은 베오그라드의 왕궁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그는 세르비아 왕국의 국왕인 페타르 1세와 비밀 회담을 가졌다.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버렸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동맹을 다시 맺었으니 발칸 반도의 친 러시아 국가들을 모두 버렸다고 이해하면 되겠지요.”
“나도 알고 있소.”
페타르 1세는 짜증이 난다는 듯 거칠게 대답했다. 처칠은 국왕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만약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발칸 반도의 국가들에 마수를 뻗치면 러시아는 이를 방관하겠지요.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챙기려고 할 겁니다.”
처칠이 하는 이야기는 페타르 1세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이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손을 뻗칠 경우 러시아는 이를 방관하면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반도를 나눠서 차지하려고 덤빌 것이다. 페타르 1세는 현재 상황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솔직히 러시아를 믿고 있었소. 보스니아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 넘겨주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후일을 도모하려는 행동으로 생각했던 거요. 하지만 러시아는…….”
처칠은 비릿하게 미소를 지으며 페타르 1세를 바라보았다. 그는 처칠이 원하는 반응을 내놓고 있었다. 처칠은 조용히 페타르 1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러시아가 세르비아의 믿음을 배신했지요. 우리 영국은 현재 발칸 반도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습니다.”
처칠의 말에 페타르 1세는 그를 바라보았다. 영국이 발칸 반도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그게 무슨 뜻이오?”
“삼제동맹의 행동은 발칸 반도를 향한 도발입니다. 결국은 발칸 반도를 자기들끼리 나눠 가져 이익을 취하겠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페타르 1세는 조용히 처칠의 이야기를 들었다. 듣다 보니 설득력이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일리가 있는 말이오.”
“그러니 발칸 반도의 국가들은 이제 각자 살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 대책을 마련해 봤습니다.”
“대책?”
처칠의 이야기에 페타르 1세는 대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페타르 1세가 관심을 보이자 처칠은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했다.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동맹을 구성한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을 견제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동맹을 구성한다면 우리 영국이 지원할 겁니다. 물론 우리 영국이 지원한다는 뜻은…….”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도 동맹을 지원하겠군.”
“맞습니다.”
페타르 1세는 처칠의 이야기를 듣고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처칠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영국이 얻는 이익은 뭐요?”
영국이 발칸 동맹을 구성하여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중요한 질문이다. 처칠은 페타르 1세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발칸의 안정화……. 이것이 우리 정부가 원하는 것입니다. 삼제동맹이 발칸 반도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흠. 그렇소? 다른 것을 원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영국 정부는 발칸 반도의 이익을 침해할 생각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저희를 믿으시면 됩니다.”
페타르 1세가 보기에 영국이 욕심을 버린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발칸 반도에 속해 있는 국가들의 이익도 침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페타르 1세는 처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른 국가들도 알고 있소?”
“아직 모릅니다. 폐하께 처음으로 우리 정부의 구상을 전달 드린 겁니다.”
“흠……. 그럼 우리가 발칸 동맹의 좌장이 될 수 있겠군. 좋소. 우리는 영국의 제안이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오. 불가리아나 루마니아, 그리고 몬테네그로와 그리스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도 영국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페타르 1세의 대답을 들은 처칠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세르비아는 다른 국가들이 동맹 체결에 찬성한다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시작부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러면 세르비아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하겠습니다.”
“그렇게 해도 좋소.”
“그리고 폐하, 오늘 저와의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알겠소. 나는 저녁 식사를 들고 일찍 잠자리에 든 것이오. 처칠 의원, 당신도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것이고.”
처칠은 뒤처리까지 확실하게 했다. 오늘 자신은 페타르 1세를 만나지 않은 것으로 이야기를 마친 것이다. 이 뜻은 발칸 동맹을 추진한 것은 세르비아의 단독 행동일 뿐 영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처칠은 세르비아가 발칸 동맹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눈감아 주기로 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시오. 궁전에 있는 시종들에게도 오늘 처칠 당신을 만나지 않은 것이라고 철저하게 입단속을 시키겠소.”
처칠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지고 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표면적으로는 친선 도모 목적으로 순방하면서 국왕들을 설득하여 발칸 동맹을 구성하도록 부추겼다.
* * *
1908년 7월 15일 오후 4시.
독일 제국 포츠담.
빌헬름 2세의 호출로 나는 티르피츠 장관과 함께 상수시 궁전에 들어와야 했다. 상수시 궁전에 도착한 후, 카이저의 집무실로 바로 올라왔는데 집무실 내의 분위기가 상당히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폐하?”
“왔는가? 일단 앉지.”
빌헬름 2세는 우리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다. 우리가 소파에 앉자 빌헬름 2세는 가장 상석에 자리를 잡았고 티르피츠 장관과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세르비아가 러시아의 뒤통수를 쳤다는 것은 잘 알고 있겠지?”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의 통제가 어느 정도 먹히는 나라였다. 하지만 몇 주 전부터 돌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발칸 동맹이다.
