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10)
특성 쌓는 김전사-110화(110/300)
돌연변이 -2-
“진심이냐? 돌연변이 마력핵을 쓰라고?”
내가 정색하고 묻자 마법 정령이 부연 설명을 했다.
[주인님의 능력은 너무 많습니다. 그 능력을 모두 일정 이상 발휘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이다 못해 파격적인 신체 재구성이 필요하지요. 평범한 신체 재구성으로는 부족하고, 돌연변이에 준하는 신체 재구성이 필요합니다.]“돌연변이에 준하는 신체 재구성이라…… 그러다가 내가 돌연변이 되면?”
[주인님도 돌연변이 능력은 있지 않습니까.]“그건 그렇다만.”
[중간에 정화 작업을 거칠 예정입니다. 주인님께서 불굴 능력과 정화 능력이 있으시니 다행입니다. 그 마력 회로를 이용해서 돌연변이 인자를 제거하면 제 계산으로는 안전합니다.]조금 걱정되긴 한다.
하지만 마법 정령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한번 믿어 보자.
마법 정령은 예지에 가까운 시뮬레이션 능력을 가진 인조 정령.특성 전환이라는 개사기 능력에 맞는 재구성 영약 레시피를 설계할 존재는, 소수 고위 마법사를 제외하면 마법 정령밖에 없다.
“돌연변이 마력핵만 있으면 돼?”
[다른 재료는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곤란한데…….”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신원 시장, 마탑 경매장, 콜로세움…….
세 수급처가 떠올랐지만 고개를 젓게 된다.
한두 종류도 아니고 네 종류를 다 구하기는 어렵지 싶어서.
돌연변이 마력핵이다.
변이체나 마수에게서 얻는 평범한 마력핵이 아니다.
수식어로 [돌연변이]가 붙는 마력핵은 오로지 한 종족에게서만 얻을 수 있다.
아니, 종족이라고 하기도 뭐하다.
그들은 멀쩡히 사람과 피를 섞어 자손을 볼 수 있으니까.
돌연변이.
오랜 세월 대를 이어 DNA에 마력이 축적된 끝에 DNA가 변형되고 날 때부터 변이체로 태어난 사람.
그들을 가리켜 돌연변이라 하고, 그들의 심장을 가리켜 돌연변이 마력핵이라 한다.
조선 시대만 해도 태어나자마자 살해당했지만 현대에는 달라졌지. 요즘엔 강원도 산골 깊은 곳에 자기들끼리 모여 살고 있다.
“돌연변이 마력핵은 어디서 구하지? 괴물촌으로 가야 해?”
[제 데이터상으로는 괴물촌이 유일한 공급처입니다. 간혹 암흑 시장에 물건이 공급되곤 하나 엄연한 불법입니다. 만약 괴물촌에서 알게 되면 형사 고발이 들어갑니다. 가끔 사적으로 복수할 때도 있고요.]“후, 알았어.”
돌연변이도 법률상 엄연히 인간 취급을 받는다.
그럴 수밖에.
성격이 흉포하고 성급한 경우가 많지만 멀쩡히 말을 하고 이성을 가지고 있으니까.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수도 있으니 말 다 했다.
“돌연변이 마력핵 가져올 테니까 기다려. 아, 설계랑 준비 미리 끝내 놓고. 최 소장한테 연락해서 다른 재료도 구해 놔.”
[넷! 조심히 다녀오세요!]SUV를 끌고 강원도로 출발했다.
최 소장이 말한 것처럼 깨끗이 수리된 SUV.
그래도 완전히 성하지는 않았다.
‘조금만 더 타다가 탈것 구해야지 진짜.’
지금은 돈이 없으니 패스.
부아아앙!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생각에 잠겼다.
‘돌연변이 마력핵은 어떻게 구하지?’
답은 이미 알고 있다.
평판작.
괴물촌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고, 돌연변이들끼리만 모여 살다 보니 부족한 것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다.
가려운 부분만 긁어 줘도 평판이 쑥쑥 오를 터.
그렇게 올린 평판을 바탕으로 많은 소재를 얻을 수 있다.
‘마력핵은 평판작이 다 끝나야 받을 수 있다는 게 문젠데…….’
