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03)
특성 쌓는 김전사-103화(103/300)
극복법 -3-
보석 같은 빛이 그치고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묵직한 전쟁 망치.
망치 머리가 굉장히 컸다.
거의 어린아이 머리통 크기.
은빛 머리에는 룬 문자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몸통은 나무로 만들었는데 윤기가 좔좔 흐르고 손잡이 부분은 거친 가죽을 칭칭 감아놓았다.
뭔지 안다.
보는 순간 정체를 알아차렸다.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보며, 토르 교단 대주교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묠니르입니다.”
묠니르!
이거 모르면 간첩이지.
신화 속 모든 망치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거잖아.
물론 토르가 쓰는 진짜 묠니르는 아니다.
그건 에피소드 9, 차원 균열로 신격 레이드가 열리면서 구현된다.
애초에 9레벨이 되지 않으면 손댈 수도 없는 물건이고.
“영광입니다. 이걸 저한테 주셔도 됩니까?”
“그만큼 아헨 교구에서도, 스톡홀름 대궁정에서도 이번 일은 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묠니르 한 자루를 내드릴 정도로요.”
누가 뭐라 해도 SSR 등급 망치.
품고 있는 특성은 [묠니르].
내 묵호검과 비견될 정도다.
다만 공격력은 묵호검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만큼 부무장으로 적합하지.
[성검]이 [광격][강화][보호] 이 세 특성의 복합 특성이라면, [묠니르]는 [전격][광격][강화][보호][회수] 이렇게 성검의 강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어둠 속성 마물들 상대로는 더 강하다고 보면 되겠다.
냅다 던지면 된다.
던지고 회수하고 던지고 회수하고.
그러면 번개가 펑펑 터지면서 알아서 마물들을 터뜨린다.
나는 묠니르를 집어 들고 한 번 쓰다듬었다.
벌써 강력한 힘이 내 전신을 휘감는다.
내가 들고 다니던 김사제네 교단 성검과는 차원이 다른 힘.
역시 SSR 등급은 다르다니까.
묠니르를 들고 감탄하고 있을 때,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탁자 위를 가리켰다.
“저희 교단 방패도 한 번 보시지요.”
토르 교단이 묠니르를 줬다면 가이아 교단은 뭘 줬을까?
빛이 사그라지면서 나타난 보물을 확인했다.
저절로 내 입에서 감탄사가 터졌다.
“맙소사!”
“허허허.”
가이아 교단 대주교가 기분 좋게 웃었다.
내 시선 끝.
손바닥 크기 금속 방패가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주변에는 반투명한 마력 역장이 어려 시야를 굴절시킨다.
아이기스!
그리스 신화에서는 아테나가 쓰는 방패지만 어째서인지 아케인 서울에서는 가이아 교단의 소유물로 나왔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기능은 간단했다.
무적의 방패.
성검처럼 [아이기스] 복합 특성이며 [방벽][변형][수호][증강][감쇠]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엄청나게 단단하고 마력 역장을 마음껏 변형시킬 수 있으며, 강력한 버프를 제공하면서 충격을 완화한다는 뜻.
“정말 저한테 주시는 겁니까? 묠니르랑 아이기스를 저한테 주신다고요?”
“그럼요. 저희가 괜히 시성 얘기를 꺼냈던 게 아닙니다.”
“초인님께서는 시성 받아도 마땅한 공을 세우셨습니다. 저희 신자도 아닌 분께 그럴 수가 없어서 보물로 대체하는 거지요.”
“설마 이것까지 거절하시진 않겠지요?”
미쳤냐?
솔직히 SSR 성검, 아니 SR 성검만 받아도 만족했을 거다.
그런데 묠니르에 아이기스?
이건 미쳤다.
못 받아먹으면 병신이지, 진짜.
나는 두 대주교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그럴 리가요! 기쁘게 받겠습니다. 솔직히 너무 과분해서 어안이 벙벙합니다.”
“허허허. 기뻐하시니 저희도 기분이 좋습니다.”
“여신님께서도 기꺼워하실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지막 보물 상자가 열렸다.
퍼퍼펑!
요란하게 터지며 내용물을 뱉어내는 보물 상자.
한두 개가 아니었다.
끝도 없이 쏟아지면서 마법 부린 듯 탁자 위에 정렬된다.
별빛을 담은 수정병 10개.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나도 모르게 입을 쩍 벌리고 수정병을 응시했다.
“우선 넥타르 10병입니다.”
넥타르!
그것도 무려 10병이나!
수호자 연맹 이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고레벨 마법검을 한 자루 드리려고 했지만, 초인님께서 이미 좋은 검을 가지고 계셔서 말이지요. 더구나 토르 교단에서 묠니르를 불출했다는 소식도 들었고······ 해서 고민하다가 초인님께 가장 필요할 물건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게 넥타르입니다.”
“저한테 넥타르가 필요한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당연히 알지요. 초인님처럼 고속 성장하시는 분이 이번에 새로운 마력 연공법을 수습하셨으니 더 강해지려면 넥타르가 필수이지 않습니까. 마력 성장에도, 혹은 있을지도 모르는 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도요. 초인님 성장 속도를 봤을 때 벽은 한참 뒤에나 올 것 같습니다만.”
