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4)
특성 쌓는 김전사-174화(174/300)
174화 네피림의 검 –2-
바로 조합할 수는 없다.
총잡이 최상위 특성처럼, 검의 주인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시켜야 획득한다.
난이도 상급 퀘스트, 혹은 특정 미궁 완료, 업적 획득 등등.
유료 아이템 쓰면 그런 거 다 필요 없지만.
“내려가자.”
하늘배가 축소된다.
항공모함 크기에서 조금씩 줄어들어 구축함 크기까지.
이 와중에 바뀌지 않는 것은 함교뿐.
함교에 잠시 있다 나오니 내 저택 안이었다.
항공모함은 힘들어도 구축함은 정박할 수 있지.
레드 쿠거까지 빠져나오고 장난감 조각배 크기가 된 후, 안식처인 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소식을 들었는지 최선수와 김철권이 나와 있었다.
“묵호검주님! 오셨습니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그동안 별일은 없었어?”
내가 자리를 비운 게 거의 2주.
다행히 둘 다 얼굴이 괜찮았다.
“일은 순조롭습니다. 구로동 재개발은 궤도에 올렸고, 대림동 재개발도 시작했습니다.”
“정부에서 잘 협조해 줬나 봐?”
“대림동 재개발은 서울시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바라 마지않던 일이었으니까요.”
“갱들은?”
“철권이가 힘을 많이 썼습니다.”
“테러 연맹이 발견됐던 것 때문에 동부군에서 지원이 좀 왔습니다. 군인들 덕에 쉽게 했지요. 하하!”
그랬겠지.
몰랐다면 모를까 테러 연맹이 발견된 후에는 갱단이고 뭐고 없다.
주민들도 협조적으로 나왔을 터.
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둘 다 고생했어. 조만간에 보너스라도 주지.”
“아닙니다! 제 인생은 묵호검주님 겁니다!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 주셨는데 보너스라뇨! 이미 선불로 땡겨 받았으니 더 주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지요. 묵호검주님 아니었으면 몇 달 전에 죽었을 목숨입니다. 그리고 5레벨도 묵호검주님 덕에 됐는데, 여기서 더 바랄 수는 없죠.”
“그래. 알았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조금은 챙겨 줄 작정이다.
둘 다 능력자.
양지 일은 최선수가, 음지 일은 김철권이 잘해 주고 있다.
내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것도 이렇게 몇 주씩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것도 전적으로 둘 덕분.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한다.
최선수한테는 금전을, 김철권한테는 새로운 빌드를 주면 되겠지.
“최 소장. 마침 시킬 일이 있었는데 잘됐네. 검 좀 사 와.”
“검이요?”
최선수가 의아한 듯 내 허리를 본다.
허리띠에 잘 꽂혀 있는 묵호검.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쓰려고 사 오라는 건 아니었다.
“종류별로. 서양식 장검, 양손검, 일본도, 전통 환도, 중국식 대도, 샴쉬르, 시미터, 쿠크리, 이런 식으로 사 와. 반드시 다 종류가 달라야 해. 마법검일 필요는 없고 장인 수제검이면 돼. 공장제면 아주 명품이어야 하고.”
“아, 직접 쓰시는 게 아닌가 봅니다.”
“어. 나한텐 검이 더 필요 없지. 한 번 쓰고 버릴 거야. 돈은 경비 처리하도록 해.”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1천 종. 더도 덜도 말고 정확하게.”
최선수가 입을 살짝 벌렸다.
생각보다 많았던 것.
그럴 수밖에.
아케인 서울에 존재하는 검 종류가 정확히 1천 종이거든.
이 세상에서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부엌칼이건 뭐건 칼이란 칼, 검이란 검을 다 가져와야 할 거야. 쉽진 않겠지만 최 소장이라면 할 수 있어.”
“끄응.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최대한 빨리. 한꺼번에 가져올 필요는 없고 모으는 대로 보내.”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지요.”
“선수야. 내가 도와줄게.”
“아이고, 그럼 고맙지.”
최선수와 김철권이 급히 차를 타고 떠났다.
서우진이 나를 보고 묻는다.
