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27)
특성 쌓는 김전사-127화(127/300)
127화 천겁지고성 -2-
빗발치는 반대에도 마탑주는 완고하기만 했다.
“그러면 이걸 마탑 창고에다 박아 둘까?”
냉엄한 눈으로 장로들을 훑어보는 마탑주.
“나는 돌아가면 즉각 4대 마탑 회의를 소집할 걸세. 거기서 일식 학파를 마탑 공적으로 선포할 거고.”
“마탑 공적이요?”
“그, 그건…….”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까진 없지 않습니까.”
장로들이 거부감을 내비친다.
그러나 마탑주는 이미 뜻을 굳힌 모양이었다.
“반역을 저지른 조 장로일세. 또, 이 지경이 되도록 일식 학파 마법사들이 코빼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뭘 뜻하겠나? 그들도 조 장로에게 희생된 게야.”
“으음!”
“확실히 그렇습니다.”
“학파원들까지 제물로 바치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사악한 무리를 공식 학파로 인정할 수는 없지. 일식 학파를 공적으로 선포하고 모든 관계를 지울 생각이네.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끔 할 거야. 그런데 일식 학파의 재산과 보물을 모두 마탑이 몰수한다고 생각해 보게. 외부에서 어떻게 생각하겠나?”
무슨 말인지 알겠다.
단순한 권력 다툼으로 보겠구나.
사실 그래도 상관없지만, 여기에는 마탑주의 의도가 숨어 있었다.
일식 학파가 절대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려는 의도.
단순히 권력 다툼에 당한 희생양과 울릉도를 통째로 제물로 바치려고 한 사악한 흑마법 학파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이게 마법사들의 싸움.’
나야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그만.
사실 이렇게 고생했는데 8대 보물급은 받아야지.
동부군 군단장에게 묵호검을 받고 금오그룹에선 금오 세트를 받은 것처럼.
장로들은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모양이었다.
“차라리 다른 걸 주시지요?”
“묵호검주가 고생하긴 했지만 일식은 너무 과합니다.”
“그럼 뭘 줘야 하겠나? 이번에 묵호검주 아니었으면 우린 정말로 창피를 당했을 걸세. 아까 밖에서 못 봤나? 의식이 성공했으면 조 장로는 8레벨 대괴수가 됐을 거야. 마법사가 아니라 대괴수 말일세. 그러면 울릉도 전역에서 변이체를 일으켜 우리 마탑을 공격했을 텐데, 그 손해가 어느 정도일지 계산이 안 되나?”
“조 장로가 대괴수가 되었다 해도 우리가 이겼을 겁니다.”
“그래. 이겼겠지. 하지만 손해가 없진 않았을걸? 8레벨 조 장로는 나조차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괴물이야. 여기 있는 자네들 중 하나둘, 아니 절반 정도는 죽어도 이상하지 않아. 자네들 목숨과 일식의 반지. 둘 중 무엇이 더 무거운가?”
마탑주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장로들도 더는 반대하지 못했다.
가만히 고개를 숙이며 동의를 표했다.
“알겠습니다. 더는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평범한 전사도 아니고 묵호검주이니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그게 좋겠지요.”
“일식 학파와의 완전한 결별을 홍보할 수도 있고요.”
그렇게 [SSR 일식]은 내 차지가 되었다.
마탑주가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
“끼어 보게.”
몇 달 만에 마력 저장 반지를 뺐다.
그 자리에 대신 일식을 낀다.
스아아아.
흐릿한 속삭임이 귓가에 울렸다.
그것도 잠시.
뜨겁고도 차가운, 사악하고도 매혹적인 힘이 찰랑찰랑 차오른다.
반지에 탑재된 특성은 [일식].
[마력 포식]과 [마력 흡수], [마력 저장]의 복합 속성이다.흑마법으로 만든 반지라 차츰 타락하게 만들지만 난 상관없다.
까마귀 형상 모자.
금오모.
거기서 나오는 무형의 힘이 내 정신을 항상 보호하고 있으니까.
마탑주도 거기까지 확인하고 내게 일식을 넘긴 거였다.
“우와…….”
김마법이 내게 부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묵호검주님은 좋으시겠어요. 8대 보물이라니…… 저도 5레벨이고 묵호검주님도 5레벨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마법 씨도 열심히 마력 쌓으면 많이 강해질 겁니다.”
“그래도 묵호검주님만큼은 아니지 않을까요?”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특성 전환을 뛰어넘을 방법은 없다.
금수저라고 해도 마찬가지.
“그럼 돌아가지. 제자들 시켜서 뒷정리하고 오게. 간단하게 장례도 치러 주고.”
“예, 탑주님.”
마탑주의 강권으로 태양 마탑에서 며칠 머물렀다.
그러면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아주 가관이었다.