살아 있는 돌연변이의 마력핵을 받는 것은 불가능.
이미 죽어 추려 놓은 마력핵을 받는 게 최선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괴물촌 평판작 방법을 모조리 꺼냈다.
‘반복 퀘스트, 반복 수집, 반복 사냥…… 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네.’
그렇다면 발상을 전환하자.
아케인 서울에서 괴물촌 평판을 뭉텅이로 주는 퀘스트가 몇 개 있었다.
대표적인 게 돌연변이 캐릭터 개인 퀘스트였지.
그중에 지금 시점에서 가능하면서 그 캐릭터가 없이도 발동할 수 있는 걸 찾아야 한다.
‘거수곰, 썬더, 해골뱀…… 아, 이게 좋겠다.’
하나를 찾았다.
미리 알고만 있으면 하루 만에 해치울 수 있는 퀘스트.
게임에서도 이거 하나면 평판 등급 한 단계는 올리고도 남았으니 여기서는 말만 잘하면 마력핵 4개는 얻어 가지 싶다.
부아앙!
생각을 정리하고 속도를 올렸다.
강원도 양구와 인제에 걸쳐 있는 대암산.
가기 전에 마트에서 필요한 걸 챙겼다.
각종 생필품.
음식.
부식거리.
또, 괴물촌과 거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래소에서 0레벨 마력핵을 대량으로.
“외지인이 여기엔 웬 일이슈?”
“볼일이 있어서요.”
“그려?”
수상쩍다는 듯이 쳐다보는 거래소 주인.
뒤로하고 마을을 빠져나왔다.
차 안에서 마력핵에 모종의 처리를 하고 등산 시작.
대암산 정상, 용늪이라 불리는 고층습원에 괴물촌이 있었다.
도로는 산 중턱까지만 이어진 상태.
차를 적당히 도로 옆에 주차해 놓고 뛰어 올라갔다.
[시구르드 연공법][마력혼][마력 회복] [도약][질주][기동]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속도였다.
험준하기로 유명한 대암산이지만 내 속도를 늦출 수는 없었다.
빼곡한 나무 사이를 번개처럼 가로지르고, 큼직하게 앞을 막아선 바위를 사슴처럼 뛰어넘으며 정상을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쌔애액!
날카로운 파공성이 울렸다.
“우웃!”
동시에 발동하는 위기 감지.
목덜미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낀 직후 몸을 꺾었다.
거의 90도로 방향을 전환한 후 빠르게 속도를 줄인다.
스키드 마크 남듯 땅에 고랑이 패이고, 내 몸이 덜커덕 멈춰섰다.
퍽!
그때, 하얀 물체가 날아와 나무에 박혔다.
흡사 화살처럼 보이는 물체.
나는 그걸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흔한 화살이 아니었다.
손가락 뼈였다.
누군가 화살이나 총알 대신 손가락 뼈를 날린 것.
아울러 마력 담은 목소리가 음울하게 퍼졌다.
“그만. 여긴 출입 금지다.”
목소리가 울린 지점.
한 괴인이 서 있었다.
전신을 펑퍼짐한 몸으로 가리고 얼굴에 방독면을 덮어쓴 여자.
노출된 것은 딱 하나, 새하얀 해골 손밖에 없다.
[SR 해골뱀]옷 아래 모습은 끔찍하다.
전신이 뼈만 남아 있으며, 뱀의 머리와 뱀의 꼬리를 가지고 있으니까.
언데드이자 돌연변이.
성능이 좋아서 많은 유저들이 애용했었지.
“출입 금지라니요?”
“말 그대로다. 누구도 여기 들어올 수 없다. 들어오고 싶다면 출입증을 제시하도록.”
원래는 특수한 퀘스트를 통해야 하지만, 나는 마법의 단어를 하나 알고 있다.
“여기 희망 마을로 가는 길 아닙니까?”
“……으음.”
희망 마을.
돌연변이들끼리 괴물촌을 부르는 이름.
사실 이게 정식 이름이다.
돌연변이에 대한 인식이 좋을 수가 없으니 보통은 괴물촌으로 통용되지만.
나는 해골뱀을 보며 의뭉을 떨었다.
“희망 마을을 찾아왔습니다만, 출입증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봅니다.”
