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131)
특성 쌓는 김전사-131화(131/300)
131화 서울 테러 -1-
땅이 은은하게 진동한다.
대기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조금 전만 해도 까맣던 하늘은 붉게 변해 버렸다.
충천하는 화광.
혼란과 공황이 지옥처럼 내려앉았다.
“119! 119 불러!”
“내 차 가져와!”
“다 조용히 해! 다 조용히 하라고!”
도시 전체가 불타는 것만 같다.
나는 가만히 묵호검을 움켜쥐었다.
구형원은 제때 군단장에게 보고했을까?
마탑주와 성희영은 과연 움직이고 있을까?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은?
날이 밝으면 파악될 상황이 두려웠다.
당장이라도 레드 쿠거를 잡아타고 대통령부터 찾아가고 싶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중요한 시점이니까.
‘맞다.’
스마트폰을 조작했다.
마법 정령 제어 어플을 이용, 레드 쿠거를 호출한 것.
이로써 최소한의 기동성은 획득.
꽝!
혼란스럽던 중 폭탄이 터졌다.
다른 곳도 아닌 대사관 정문에서.
육중한 철문이 마법 폭염에 으깨지면서 산산조각 났다.
우왕좌왕하던 명예 성기사들이 놀라 정문을 돌아보았다.
“뭐야!”
“폭탄? 폭탄이다!”
“젠장! 내 무기! 내 무기 어디 있어?”
“비, 빌어먹을!”
대사관 안의 혼란과 다르게 정문 쪽에선 아무 소식이 없었다.
용기를 얻은 초인들이 정문으로 다가갈 때.
흙먼지 속에서 괴물들이 뛰쳐 나왔다.
“쿠아악!”
“캬악!”
사람을 닮은 괴수.
아니, 사람보다 오랑우탄을 닮은 형태.
벌거벗은 몸뚱이는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다.
비늘 사이에선 역겨운 체액이 핏물처럼 흐른다.
얼굴은 악어.
차가운 세로 동공에선 악의가 불그죽죽 떨어졌다.
“혈귀병!”
차도준이 경악하여 비명을 질렀다.
“뱀신의 병사가 어째서! 남미 오지에 가야 겨우 볼 수 있는 놈들인데!”
신대륙을 지배하던 고대 악신 중 하나.
날개뱀이 직속 병사로 부리던, 인신 공양받은 인간을 개조한 병사가 저들이었다.
그런 존재가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나타났다.
나는 혈귀병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모든 것이 똑같이 돌아가고 있었다.
에피소드 1, 서울 테러와.
쿵!
힘껏 땅을 박찼다.
대공습을 이용하여 날아오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공중 도약을, 금오 도약을, 마지막으로 공중 돌진까지 사용하여 내리꽂힌다.
뻐억!
순간적으로 [방패 치기]를 장착, 가장 앞에 있던 혈귀병을 후려갈겼다.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아니, 고기 터지는 소리가 울렸다.
실제로 혈귀병이 아예 박살이 나 버렸다.
폭탄을 배 속에 넣고 터뜨리기라도 한 듯 전신이 고깃덩이가 되어 비산한 것.
“꾸엑?”
“크엉?”
거칠 것 없이 돌진하던 혈귀병들이 멈칫했다.
그들로서도 처음 보는 광경.
일반적인 인간보다, 전사 계열 초인보다 훨씬 단단한 놈들이잖아.
양산형 최하급 혈귀병이라 3레벨에 불과하다고는 하지만 절대 만만한 놈들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순두부처럼 터져 버리니 놀랄 수밖에.
“흥.”
이것이 내가 쌓아 온 저력.
대공습으로 몸을 날리고 타격 순간에는 실전 격투로 교체하는 기예까지.
혈귀병들과 내가 마주친 시점에서 승리는 결정되어 있었다.
쌔액! 쌔애액!
한 마리 죽였다고 방심하지 않았다.
폭풍 같은 연격을 날린다.
검 전문가와 실전 격투를 장착하고, 호왕검법대로 검을 휘둘렀다.
섬광이 피어난다.
단월이 그어진다.
검기가 꽃잎을 피운다.
“크어엉!”
“커억!”
“키에엑!”
기세등등하게 뛰쳐 든 것이 무색했다.
혈귀병들은 대책 없이 쓸려 나갔다.
