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26)
특성 쌓는 김전사-126화(126/300)
126화 천겁지고성 -1-
그그그극.
기기기긱.
조 장로가 삐걱삐걱 고개를 돌린다.
고장 난 양철 로봇 같은 움직임.
저승철과 마력 회로의 진은이 서로 반발하고 있었다.
방사되는 마력 불꽃이 마을 하나를 날리고도 남을 정도.
조 장로가 내게 시선을 고정했다.
한쪽은 마법 안구.
다른 한쪽은 기계 의안.
이를 드러내며 웃자 톱니 치아가 싸구려 공포 영화 크리처처럼 기괴하게 마찰했다.
“쥐새끼 같은 놈. 죽을 자리를 찾아 왔구나.”
손을 뻗는 조 장로.
쇳소리와 함께 손이 열린다.
마광포나 마법 기관총 같은 강화병 특유의 의체는 아니다.
대신 팔 전체가 마법 지팡이로 개조되어 있었다.
팔뼈가 지팡이 몸체.
손은 인간의 손을 그대로 흉내 낸 마법 보석.
나는 조용히 묵호검을 뽑았다.
“중화기 설치하세요.”
“네, 네!”
김마법이 황급히 한쪽으로 달렸다.
조 장로의 시선이 김마법을 따라간다.
김마법이 공격당하게 놔둬서는 안 된다.
나는 배에 힘을 주고 소리쳤다.
“덤벼 봐라! 기계 뼈다귀야!”
“……허?”
“제자 옆으로 보내 주마! 네 제자, 멍청한 조카 놈이 지옥에서 널 기다리고 있다!”
“허허허.”
조 장로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얼마나 가소로울까.
7레벨 대 5레벨.
4대 세력에서도 6강으로 꼽히는 마탑의 장로로서 흙수저 뒷골목 출신 전사 나부랭이에게 욕을 얻어먹으면.
이내 두 눈에서 칠흑 불길을 뿜어냈다.
“감히!”
이제 김마법 따위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오로지 나만 본다.
나에게만 시선을 꽂고 마력을 일으킨다.
화악!
공기가 바뀌었다.
저 높은 곳, 검은 태양으로부터 유입되던 막대한 마력.
그것이 파직파직 방전되며 오른손에 꽂힌다.
조준할 것도 없이 튀어나오는 검은 번개!
“큭!”
가까스로 쳐 냈다.
육감이 아니었다면 막지 못했을 것이다.
검 전문가의 쳐내기, 실전 격투의 방어가 발동하며 칠흑 빛줄기가 내 옆으로 튕겨 나갔다.
꽈르릉!
뒤늦게 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벼락이 강타한 지점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다.
땅에는 흠집이 깊게 났다.
깊이로 따지면 적어도 십 미터 이상.
만약 맞았다면 묵호검만 남고 난 폭사당해 사라졌겠지.
“흥.”
조 장로가 코웃음을 쳤다.
왼손에 끼고 있던 반지가 저절로 떠오르더니 빙글빙글 회전한다.
거기서 어둑한 빛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지를 매개로 오른손과 왼손이 연결된다.
그리고 깜빡깜빡 촛불처럼 켜지는 불덩어리들!
나는 불그죽죽하게 그어지는 궤적을 보며 신음을 삼켰다.
전방위 폭격이 예고되고 있었다.
나만 아니라 김마법까지 함께.
조 장로는 지금 나는 물론 김마법도 같이 죽일 작정이었다.
그러면 안 되지.
김마법이 중화기를 설치하지 못하면 나도 결국은 죽은 목숨이다.
“조옥분!”
장로실에서 본 이름을 외쳤다.
“네가 8레벨이 된다고 탑주님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뭔 개소리를 하고 싶은 거냐.”
“천만에! 넌 절대로 탑주님을 못 이겨! 여태 살면서 한 번도 못 이겨 봤지? 네가 일식 학파라서 그래! 일식 학파 같은 찐따 개병신 삼류 학파는 죽었다 깨나도 태양 학파를 못 이겨!”
순간 공기가 출렁였다.
조 장로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평생을 두고 쌓아 왔을 열등감.
그것을 자극하자 마력이 반응하는 것.
“이 개 같은 종자가!”
