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113)
특성 쌓는 김전사-113화(113/300)
금오 그룹 -1-
나는 5레벨이 됐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인증을 위해 초인탑만 한 번 다녀왔을 뿐이다.
“초인님!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안 걸까?
최 소장이 나보다 큰 10단 케이크를 들고 쳐들어왔다.
“선생님! 5레벨 되셨다면서요!”
“축하드려요.”
그 뒤로 백소린과 쟈네트가 들어왔다.
최 소장처럼 눈에 띄는 선물은 없었지만 와인과 샴페인을 한 병씩 들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하늘에선 마법 폭죽이 터지고 있었다.
퍼엉! 펑펑!
[김전사 선생님의 대성취를 축하합니다!] [축! 5레벨 김전사!] [제일보안 일동]누가 폭죽을 쐈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서우진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돈 쳐발랐을 폭죽쇼가, 부산하게 날며 레이저를 쏘는 드론쇼와 함께 펼쳐지는 중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늘만을 기다렸습니다. – 철권파 일동] [축대성 – 사냥꾼 협회] [5레벨 달성을 축하드립니다. – 태양 마탑] [이 작지만 거대한 발걸음을 축하합니다. – 동부군] [꽃길만 걸으세요! – 토르 교단] [당신의 승천을 기원합니다. – 수호자 연맹] [여신의 축복이 있기를. – 가이아 교단] [대성 축하합니다.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 하얀 머리 동생이] [옛 아버지께서는 지금도 그대를 기다리십니다. – 옛 아버지 교단]화환이 줄을 지어 들어왔다.
원래 세계에서 보던 그 심심한 화환이 아니다.
마력 품은 영초 꽃만 선별하여 화환을 엮고, 온갖 보석으로 장식한 화환이었다.
심지어 마법을 심어 놓았는지 주위 공간이 부드럽게 출렁였다.
나는 그중 마지막 화환을 보고 입을 일그러뜨렸다.
옛 아버지 교단.
이건 도발이냐 뭐냐?
“정말 대단하세요!”
백소린이 눈을 반짝였다.
“선생님이 이렇게 많은 곳이랑 알고 지내는지 전혀 몰랐어요!”
마침 도착한 김철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습니다. 4대 세력 중에 재벌 빼고는 다 화환을 보냈네요. 언제 이렇게 인맥을 만드셨습니까?”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됐지.”
그러고 보니 금오 그룹은 어떻게 된 거지?
태양 마탑에서 내 정보를 빼 가려고 했으니 금방 접촉해 올 줄 알았는데 소식이 없다.
“파티다!”
최 소장이 어느새 불판을 설치하고 고기를 굽고 있었다.
백소린이 옆에서 돕고, 김철권은 자기 차에서 술을 궤짝째로 꺼내 왔다.
쟈네트는 뭘 할 줄 몰라 구경만 하고 있었고.
“소장님. 금오 그룹에 대해 들은 것 없습니까?”
슬쩍 묻자 최 소장이 뜻밖이라는 시선을 보낸다.
“초인님도 들으셨나 봅니다. 하긴 아무리 언론을 틀어막아도 알 사람은 다 알지요.”
응?
무슨 일 있어?
“초인님도 아시다시피 점입가경이죠. 승계 전쟁이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입니다.”
승계 전쟁?
“쓰러진 회장한테 자식이 일곱 있었다는 건 아시죠? 그중에 장남과 차남, 막내딸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다른 자식들은 다 탈락했고요. 모은 세력은 비등비등하고 셋이 능력도 비슷해서 쉽게 결판이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남은 건 전쟁밖에 없죠. 이사회에서 이미 전쟁 방식을 결의한 모양입니다.”
어, 이거…….
원래대로라면 한참 뒤에나 벌어지는 일 아니야?
금오 그룹의 승계 전쟁.
내 기억으로는 에피소드 6 핵전쟁 직전에 발발했었는데.
금오 그룹 회장이 핵전쟁 흑막에게 암살당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었지.
“장남, 차남, 막내딸이라고요?”