악명 높던 신의 병사라고 보기에는 한없이 무기력한 모습.
뒤에서 지켜보던 초인들의 기세가 올랐다.
“쳐!”
“죽여 버려!”
“불경한 놈들이다! 감히 시바 님의 위엄에 맞섰던 놈들!”
“토르를 위하여 싸워라!”
“발할라!”
“가이아 님의 영광을 위하여!”
“아마테라스시어!”
“오시리스께서 돌아오시리라!”
“마마퀼라 님! 저에게 힘을!”
명예 성기사들이 돌진한다.
저마다 믿는 신의 이름을 부르며 혈귀병을 덮친다.
여기 초대받은 이들은 대부분 7대 교단의 일원.
7대 교단의 명예 성기사가 되려면 3레벨로는 부족하다.
대개 5레벨 이상.
정석으로 싸우면 혈귀병 따위 찜 쪄 먹고도 남는다.
그러나 방심했다간 혈귀병에게 밥이 되겠지.
악신의 혈귀병과 다르게, 지금 대사관을 공격한 혈귀병들에겐 한 가지 수가 더 있으니까.
나는 소리를 높여 경고했다.
“이놈들 호흡이랑 피에 변이 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저항 약한 분들은 빠지세요!”
“응?”
“어어?”
“지, 진짜다! 내 몸이 변이하고 있어!”
바로 좀비보다 더한 전염력을 보유했다는 것.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 전염되어 혈귀병으로 변이한다.
그것도 고레벨 혈귀병으로.
평범한 인간이 변이하면 3레벨 혈귀병이 되지만 3레벨, 4레벨 초인이 변이하면 4레벨, 5레벨이 된다.
그 한계는 6레벨.
게임에선 이 때문에 대사관이 쑥대밭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거 변이되는 바람에 역으로 초인들이 당했다고.
투투퉁!
“죽어!”
나는 산탄총을 들어 난사했다.
말이 난사지 한 발 한 발 모조리 유효타가 났다.
방아쇠를 10번 당기자 혈귀병 10마리가 몸이 터져서는 죽었다.
[파괴] 능력과 [파괴] 특성의 중첩.여기에 [흑염]도 추가.
시체가 검은 불꽃에 휩싸여 꿈틀거리자 옆에서 도끼를 휘두르던 노르드 전사가 눈썹을 치켜떴다.
“형제! 검만 잘 쓰는지 알았더니 총도 잘 쓰는군. 하지만 남자면 남자답게 검으로 끝장내는 게 어떤가? 저들도 원래는 사람이었는데 사람으로 보내 줘야지.”
나는 탄창을 갈아 끼우며 어깨를 으쓱였다.
“난 변이체들을 사람으로 보질 않아서.”
처음부터 그랬다.
고슴도치 머리만 해도 그랬지.
변이하기 전에는 동정심이 있었지만 완전 변이한 다음에는 주저하지 않고 끝장냈다고.
오히려 노루 패거리를 쏴 죽일 때 더 손이 떨렸지.
투투퉁!
혈귀병들을 쏘아 죽이자 피가 여기까지 튀었다.
노르드 전사가 피를 벅벅 문지르고는 뒤로 빠졌다.
“으, 이거 안 되겠군. 우리 예쁜 사제 마누라한테 정화받고 다시 오겠네.”
“마음대로.”
사제랑 결혼했어?
하긴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 사제들은 결혼이 자유로웠지.
탕! 탕! 탕!
산탄총을 저격총으로 바꾸어 몇 발 쏘았다.
아직 정문 뒤에, 흙먼지 속에 숨어 있던 혈귀병.
특수한 개체인지 몸이 얍실했다.
은신 특성으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하지만 내 귀안 특성을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케에엑!”
“크우우!”
구슬픈 비명과 함께 풀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것으로 상황 종료.
대사관을 습격한 혈귀병은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와…….”
“허…….”
“이것이 묵호검주. 군단장에게 인정받은 남자…….”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의 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그럴 수밖에.
나 혼자 절반 가까운 혈귀병을 해치웠으니까.
누구보다도 피를 많이 뒤집어쓰고 가까이에서 숨결을 들어 마셨는데도 얼굴 변화 하나 없고.
“형제. 여기 일은 끝난 것 같지?”
노르드 전사가 도끼를 털며 다가왔다.