“안 그래? 이름도 태양 마탑이잖아! 일식 마탑이 아니라 태양 마탑! 일식 학파가 태양 학파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면 진작 일식 마탑으로 개명했겠지! 헛꿈 꾸지 말고 자살이나 해라! 탑주님 오시면 넌 절대 곱게 못 죽어!”
“감히, 감히! 내 앞에서 일식 학파를 입에 담다니!”
평소였다면 냉소 한번 날리고 넘겼을 도발.
조 장로는 여지없이 넘어왔다.
불완전한 지식으로 불완전한 의식을 진행 중이니 평상심도 이성도 쉽게 흔들리는 것.
나는 목이 근질근질해지는 걸 느끼고 급히 특성을 재점검했다.
[도발] 특성 때문이다.새로운 특성을 얻은 건 좋은데 도발 특성을 장착하고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조 장로가 손을 휘저었다.
[귀안]과 [육감]의 가호 아래 붉은 궤적이 다시 보인다.오로지 내게만 집중된.
기필코 날 죽이고 말겠다는 의지가 담긴 살의가.
파파파팟!
광선이 쏟아진다.
거의 빛의 속도로 날아든다.
벼락 치는 순간 이미 날 강타하고 있다.
나도 빠르게 움직였다.
한발 앞서 검을 긋고 휘두르고 흔들었다.
정말이지 간발의 순간이었다.
0.1초라도 늦었다면, 특성 교체를 조금이라도 늦게 했다면 칠흑 광선에 얻어맞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겠지.
콰콰콰쾅!
검은 빛무리가 사방으로 번졌다.
아차원 미궁이 무너질 듯이 흔들렸다.
충격파가 터지고 파편이 날 마구 때렸다.
여파만으로 이 정도라니.
나는 내상을 입고 피를 토하면서도 꼿꼿이 버티고 섰다.
조 장로가 얼굴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린다.
“끼아아악!”
“꺄아아아!”
어깨에 꽂힌 반정령 불사조와 기계 까마귀가 울음을 터뜨린다.
“그걸 막았다고?”
어, 막았지.
손이 부서지는 것 같지만 막았어.
때마침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중화기 설치했어요! 작동시킬게요!”
“뭐라고!”
조 장로가 다급하게 머리를 돌렸다.
뒤늦게 지팡이 팔을 들어 김마법을 겨냥하지만 늦었다.
마법 주사위가 빛을 발사하고 있었다.
예리한 송곳처럼 공간으로 파고드는 무지갯빛.
공간을 찢고 이쪽저쪽에서 똑같은 무지갯빛이 날아온다.
그리하여 서로 결합.
공간과 아차원에 간섭하고 마침내 미궁이 붕괴했다.
쿠구구궁!
공간 자체가 깨어진다.
유리 조각처럼 변해서 폴폴 무너진다.
워낙 거대한 미궁이라 붕괴에도 시간이 걸렸다.
완전히 현실로 돌아가기 전에 먼저, 권총 한 자루가 공간을 찢고 나타났다.
탕!
경쾌한 총성.
권총 주변만 공간이 깨지고 한 사람이 몸을 비집고 들어왔다.
정장을 입고 머리를 잘 정돈한 노인.
마탑주였다.
“어이고, 허리야.”
“오랜만에 힘을 썼더니 담 오게 생겼네.”
“어휴, 미궁이 이게 뭐야?”
“조 장로는 진짜 악취미라니까.”
“흑마법 버리겠다고 선언하더니만 미궁은 왜 또 이 꼬라지야?”
마탑주만이 아니었다.
장로들도 줄을 지어 들어왔다.
조 장로가 고개를 삐걱삐걱 틀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검은 태양을.
개기 일식이 진행되어 검게 빛나야 마땅할 그 태양을.
이미 깨져 있었다.
시커먼 쟁반 같아야 할 표면에 금이 쩍쩍 간 것.
의식 실패.
당연히 그 반동이 몰려온다.
푸화악!
조 장로의 전신에서 까만 액체가 뿜어졌다.
아마도 기름.
각종 희귀한 재료를 갈아 넣어 만들었을 마력액이 대책 없이 뿌려지고 있었다.
“너! 너어!”
조 장로가 삐걱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너만은! 너만은 죽여 버리고 말겠다!”
아마 몇 시간만 있었으면 의식이 성공했을 것이다.
