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rina's Last Days RAW novel - Chapter (81)
>81 화>
‘그러고 보니 무척 난폭했는데……’
날카로운 살기도 꽤 줄어들었다.
그때는 마치 굶주릴 대로 굶주린 맹수를 마주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사고는 치지 않고 있죠?”
“생각보다 얌전하다더군.”
“음, 헤르타를 데리고 가도 안 될까요?”
“…….”
밀라이언이 팔짱을 꼈다.
곁에 앉은 카리나가 기대에 찬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들리는 숨소리에 그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누군가의 숨소리를 이토록 가깝게 듣는 것도 퍽 신기했다.
누군가 같은 침대에 앉을 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불편하지도 꺼림칙하지도 않다. 어릴 적에도 해 본 적 없는 일인 것을.
“그 마수는 확실히 도움이 되지.”
페리얼의 말에 따르면 이미 카리나의 통제를 벗어났다는 마수는 어쩐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카리나도 페리얼도 그 이유를 모르는 듯했다.
“저도 도움이 될 거예요.”
“그대의 도움은 괜찮아. 난 제발 그대가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어.”
어딘가를 돌아다니다가 쓰러지진 않을까 걱정이 됐다.
발작 주기도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았고. 걱정스러웠다.
“……그래도요.”
“그 건은 조금 고민해 볼게.”
밀라이언이 결국 확답은 하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이라고 해 봐야 이번 회의 때 최종적으로 결정되겠지만.
‘……미치겠군.’
그녀가 싫은 것은 아니다.
굳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녀의 약한 몸이다.
자주 일어나는 발작과 창백한 얼굴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카리나를 위태로워 보이게 했으니까.
“생각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 해요.”
카리나가 활짝 웃었다.
쿵. 쿵. 쿵.
빠르게 펌프질하는 심장에 밀라이언이 숨을 삼켰다. 도대체 이 감정은 무엇인지, 이 느낌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가 손을 올려 제 가슴을 꾹 눌렀다.
심장이 먹먹하고 귀에 이명이 울린다.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인 밀라이언의 시선이 허락이라도 받은 듯한 얼굴로 웃고 있는 카리나를 향했다.
반달로 접힌 그녀의 눈꼬리에 향했던 시선이 그녀의 코와 야윈 턱선을 타고 천천히 내려왔다.
이윽고 색소 옅은 입술에 닿은 순간 뚝, 멈췄다.
그의 붉은 눈이 순식간에 욕망에 잠식됐다.
저 입술을 그대로 탐하고 싶었다. 살짝 깨물어 그 안으로 파고 든 다음, 입술이 발갛게 물들 때까지 빨아 주고 싶었다.
숨이 약간 부족한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될 테고 가쁜 숨을 몰아쉬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밀라이언이 그대로 굳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
그가 제 이마를 짚었다.
낮은 한숨에 카리나가 고개를 돌렸다. 밀라이언은 어쩐지 무척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카리나의 심장이 순간 툭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 근데, 저…….”
카리나가 긴장을 삼켰다.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어 보이려 노력하며 그녀가 입술을 벌렸다.
밀라이언의 시선이 살짝 벌어져 선홍색 혀가 움직이는 그녀의 입술에 고정됐다.
“싫으면, 그것도 괜찮으니까 정말 싫으면…….”
카리나가 눈동자를 도르르 굴렸다.
“진짜, 정말로 싫으시면…… 말 해 주세요.”
혹여 그에게 괜히 미움을 받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가고 싶은 마음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어서 카리나는 조금 비겁한 선택을 했다. 그가 웬만해선 거절할 수 없는 말을 덧붙였다.
“말했잖아. 그대가 가는 게 싫은 건 문제가 아니라고.”
“……그래요?”
“그래. 그러니 걱정하지 마.”
손을 뻗은 밀라이언이 카리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시선이 힘겹게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시선을 들자 짙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 빤히 보였다.
“……카리나.”
“네?”
나직하게 그녀의 이름을 부른 밀라이언이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천천히 카리나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숨결이 섞일 정도로 다가오는 밀라이언을 본 카리나가 뻣뻣하게 굳었다.
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굳어 버린 그녀가 코가 맞닿을 거리에서 멈춘 그를 보며 주먹을 꼬옥 쥐었다.
질끈, 카리나가 눈을 감았다.
“…….”
마치 겁에 질린 듯한 그 모습을 본 밀라이언이 입을 다물었다.
파혼을 원한다고 말한 건 자신이다. 귀찮은 것이 싫었다. 약혼이 깨어지면 한층 더 편해질 거라고 굳게 믿었다.
‘멍청한 짓을 했군. 병신 같은 놈.’
밀라이언이 속으로 자신을 욕했다. 밀라이언이 엄지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을 쓸곤 천천히 몸을 물렸다. 눈앞의 먹잇감이 자신의 인내심을 충동질했다.