“난 토르 대신전에 가 봐야겠어. 거기 내 아들이 있거든. 상황을 보니 여기만 공격받지 않은 모양이야.”
“그렇게 해. 서울 전체가 공격당했을 거야.”
“말세군, 말세야. 형제는 어쩔 건가? 갈 곳이 있나?”
“대사 부부부터 확인하려고.”
“아.”
노르드 전사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괴물놈들이 정문으로만 들어오지 않았을 테지. 같이 가세!”
내가 움직이기도 전 씨근덕거리며 달려 나간다.
다른 초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삐비빅! 삑!
부리나케 비행차를 호출하여 날아오르는가 하면 주차장으로 뛴다.
몇 명은 노르드 전사를 따라 대사관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반면 일반인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차도준이 다가와서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무, 묵호검주님. 저희는 어쩌죠?”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는 것보단 여기 계속 계세요. 괴물이 더 오진 않을 겁니다.”
“호, 혹시 더 오면…….”
“그럼 대사관 직원한테 말해서 총이라도 드세요.”
냉정하게 잘랐다.
아무리 잘생겼어도, 유명한 연예인이어도 차도준에게 신경 쓸 시간 따윈 없다.
안에 칼리가 있으니까.
또, 내 제자들이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시구르드 연공법][마력혼][대공습] [신속][질주][기동]특성을 마력계 특성과 이동기에 투자한다.
몸이 한없이 가벼워지며 힘이 들끓었다.
그대로 방출.
번쩍!
기분 탓이었을까?
번갯불이 튀는 것 같았다.
방사되는 마력이 날 밀어내는데, 그 뒤로 전격이 번뜩였다.
순식간이었다.
커다란 정원을 단숨에 가로지른 건.
눈을 떴을 때 이미 나는 대사관에 도달해 있었다.
‘잘하면 섬전 특성도 만들 수 있겠다.’
마력혼과 기동이 있으니까.
재료로 가속과 초능력 계열 특성이 필요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얻을 수 있다.
모두 나중 일.
열려 있는 대사관 문을 통해 진입했다.
탕탕탕!
까앙! 쩌어엉!
“젠장, 이것들이!”
“비켜! 비키라고!”
로비는 아주 가관이었다.
시커먼 옷을 입은 암살자들과 초인들이 싸우고 있었다.
총이 불을 뿜고 검과 도끼가 충돌해 불똥을 튀긴다.
노르드 전사가 고함을 지르며 파고들려 하지만 잘 안되는 모양.
피처럼 붉은 쇠꼬챙이를 든 암살자가 노르드 전사를 견제하고 있었다.
“형제! 이놈 좀 치워 줘!”
노르드 전사가 나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검을 휘두르고 어쩔 시간조차 없다.
나는 묠니르를 꺼내 던졌다.
당연히 투척 특성을 장착한 채로.
우르릉!
묠니르가 빨려들 듯이 암살자에게 날아갔다.
“큿!”
암살자가 급히 몸을 뺐다.
몸을 그림자로 변환시켜 엉뚱한 곳에서 나타난다.
거의 공간 이동에 가까운 움직임.
묠니르는 허공을 갈랐지만 노르드 전사는 자유로워졌고, 안쪽으로 향하는 길이 뻥 뚫렸다.
“형제, 고마…… 어엉?”
인사도 받지 않고 지나쳤다.
묠니르가 자석처럼 내 허리에 들어온다.
어느새 암살자들 중심.
그냥 지나가도 되지만 그러면 아쉽지.
허리에 찬 쌍권총을 뽑아 마구 갈겼다.
타타타탕!
“크억!”
“컥!”
“으아악!”
내가 선택한 속성은 [정지].
기절시키는 영탄보다 더 효과적이다.
저항하기 힘드니까.
역시나 암살자들이 뻣뻣하게 굳었다.
전투 상황에서는 단 1초라도 확실히 치명적.
내가 지나치는 곳곳마다 피 보라가 일며 암살자가 쓰러졌다.
“도움 고맙소!”
“오시리스 님께서도 흡족히 여기실 거요!”
“시바 신께서 축복하시길!”
길게 도약하며 특성 교체.
체공하는 동안 귀안과 육감, 기타 감각계 특성으로 전방을 살핀다.
대사관 가장 깊은 곳.