반쯤 미치고 지능은 떨어졌을망정, 인간이 아니라 변이체나 타락체 수준이 됐을망정 조 장로는 8레벨이 됐겠지.
그런데 8레벨을 눈앞에 두고 실패했다?
발가락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았던 전사 나부랭이 때문에?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하다.
조 장로가 마력을 펼치며 내게 돌진했다.
콰아앙!
마력을 얼마나 많이 방사하는지 제트 엔진 터지는 소리가 난다.
검은 날개가 허공에 각인된 순간.
조 장로가 내 코앞에 도달한다.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
마법 보석 손이 초거대 폭탄처럼 화악 확장되던 그때!
나는 본능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콰앙!
“컥!”
무지막지한 충격.
단숨에 정신을 증발시킬 듯한 위력.
특성을 교체할 수는 없었다.
대신 무쇠주먹을 발동했다.
강철판이, 마력광이 날 보호하지 않았다면 즉사했겠지.
내 몸이 가랑잎처럼 날아간다.
수 미터도 아니고 수십 미터를 훨훨 비행한다.
아득해지는 정신을 다잡으며 앞을 보자 조 장로가 지팡이 팔을 내게 겨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끝, 마법 보석 손에서 시커먼 불길이 휘몰아치는 것도.
우연이었을까?
마탑주와 눈이 마주쳤다.
평소 웃고 있던 눈은 냉정하기만 하다.
이번에야말로 내 바닥을 확인하겠다는 듯 날 보고 있다.
역시 마법사는 마법사.
아무리 호의적인 것 같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바닥을 몇 바퀴 구른 다음 몸을 일으켰다.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불길이 나를 덮쳤다.
“으아아아!”
무쇠주먹 지속 시간은 이미 끝나가는 중이다.
마법 저항도 4중 방어막도 쓸 수 없다.
대신 나는 몸을 던졌다.
공중으로.
그리고 다시, 공중으로.
“금오신!”
뒤늦게 조 장로가 내 신발을 확인하고 이를 갈았다.
“네놈! 도대체 정체가 뭐냐? 까마귀 놈의 사위라도 되느냐? 어떻게 금오 세트를 갖고 있지?”
그걸 이제야 보셨어?
확실히 멍청하긴 멍청해졌네.
전사가 너보다 낫겠다, 야.
슈슈슝!
마법이 날아온다.
검은 화염구가 난사된다.
까만 번개가 공중에서 내리꽂힌다.
칠흑 지뢰가 뻥뻥 폭발한다.
어둠 칼날이 은밀하게 급소를 노린다.
다 의미 없었다.
모조리 쳐 내고 막았거든.
처음 대괴수처럼 날아들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지금은 7레벨 마법사도 아니고 6레벨 마법사를 보는 성싶었다.
멀리서 몸을 고정한 채 위력만 강하지 섬세함이 떨어지는 마법을 날리는 게 전부.
이래서야 날 어쩌지는 못한다.
차근차근 빌드업을 쌓고 일격을 먹여야 할 판에 마법 난사?
특성 전환이 없어도 충분했다.
나는 차분히 검을 휘두르며 방어에 전념했다.
“흐윽, 흐윽.”
공격당하는 건 난데 조 장로가 가쁜 숨을 내쉬었다.
실시간으로 약해진다.
6레벨에서 5레벨로, 5레벨에서 4레벨로, 4레벨에서 3레벨로.
급기야 1레벨까지.
흘리는 마력 파장은 물론 쏘아 보내던 마법도 약화되었다.
급기야 1레벨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촛불 덩어리가 날아온다.
나는 조 장로를 보다가 검을 거뒀다.
촛불 덩어리가 날 직격했다.
조 장로의 눈에 기대의 빛이 어린 것도 잠시.
곧, 푸시시 소리를 내며 촛불 덩어리가 사그라졌다.
“이, 이럴 수가!”
조 장로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없어! 내 마법이, 내 힘이, 내 세계가!”
그것으로 끝이었다.
삐걱거리면서 팔을, 지팡이 팔을 내밀던 조 장로.
전신이 붕괴한다.
진은 마력 회로가 스스로 떨어져 나가고, 저승철도 풍화되어 가루가 되고, 불사조 머리는 불꽃이, 까마귀 머리는 고철이 되어 흩어졌다.
