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155)
특성 쌓는 김전사-157화(155/300)
157화 스톡홀름 대궁정 -3-
“좋아.”
“우린 프리그 님만 소환하면 돼.”
시그문드도 효르디스도 동의했다.
둘 다 5레벨.
어차피 비그리드 평원에서 성과를 내긴 힘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내가 다 해야겠지.
바로 비그리드 평원으로 출발.
둘도 비행차를 몰고 온 참.
내가 앞서고 둘이 따라오며 북쪽으로 향했다.
[비그리드 평원까지는 한 시간 정도 걸립니다.]마법 정령이 내게 말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 이미 많은 순례자들이 향한 것으로 확인됩니다.]“스키드블라드니르 때문에?”
으, 혀 꼬이네.
너무 길어.
내 걸로 만든 다음에는 이름을 갈아 버리든지 해야지.
[예. 죽은 사람도 여럿이라고 합니다.]“쯧…….”
어느새 비그리드 평원이 훌쩍 다가왔다.
북유럽 신들의 황혼.
라그나로크가 벌어졌던 대지.
지금도 영원한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또한 라그나로크 당시의 기억이 계속 재생되는 중이다.
그야말로 영원한 전장.
[도착했습니다.]얼어붙은 대지.
날씨는 맑은 편이다.
하늘 위에는 마력 오로라가 춤춘다.
마력 담은 진눈깨비가 내려 초인들을 얼린다.
지상에서는 격전이 한창.
“와아아!”
고함을 지르며 달려드는 전사.
“죽어라!”
마법을 뿌리는 마법사.
“신이시여!”
축원을 올리는 사제.
모두 사람이 아니었다.
희뿌연 형상을 한 유령, 아니 기억들이었다.
그렇다고 얕볼 수는 없다.
생전이나 지금이나 5레벨 이상 초인인 건 마찬가지니까.
“내려가자.”
평원 외곽에 레드 쿠거를 댔다.
시그문드와 효르디스도 따라 내린다.
주변에는 초인들이 삼삼오오 몰려 있었다.
다들 눈치만 살피는 것.
전장에 스키드블라드니르가 안 보이기도 했고.
“어쩌지?”
“글세…….”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다.
전장을 구경하다가 골프백을 열었다.
마법솥과 조리 도구, 연금술 도구를 꺼낸 다음 음식 요리와 비약 조제 시작.
향긋한 냄새에 노르드인들이 코를 킁킁거렸다.
몇몇은 넉살 좋게 나눠 달라고 다가왔지만 모조리 내쳤다.
경쟁자들한테 도핑템 줄 일 있어?
“먹어. 배를 든든히 해야 싸울 수 있지.”
“크, 그건 맞지. 벌꿀주도 한잔할까?”
“술은 조금…… 아니지. 줘 봐.”
용기의 비약을 만들어 벌꿀주에 섞었다.
이러면 효과가 더 빨리 돌거든.
양조 특성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먹고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필요한 비약도 모두 완성한 시점.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떴다.
“스키드블라드니르다!”
“뭐? 어디?”
“저기! 저기 있어! 전장 중심에!”
과연 그랬다.
항공모함을 연상케 하는, 나미츠급보다 큰 마법의 배가 허공에 떠 있었다.
전체가 금색으로 빛나는 배.
크기만으로도 압도적.
과장 조금 보태어 그림자가 전장 전역을 뒤덮었다.
모여 있던 초인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입을 벌렸다.
행동 빠른 초인 한 명이 자기 비행차에 올라탔다.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내 차지다!”
쌔애액!
새처럼 날아오르는 비행차.
“어딜?”
“내 거야! 내 거!”
“다들 비켜!”
그 뒤를 쫓아가는 비행차 무리.
시그문드가 안달을 내며 나를 돌아보았다.
“우리도 쫓아가야 하는 거 아니야?”
“기다려 봐.”
게임에서 스키드블라드니르는 오직 유료 뽑기로만 뽑을 수 있었다.
무료 컨텐츠로 얻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에피소드 4 악룡에서 악룡과 싸우는 모습은 보여 주었지.
거기서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분명…….
우우우웅!
대규모 마법 결계가 펼쳐진다.
무형의 마력 파장이 비행차들을 뒤덮었다.
다름 아닌 감속.
