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5)
특성 쌓는 김전사-15화(15/300)
1레벨 초인 -1-
1레벨 초인
1레벨!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니다.
성인 남성이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하면 그게 바로 1레벨이니까.
그렇다고 아예 의미가 없진 않았다.
이 세상에서 초인이란 곧 신분이다.
초인 인증서만 들고 가도 은행에서 저리에 대출을 해주며, 무장 용병 대신 초인과 계약하려는 업체는 쌔고 쌨다.
“흐으.”
나는 아픈 가운데서도 흐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차분히 부상도 치료하고 얻은 것을 확인하려 할 때였다.
찰박, 찰박.
물웅덩이 밟는 소리가 들리고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하나같이 몸에 딱 붙는 검은 양복을 입고, 한 덩치 하는 남자들.
우산 따위 들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다.
얼굴에는 선글라스를 썼다.
나 조폭이요, 하고 소리치는 듯한 차림새.
선두에 선 남자가 나를 보며 히죽 웃었다.
“거, 화려하게 저지르셨습니다?”
나는 묵묵히 남자를 쳐다보았다.
깍두기 같은 얼굴, 올백으로 빗어넘긴 머리칼, 만두귀.
무엇보다도 오른쪽 아래팔이 의수였다.
강철 의수.
왼쪽과 비교하여 확연히 두툼하고 강해 보이는.
누군지 안다.
김철권.
김 시리즈 중 하나이자 아케인 서울 튜토리얼에서 두 번째로 합류하게 되는 강화병 계열 초인.
왼쪽 허리춤에는 우지를 닮은 기관단총이 보란 듯이 걸려 있었다.
강화병 계열 초인의 특징이다.
노루는 자기 실력을 갈고닦기도 전에 내게 당했지만, 정상적이었다면 입체 기동과 함께 총을 난사하고, 허점을 발견했을 때만 발길질을 날리는 것이 일반적인 노루의 전술이었다.
“그냥 죽어줄 수는 없어서요.”
“흐흠, 그렇습니까?”
여기가 철권파 구역이라더니, 총격전 신고를 받고 나왔나 보다.
김철권의 눈이 가늘어진다.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보여주던 표정.
여기서 철권파와 부딪칠 수는 없다.
모두 총을 가지고 있을 거고, 지금 내 무장으로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
그래서 조금 허세를 부리기로 했다.
특성을 교체한다.
강타와 연격을 빼고 다른 특성을 집어넣었다.
[근력][인내][활기] [마력심][마력 회복][상처 회복].이 상태에서 왼손으로 오른쪽 팔뚝을 잡는다.
부러지다 못해 으깨져서 괴상하게 꺾여 있는 팔뚝.
“후우.”
먼저 심호흡 한 번.
다음 순간, 이를 악물고 팔을 확 뺐다가 살짝 틀었다.
으아아아아아!
눈앞에 불똥이 튀고 세상이 새하얗게 변했다.
비명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근력 보정인지 인내와 활기 보정인지 몰라도 팔꿈치가 제대로 이어진 것이다.
“헙!”
“으흡!”
“어후, 시발.”
내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지기만 했으나 지켜보던 철권파는 그게 아니었다.
오줌이라도 마려운 듯 엉거주춤 사타구니를 오므리고, 반사적으로 자기 팔에 손을 가져간다.
김철권 역시 비슷했다.
한쪽 눈썹을 치켜들며 얼굴을 있는 대로 찌푸린 것.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팔꿈치에 이어 손목 관절도 제대로 맞춘다.
그러자 오른팔 전체에서 시원한 느낌이 들면서 뻐근한 아픔이 올라왔다.
[재생] 특성 획득.근력 특성을 지우고 재생 특성을 장착했다.
상처 회복 특성과 함께 운영하면, 며칠 내로 부상을 모두 치료할 수 있겠지.
“허허허, 저도 한 깡 합니다만 그쪽 분도 한 깡 하십니다그려.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름을 묻는다······
당장 이 자리에서 어쩌지는 않을 속셈이다.
“김전사라고 합니다.”
“음? 이름이 김전사시라고요?”
“예. 조사하시면 아실 겁니다.”
“하하, 신기하네요. 하긴 김마법 씨도 있고 김사제 씨도 있는데 김전사 씨가 없겠습니까.”
김마법과 김사제.
김철권이 그 둘과 인연이 있었나?
“그건 그렇고······”
김철권이 주위를 한 번 둘러본다.