“예. 혹시 관심 있으십니까?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초인님께 관심이 많은 것 같더라고요.”
“어떤 의뢴데요?”
“간단합니다. 결투죠.”
“결투?”
“세 세력이 5연속 결투를 벌일 모양입니다. 거기 참가해 달라는 의뢰입니다. 성공 보수로 엄청난 금액을 걸었습니다.”
들어 보니 무시무시했다.
우선 현금으로 100억.
이건 셋 다 똑같았다.
추가로 장남은 다이아 30개, 차남은 마법 무구 3점, 막내딸은 다산총 1정을 걸었다고.
듣자마자 헛웃음이 나왔다.
“100억이 기본이라고요?”
“재벌이잖습니까. 그리고 초인님이라면 분명히 5레벨은 이기실 거니까요. 6레벨도 이길지 모르고.”
“레벨 제한이라도 있대요?”
“예. 이사회에서 6레벨 2명, 5레벨 3명을 제한으로 걸었답니다. 7레벨은 참가할 수 없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요?”
“제가 알기론 차남과 막내딸의 합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남 스승이 7레벨이어서요.”
“아하.”
“그래서 장남이 5레벨까지 집어넣었답니다. 6레벨은 차남과 막내딸도 꿇리지 않지만 장남 처남들이 5레벨 중에선 아주 손꼽히는 이들이에요.”
정치질은 진짜 복잡하네.
5연속 결투에만 이런 밀고 당기기가 있을 줄이야.
“그런데 재벌집 승계를 5연속 결투로 결정해요?”
“그걸로 끝이 아닙니다. 5연속 결투는 3연전 중에 하나에 불과합니다.”
“3연전?”
“총재 결투와 단체전이 또 예정되어 있습니다.”
“재벌은 돈 버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나요? 그걸 무력으로 결정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
“세력도 능력도 비슷하니까요. 그리고 돈 버는 건 무력에 달려 있지 않습니까. 힘이 없으면 돈도 못 법니다. 금오 그룹은 특히 쓰러진 회장이 무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기로 유명해서 이런 쪽에 더 민감합니다.”
하긴 그랬지.
게임에서도 거의 빌런 집단에 가까운 단체였으니까.
듣기로 세 명 모두 경영 능력은 검증이 됐다고 하고.
‘다이아, 마법 무구, 다산총이라 이거지.’
나도 끼어들까?
셋 다 쉽게 구하기 힘든 품목이다.
다대일도 아니고 일대일 결투면 솔직히 날로 먹을 수 있지.
대미궁에선 3 대 1도 이겼잖아.
이단심문관이랑 기사단장 둘이 N급이라 그런 거긴 하지만.
“저도 참가하죠.”
“초인님도요?”
“안 그래도 금오 그룹과는 풀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몇 달 전에 태양 마탑에서 마법사 한 명이 추방당한 거 아십니까?”
“알지요. 뉴스로 봤습니다. 지금은 금오 그룹 장남에게 개인 경호원으로 고용됐다고 들었습니다.”
장남?
뒷선이 그쪽이었어?
“그럼 막내딸 쪽에 참가하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막내딸이 주는 보상이 가장 좋으니까.
게임에서는 막내딸이 셋 중 제일 불리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겠지.
금오전자의 원로들은 장남을 지지할 거고, 금오보안의 실력자들은 차남을 지지할 테니.
막내딸은 금오금융을 갖고 있지만 이 시점에선 그나마도 약할 터.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는 불변의 진리다.
“초인님. 결정하시기 전에 아셔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쓰러진 회장 말입니다.”
내가 아는 내용이겠지?
게임에서는 단순 노환처럼 보였던 죽음.
나중에 핵전쟁 배후로 진리 마탑이 지목되면서 비로소 전말이 밝혀진다.
진리 마탑 레이드 끝에 입수한 비밀 서류에서 에피소드 4 악룡, 에피소드 5 지옥문, 에피소드 6 핵전쟁 모두 진리 마탑이 일으켰다는 사실.
4대 마탑에도 못 속하는 주제에 탑 내부가 구현되어 있던 이유가 있었지.