“누구한테 들었지?”
“친구한테요.”
“친구 누구?”
“어……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합니까?”
대놓고 언짢은 기색을 풍기자 해골뱀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방독면과 고글, 벙거지로 가린 얼굴.
빈 눈두덩 속에서 녹색 안광이 고글마저 뚫고 내게 폭사되었다.
뭐 어때.
나는 당당하다.
게임 속 친구도 친구 아니겠어?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나에게도 친구지. 따라와. 우리 마을은 결계 안에 있어.”
“감사합니다.”
해골뱀이 순찰 중이라 다행이었다.
다른 초인이었다면, 특히 융통성 없는 썬더가 순찰 중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넘어가진 못했을 것이다.
조금 따라가자 안개가 짙어졌다.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마력이 물씬 풍기는 안개.
탓, 타탓.
해골뱀은 바위만 밟으며 이동했다.
그것도 십여 미터씩 떨어진 바위만.
바위 순서를 잘 기억하며 나도 도약으로 밟고 지나갔다.
해골뱀이 웅얼거리듯 내게 경고했다.
“잘못된 바위를 밟으면 바로 추방돼. 여긴 성역이 설치되어 있거든.”
“저도 들었습니다.”
“매일 밟아야 하는 바위가 바뀌니까 이상한 생각하지도 말고.”
“그럴 거였으면 아가씨를 보자마자 이놈부터 달렸겠죠.”
나는 허리띠에 단 묠니르를 툭툭 건드렸다.
아가씨라고 불러서 이상하게 생각한 걸까?
해골뱀이 나한테 묘한 눈빛을 던지고는 다시 날아올랐다.
한참을 바위 뜀뛰기를 한 끝에 마을에 도착.
“이야!”
게임 속 광경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괴물촌이라는 이름과는 안 어울리는 광경.
고즈넉한 시골 마을을 연상시켰다.
나무를 변이시켜 기둥 삼고 담쟁이덩굴을 넓게 펼쳐 벽 삼은 나무집들이 조르륵 서 있다.
장미와 백합, 국화가 집마다 흐드러지게 펴 있었다.
어떤 집은 꽃을 이용해 벽화를 그려 놓았다.
괴물촌이 아니라 꽃과 나무의 마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집들을 구경하고 있자 주민들이 내게 시선을 던졌다.
“인간?”
“어어? 인간이네?”
“여긴 왜 왔지?”
각양각색.
수도 많고 종류도 많다.
키가 5미터에 달하는 거인.
팔이 여섯 개에 머리 양쪽에 혹이 있어 머리 셋처럼 보이는 남자.
대미궁에서 봤던 악마를 닮은 여자.
몸에 번개 깃털이 돋은 아이.
시체처럼 얼굴이 창백하고 그림자가 없는 노인.
전신이 육체 대신 불로 이뤄진 화염 인간.
바깥에서 봤으면 변이체겠구나 하고 공격부터 퍼부었을 사람들이 나를 보고 경계하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는 무슨 볼일이지?”
“촌장님을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그래? 따라와.”
마을 중심.
다른 나무집보다 다섯 배는 큰 나무집이 있었다.
“촌장아, 들어갈게.”
해골뱀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보인다.
거대한 곰.
전신이 갑주 같은 강철 껍질에 싸여 있고 머리에는 웅장한 뿔이 솟아 있는 돌연변이가.
거수곰이 나를 보고 눈을 끔뻑였다.
“인간? 인간이 우리 마을에는 무슨 일이지?”
“너한테 볼일이 있대.”
“쯧, 너는 존대 좀 배워라. 아무리 외국인이어도 그렇지 언제까지 반말만 할 거냐.”
“이게 편해.”
“마을에 온 지 20년이 넘었으면서…….”
“순찰 중이었어. 난 갈게.”
“마음대로 해라.”
꾸웅.
해골뱀은 사라지고 나와 거수곰만 남았다.
거수곰이 송아지 같은 촉촉한 눈망울로 날 주시했다.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현실로 보니 더 적응 안 되네.
누가 저걸 7레벨 초인이자 돌연변이로 보겠어.
덩치 작았으면 거수곰이 아니라 귀염곰이라고 했겠다.