“선생님. 검은 왜요?”
“내가 소드마스터가 되려면 필요해.”
“네? 소드마스터요?”
눈이 커지는 서우진과 쟈네트.
쟈네트는 특히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다.
“선생님 6레벨 아니셨어요? 소드마스터는 최소한 7레벨은 되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서우진이 머리를 저었다.
“아냐. 아주 가끔이지만 6레벨에 소드마스터가 된 분도 계셔. 고려 시대에 척준경도 6레벨에 소드마스터가 됐다던데…… 아, 혹시 연개소문처럼 하시려는 거예요?”
“연개소문?”
“그, 검 깎아서 소드마스터가 된 걸로 유명하잖아요. 검 1천 자루를 부수고 다섯 자루만 남았을 때 검강을 완성했대요.”
그런 일이 있었어?
대충 뭔지는 알겠다.
내가 검 1천 자루를 요구한 이유.
게임에서는 여섯 개 특성을 모으면 임시 버튼이 생긴다.
[검강 생성]이걸 누르면 차고 있던 검이 빛나다가 박살 난다.
예외는 없다.
묵호검처럼 파괴 불가 속성이 없으면 모조리 분쇄.
경고창이 뜨긴 하지만 글자 안 읽는 유저들이 비싼 무기 날려 먹고 고객센터에 상담 넣어 겨우 복구하곤 했지.
그렇게 도검류 1천 종을 부수면 업적을 얻는다.
[천검을 부수다]이 업적이 검의 주인 특성 획득 조건 중 하나.
퀘스트를 하는 것보다, 미궁을 완료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쉽다.
돈만 있으면 되거든.
시간도 상당히 걸리지만 그것쯤이야.
“맞아. 그렇게 하려는 거야.”
“쉽지 않을걸요. 제 조상님들도 몇 번 시도하신 분이 있는데 실패하셨어요. 특별한 조건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니면 특이한 무공이나.”
“나도 알아. 조건 맞춰 놓고 하는 거다.”
“저, 정말요?”
서우진이 침을 꿀꺽 삼켰다.
소드마스터라고 하니 욕심이 나는 모양.
“넌 지금처럼만 해. 지금처럼만 해도 7레벨에 무난하게 소드마스터가 될 거다.”
“그래도요…….”
“내 방법을 가르쳐 줄 수는 있는데, 그러면 너 고생해서 익힌 퍼스트 소드가 마력 회로에서 지워진다. 마력 충돌 일어난다고.”
“그, 그래요?”
“넌 정석대로 가. 정석대로. 각자 맞는 방법이 있어. 6레벨 소드마스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너는 7레벨부터 찍고 소드마스터 되는 게 나아.”
“선생님 말이 맞겠죠. 그렇게 할게요.”
서우진이 나를, 그리고 쟈네트를 보고 아랫입술을 깨문다.
눈치를 보아하니 쟈네트가 5레벨에 소드마스터가 돼서 경쟁심을 느낀 모양.
어쩌면, 혹시 어쩌면.
열등감일 수도 있고.
헛웃음이 나왔다.
부잣집 아드님이, 거기다 각성하자마자 5레벨이 되고 지금은 6레벨인 서우진이 백소린도 질투하고 쟈네트도 질투하는 게 어이가 없어서.
손을 들어 어깨를 쿵쿵 두드려 주었다.
“쟈네트랑 비교하진 마라. 쟈네트는 선천강기 소유자야. 무사의 관점에서 보면 0레벨부터 소드마스터였어.”
“그, 그건…….”
“중요한 건 검강이 아냐. 오러 블레이드 쓸 줄 안다고 모두 소드마스터냐? 아니잖아. 정기신이 일체가 돼야지. 너, 내가 보니까 정이랑 기는 나무랄 데가 없는데 신이 약한 편이다?”
“저도 느끼고 있어요.”
어려서부터 신열을 앓아서일까?
육체는 강력하고 마력은 특출나지만 정신이 따라오질 못하네.
오랜만에 침대에서 푹 잤다.
식사도 직접 요리해서 제대로 한 후 수련실로 내려갔다.