그건 틀렸다.
벽, 즉 성장 한계는 금방 찾아온다.
김전사는 N급.
4레벨이 성장 한계이고, 한계 돌파를 위해서는 넥타르가 필수이니까.
‘나를 SSR급 정도로 아나 보네.’
하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그렇겠지.
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거의 대기권 돌파 수준으로 강해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넥타르 10병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주 작은 마법 상자 하나와 마법병 하나가 딸려 있었다.
내가 그 둘을 보자 수호자 연맹 이사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넥타르는 확실히 귀물이지요. 장담컨대, 우리 연맹처럼 넥타르 10병을 한꺼번에 드릴 수 있는 단체는 이 세상에 없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죠. 대미궁에서 그나마 넥타르 원료가 나오지 않습니까.”
“예. 넥타르 10병을 준비하긴 했습니다만 이사 회의에선 이걸로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뭘 줄 건데요?
빨리빨리 좀 말해주라!
현기증 난다 진짜!
“살짝 보여만 드리지요.”
수호자 연맹 이사가 마법 상자를 들었다.
기울여 입구를 내 쪽으로 향하더니 살짝 입구를 개봉한다.
그러자 풍기는 진득한 어둠의 기운.
사악한 힘.
아울러 드르륵 드르륵 기어 나오는 칠흑 마력.
그 속에서 나는 보았다.
보석처럼 고깃덩어리처럼 생긴 어떤 물체가 느릿하게 박동하는 것을.
무심코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악마 심장?”
“정답입니다!”
수호자 연맹 이사가 힘차게 머리를 끄덕였다.
“초인님께서도 넥타르를 복용할 때 법제해서 드셔야 하는 건 아시죠?”
“당연히 알죠. 아, 그럼 이게?”
“예. 바로 그겁니다. 특성 영약의 주재료입니다.”
산왕의 심장을 달여 먹어서 용맹을 가져온 것처럼, 악마 심장은 종류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개방한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부재료가 딸려와야 한다는 것.
수호자 연맹 이사가 마법병을 들었다.
“천사의 눈물입니다.”
“그 귀한 걸 주신다고요?”
“예. 이 정도는 해야 균형이 맞지요. 솔직히 이번에 초인님께서 주신 지식은 저희 수호자 연맹이 가장 크게 혜택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
나는 홀린 듯한 눈으로 마법병을 응시했다.
엘릭서의 주재료이기도 한 천사의 눈물.
특수한 퀘스트로만 구할 수 있어서 굉장히 귀하다.
에피소드 3 이후에는 옛 아버지의 천국 침공이 가능해지니까 상대적으로 물량이 풀리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으니까.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이 챙겨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아 참, 악마 심장은 원하시는 게 있으면 그걸로 드리겠습니다. 저는 염소 악마나 락샤샤를 추천합니다. 전사 계열 초인에게는 그 두 악마만큼 좋은 게 없어요.”
그 둘도 좋지.
염소 악마는 맹공을, 락샤샤는 학살을 얻을 수 있으니까.
‘일기당천 재료였지?’
생각해 보니 일기당천 재료도 나한테 조금 있다.
손도끼에 깃든 격노.
사자 기사 오두식를 이기고 획득한 투지.
그 둘이 일기당천의 필요 특성이었으니까.
여기서 악마 심장으로 하나를 더 가져오고, 나머지 셋을 어떻게든 먹으면 전투용 상위 특성 하나 뚝딱이다.
하지만······
“염마룡의 심장은 없습니까?”
“염마룡이요?”
수호자 연맹 이사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염마룡의 심장은 마법사, 특히 화염 속성 마법사에게 좋습니다. 전사에게는 딱히 효과가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만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저는 다릅니다.”
특성을 교체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화악, 검은 불꽃이 일어난다.
손가락 끝에 촛불처럼 붙은 흑염.
두 대주교도, 수호자 연맹 이사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랬지요. 초인님께서는 옛 아버지의 세례를 극복하셨지요.”
“그 결과 흑염을 얻으셨으니······”
“염마룡의 심장을 드셔도 괜찮으시겠습니다.”
염마룡.
대미궁에 등장하는 악마 중에서도 덩치 크고 강력한 6레벨 마물.
사실 내가 5레벨에 승급하면서 먹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심장에 깃든 특성이 바로 [지옥불]이니까.
지옥불!
많이들 아는 마법이지.
판타지 소설에 단골로 출현하는 고위 마법이기도 하고.
헬파이어잖아. 이거.
내가 왜 지옥불을 욕심내냐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지고화.
태양 마탑주와 내기를 한 그것.
지극화와 지고화의 공통 재료가 바로 지옥불이었다.
내가 직접 대미궁을 공략해서 염마룡을 잡아도 되지만 기왕 선물로 주겠다는데 미리 얻어놓는 게 좋지.
