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182)
특성 쌓는 김전사-182화(182/300)
182화 전설을 찾아서 –1-
그 전에 준비할 게 있다.
나는 수련실에 혼자 앉아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서 다이아를 한 무더기 꺼낸다.
네피림의 검 전승 후 바닥을 드러냈던 다이아.
다시 풍족하게 차오른 상태다.
어둠 재규어 교단의 보물 창고를 털고, 성희영에게 사례로 받은 것까지 합친 덕분에.
‘칼라라트리 전승 때까지 쓰고도 남겠다.’
필요한 만큼만 덜어 내고 짧게 숨을 들이켰다.
“후우.”
그리고 무장집에서, 골프백에서 반지 두 개와 목걸이 한 개를 꺼냈다.
[점멸의 반지] [가속의 반지] [용언의 목걸이]바로 다이아 사용.
우선 점멸을 내 특성으로 가져왔다.
한번 써 볼까?
점멸을 장착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정신이 흐릿해지더니 세상이 물결치듯 뒤로 밀려간다.
단숨에 수련실 끝에서 수련실 끝으로 이동.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는 것 말고는 사기인 특성이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잘못 쓰면 위험하겠어.’
아주 잠깐이지만 정신이 혼미해지기 때문.
대미궁의 네피림처럼 경직이 잘 걸리는 상대가 아니면 쓰기 어렵다.
학살 여제, 하다못해 구 노인만 해도 내가 점멸을 썼다간 바로 목이 잘릴걸?
뭐, 괜찮다.
난 점멸을 있는 그대로 쓰려고 가져온 게 아니니까.
가속의 반지도 손에 쥐었다.
다이아를 아낌없이 써서 특성을 가져온다.
나는 대공습을 써서 굳이 얻지 않았지만, 가속은 폭주 기관차를 비롯한 여러 상위 특성의 재료가 된다.
‘점멸, 가속, 마력혼, 벼락, 영체화, 초능력이었지.’
영체화는 도깨비들에게 얻을 수 있다.
다산총이 효자네.
좀비화 전염병 치료제에, 총잡이 최상위 특성, 영체화도 다 이놈 때문에 얻겠어, 아주.
마지막으로 용언의 목걸이를 쥐었다.
섬전은 두 개 특성이 남아 있지만 지금 내가 만들려고 하는 특성은 이미 재료가 다 갖춰졌다.
용언만 확보하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이아를 밀어 넣었다.
역시 용언은 용언.
가속이나 점멸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고급 특성.
둘에 비교하면 거의 3배 가까이 먹어 치웠다.
슈우웅!
그 끝에 특성 복사 성공.
마력 회로가 새롭게 각인되고 전신이 불타는 느낌이 들었다.
“아아, 아아아.”
목이 간지러웠다.
성대에 혹이 돋는 느낌.
한참을 꺽꺽대고 피를 토한 끝에 새로운 특성이 안착한다.
“게일-루아 드-네즈크 스바라-게 투푸하-”
입을 열어 말하자 저절로 용언이 흘러나온다.
운율이 있고 높낮이가 흐드러져 노래처럼 들리는 언어.
핵심은 소리가 아니다.
성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 파장이었다.
마력 파장과 운율, 성조, 음절이 어우러져 의지를 상대에게, 또 세상에게 강요하는 것.
그것이 용언이다.
“어우, 목 따가워.”
처음 말해 봐서인지 영 어색하다.
나는 투덜거리면서 특성을 교체했다.
[용언][도발][고함] [포효][함성][심호흡]상급 치유 물약과 상급 성수를 준비하고 특성을 조합했다.
마력 회로가 교차하고 덧씌워진다.
격렬한 통증이 내 목을 찢어발겼다.
예상은 했지만 참기 힘든 격통.
나는 목을 부여잡고 피를 대야 가득 넘치도록 토해 냈다.
“우웨엑!”
참는 데 이골이 난 나라서 이 정도로 끝.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아주 발광하다 못해 졸도해서 응급실에 실려 간 후 사흘 뒤에야 깨어났을 거다.
치유 물약과 성수를 마시고, 불사와 재생 등등 특성을 장착해서 셀프 치료를 마쳤다.
“죽는 줄 알았네.”
한번 써 볼까?
수련실 구석에는 허수아비를 세워 놓았다.
자가 복구 마법 강철 갑옷을 입은 허수아비들.
그 앞에 서서 목을 가다듬었다.
배에 잔뜩 힘을 주고 허수아비들을 노려보다가 외쳤다.
“[부서져라]!”
꽈르릉!
특성 [용울음].
소리 지른 것만으로 폭음이 터졌다.
내 입 앞에서 시작된 충격파가 허수아비들을 덮친다.
눈에 보일 정도로 유형화된 마력 파장.
파장에 담긴 힘이 허수아비들을 분쇄했다.
강철 갑옷은 물론 그 안에 든 내용물도.
퍽! 퍼퍽!
강철 갑옷이 우그러졌다.
허수아비는 완전히 작살이 났다.