“태양 마탑에서 손을 썼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태양 마탑?
왜 그 이름이 여기서 나와?
얼쩡거리던 백소린이 냉큼 끼어들었다.
“태양 마탑이요? 태양 마탑이 왜요?”
“음…… 저도 내밀한 사정은 모릅니다. 하지만 금오 그룹에서 태양 마탑에 실수를 했고, 태양 마탑이 보복했다고 들었습니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재벌 회장을 어쩌지는 못하지 않을까요?”
“그건 소린 씨가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김철권이 옆에서 말했다.
“흔히 4대 세력이라고 퉁 쳐서 말하지만 4대 세력 간에도 엄연히 강약의 차이가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6강 12약이라고 해야지요.”
“6강 12약이요?”
“김 사장님 말이 맞습니다. 동부군, 서부군, 신화그룹, 태양 마탑, 옛 아버지 교단, 시바 교단, 이 여섯 세력을 6강으로 꼽습니다. 이들과 나머지 세력은 차이가 크죠.”
2대 군단, 4대 재벌, 5대 마탑, 7대 교단.
총 18개 세력 중 강약을 구분하는 척도는 간단하다.
“8레벨 초인님이 있는 곳들이네요.”
“바로 그거죠. 이번에도 태양 마탑주님이 직접 움직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도 들었습니다. 회장님 심장이 까맣게 타 있었다고요. 그런데도 정체불명의 마력이 피를 순환시키고 있었다고 하니 뻔하죠.”
“우리나라에서 그게 가능한 사람은 태양 마탑주님밖에 없습니다. 외국에는 꽤 있다고 합니다만.”
최 소장과 김철권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왜 태양 마탑주가 움직인 걸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몇 달 전의 그 일이었다.
내 정보를 빼내려고 했던 것.
아마도 태양 마탑주가 은밀하게 경고를 보낸 게 아닐까?
그러다 시비가 붙었겠지.
금오 그룹 회장도 보통 성격이 아니니까.
그 과정에서 태양 마탑주의 분노가 폭발했다면?
단순히 암수가 아니라, 아예 한 판 치고받았을 것이다.
금오 그룹은 안간힘을 써서 그걸 감추려고 했겠고.
외부 시선을 가장 신경 쓰는 것도, 가장 무시하는 것도 재벌이니까.
괜히 TV 방송사와 신문사를 손에 틀어쥐고 있는 게 아니다.
‘이상하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금오 그룹 회장이 죽었다고?
마탑주가 급발진하는 성격이긴 해도 뒷일 다 무시하고 재벌 회장을 죽일 사람으로는 안 보였는데.
아마 내가 모르는 뒷사정이 있지 싶다.
“거기 남매들도 이상하네요. 태양 마탑한테 자기 아버지가 당했으면 복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럴 집안이 아닙니다.”
“거기 인간들은 하이에납니다. 누구도 성녀나 법왕을 모셔 오자고 하지 않았습니다. 발견 당시에 엘릭서를 쓰고 성녀나 법왕에게 부활 기적을 받았다면 살아났을 건데도요.”
“회장이 민심을 잃긴 잃었었죠. 걸핏하면 암살자를 보내고 승진이라고 하고 오지로 좌천을 보내니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자식들도 회장을 치료하려고 하기보단 경영권 갖겠다고 박 터지게 싸우고 있으니 말 다 했습니다.”
“이젠 골든타임도 지나서 살릴 수도 없답니다. 생명 유지 장치에 넣어 놓고 심장만 뛰게 하고 있어요. 이사회에서 부회장이 선출되는 순간이 회장이 죽는 순간이겠지요.”
막장은 막장이네.
게임에선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하던데.
여기선 아예 죽으라고 등을 떠밀어?
“돈이 뭔지…… 알겠습니다. 최 소장님이 정식으로 연락 넣어 주세요.”
“막내딸이 여러모로 불리합니다만 그래도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불리해서 좋은 점도 있죠.”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
아마 며칠 뒤에나 약속이 잡히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백소린이 어느새 4레벨에 가까워진 것을 알고 조언과 축하를 해 주고 있을 때였다.
