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1)
특성 쌓는 김전사-1화(1/300)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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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알 김전사 실화냐?] [ㅋㅋㅋ] [뉴비 절단기가 또 한 건 했네.] [무1이 어서 오고.] [무1이 뭐임?] [무과금 랭킹 1위.] [무과금으로 랭킹 1위라고? 그게 가능함?] [아니. 무과금 중에 랭킹 1위라고.]나도 댓글을 하나 남겼다.
[니 여캐 쩔더라.]이런 놈들은 다 내 밥이지.
막 랭킹전에 돌입한 놈들.
과금 때려 박아서 SSR 캐릭터로만 파티를 짜오면 뭐 해?
장비, 특성, 레벨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이게 게임이냐? 100만 원 넘게 썼는데 무과금한테 진다고?] [그럼 너도 1만 시간 하던가.] [1만 시간은 또 뭔데.] [무1이 얼마 전에 인증했잖아.] [그 새끼 완전 겜창이지. 이딴 망겜에 1만 시간이나 쓰고 말이야.] [미친놈 아님?] [그러니까 종합 랭킹 9위 먹었지.] [무1이 이기는 방법은 간단함. 돈을 열나게 쓰면 됨.] [ㅇㅈ. 과금했는데 졌다고? 답은 더 많은 과금이다!] [어떻게든 천마 하나만 뽑아서 갖고 있어도 무1이는 걍 쳐바름.]으아아!
천마!
그놈의 천마!
나는 게시판을 닫고 콜로세움에 입장했다.
이번에도 여캐 파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선봉은 천마.
중진은 리바이어던.
후위는 멀린.
보조는 지브릴.
흔히 말하는 0티어 성능 조합.
내가 가진 캐릭터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기는 조합이기도 하다.
이제 막 과금 시작한, 캐릭터 육성이 덜 된 상태라면 모르겠으나······
[철갑지존] 무1이 안녕.하필 이놈이네.
랭킹 1위.
내가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헤비 과금 유저.
닉네임부터 아재 냄새가 폴폴 풍기고, 컨트롤도 별로지만 과금만큼은 진짜다.
[무과금다죽는다] 젭알 자비 좀. 여캐 파티 없음? [철갑지존] 그럼 자동으로 돌릴게.진짜 빡치네.
결과부터 말하자면 졌다.
컨트롤만큼은 자신 있는 나지만, 수천만 원대 과금 앞에선 장사 없었다.
넥타르를 죽어라 퍼먹여서 N급에서 SSR급으로 한계 돌파시킨 김전사 따위 천마에게 종잇장처럼 찢겨나갔다.
[철갑지존] ㅈㅈ.“이이익!”
꽝!
나는 벽에다가 머리를 박았다.
“과금 좆망겜! 으아아!”
나도 과금을 할까?
딱 100만 원만?
천마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SSR급 전사 계열 3대장, 백소린이나 칼리, 자네트만 나와도 충분하다.
“젠장, 젠장, 젠장.”
하지만 포기했다.
1만 시간을 태웠다.
1만 시간을!
이쯤 되면 자존심 때문에라도 못한다.
어차피 과금 조금 한다고 이길 것 같지도 않고.
[아케인 서울]은 전형적인 P2W(pay to win) 게임.전략과 컨트롤이 아니라 과금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시점에서 내 패배다.
‘다음 패치를 노리자.’
아케인 서울은 주기적으로 대형 패치를 단행한다.
핵전쟁이 벌어진다거나 차원 균열로 세계가 찢어지는 식으로.
그만큼 게임 속 세상은 막장화되고,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되면서 메타 격변이 일어난다.
‘천마는 잡을 수 있어.’
사전 예고된 특성 중 내가 눈여겨보는 게 몇 개 있다.
얻으려면 또 시간을 갈아 넣어야겠지만 그 정도야 뭐, 넘쳐나는 게 시간이라고.
이걸로 숙제는 끝.
나는 침대에 누운 상태로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오늘은 레어 좀 나왔으면······”
숙제 보상으로 돌리는 무료 뽑기의 확률은 극악.
SSR까지 나온다고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웅. 웅. 웅.
언제나처럼 가볍게 진동하는 스마트폰.
“하아암.”
하품을 쩌억 했다.
어차피 조금 진동하고, 빛 한 번 뿜고 말겠지.
나오는 건 노멀 등급 무더기.
기대 따위 애초에 집어 던진 지 오래다.
우우웅! 우우우우웅!
어어?
그런데 이상하다.
오늘따라 진동이 길다.
평소와는 확연히 달랐다.
훨씬 더 강하고 긴 것이······
“설마?”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스마트폰 화면이 찬란한 빛을 뿜기 시작했다.
“서얼마?”
하얀색.
아니다. 이건 하얀색이 아니다.
흰색과 황금색이 섞이고 금속광까지 더해진,
백금색이다!
“오오오!”
스트리머들 방송에서만 봤던 그 색깔!
현금을 물처럼 뿌려야 보여준다는 그 빛깔!
눈을 부릅뜨고 스마트폰 화면을 노려본다.
영롱한 백금색 사이에서 무지갯빛이 번지고, 마침내 소용돌이치면서 화면이 제 색채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떠오르는 카드 한 장.
흔해 빠진 여리여리 여캐가 아니라, 흑룡 장포를 바람에 나부끼며 뒷짐 지고 서 있는 근육질 남캐 하나.
[SSR 천마]“으어어엉!”
나는 무릎을 꿇고 길게 울부짖었다.
천마, 천마라니!
전사 계열의 최고봉!
0티어 중의 0티어!
최고의 성능 픽!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구나!
김전사?
N급에서 SSR급으로 한계 돌파시킨 내 분신?
어떻게든 태생 SSR 이겨보겠다고 유명한 캐릭터마다 저격할 수 있게 특화해서 육성한 SSR 김전사 시리즈?
다 필요 없다!
천마 하나만 있으면 된다!
천마가 짱이라고!
“으아아! 으아아아!”
한참이나 바닥을 굴렀다.
쿵쿵쿵!
옆방에서 시끄럽다며 벽을 쳤지만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한참을 눈물 콧물 쏙 빼며 발광하다가 겨우 진정했다.
“하아, 하아악, 하아.”
스마트폰 화면을 쓰다듬었다.
내 용병단에서 쉬고 있는, 똑같은 얼굴의 김전사들.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는 작별해야 할 시간.
퓨어탱 김전사.
딜탱 김전사.
극딜 김전사.
특정 캐릭터 저격용 김전사 1, 2, 3.
자동 원정 뺑뺑이용 김전사······
모조리 갈아서 천마의 양분으로 써먹었다.
“잘 가라.”
아깝지 않냐고?
전혀.
나는 무과금으로 랭킹 9위까지 올랐다.
그동안 갈아버린 김전사가 몇이나 될 것 같아?
태어나길 잘했어.
오늘처럼 행복한 날은 또 없을 거야.
나는 히죽거리며 웃다가 슬며시 잠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다음 날 아침.
내가 아케인 서울의 김전사가 되어 깨어날 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