“먼지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미안하군.”
“아……! 아, 아뇨. 아니에요.”
카리나가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가 미안할 것은 없다. 괜히 오해한 자신이 멍청하지. 그녀의 얼굴이 부끄러움에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대체 뭘 기대한 거야?’
그녀가 황급히 손을 들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한결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보던 밀라이언의 얼굴도 어두워 진다.
“그, 몸이 괜찮다면 얼른 자도록 해.”
“아……, 벌써요?”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자기엔 아쉽다.
물론 이미 저녁이 되어 버렸지만 식사도 하지 않았고 그와의 대화를 끝마치기에도 아쉬웠다.
카리나가 슬금슬금 손을 움직여 밀라이언의 손을 붙잡았다.
움찔.
갑작스럽게 닿아 온 온기에 밀라이언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
“…….”
카리나가 볼을 붉힌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다행히 밀라이언은 붙잡아 온 그녀의 손을 내치는 대신 오히려 단단하게 깍지를 껴 맞잡았다.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카리나.”
“네?”
“이건, 그대가 날 자극한 거야.”
꽈악, 느슨하던 손에 한껏 힘이 들어갔다.
단단하게 붙잡힌 손에 카리나가 당황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입술에 말캉한 것이 닿아 왔다.
카리나의 눈이 커졌다.
당황한 듯 눈동자를 굴린 카리나를 보며 밀라이언이 허락을 구하듯 느릿하게 그녀의 아랫입술을 혀로 톡톡 두드렸다.
카리나가 눈을 질끈 감은 채 천천히 입술을 벌렸다.
따뜻하고 축축하면서도 말캉한 것이 기다렸다는 듯 입술 사이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지금 이것이 꿈인지 그것도 아니면 혼자만의 망상인지 모르겠다.
카리나가 맞잡은 밀라이언의 손을 한층 힘을 줘 붙잡았다.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살 깨물며 밀라이언이 천천히 그녀의 입 안을 헤집었다.
카리나의 입 안은 무척이나 작았다. 한 입에 집어삼키면, 전부 짓씹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부서질까 무섭다.
혹시나 잘못될까 봐 밀라이언의 입맞춤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그녀의 안을 이곳저곳 헤집으면서도 천천히 탐색하듯 느릿느릿했다.
그녀의 입천장을 살짝 건드리자 카리나의 몸이 흠칫, 흠칫 떨렸다. 생경한 감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굳은 것이 빤히 보였다.
밀라이언이 눈을 살짝 뜬 채 눈매를 휘어 눈웃음을 지었다. 그녀를 보고 있으려니 절로 입꼬리 가 올라가고 눈매가 휘어진다.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이 평생 있었던가? 밀라이언이 잠시 의문을 떠올렸다가 이내 털어 냈다.
굳이 깊게 생각할 것은 없다. 지금 그 경험을 생생하게 하고 있으니까.
밀라이언이 일부러 카리나의 입 천장을 슥 건드렸다.
톡 건드릴 땐 흠칫하며 몸이 한 번 들썩이더니 느릿하게 쓸자 이번에는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벌겋게 달아올라 살짝 눈물이 맺힌 눈이 조금 괴롭혀 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의 몸이 얼마나 약한지 그는 충분히 알고 있었다.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픔에 그렇게 끔찍하게 몸서리 치며 소리 없는 눈물만 뚝뚝 흘리는 그녀였으니까.
탐색하던 그의 혀가 카리나의 입 안에서 갈 곳을 잃고 굳어 있는 말캉한 것에 닿았다.
할짝, 그녀의 혀를 핥자 카리나가 파드득 몸을 떨며 눈을 크게 떴다.
밀라이언이 모른 척 그것에 맞춰 냉큼 눈을 감았다. 카리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쩔 줄 몰라 뻣뻣하게 굳었다.
밀라이언이 가볍게 그녀의 혀를 제 것으로 감싸 살짝 빨아들였다.
“흣……!”
그녀의 입에서 기어코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카리나의 새하얗게 질려 가는 얼굴을 보며 밀라이언이 휘감은 그녀의 것을 천천히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혀뿌리가 얼얼할 정도로 당겨지자 카리나의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 한 방울이 톡 떨어졌다.
아프진 않지만 빠듯하긴 했다.
난생처음 겪는 입맞춤은 그 감각이 무척이나 생경하고 또 부끄러웠다.
이것저것 뒤섞인 감정이 눈물 한 방울에 모두 담긴 듯 흘러내린다.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던 밀라이언이 천천히 얽었던 혀를 풀며 슬쩍 얼굴을 뒤로 물렸다.
그제야 카리나가 부족했던 숨을 벌건 얼굴로 몰아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