지하 최심부.
육중한 철문 앞에서 대사 부부와 한 무리가 대치하고 있었다.
‘급하다!’
게임에서 봤던 장면.
오로지 음영으로만 처리됐던 그 장면과 놀랍도록 흡사했다.
늦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대사 부부가 죽을 수도 있다!
게임에서야 어떻게든 살아났지만, 여기서도 그럴 확률이 높지만, 만약 죽기라도 하면?
칼리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다.
파아앙!
전력으로 뛴다.
아니, 뛰는 게 아니라 저공비행 하는 느낌이다.
공기를 깨부수듯이 돌진.
숫제 충격파가 발생하고 있었다.
도자기 옆을 지나가자 도자기가 깨지고, 유리창 앞에서 몸을 틀자 유리창에 쩌적 금이 갔다.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로 질주.
또 질주.
불과 몇 분 만에 지하 최하층에 도달했다.
마지막으로 가로막은 철문을 들이받자, 순간적으로 전환한 내 특성을 얻어맞은 철문이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날아갔다.
꽈르릉!
폭탄 터지듯 터진 폭음은 덤.
시선이 일제히 집중되었다.
“선생님!”
가장 먼저 반갑게 소리치는 백소린과 쟈네트.
둘 다 성하진 않다.
검을 든 팔이 가늘게 떨리고 여기저기서 피를 흘린다.
하지만 살아 있고 크게 다친 곳은 없다.
그럼 됐지.
“흥!”
애송이는 애송이.
둘을 상대하던 초인은 둘이 날 바라본 시점을 놓치지 않았다.
코웃음과 함께 마력을 폭발시킨다.
도끼가 벌건 마력을 토해 내며 둘을 강타했다.
“아악!”
“꺄아악!”
피하려고 한 백소린도, 방패를 든 쟈네트도 견디지 못했다.
볼링공에 맞은 볼링핀처럼 멀찍이 나가떨어진다.
어디 한 군데는 뼈가 부러졌을 타격.
나는 둘을 한 번 보고는 신경을 껐다.
제자들 안위를 걱정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으니까.
“죽어라!”
초인이 재차 도끼를 휘두른 것.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호원들 모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뭐가 어떻게 꼬였는지 게임에서 대사 부부를 마지막까지 지켰다는 특별 경호원은 보이지 않는다.
떨어져 내리는 도끼.
도끼날에 달라붙은 피딱지 사이.
선명히 살아 있는 날을 통해 어떤 얼굴이 보인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
공포에 질린 눈동자.
다름 아닌 인도 대사의 얼굴이.
막을 수 없다. 이미 늦었다.
방법은 하나뿐.
나는 묠니르를 쥐고 속삭였다.
‘믿는다.’
파지직!
응답하듯 번쩍이는 묠니르.
동시에 어떤 감각이 개화했다.
묠니르가 내 몸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
새로운 감각 기관이 되어 주변 공간을 올올이 훑는 듯하다.
가파르게 갈라지는 공기가, 스치는 머리카락이, 또옥 떨어져 증발하는 땀방울이 놀랍도록 선명하게 내 심상에 맺혔다.
[감응] 특성 획득.묠니르와 아이기스 같은 신기 한정 최적의 강화 특성이었다.
꽝!
덕택에 인도 대사를 구할 수 있었다.
묠니르가 터뜨린 벼락 폭풍.
아무렇게나 방사되지 않고 모조리 전방으로 쏟아졌으니까.
오로지 도끼만을, 도끼 든 초인만을 때리고 또 때렸으니까!
“커억!”
나와 같은 5레벨 초인.
하지만 실제 전투력은 하늘과 땅 차이.
거기에 번개 다발까지 얻어맞은 바에야.
도착했다.
검 전문가로, 발도로 묵호검을 휘둘렀다.
흰 선이 그어졌다.
목을 가르고 지나간 묵호검.
초인이 눈을 부릅떴다.
뭐라고 뻐끔뻐끔 말하려고 했지만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서걱!
뒤늦게 절삭음이 울리고 머리통이 굴러떨어졌다.
인도 대사의 경호원들을 처리하고 백소린과 쟈네트까지 리타이어시킨 암살자이자 습격자?
다 필요 없었다.
내 앞에서는.
몇 초 만에 목이 잘릴 수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