한쪽에 검이 그득하니 쌓여 있었다.
최선수가 보낸 물건들.
우선 묵호검과 비슷한, 동양식 직검을 잡았다.
“후으읍.”
길게 숨을 들이마신다.
[검 전문가][섬광][단월] [신검합일][검기][검막]내 특성은 여전히 이렇다.
게임이면 간단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일단 마력을 끌어 올렸다.
숨을 참고 검에 밀어 넣는다.
차곡차곡, 블록 쌓듯이, 혹은 모래성 만들 듯이.
‘아.’
그러자 감이 왔다.
내 마력 회로.
자세히 보면 여섯 겹으로 포개진 각자의 마력 회로가 공명하며 이어지고 있었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가 서로 얽히는 것처럼.
거미줄과 거미줄을 겹쳐 더 큰 거미줄을 만드는 것처럼.
거기서 생성되는 묘한 기운.
들불처럼 맹렬하면서 벼락처럼 번쩍이는 힘.
쭈욱 검에 밀어 넣었다.
검이 빛난다.
섬광과 함께 백색 수정 같은 것이 자라난다.
“헉!”
“지, 진짜 되는 거예요?”
옆에서 대련하고 있던 서우진과 쟈네트가 깜짝 놀란다.
하지만 벌써 될 리가 없지.
쩌저정!
백색 수정이 제대로 자라기도 전.
섬뜩한 파열음이 울렸다.
동시에 직검이 수십 조각으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힘없이, 금속 자체가 아예 타 버린 채로.
“아…… 아깝네요.”
“되는 줄 알았는데.”
“한 번에 되면 내가 최 소장한테 검 사 오라고 시킬 필요도 없지.”
갈 길이 멀다.
나는 이번에는 일본도를 주워들었다.
다시 마력 주입.
역시나 파괴.
다시 마력 주입.
이번에도 파괴.
쉽지 않았다.
무턱대고 마력을 주입하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마력을 끌어 올릴 때마다 6중 마력 회로가, 여섯 특성이 공명하며 생성하는 마력을 제대로 파악해야 했다.
아니, 파악하는 것을 넘어 완벽히 체화해야 했다.
‘실패할 수도 있겠어.’
정신 바짝 차리자.
독일까지 가서 네피림의 검을 먹어 놓고 전승 못 받으면 그게 무슨 짓이야.
죽 쒀서 개 주는 것도 아니고.
7레벨에 소드마스터가 되고 네피림의 검을 얻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6레벨에 이루는 거랑은 달라.
내 계획으로는, 7레벨 되기 직전에 칼라라트리까지 얻을 생각이었다.
6레벨에 3대 검법과 토르 연공법을 모두 갖추는 것.
그래서 이 특성이 모두 반영된 재구성 영약을 먹는 것.
성공하면 강해지고 실패하면 7레벨의 나는 그만큼 약해진다.
‘해내고 만다.’
나는 지금도 강하다.
그러나 에피소드 3 끝에서 기다릴 성녀를 생각하면, 강림할 고대신을 생각하면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더 강해져야 한다.
더 더 더.
원래 세계로 돌아가려고 해도 그렇고 이 세상을 평정하고 눌러앉으려고 해도 그렇다.
“후으읍.”
검을 들었다.
허공에 찌르듯이 들어 올린다.
그러면서 마력 주입.
콰직!
검이 깨졌다.
무수히 반복한다.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부수고 들고 부수기를 실행한다.
거의 무아지경.
옆에서 서우진과 쟈네트가 뭐라고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명상 특성 없이도 내 내면에 깊숙이 침잠해 들어가며, 마력 회로를 관조하며 피어나는 강기에 몰입할 뿐이다.
내 의식을 내 무의식에 던진 것.
그러자 상(象)이 맺힌다.
심상.
거칠고 뭉툭한.
한 자루 검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흐…….”
저절로 신음이 터진다.
손이 빨라진다.
마력이 기다렸다는 듯 폭출한다.
한 손으로도 모자라 양손으로 검을 쥔다.
오른손으로 부수고 왼손으로 깨뜨리고.