비가 자욱하게 내리는 뒷골목.
그 안에 널브러진 시체 한 구, 두 구, 세 구······ 일곱 구.
특히 나와 김철권 사이에 쓰러진 노루의 시체는 지극히 처참하다.
몸은 괴상하게 변형되었고 얼굴은 완전히 망가졌으니까.
톡, 톡, 톡.
김철권이 시체를 몇 번 건드리더니 새하얗게 미소를 지었다.
“김전사 씨. 저한테 빚진 겁니다.”
썩 달갑지 않은 말이다.
언젠가 한 번은 내가 김철권에게 힘을 빌려주어야 한다는 뜻이니까.
어쩔 수 없다.
상황이 그렇고, 이 난장판을 나 혼자서는 어떻게 처리할 수가 없지 않겠나.
‘완전히 나쁜 일만은 아니야.’
나도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내게 필요한 수많은 특성.
그중에는 도시의 어둠에서만 획득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김철권은 대놓고 쳐들어오면 쳐들어오지 음흉하게 배신하는 인간은 아니니 선을 대놓는 것도 좋겠지.
“좋습니다. 기억해두지요. 제 힘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예. 불법인 건 상관없는데 제 양심에 거슬리는 짓은 못합니다.”
“하하하.”
김철권이 소리 내어 웃는다.
그러더니 뻔하다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김전사 씨가 싫다는 일은 저도 권하지 않겠습니다.”
“그러시다면야.”
눈으로 살짝 인사를 보낸다.
김철권도 고개를 까딱여 답례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내 물건만 챙긴 후 골목을 벗어났다.
쏴아아아!
비가 더 많이 온다.
거의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붓는 폭우.
빗물이 핏물을 씻어줘 기꺼우면서도 찝찝한 느낌이 같이 들었다.
“후우.”
낯익은 근린공원을 지나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경찰이 순찰하는 영역이다.
노루 패거리가 다짜고짜 총질을 한 걸 보면 별로 의미는 없는 것 같지만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한참을 더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경비원들이 날 보더니 깜짝 놀라서는 뛰어온다.
“고객님! 괜찮으십니까?”
“아니,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밖에 계셨습니까?”
“일이 길어져서요.”
“이러지 말고 얼른 들어가시죠.”
경비원들이 검은 우산을 씌워준다.
원래 서비스가 이렇게 좋나? 특급 호텔도 아닌데?
의아하게 생각하던 중, 호텔 정문 유리에 비친 날 보고 답을 찾았다.
여전히 마력이 들끓는 몸.
덕택에 빗물이 내 몸을 적시는 대로 증발하는 중이다.
자연히 희뿌연 수증기가 자욱이 일어났다.
수분 증발은 초인의 명백한 증거.
이것만으로는 몇 레벨인지 알 수 없으나 1레벨 초인이라 해도 평범한 사람과는 격이 다르다.
현대판 신분제라고 해야 할까?
조금은 쓰게 웃으면서, 경비원이 잡아준 문을 통과하여 호텔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로비에 서 있던 직원과 리셉션에 있던 직원이 더욱 친절해진 것은, 마냥 착각만은 아니지 싶다.
나는 경비원들에게 감사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고객님. 편안한 투숙 되십시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객실에 들어간 직후, 나는 앓는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비로소 긴장이 풀리며 억눌렀던 피로와 고통이 해일처럼 범람하기 시작했다.
“으으으, 진짜.”
온몸이 아주 펄펄 끓는다.
체온을 재면 40도가 가뿐히 넘을 것이다.
여기에 부러지고 으깨진 오른팔이 심각하게 아팠다.
재생과 상처 회복으로 치료 중이긴 하지만 뼈가 몇 조각이 났다고.
그게 급속도로 회복되면 과연 어떤 느낌일 것 같아?
“젠장! 젠장!”
불사 같은 상위 특성이 있으면 아무렇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불사 특성을 얻는 방법은 어렵고도 힘들기 그지없다.
지금은 재생과 상처 회복으로 때워야 하는 신세.
부들부들 떨면서 침대를 향해 기어갔다.
거기까지였다.
한계에 달한 내 의식이 똑 끊겼고, 눈을 떴을 때는 비가 그치고 해가 떠서 환한 햇빛이 내 눈을 파고들고 있었다.
“벌써 아침이야?”
나는 엎어져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윽!”
습관적으로 오른팔을 썼다가 신음을 삼켜야 했다.