“허허, 이렇게 많이 해 먹었을 줄이야.”
보고를 들은 마탑주가 이렇게 한탄했을 정도.
일식 학파는 수십 년, 아니 수백 년간 태양 마탑에 기생하면서 엄청난 재화를 횡령했다고 한다.
어느 정도 해 먹는 줄은 알았지만 마탑 통합 차원에서 묵인했는데 그 양이 엄청났다고.
그 모든 것이 이번 일에 집중되었다.
일식 학파의 염원.
9레벨 대마법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
김마법이 머리를 갸우뚱했다.
“9레벨? 정말로 9레벨이 가능했을까요?”
“보고서만 보면 가능했다. 엄청난 재료가 들고, 인신 공양에 신체 개조, 특수한 약물, 불사조의 정수와 칠흑 까마귀 마법칩이 필요하다만 어쨌든 가능성은 있었어.”
탑주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마탑주가 손가락을 책상에다가 톡톡 쳤다.
“이런 조악한 설계도가 아니라 제대로 연구하고, 신수 불사조의 심장에 태양 까마귀 마법칩, 그리고 우리 학파의 태양 심장로를 응용하면 안정적으로 9레벨이 될 것도 같은데…….”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 봐.
들어 보니 아주 잡탕 빌드다.
게임에서도 몇 번 나오기는 했지.
유저들이 쓸 수는 없는, 오로지 레이드 보스 컨셉으로만.
“부작용이 어마어마하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진 일침.
순간 몰입하려던 마탑주가 쓰게 웃었다.
“그렇지. 역시 전사들은 직관적이야. 부작용이 엄청나다네. 아무리 낮춰 계산해도 인성은 제거되겠어.”
“인성이 제거된다고요? 할아버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뭔 소리겠냐, 인석아. 사이코패스 된다는 소리다.”
“헉! 그러면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지. 감정 없는 9레벨 대마법사라…… 그건 재앙이다. 대재앙.”
최소로 낮춰 잡아도 사이코패스.
최악으로 계산하면 어떨까?
정답은 레이드 보스다.
이성도 지성도 아무것도 없는, 살육의 본능만이 남은 변이체이자 대괴수.
마탑주가 가만히 고개를 기울였다.
“가능성이 적긴 했지만 조 장로가 9레벨이 됐을 수도 있었군. 그럼 우리 마탑도 정말 치명타를 입었을 테니…… 이거 일식의 반지만으로는 부족하겠어.”
“아닙니다. 일식의 반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한테 과분한 물건이라 크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디 보자…… 흠, 좋은 걸 주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군. 몇 개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자네 격에 어울리지 않아.”
마탑주가 내 몸을 천천히 훑었다.
무기로는 묵호검, 묠니르, 아이기스.
방어구로는 방호복 상하의, 금오 세트.
장신구로는 풍요의 심장, 일식, 위기 감지 반지.
그나마 반지 한 짝을 받으면 좋지 싶다.
하지만 위기 감지를 대체할 반지는 많지가 않은데…….
“할아버지!”
가만히 있던 김마법이 눈을 빛냈다.
“레드 쿠거를 드리면 어때요?”
“으응? 레드 쿠거를?”
“네! 묵호검주님 허접한 깡통차 타고 다니잖아요. 레드 쿠거 정도면 좋은 선물이죠! 묵호검주님한테 뭘 드리려면 최소한 일식급은 되어야 하는데 우리 8대 보물, 아니 7대 보물은 마법사 계열만 쓸 수 있잖아요!”
“그야 그렇다만 레드 쿠거는…….”
“아니면 화이트 불은 어때요? 전사들은 SUV 좋아하잖아요! 묵호검주님이 모시는 차도 SUV고!”
“그, 그게 말이다.”
마탑주가 보기 드물게 쩔쩔맸다.
레드 쿠거라?
불사조 계곡을 찾으며 운전할 때의 손맛이 기억난다.
내 몸처럼 움직이던 레드 쿠거.
경쾌하고도 손에 착 감겼지.
화이트 불도 끌렸지만 레드 쿠거만큼은 아니다.
애초에 내 취향은 SUV가 아니라 스포츠카였으니까.
지금 모는 SUV도 공짜라서 몰고 다닌 거지, 내 돈으로 사라면 사지 않았을 거다.
“레, 레드 쿠거는 좀 그렇고 다른 비행차라면…….”
“와, 할아버지!”
김마법이 눈을 부릅떴다.
“묵호검주님한테 너무 하시네요! 평범한 전사도 아니고 묵호검주님이잖아요! 묵호검주! 동부군 군단장님이 인정하고 금오그룹 총수가 청혼한,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의 명예 성기사면서 옛 아버지 교단의 구원자에게 레드 쿠거도 아니고 화이트 불도 아니고 블랙 차저도 아니고 다른 비행차요? 묵호검주님한테 아무 비행차나 주시게요? 완전 너무하신다! 흑염 연구 자료도 주고 불사조 계곡도 두 번이나 찾아 준 분한테!”