속도가 1/3 이하로 떨어진 비행차들을 향해, 이번엔 마력탄이 비처럼 쏟아졌다.
슈웅! 슈슈슝!
굉장히 정교한 탄막.
눈으로 보고 쐈다고 믿기 힘들 지경.
몇 기가 격추당해 떨어졌다.
굉음이, 파공성이 섬뜩하게 고막을 두드렸다.
견디다 못해 비행차들이 방향을 돌린다.
늦었다.
공간을 격하고 날아온 마법 화살이 비행차를 꿰뚫었다.
몇몇은 피했지만 몇몇은 피하지 못하고 맞았다.
비행차를 조종하는 자들도 초인이지만 스키드블라드니르의 화력은 상식 바깥에 있었다.
화력도 정밀도도 모두.
시그문드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큰일 날 뻔했네. 뭐야 저거? 해적선장이라도 타고 있나?”
“비슷해.”
스키드블라드니르의 선장.
게임이랑 똑같겠지.
레이드 보스로 나온 적은 없지만 데이터 마이닝으로 스펙이 자세히 알려져 있다.
[도끼 전문가][섬전][고함] [지휘][명령][지정]전사이자 지휘관.
지정으로 목표를 잡고 지휘, 명령으로 부하들의 공격을 강화한다.
승선하면 답이 나올 것 같은데 그 전까지가 문제.
나는 마법 결계 범위와 날아오던 마력탄 궤적, 그리고 마법 화살 속도를 차분히 계산해 보았다.
‘되겠는데?’
레드 쿠거라 그렇다.
다른 평범한 비행차였다면 절대 불가능했겠지.
헤임달의 기억을 찾아 비프로스트의 조각을 사용해야 스키드블라드니르에 승선했을 거라고.
“시그문드.”
“응?”
“내가 먼저 돌진할게. 보고 있다가 내가 승선하면 그때 출발해. 너무 빨리 오진 말고.”
“뭐? 혼자 가겠다고?”
“위험해!”
“괜찮아.”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넌 나 못 따라와. 내 차 안 보여?”
비행차에도 급이 있는 법.
시그문드가 레드 쿠거를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더니 겨우 진정하고 머리를 흔든다.
“차 믿고 돌진하다 큰일 나.”
“차를 믿는 게 아냐. 날 믿는 거지.”
“하아…… 그래. 연공법 전승받고 몇 달 만에 2레벨 올린 너라면 가능하겠지. 그래도 조심해라.”
레드 쿠거에 올랐다.
구아앙!
마법 정령이 환영하듯 엔진음을 거칠게 뿜어 냈다.
[드디어 제 능력을 보여 줄 시간이 왔네요.]“그래. 한번 제대로 저질러 보자.”
특성을 교체한다.
[운전][탑승][집중] [귀안][육감][민감]전신 솜털이 짜르르 일어서는 것이 느껴진다.
스포츠카에 타고 항공모함에 돌진하는 나.
돈키호테가 그랬을까?
조랑말 타고 풍차에 돌진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쌔애액!
추진기를 분출시킨다.
레드 쿠거가 거칠게 날아오른다.
겨우 도망친 초인들이 비웃는 소리가 으슥하게 들려왔다.
“저놈은 또 뭐야?”
“혼자 돌진하게?”
“흥. 마력탄 얻어맞고 격추당하겠지.”
“아깝다. 차 좋아 보이는데.”
“저러다 큰코다치지.”
글쎄.
누가 큰코다치게 될까?
두고 보면 알 일.
어느새 마력 오로라가 손에 잡힐 듯이 다가왔다.
우우웅.
경고하듯 진동하는 예언자의 고리.
보인다.
마력 파장이 꿈틀대는 것이.
차츰 형체를 갖추어 결계를 완성하는 장면이.
“후으읍.”
짧게 심호흡.
액셀러레이터를 부술 듯이 밟았다.
파하항!
급가속.
아니, 급추락.
조종간을 때려 박듯이 앞으로 민 탓에 레드 쿠거가 미친 것처럼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정확히 33도.
마법 결계의 경계 바깥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스키드블라드니르의 아래쪽으로 접근한다.
슈슈슈슝!
기다렸다며 퍼부어 대는 마력탄.
이건 탄막 수준이 아니다.