톱밥과 밀짚, 천 쪼가리가 흩날리는 걸 보며 옅게 웃었다.
아니, 용울음이 이 정도면 용언사는 얼마나 세다는 거야?
걔들은 그냥 언령을 발사하잖아.
‘이 정도면 노래자랑은 내 거지.’
도깨비와 만나면 무조건 내기부터 하고 시작한다.
세 번의 내기에서 몇 번을 이기냐에 따라 대접도 달라지고 보상도 달라지지.
그래서 내가 굳이 출발 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다.
구구구궁.
용울음의 여파 때문일까?
소소한 진동이 저택 전체에서 일고 있었다.
심지어 천장이 흔들리며 흙가루를 우스스 떨어뜨린다.
다음에는 수련실에서 쓰지 말아야겠다.
재수 없으면 저택이 무너질지도 몰라.
상쾌한 기분으로 골프백과 무장집을 챙겼다.
SSR 무장집 덕에 짐이 많이 가벼워졌지.
산탄총, 저격총, 소총을 무장집에 집어넣었거든.
여기에 비상용 대탈출의 반지와 엘릭서 한 병도 보관 중.
어지간해선 죽을 일이 없을 것이다.
‘망원경, 탐지기, 마법칩…….’
이번 여정엔 챙길 게 많다.
도깨비들만 찾아가고 끝이 아니니까.
내 계획상으로는 그리스와 미국에도 한 번씩 들러야 했다.
제자들도 데려가야 하니 소모품을 여럿 준비.
나야 위급 시에 어떻게든 몸을 뺄 수 있지만 백소린이나 쟈네트, 칼리는 그렇지 않다.
‘신속, 순간이동, 대탈출. 이 정도면 되겠다.’
혹시 몰라서 몇 가지를 더 챙겼다.
생활용품.
물 세제와 빨랫방망이, 마법 청소기 등등.
그런 다음 밖에 나가자 기다리던 서우진이 다가온다.
“선생님? 안에서 뭐 하셨어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서우진.
구로성채 재개발, 하늘배 개수, 개인 수련에 나와 대련까지.
하지만 나는 서우진에게 시간을 내라고 했고, 서우진은 토 한 번 달지 않고 내 말에 따랐다.
“할 일이 있어서. 왜? 들렸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소리가 들렸어요. 심장 멈추는 줄 알았다고요.”
“방음 시설을 더 만들어야겠다.”
사실 방음 시설로는 안 된다.
소리 차단에 충격 차단, 진동 차단, 마력 차단 등 차단 마법진을 수십 겹을 깔아야 막을 수 있다.
수련실에서 안 쓰는 게 최선.
날렵하게 레드 쿠거에 탑승했다.
옆에서 서우진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운전해야 하는데요.”
“됐어. 이건 오너드리븐이야.”
하늘로 빠르게 솟구친다.
운전에 탑승, 일체, 조종까지 해서 내가 모는 레드 쿠거는 한 마리 매를 보는 듯했다.
서우진이 운전해도 잘하겠지만 나만큼은 못하지.
단순히 빠르고 잽싼 게 아니라 내부에서는 쾌적하기까지 하다고.
일체 특성으로 [마력 안정][활기] 같은 특성마저 전달되니까.
구름 위.
레드 쿠거를 정지 비행시키고 무장집에 손을 가져갔다.
산탄총, 저격총, 소총이 차례대로 빠져나온다.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 두 자루까지 뺀 다음 다산총 세트를 나란히 포개놓았다.
“선생님. 이제 어디 가는지 알려 주셔도 되지 않을까요?”
“도깨비 찾으러 간다.”
“도깨비요?”
“응. 너도 가문 기록 정도는 봤지?”
“봤죠. 저희 선조님 중에도 한 번 도깨비를 만난 분이 계세요.”
“그래?”
“네. 씨름에서 지시고는 된통 당하셨다고…… 도깨비가 1년 내내 집에서 떡을 축내서 겨우 쫓아내셨대요. 고승 한 분을 초빙해서요. 그래도 도깨비가 떠나면서 마법 금화를 줘서 이득을 좀 보셨다고 들었어요.”
착한 도깨비네.
하긴 우리나라 도깨비는 일본 오니랑은 다르니까.
서우진과 얘기하면서 특성을 바꾸었다.
[총잡이][토르 연공법][마력혼] [마력심][마력 회복][총명]지금 할 일에는 막대한 마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총잡이만 빼고는 마력 계열 특성으로 도배.
마력을 불어넣는다.
총잡이를 의식하며 마력을 다산총 세트에 주입한다.
게임에서는 김전사로 이거 활성화하기가 무척 힘들었지.
마력 물약을 물처럼 마셔야 겨우 가능했다.
파아앗!
한참을 그러고 있자 총 다섯 자루가 일제히 빛을 뿜었다.
한데 넝쿨처럼 얽히더니 한쪽으로 발사.
섬광이 궤적운처럼 남았다.
하필이면 서우진을 통과하는 바람에 서우진이 움찔했다.