염마룡은 혼자 잡기는 여러모로 힘든 악마니까.
“좋습니다. 기꺼이 염마룡의 심장을 내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기는요. 저희가 더 감사하지요.”
대충 마무리되는 모양.
나는 항상 들고 다니는 골프백에 보상을 쓸어넣었다.
아, 묠니르와 아이기스는 즉석에서 챙겼다.
아이기스를 왼팔에 차고 묠니르를 허리에 차자 두 대주교가 기분 좋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드릴 게 있습니다.”
“또요?”
“어쩌면 초인님께, 아니 성기사님께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만요.
뭐라고요?
성기사님? 나를 왜 성기사님이라고 불러?
두 대주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휘장 하나를 꺼냈다.
옷에 달 수 있는, 배지 모양의 휘장.
하나는 번개가 내리꽂히는 망치.
또 하나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대지.
눈에 익었다.
각각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의 성기사 휘장이었다.
“교황님께서 직접 지시하시기를, 성기사님을 우리 교단의 명예 성기사로 서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성기사님께선 우리 교단 신자가 아니시니 일체의 서임식은 생략하신다고 하셨지요.”
“우리 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명예 성기사임을 숨기셔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경우, 저 또한 성기사님을 성기사라 부르지 않고 초인님이라고 부를 겁니다. 성기사님께서 공개하실 때까지요.”
이게 뜻하는 것은 명확하다.
옛 아버지 교단을 견제하는 것.
내가 결국 옛 아버지 교단에게 굴복하여 입교했다고 치자.
가장 곤란한 것은 역시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이다.
신멸 전쟁 당시 격렬하게 싸웠고, 결국 발원지인 레반트 지역에서, 유럽에서 쫓아내 버렸으니까.
그래서 옛 아버지 교단이 아시아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거잖아.
유럽에 발붙일 수 없어서.
교황격인 성녀도 대한민국 사람이고.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되어 전달된 보상.
나로서도 손해는 없다.
단순히 명예 성기사이니까.
그리고 비밀로 해도 된다라······
나를 이용해서 옛 아버지 교단에게 한 방 먹이고 싶은 모양이다.
결정적인 순간 명예 성기사임을 공표하고 역습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내 취향은 아니다.
“감사합니다. 기꺼이 명예 성기사가 되겠습니다. 그렇지만 비밀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전 당당하니까요.”
대주교들이 감격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과연 성기사님이십니다.”
“확실히 비밀로 할 필요까진 없지요.”
“동양에 군자대로행이라는 말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성기사님의 결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확실히 우호적인 세력이라고 해도 방심하면 안 돼.
여기서도 날 이용하려고 들어?
옛 아버지 교단에 소소히 복수할 수 있다는 점에선 좋지만, 내 성미에는 맞지 않다.
난 그냥 빨리 강해지는 게 좋다고.
교단이든 뭐든 날 방해하지 않게 해놓고서.
그러려면 명예 성기사임을 공표해두는 게 좋다.
비록 시선을 엄청나게 끌고, 시기 질투하는 무리가 폭발하듯이 증식하겠지만.
‘안 그래도 요즘 분위기도 묘한데······’
난 잊지 않고 있다.
태양 마탑에 갔을 때 나를 콕 찝어서 정보를 캐내려 한 무리가 있다는 걸.
금오 그룹이라고 했었지?
그 뒤로 소식이 없어서 이상하지만, 날 노리는 게 금오 그룹만은 아닐 것이다.
보호막을 만들 수 있다면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게 좋다.
마탑 중에서는 태양 마탑.
묵호검을 통한 동부군의 비호.
여기에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
4대 세력보다는 영향력이 떨어지긴 해도 수호자 연맹의 도움이 더해지면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정도는 아니다.
수호자 연맹 이사도 내가 기대했던 휘장을 내밀었다.
“정규 수호자 휘장입니다.”
“정규 휘장이요? 5레벨 수호자가 대미궁에서 점수를 쌓아야 주는 것 아니었습니까?”
“수호자님의 헌신은 레벨 차이도, 공헌 점수도 뛰어넘을 만큼 어마어마했습니다.”
밋밋한 방패 무늬 배지.
장식이라고는 방패 중심에 새겨진 [G] 한 글자가 전부.
그러나 초인들 사이에서는 성기사 휘장보다 먹어주는 휘장이다.
NPC들이 특히 강렬한 반응을 보여주었지.
모든 진영의 평판 등급을 1단계 올려주고, 평판 올리는 속도도 30% 추가해주니까 말 다 했다.
“언제 귀국하십니까?”
“모레 새벽 비행기입니다. 너무 오래 한국을 떠나 있어서 슬슬 그립네요.”
“음, 총재님께서 수호자님을 뵙고 싶어하셨는데 시간이 조금은 나시겠습니다. 잠깐이라도 뵈면 어떻겠습니까?”
“총재님을요?”
게임의 무능한 총재와는 다른 인물.
공개 실험 직전에 잠깐 인사만 나눴었지.
그래서 누군지 안다.
[SSR 혈왕]천마의 막내 제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