“그래도 레드 쿠거는…….”
“할아버지 이렇게 쫌생이었어요?”
순전히 손자라서 할 수 있는 말.
마탑주가 울컥해서는 소리쳤다.
“오냐, 준다. 줘! 레드 쿠거 주고 만다! 에잉, 손자라고 다 키워 놨더니 할애비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헤헤헤. 할아버지가 최고예요!”
“쯧. 손녀딸이었으면 저놈한테 시집이라도 보내겠는데 써먹지도 못할 고추로 태어나서는.”
“아, 왜요! 저 정도면 엄청 바르게 큰 거죠! 일식 학파에 형주 형을 봐요! 이상한 짓 하다가 학파를 다 말아먹었잖아요!”
“그놈도 조 장로한테 이용당한 거…… 어휴, 아니다. 너 알고 싶은 대로 알고 있어라.”
마탑주가 입에 올리기도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책상 서랍을 끌러서는 작은 마법칩을 꺼낸다.
레드 쿠거의 차키.
아깝다는 듯 한참을 보다가 마법칩을 내게 건넸다.
“받게.”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받기만 하네요.”
“자네가 그만큼 우리에게 일을 해 주었으니까…… 아, 그리고 저놈이 빌려주라고 하면 절대 빌려주지 말게. 저놈이 해먹은 비행차만 열 대를 넘어.”
비행차를 해 먹었다고?
안전장치가 다 있을 텐데?
김마법이 아니라며 머리를 홱홱 흔들었다.
그러면서 간절한 눈빛을 보낸다.
언제 꼭 한 번 차를 빌려 달라는 시선.
내 편을 들어 준 것도 있으니 한 번쯤은 빌려주는 게 맞겠지.
“안전장치 설정하고 조종 권한 최하로 설정해서 빌려드릴 겁니다. 저번처럼 운전하실 거면 절대 안 빌려드리고요.”
김마법의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다.
“아하핫! 당연하죠! 저도 남의 차를 험하게 몰지는 않습니다. 할아버지 차랑 남의 차가 같습니까? 절대 아니죠! 절 믿으시라니까요?”
“쯧쯧.”
마탑주는 옆에서 혀를 찼다.
“한 달 내로 레드 쿠거 작살 나게 생겼구먼. 묵호검주, 내기할까? 레드 쿠거 빌려주면 하루 안에 망가져서 폐차할 걸세.”
“설마 그러겠습니까? 레드 쿠거 정령이 참 똑똑하던데요.”
“그놈 만드느라 머리털 빠진 걸 생각하면…… 어휴. 알아서 하게. 자네도 당해 봐야 저놈이 또라이란 걸 알지. 내 비행차를 열 대나 해 먹었다니까?”
김마법이 옆에서 싱글벙글 웃었다.
비행차에 진심이라 그런지 두 눈에서 광기가 느껴진다.
평소 허당처럼 보이는 김마법.
아니, 실제로도 허당이 맞는 김마법.
그런데 지금만큼은 맑은 눈의 광인이 따로 없었다.
저런 인간이 가장 무서운 법.
차 빌려주는 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충분히 쉰 다음 복귀했다.
SUV는 태양 마탑에서 탁송해 주기로 했다.
덕분에 레드 쿠거를 타고 상쾌하게 드라이브를 즐겼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묵호검주님.]“어, 나도 반가워.”
저택의 마법 정령과 좋은 짝이 되겠지.
하늘을 질주했다.
몇 분이나 지났다고 서울이, 마천루의 도시가 성큼 다가와 있었다.
* * *
김전사가 떠난 자리.
마탑주는 심원한 시선으로 멀어지는 비행차를 응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뭐가요?”
“묵호검주 말이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없어.”
“에이.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고 하신 게 어디 사는 누구셨더라?”
“인석아. 그럼 말이 되냐? 아차원 미궁에서는 묵호검주가 4중 방어막을 썼다면서?”
“그러니까 예전에 태양불꽃도 막았겠죠.”
“쯧쯧.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 멍청한 녀석. 도대체 누구를 닮아서 이리 무식한지 모르겠다.”
“그야 할아버지 닮았겠죠!”
“그랬으면 네 녀석이 지금쯤 화염술사가 아니라 5레벨 마법사가 되어 있겠지.”
“체엣.”
그래.
레벨이 오르는 과정에서 초능력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
대마법 특화 전사가 실전형 무사로 변하는 거?
가능한 일이다.
마탑주 본인도 살면서 몇 번이나 봤고.