남은 것이라곤 기괴한 조각품 같은 깡통 머리통과 마법 보석을 섬세하게 깎아 손으로 만든 지팡이 팔뿐.
아, 하나 더.
왼손에 차고 있던 거무튀튀한 반지 하나.
“흥.”
마탑주가 코웃음을 쳤다.
“잘 뒈졌다. 쓰레기 같은 년.”
아예 카악, 가래를 끌어 올리더니 시원하게 뱉어 버린다.
반면 장로들은 얼굴이 좋지 않았다.
“쯧쯧.”
“인생무상이라더니.”
“레벨 업은 정통을 따라야 하는 법이거늘.”
“도대체 어디서 저런 삿된 지식을 얻은 걸까요?”
“뻔하지요. 조 장로 제자가 금오 그룹에 가 있지 않았습니까. 거기 마력 회로랑 일식 학파 지식을 응용한 걸 겝니다.”
“사람이 참, 검증도 안 해 보고…….”
“레벨 업에 눈이 뒤집히면 뭔들 못 하겠습니까.”
“저도 마법사지만, 마법사란 인종이 원래 그렇지요.”
이겼다.
7레벨 마법사를 단독으로 사냥했다.
아, 그건 아닌가?
마탑주와 장로들이 밖에서 의식을 망가뜨리고 들어오지 않았으면 결국 나는 말라 죽었을 거니까.
“자네 정말로 대단하군.”
마탑주가 가까이 다가와서는 말했다.
조금 전, 식재료 등급 평가하듯 무감정하던 눈은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적당히 탐욕적이면서도 적당히 호의적인 눈빛.
쫘악 소름이 돋았다.
이토록 자유자재로 자신을 연기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예전에는 대마법 특화 전사 같았는데 오늘 보니 실전형 무사 같았어. 초능력은 사람의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법인데, 어떻게 이렇게 바뀔 수가 있지?”
“하하. 제가 좀 특별합니다.”
“암, 암. 정말로 특별하지. 하긴 그런 사람이니까 호랑이 영감이 자네한테 묵호검을 줬겠지.”
마탑주가 내 허리를 일별한다.
아주 잠깐 눈빛이 바뀌었다.
지독한 탐욕으로.
생각 같아선 끌고 가서 생체 실험이라도 하고 싶다는 태도.
식은땀이 삐죽 솟았다.
묵호검이 있어서 다행이고, 예전에 내 진면모를 조금이라도 보여 주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때 들켰으면 내기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겠지.
“흠…… 들어 본 적이 있는데 말이야.”
마탑주가 기억을 더듬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천, 천…… 뭐였더라? 맞아. 천겁지고성이라고 했었지. 천겁지고성을 타고나면 무한한 재능과 만 가지 초능력을 가진다고 들었어.”
어,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맞다. 마법 정령이 재구성 영약 만들 때 말했었지.
그런데 이거랑 내 특성 전환은 다르지 않나?
난 계열 제한이 걸린 특성은 못 익힌다고.
나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그거 대박이네요. 저도 그런 거 타고났으면 좋겠습니다. 천겁, 천겁…… 뭐라고 하셨죠?”
“천겁지고성일세. 흠, 그럴 리가 없지. 천겁지고성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하는 거니까. 천살성이나 자미성과는 달리.”
마탑주가 자기 할 말을 하고는 조 장로의 시체로 걸어갔다.
얼굴을 찌푸리며 잔해를 집어 든다.
지팡이 팔.
그리고 반지.
나머지는 장로들을 따라온 젊은 마법사들이 수습했다.
재료로도 못 쓰게 망가진 상태.
그래도 마탑 장로였으니 장례식은 치러 주겠지.
“이거 받게.”
마탑주가 수거한 반지를 내게 건넸다.
“이번 일 보상일세.”
수수한 형태의 거무튀튀한 반지.
나는 반지를 받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뭔지 아니까.
장로들이 옆에서 바로 반대하고 나섰다.
“마탑주님! 그건 안 됩니다!”
“우리 마탑의 보물 아닙니까!”
“일식의 반지를 외부인에게 넘기신다니요!”
“절대 안 됩니다. 절대요!”
장로들로서는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SSR 일식]일식 학파의 최고 보물.
학파장의 상징이자 최강 무구.
또한.
마탑의 8대 보물 중 하나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