“니키도 꽤 난감한 모양이더군. 누군가 뒤에서 부추긴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영국 정부에서 부추긴 것 같네. 하지만 영국이라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어.”
빌헬름 2세의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의 말에 동감의 뜻을 표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영국 정부에서 움직인 것 같습니다. 윈스턴 처칠 상업위원회 위원장이 베오그라드를 방문한 후부터 세르비아가 러시아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페타르 1세는 니키에게 배신자라고 했다고 하더군.”
발칸 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관하여 전달받고 내가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삼제동맹의 추진으로 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페타르 1세를 처칠이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것 이외에 세르비아가 갑자기 독자적인 행보를 보일 이유나 접점이 보이지 않았다.
“놈들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발칸 반도를 건드리는 거지?”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흠. 상황을 지켜보자?”
“지금 급하게 나가다간 영국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영국의 계획에 말려들어 가는 것이지요.”
빌헬름 2세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영국의 계획이 무엇인 것 같나?”
카이저의 질문에 내 얼굴은 굳었다. 영국이 노리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무거운 분위기를 풍기며 이야기했다.
“영국이 삼제동맹의 붕괴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동맹이 붕괴하면 우리 독일을 고립시키고 막강한 해군력으로 우리 해군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하려고 덤빌 겁니다. 거기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익을 빼앗으려 하겠지요.”
빌헬름 2세는 내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굳혔다. 1900년부터 지금까지 독일이 누린 막대한 이익을 영국이 노리고 있다. 독일이 외교적으로 고립된다면 해외에 진출한 독일의 기업들은 조금씩 수익이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 영국의 막대한 자본력으로 이 회사들을 삼킬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 하네.”
카이저는 표정을 굳히며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계략을 깨트리려면 일단 발칸 동맹을 구성할 것으로 생각되는 국가 중에 한 나라는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카이저는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카이저가 보기에 발칸 동맹이 온전하게 맺어지도록 놔두고 후일을 도모하리라 생각한 것 같다. 빌헬름 2세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나라가 좋겠나?”
나는 카이저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루마니아입니다. 루마니아의 자원을 개발해 주겠다는 조건과 함께 무기 지원, 경제적인 협력을 미끼로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면 넘어올 겁니다.”
빌헬름 2세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내가 루마니아를 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유는 모르는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하다. 플로이에슈티 유전이 루마니아에 있기 때문이다. 석유 수급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루마니아가 필요하다.
“크흠.”
그때 티르피츠 장관이 헛기침했다. 카이저는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알프레트, 보고할 것이 있나?”
보고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티르피츠 장관은 카이저에게 보고서를 건네주었다. 보고서를 읽어 본 빌헬름 2세는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물었다.
“영국이 지중해 함대에 전함을 추가로 배치한다고?”
“거기에 더해 이탈리아와 프랑스도 프로이센급 전함의 건조를 확정 지었다는 소식입니다. 아무래도 영국에서 기술 지원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해군 정보부의 첩보는 상당히 신뢰성이 높다. 카이저도 이를 잘 알고 있어서 보고서에 적힌 내용 하나하나를 다시 살펴보았다.
“놈들이 우리를 고립시키려고 하는 것인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의 해상 교역로를 차단하려는 것 같은데…….”
해상 교역로가 차단되면 꽤 골치 아파질 수 있다. 카이저는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카이저의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겼다. 영국이 갑자기 지중해에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나는 카이저가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지중해 지도를 바라보았다. 영국 정부가 노리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지중해 함대에 전함을 추가 배치한다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전함의 추가 건조를 서두르겠지요.”
“그럴걸세. 이탈리아도 신형 전함을 건조한다고 했으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도 전함을 추가로 건조해야겠지.”
“거기에 더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해군은 우리 독일 해군의 전함을 지중해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할 겁니다.”
“흠, 아무래도 우리가 힘을 보태면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해지니…….”
“그리고 우리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해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함을 파견하려면 대해 함대에서 전력을 차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된다면 전력에 공백이 생깁니다.”
티르피츠 장관도 내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빌헬름 2세는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계속해 보게.”
계속 이야기해 보라는 카이저를 바라보며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해 함대에 전력 공백이 생길 경우, 폐하께서는 전함의 추가 건조를 진행하실 겁니까?”
빌헬름 2세는 내 이야기를 듣고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했다.
“당연한 것 아니겠나?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면 이를 다시 채워 놔야지. 그리고 대해 함대는 우리 해군의 자존심이야. 그러니 전력을 차출하면 더 강력한 함선으로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이치 아닌가?”
카이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바로 놈들이 노리는 것이 이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빌헬름 2세의 생각을 듣고 영국 정부에서 무엇을 노리는지 파악했다. 놈들은 빌헬름 2세의 성격과 자존심을 이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나는 카이저와 티르피츠 장관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놈들은 우리와 출혈 경쟁을 벌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