그래도 어젯밤보다는 견딜 만하다.
열도 내렸는지 정신이 맑았다.
나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마시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살았다······”
정말이지 어제는 죽는 줄 알았다.
잠깐이라도 삐끗했으면 죽는 건 노루가 아니라 내가 됐겠지.
대신 얻은 게 많았다.
강타와 연격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정신없이 총격전을 치르고, 도망가는 중에도 나는 분명히 어떤 감각을 느꼈었다.
호주머니에 쑤셔 넣었던 권총을 꺼낸다.
오른손을 쓸 수 없으니 왼손으로 대충 책상 어귀를 조준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어도 별 변화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느낌이 왔었는데······”
설마 소총만 적용되나?
슬슬 권총을 집어넣으려고 할 무렵.
가늘게 떨리던 권총이 안정되면서 시야가 확대되고, 가늠자가 커져서는 시야를 꽉 채웠다.
내가 조준한 책상 어귀가 화악 다가오는 것은 덤.
[사격] 특성이다!사격 계통 중 상위 특성은 강화병 계열 특성으로 분류되지만, 기초 특성은 어느 계열 초인이든 가질 수 있었다.
수는 얼마 안 되지만 전사 계열 특성도 몇 존재하고.
효율적이지 않으니까 대개는 획득 조건이 맞아도 그냥 넘어갔지만 내게는 상관없는 이야기.
필요할 때만 특성 전환하면 되니까.
“또······”
달린다.
작은 방 안에서 전력 질주하며 끝에서 끝을 왕복한다.
그러면서 [질주] 특성을 떠올리자 몸이 가벼워지면서 한껏 빨라졌다.
‘투척은?’
베개를 던져 보았다.
위로 힘껏, 아래로 잠수함 투구하듯이 한 번, 정면으로도 던져 보고.
아쉽게도 투척 특성은 생성되지 않았다.
섬광탄 투척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
다른 특성들도 실험해 보았지만 마찬가지.
어제 일로 내가 얻은 특성은 [강타][연격][재생][사격][질주] 이렇게 다섯 가지인 셈이다.
“아니지.”
갑자기 든 기억.
노루 패거리에게 도망치던 중, 나는 방탄복에 총알을 맞고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척 연기했었다.
이건 내가 알기로 분명 어떤 특성의 획득 조건이다.
[죽은 척]나는 거울을 앞에 두고 그대로 자빠졌다.
얼굴에서 핏기가 빠르게 빠져나간다.
입술은 퍼렇게 질리고, 심장까지 느리게 뛰게 된다.
‘좋은데?’
게임에서도 괜찮은 특성이었다.
공용 특성 주제에 오염체나 변이체는 반드시 속이고, 콜로세움에서도 잠깐 대상 고정에서 벗어나는 데 유용하게 쓰였지.
여섯 개밖에 안 되는 특성 칸을 여기 쓰기 아까워서 많이 쓰진 않았지만.
한 번 싸우고 특성 여섯 개 획득.
여기에 각성 완료까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비다.
나는 골프백을 뒤져 안에 있던 무기를 모조리 꺼냈다.
둘로 쪼개진 소총 한 자루.
삼단봉 조각.
권총과 섬광탄 하나씩.
그 외 탄창들.
방탄복은 여전히 입고 있었다. 아직은 쓸 만하고,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항상 입고 다닐 생각이다.
“하루짜리였네.”
소총과 삼단봉이 그렇다.
가서 환불해달라고 해?
하지만 무기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상대가 안 좋았던 거지.
1레벨 초인이 전력으로 날린 발차기를 막아줄 정도면 소총도 삼단봉도 자기 역할을 다한 거다.
특히 삼단봉이 대박이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그렇게 많이 견뎌주리라곤 생각도 못 했지.
“총포상에 들르긴 해야겠다.”
다만 그 전에 처리할 일이 있다.
이번 사태에서 느꼈지만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권총과 단발 산탄총으로는 날 지키기엔 역부족이다.
소총이, 기관총과 저격총이, 수류탄이 필요하다.
이걸 불법으로 구하려면 너무 비싸지.
합법으로 구할 방법, 정확히 말하면 총기 허가증이 절실했다.
나는 골프백은 놔두고 권총 한 자루와 탄창 하나만 챙겼다.
밖에서 안 보이도록 호주머니에 깊숙이 찔러넣고서, 적당히 돈을 들고 호텔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타고 간 곳은 송파구 신천동.
초인탑이 있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