장맛비다.
땅을 두들겨 패듯이 들이붓는 장대비다.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귀안이, 금오안이, 육감이, 예언자의 고리가 한계까지 발현되고 있었다.
궤적이 보인다.
무수히 떨어지는 붉은 광선.
그리고 그사이, 실낱처럼 그어지는 경로도.
지그재그로도 못 따라가는 좁은 길.
협로이자 잔도.
레드 쿠거로는, 비행차로는, 탈것으로는 도저히 통과하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너무 좁고 너무 난해하고 너무 변화막측해서.
하지만 나는 달렸다.
“흐압!”
기합을 지르며 조종간을 휘몰아쳤다.
뜨거워진 머리.
특성을 최대한 발휘하며.
마력을 레드 쿠거에 주입하면서.
쌔애액!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공기를 내 피부로 느끼는 듯하다.
나는 이미 레드 쿠거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엔진은 심장이 되었고 추진기는 다리가 되었다.
느껴진다.
신경계를 대신하는 마력 회로가.
또한 느껴진다.
전신에 모세 혈관처럼 새겨진 각종 마법이.
파파파팟!
점멸하듯 뛰쳐나가는 레드 쿠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며 방향을 꺾어 버린 것.
한 번, 두 번, 세 번. 아니 그 이상.
거의 수십 번을.
질량이라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거대한 마력 덩어리, 혹은 번개 덩어리로 변한 것처럼.
내가 보았던 경로를 단숨에 그려냈다.
[세상에, 주인님!]마법 정령이 환호성을 질렀다.
머리가 뜨거웠다.
달아오른 마력이 절정에 올랐다.
지독한 희열감에 휩싸인 채,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꺾었다.
쌔액!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마법 화살.
이미 위험은 모두 지나갔다.
스키드블라드니르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후욱, 후욱.”
숨이 가쁘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멈추질 않는다.
이걸 내가 했다고?
해낼 걸 알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덤빈 거지만 내가 생각해도 어마어마했다.
[엄청났어요! 조금 전 그거! 또 해요! 우리 또 해 봐요! 네?]마법 정령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잔뜩 들떠서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나를 간지럽혔다.
“시간 없어.”
냉정하게 잘랐다.
재현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일체], 그리고 [조종].조금 전 이 두 특성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시간을 끌면 다른 초인들이 눈을 뒤집고 쫓아올 것이다.
그건 안 되지.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내 거라고.
“간다!”
문을 열고 힘껏 뛰어내렸다.
너른 갑판 위, 고대 기억들이 사람 형상을 하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들 중 전사들이 도끼를 든다.
활을 겨누는 자도 있었다.
“$%&@#%!”
황금 갑옷을 입은 선장의 호령.
내게 마법적 시선이 겨눠지는 것이 느껴진다.
지휘와 명령 보정을 받은 공격이 퍼부어지는 것도.
쌔액! 슝! 콰쾅!
평범한 초인이라면 이 집중 공격에 벌집이 됐겠지.
그러나 나는 절대 평범한 초인이 아니다.
[금강체][마력혼][마력 방패] [신성력][신기][감응]성기사가 되어 우윳빛 방패를 펼쳤다.
아이기스가 최대한의 출력을 뿜어낸다.
내 앞을 두툼하게 가로막은 신성력 방패.
도끼, 화살, 마법 모두 막히고 만다.
거의 수십 개 공격이 집중됐는데도 신성력 방패는 건재했다.
“$%@!$&!”
알아듣지 못하는 고대 노르드어.
당황한 감정만은 확실히 읽혔다.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파앙!
공중에서 도약한다.
역방향으로, 갑판을 향해서, 벼락 치듯이.
단순히 공중 도약만 한 게 아니고 짧은 순간 이중 도약한 후 공중 돌진!
맹렬하게 터지는 굉음.
그 끝에서, 나는 폭탄이 되어 갑판에 떨어졌다.
[마력혼][마력 폭발][대공습] [신성력][신기][감응]오른손에 쥔 묠니르.
번개가, 폭발이 몰려 있던 기억들을 강타했다.
꽈르릉!
번개가 터진다.
마력 폭발이 뜨겁게 일어난다.
전사들이 방패를 들었으나 소용없었다.