“처음 보는 분이네요. 저한테 볼일이 있으시다고요?”
“예. 부탁할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이라…… 인간 초인이 저한테 무슨 부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씀해 보세요.”
잠시 심호흡.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역시 대놓고 말하는 게 낫다.
한 대 맞긴 하겠지만 음흉한 놈으로 의심받는 것보다는 훨씬.
“마력핵이 필요합니다.”
“음?”
거수곰의 눈이 묘해졌다.
자기 귀를 의심하는 눈치.
다가올 파국이 뻔히 보였지만, 나는 물러나는 대신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거인 돌연변이 마력핵과 악마체 돌연변이 마력핵, 야차……”
“이 새끼가!”
예상대로였다.
거수곰이 격하게 분노를 터뜨린다.
두 눈에서 불을 토하며 팔을 휘둘렀다.
그 큰 거체 탓에 나무 기둥처럼 보이는 오른팔을.
쌔애액!
공기가 갈라진다.
아예 공간이 찢어지는 것 같다.
무방비 상태로 맞았다간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특성을 교체하면서 왼팔을 쭉 내밀었다.
[금강체][불사][시구르드 연공법] [마력 방패][실전 격투][방어]촤르륵!
아이기스가 전개된다.
금속 날개가 날렵하게 펼쳐지며 무형 역장이 벽을 만든다.
그 위에 덧대지는 방패 모양 방어막.
마침내 검은 무쇠팔이 벼락처럼 내리꽂혔다.
꽈르릉!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금강체가 아니었다면, 금강체에 포함된 결의가 아니었다면 여기서 끝장났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니었다.
몸이 붕 떠서는 거의 10미터도 넘게 날아갔다.
“크윽!”
왼팔이 부러진 듯이 아팠다.
그러나 실제로 부러지지는 않았다.
아이기스도 잘 버텨 주었다.
이를 악물고 벌떡 일어나자 거수곰이 입에서 불을 뿜듯이 외쳤다.
“제법이구나! 오냐, 그래야 때려죽이는 맛이 나지! 죽여 버리겠다!”
두 다리로 꼿꼿하게 서서 포효하는 거수곰.
고막이 팽하고 터져 버렸다.
이어 거수곰이 살짝 몸을 굽혔다.
도약하여 단숨에 날 깔아뭉개려는 준비 동작.
저거 맞으면 아무리 나라도 못 견딘다.
거수곰이 막 도약하려는 찰나 목에 힘을 주며 외쳤다.
“잠깐!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제가 여기 사시는 분들을 밀렵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왜 주먹부터 날리세요?”
“흥! 인간 초인들이 생각하는 게 다 뻔하지. 마력핵을 달라고? 그래, 살아 있는 주민의 마력핵을 가져가진 않겠지. 너도 납골당에 모셔진 마력핵을 노리는 게 아니냐! 너 같으면 네 가족, 네 친구의 시체를 돈 몇 푼에 팔아넘길 수 있겠냐? 필요 없다! 우린 돈도 금도 필요 없어! 그저 우리끼리 살 작은 천국이 필요할 뿐이다!”
거수곰이 앞발을 천천히 그러모았다.
마력 파장이 넘실거린다.
강렬한 적갈색 마력이 유형화되고 있었다.
권강.
혹은 오러 블레이드.
권강 쓰는 곰이라니, 실화냐?
“값은 치르지요.”
“값? 가앖? 네놈 같으면 돈 몇 푼에 가족과 친구의 시체를 팔 수 있겠냐?”
“당연히 돈 받고는 안 팔죠. 하지만 제 영혼을 받으면 팔겠습니다.”
“뭐? 영혼?”
뭔 소리냐는 듯이 쳐다보는 거수곰.
나는 계속 메고 있던 골프백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지퍼를 열고 한 물건을 꺼낸다.
거수곰에게 잘 보이도록 물건을 높이 들며 말했다.
“이겁니다.”
손바닥보다 살짝 더 큰 크기.
알맞게 부푼 용기.
살짝 미끈거리는 스티로폼 재질.
원래 세계에서도 그랬지만 이 세상에서도 국민 간식인 그것.
거수곰의 눈이 짜게 식었다.
“컵라면이 왜?”
당연히, 그냥 컵라면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