두 눈마다 부서지는 검을 담되.
시선은 마음속 백색 검을 향한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최선수를 언뜻 본 것 같다.
정중히 머리를 숙이는 김철권도 있었다.
김마법과 김사제가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마음에 담지는 않는다.
내가 품은 것은 오로지 하나.
검이었다.
“아.”
깨달음은 번개처럼 내리꽂혔다.
커다란 충격이 나를 뒤흔든다.
여섯 마력 회로가 허물어졌다가 춤추듯 재조립된다.
그것도 검이었다.
내 몸에 찍히는 마력 회로도 검 형체.
내 머릿속에 꽂힌 깨달음도 검 모양.
나 자신이 한 자루의 검이 되어 육체로, 정신으로, 심지어 영혼으로 한 자루의 검을 빚어내고 있었다.
채앵!
검을 뽑는다.
마지막 검이다.
묵호검.
최선수가 모아온 1천 자루 검을 어느새 다 소모한 것.
검을 길게 뻗었다.
까만 검신이 마력등 빛을 반사하며 호랑이 송곳니처럼 번뜩인다.
그 빛을 마음에 품었다.
그 빛 그대로 심상의 검을 꺼낸다.
투명한 백색 검이 자라난다.
SF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광선검과 비슷하지만, 투명한 수정 속에 별빛과 백색 화염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질감의 강기.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검을 뒤덮는다.
마치 검 위로 새로운 검신이, 칼날이 생긴 듯한 광경.
날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홀린 듯이 묵호검을, 백색 강기를 쳐다본다.
“검강…….”
최고레벨 초인의 증거.
7레벨 궁극경은 되어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는 기예.
“쿨럭!”
왈칵 피를 토했다.
단 1초.
그 짧은 시간 검강을 썼다고 내상을 입은 것.
“선생님!”
“묵호검주님!”
“괜찮으십니까?”
모여 있던 사람들이 급히 달려들었다.
심지어 최선수는 금고를 열어 최상급 치유 물약을 꺼낸다.
아냐. 그거 아니야.
특성만 바꿔도 충분해.
불사, 소생, 재생 따위를 장착하고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놔둬.”
“내상 입으신 것 같은데 얼른 치료하셔야죠!”
“조금만 쉬면 나아져. 그건 넣어 둬. 지금 쓰면 너무 아깝다.”
최선수가 주저하면서도 물약을 금고에 넣는다.
정말로 괜찮을 것이다.
최선수의 눈동자에 비친 나.
하얗게 질려 있던 얼굴이 이미 정상으로 돌아갔으니까.
‘마력 소모가 엄청나긴 하네.’
방금은 검의 주인만 장착하고 써서 그렇다.
[검의 주인][거인의 힘][마력혼] [묵호무적검법][토르 연공법][대공습]이런 식으로 통상적인 특성 세트를 장착했으면 3초는 버텼겠지.
‘그래도 3초밖에 안 되네.’
마력 회복, 마력 흡수, 심호흡 같은 하위 특성도 썼다면?
조금 늘어나긴 해도 5초를 넘기기가 어렵다.
그만큼 검강은, 오러 블레이드는 막대한 마력을 소모했다.
‘비장의 수로 쓰는 게 최선이야.’
검강을 휘두르며 싸우는 건 7레벨 이후.
하지만 꼭 검강을 안 써도 괜찮다.
검 전문가가 검기를 쓰는 것과 검의 주인이 검기를 쓰는 것에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니까.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6레벨에 소드마스터라뇨!”
“기자들이 알면 난리 나겠는데요?”
“아직 밝힐 생각 없어. 당분간은 비밀로 해.”
“하하하! 그럼요! 당연하지요! 입 꾹 다물겠습니다!”
축하 인사가 쏟아지지만 나는 적당히 받아넘겼다.
누군가에게 소드마스터는 평생의 꿈이자 궁극의 목표겠지.
하지만 내겐 징검다리에 불과하다.
마르스 검투법에 이어 두 번째 계단쯤 될까?
그리고 이제.
궁극검강이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공격력만큼은 아케인 서울 최강인 검법이 만든 계단을 밟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