번개에 감전되고 폭발에 휘말리면서 가랑잎처럼 날아갔다.
볼링공에 얻어맞은 볼링핀 같은 모양새.
“%$&@#%!”
“!@!@^*^&(%@!”
개중 노련해 보이는 전사들이 노호하며 고함을 질렀다.
7레벨인 선장, 그리고 6레벨인 상급 전사들은 온전했던 것.
귀가 따가웠다.
신경에 거슬렸다.
니들만 목소리 크냐? 나도 목소리 크다!
“닥쳐!”
배에 힘을 주고 고함을 토했다.
마력을 꾹꾹 눌러 담아서.
심지어 마력 폭발까지 사용한 채로.
선장과 상급 전사들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한 것.
그랬더니 생각지도 못하게 목이 시원해지며 우렁우렁한 파동이 번졌다.
기억들이 움찔한다.
덤으로 기세가 확실히 약해지기까지.
[고함] 특성의 효과.고마운 일이다.
오늘 얻은 특성이 벌써 세 개나 되잖아.
스키드블라드니르를 헌납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이들은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렇다면.
나도 최선을 다해 상대해 주어야겠지.
전력을 다해 부딪친다.
백마 고지 비밀 금역에서 구 노인과 싸울 때처럼.
모든 특성을 활용한다.
검기를 뿌리고 묠니르를 던지고 아이기스로 때리고 총을 쏴 댄다.
나를 둘러싼 기억 수백?
의미 없었다.
[일기당천]이 특성 앞에, 일기당천에 포함된 [학살] 앞에 인해전술은 무의미할 뿐이다.
오히려 좋았다.
죽이면 죽이는 족족 체력을 회복시켜 주었으니까.
“그아악!”
선장이 핏발 선 눈으로 고함을 지른다.
어쩔 건데.
고함 디버프가 내 능력치를 갉아먹으려고 하나 쉽지 않다.
일기당천에는 [무쌍]도 포함되어 있으니까.
고레벨 적을 상대로 강해지는 특성, 무쌍.
당연히 디버프에도 저항력을 가진다.
“닥치라고!”
나도 목에 핏대를 세웠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돌입하고 15분 정도 지났을까?
격전을 벌인 직후.
넓은 갑판 위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나.
김전사.
단 한 명만.
나머지는 모두 증발하여 마력 가루만 남았다.
그 외에는 잡다한 전리품이 전부.
“몬스터…….”
선장이 날 보며 중얼거렸다.
몸통은 짓이겨지고 팔다리는 잘린 상태.
괴물이라고?
사실 괴물 맞지.
내가 생각해도 아주 상괴물이야.
혼자서 7레벨 1명, 6레벨 5명, 5레벨 100명을 죽여 버렸잖아.
신성력 덕에 쉽게 했고, 다들 등급이 R급 이하라 가능한 일이었지만 명백히 상식 밖.
‘나 너무 강해진 거 아냐?’
재구성 영약을 마실 때마다 미친 듯이 강해진 느낌.
사실 그 정도는 해야지.
매번 개고생하며 재료를 구해 오는데.
묵호검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쳤다.
“잘 가라.”
이것으로 갑판 클리어.
자질구레한 기억들이 남아 있으나 소탕은 시간문제였다.
이제 스키드블라드니르는 내 거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다.
‘어?’
선장이 죽은 자리.
반짝이는 물건이 하나 보였다.
집어서 확인하니 마법 반지였다.
[가속] 특성이 담긴, 지금 나한텐 잡템이나 다를 바 없는 아티팩트.‘횡재했네.’
그래도 기분 좋은 일.
다이아만 쓰면 가속 특성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섬전 특성의 재료이기도 하니 여러모로 유용했다.
“허…….”
“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사람의 탈을 쓴 고룡이 분명해!”
“오딘이시어!”
초인들이 대거 갑판 위에 몰려와 있다.
시그문드와 효르디스도 보이고 아까 나를 흉보던 초인들도 보였다.
다들 내 눈치를 살피면서도 스키드블라드니르의 함교로 달려가고 싶어 안달복달하는 중이다.
절대 안 될 말.
나는 쿵 하고 발을 굴렀다.
시그문드와 효르디스를 내 옆으로 부르고는, 다른 초인들을 향해 말했다.
“다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