띵동.
초인종이 울리면서 최 소장의 스마트폰이 찌르릉 울음을 토했다.
“어…….”
최 소장이 스마트폰을 확인하곤 눈을 치켜떴다.
“밖에 도착하셨다는데요?”
“예?”
“그 막내딸, 아니, 금오금융 성 사장님이 밖에 도착하셨답니다.”
의뢰받겠다고 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 정도면 연락받자마자 자동차, 아니 비행차 타고 날아온 거다.
성역을 조정하고 문을 열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한 여자가 도도하게 서 있다.
비서도 경호원도 없이 혼자서.
그러나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목덜미에 난 까마귀 깃털이 시선을 잡아끈다.
귀밑머리에 가려진 작은 보석이 진한 마력을 뿜고 있다.
내가 김철권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던 리바이어던 빌드.
생체 변이와 기계 의체의 조합.
재벌가쯤 되면 자기 가문에 맞는 강화 지식 정도는 있었다.
“성 사장님?”
“예. 성희영입니다. 이메일은 받았습니다. 제 의뢰를 받으시겠다고요?”
성희영이 날 아래위로 훑어본다.
물건 품평하는 듯한 태도.
나도 마찬가지다.
게임에서는 독사이자 독전갈로 묘사되던 인물.
경계하는 한편으로 호기심이 들었다.
어머니가 톱스타라 외모만큼은 대단했으니까.
“들어오세요. 조촐하게 파티 중이었습니다.”
“5레벨이 되셨다는 건 들었어요. 축하해요.”
“감사합니다.”
본인도 6레벨 초인.
성희영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들어왔다.
시끌벅적하던 저택이 정적에 잠겼다.
마력 파장을 발하지도 않음에도 풍기는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한 까닭이다.
“흐응.”
성희영이 백소린과 자네트를 보고는 콧소리를 냈다.
“저분들이 초인님의 천재 제자들인가 보죠?”
“예. 둘 다 3레벨입니다. 한 명은 한 달 내로 4레벨이 될 거고요.”
“제가 봐도 그렇게 보이네요. 서 본부장한테도 들었지만 초인님은 교육에 천부적인 능력이 있으신가 봐요. 일곱이나 되는 제자들이 전부 3레벨 이상인 걸 보면.”
일곱?
아, 서우진이랑 그 친구들까지 포함해서 말한 거구나.
정식 제자는 아니고 무협식으로 말하면 외문 제자나 속가 제자라고 봐야 하지만 어쨌든 제자는 제자.
나는 어깨만 한 번 으쓱였다.
“그런 셈이죠.”
“가능하다면 우리 보안팀, 아니 금오보안의 대표 이사나 상임고문으로 모시고 싶네요. 괜찮을까요?”
“겨우 5레벨짜리를 대표 이사로요? 그건 힘들지 않을까요?”
“가능하죠. 평범한 분도 아니고 묵호검주시니까.”
성희영의 눈이 내 허리에 꽂혀 있었다.
다름 아닌 묵호검에.
하긴 누가 나를 단순한 5레벨로 판단하겠어.
태양 마탑과도 연줄이 있고,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의 명예 성기사인데.
워낙 조용히 들어와서 화제가 되진 않았지만 알 사람은 다 알았다.
“죄송합니다만 단체에 소속되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군단장님의 제자가 되는 것도 거절하신 분이니 금오보안의 사장 자리도 눈에 차지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초인님도 좋아하시는 게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기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성희영.
김철권이 바싹 긴장해서는 몸을 일으킨다.
기관단총에 손을 가져가지만 성희영은 본 척도 하지 않는다.
호주머니에서, 아마도 공간 확장이 되어 있을 마법 호주머니에서 두툼한 권총을 하나 꺼낼 뿐.
눈에 익은 권총이었다.
게임에서도 많이 보았고, 지금 내 골프백에서 잠자고 있는 두 자루 총과 형제처럼 닮아 있었으니까.
“다산총입니다.”
성희영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한 자루를 수임료로 드리고, 성공하면 한 자루를 더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