하지만 실전형 무사가 4중 방어막을 썼다?
가진 아티팩트 중에 방어막 관련 아티팩트가 하나도 없는데?
“정말로 천겁지고성인가?”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 생각이 그쪽으로 쏠린다.
“천무지체랑 비슷한 거예요? 아니면 천살성이랑?”
“상대가 안 되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초능력을 쓸 수 있다는 축복이다.”
“에이. 말도 안 돼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혹시 모르지 않느냐. 사실 마법사들 사이에선 수십 년 전에 천겁지고성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은밀하게 돈 적이 있단다.”
“네? 진짜요?”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 천산에서 나온 소문이거든.”
“에이. 그게 뭐예요.”
“그도 그럴 것이 당대 천마는 정말로 무시무시했거든. 고작 20대에 9레벨에 도달했으니 얼마나 대단했겠냐? 별의별 헛소문이 돌아서, 뭐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되었지.”
“할아버지는 천마 만난 적 있죠?”
“있지.”
벌써 수십 년 전.
본인도 혈기왕성하던 시절.
수십 명의 고레벨 초인을 무릎 꿇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던 천마.
그 광경은 여전히 마탑주의 뇌리에 화인처럼 박혀 있다.
“흠…… 생각해 보니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구나.”
“어떻게요?”
“이종 혈통을 이었다면 가능하다.”
“이종 혈통? 아, 거인이나 정령족 말이죠?”
“그래. 지금 생각나는 것만 요정, 용, 타락 천사 같은 것들이구나. 신멸 전쟁 때 이종족이 모두 멸종하거나 자기 세계로 돌아갔지만, 격세 유전은 엄연히 가능하지 않겠냐.”
“확률이 엄청나게 희박하다면서요?”
“그렇지.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가끔 내 책상에도 보고서가 올라온단다. 존재조차 불확실한 천겁지고성과는 다르지.”
지금도 비밀 연구실에 이종 혈통 실험체가 있다.
갑자기 궁금증이 치솟았다.
김전사는 어떤 혈통일까?
무슨 방법을 써서 자기 초능력을 그렇게 확 바꾼 걸까?
생각 같아선 잡아다 연구하고 싶지만 안 될 말이다.
예전과 다르게 김전사는 거물이 되었으니까.
본인 스스로는 아직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 것 같지만.
상관없다.
전통적인 방법을 쓸 수 없다면 살짝 돌아가면 그만이니.
마탑주가 김마법을 빤히 쳐다보았다.
김마법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움츠렸다.
“왜, 왜요! 이제 수학 공부 안 해도 되잖아요!”
김마법에게는 익숙한 표정.
자신에게 뭘 시키려고 할 때 나오는 얼굴이고 눈빛이었다.
“마법아.”
“네? 네?”
“넌 언제까지 마탑에서 이렇게 노닥거릴 생각이냐.”
“예에? 저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오늘도 영약 엄청 퍼먹고 왔다고요!”
“마력만 올린다고 모든 일이 해결된다든? 훈련은?”
“하고 있어요! 훈련실에서 매일 네 시간씩 구르고 나온다고요!”
“그래 봤자 실전만은 못한 법이다.”
“엇? 실전이요?”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단어.
김마법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임무 주시게요?”
“그래. 너도 성인이고 5레벨 화염술사니 밥값을 해야지.”
“완전 좋아요! 뭐 하면 돼요? 현상금 사냥? 대미궁 탐사? 대균열 돌파? 설마 재료 채집 같은 거 시키진 않으시겠죠?”
잔뜩 기대 어린 눈동자.
마탑주는 짐짓 얼굴을 굳혔다.
“중요한 일이다. 절대 가볍게 생각하면 안 된다.”
“당연하죠! 목숨을 걸고 완수할게요!”
“그래야지. 그래야 내 손자지.”
마탑주가 눈을 빛냈다.
“콜로세움에 등록해라.”
“네?”
“부천에 가면 우리나라 최대 규모 지하 격투장이 있다. 거기 등록해라. 싸워서 랭킹을 올려. 최소한 5레벨 마법사 계열 중에선 1위를 해야 한다.”
“왜요?”
“이유는 나중에 알려 주마.”
머릿속에서 계획이 착착 수립되었다.
김전사는 5레벨이 되고 나선 콜로세움에 간 적이 없다.
하지만 그간의 행적을 봐선 반드시 콜로세움에 가서 다이아를 벌려고 할 터.
개인전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언젠가 단체전, 특히 무제한전에 참여하겠지.
그때 김마법을 꽂아 넣는 거다.
바로 옆에서 관찰하게끔.
‘강화병과 사제도 수배해야겠어.’
어떻게 해야 의심을 사지 않고 김전사 파티에 꽂을 수 있을까?
마탑주의 눈이 음험하게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