“깜짝이야!”
남동쪽.
나는 가볍게 머리를 끄덕였다.
도깨비 나라로 향하는 관문은 다섯 군데에서 무작위로 열린다.
서울 창덕궁.
강릉 경포호.
공주 관북리 유적.
경주 불국사.
제주도 백록담.
이 중에 남동쪽이면 뻔하지.
경주 불국사다.
거기 가서 단서를 찾으면 차원문이 열리고 도깨비 나라로 갈 수 있다.
쌔애액!
남동쪽으로 조종간을 틀었다.
일체 특성 탓에 레드 쿠거가 가뿐히 음속을 돌파한다.
아마 10분 이내로 도착하겠지.
그래도 내부는 진동 하나 소음 하나 없이 쾌적하기만 했다.
“도깨비 만나서 하실 일이 있으세요?”
“많지. 너도 도깨비들 만나면 씨름 많이 해.”
“씨름요? 이기기 힘들다던데.”
“절대 오른 다리 걸면 안 되고 왼 다리 걸어야 해. 그것도 쉽진 않을 거다.”
“들어 본 적 있어요.”
“강해지고 싶다고 했지?”
“네.”
“너한텐 최고의 처방이야. 보이는 도깨비마다 씨름하자고 덤벼. 도전받으면 안 되고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백 명 정도 겨루고 절반 이상 이기면 확실히 강해져.”
“씨름만 해도 강해진다고요?”
“도깨비 나라에서는 그래.”
정확히 말하면 업적 시스템이다.
조건은 일기당천 재료 특성 중 하나가 있을 것.
서우진은 맹공이 있으니 만족하지.
관건은 승률 절반을 넘냐 못 넘냐인데…….
서우진이라면 잘하겠지.
6레벨이고 마력심 정도는 있으니까.
파아앗!
어느새 불국사 상공에 도착.
밤이 깊은 시간이다.
하늘배를 펼치고 그 안에 레드 쿠거를 집어넣었다.
회수한 다음 은신을 쓰고 살금살금 대웅전으로 접근.
준비한 은신 마법칩을 쓴 서우진이 조용히 물었다.
“선생님.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
“아마 그럴걸.”
게임에선 그랬다.
다섯 필드 모두 순찰하는 직원을 피해 접근해야 했다.
여기서는 어쩔지 모르지만 게임에서와 비슷하게 갈 생각이었다.
혹시 알아?
이것도 똑같이 적용될지.
“으어어엄.”
중간에 담배 피우러 나온 중과 마주쳤다.
스님이 담배 피워도 되나?
담배 연기에서 푸른 마력광이 반짝이는 게 평범한 담배도 아닌 것 같은데?
이 세상에선 별 얘깃거리도 안 되겠지.
들키지 않게 멀찍이 돌아갔다.
도착 15분 만에 대웅전에 돌입.
끼이이익.
가져온 방범 정지 마법칩을 쓰고, 잠금 해제 마법칩을 사용해서 문을 따고 들어간다.
불국사 대웅전은 컸다.
천상금 불상 셋이 고고한 마력 파장을 발하고 있었다.
부드럽고도 웅대한 마력 파장.
저절로 머리가 겸손하게 떨어진다.
‘불상에 단서가 있을 텐데.’
게임에선 간단했다.
대웅전의 불상, 탱화, 시주함, 방석 등을 터치하면 된다.
그러면 메시지가 출력되면서 수수께끼가 나오고 수수께끼가 가리키는 아이템을 시주함에 넣으면 조건 만족.
다시 다산총 세트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으로 차원문이 열린다.
대웅전을 뒤지기는 좀 그렇다.
내가 일본식 RPG 주인공도 아니고 말이야.
보안 장치도 깔려 있을 텐데 걸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대신 특성을 바꾸고 대웅전 내부를 관찰.
[귀안][육감][밝은 눈] [통찰][투시][탐지]“어?”
“왜 그러세요?”
생각지도 못한 단서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대웅전 중심, 석가모니 천상금 불상.
가슴 부분에 마력 회로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던 것.
어디서 많이 보던 형태 마력 회로가.
“와, 미친.”
“선생님?”
“어휴. 도깨비 이놈들 진짜 못 말리겠다. 여기 불상에다가 장난질을 쳐 놨네.”
“네? 뭔데요?”
“총으로 불상을 파괴해야 해.”
“진짜요? 뭐 그런 경우가…….”
바로 파괴 특성.
더 정확히 말하면 산탄총에 있는 파괴 속성이었다.
거기까지 확인하고 주위를 샅샅이 살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방석 두 개에는 정지.
탱화 구석은 충격.
기부함 안쪽 벽에 영탄.
촛대에는 죽음 마력 회로가 숨어 있었다.
크기는 똑같다.
뻔하지.
한꺼번에 맞혀야 한다는 뜻이다.
총 다섯 자루를 모두 사용해서, 총잡이 특성을 장착한 채로.
‘이거 뒷감당을 어떻게 하지?’
도깨비들은 장난꾸러기.
자기들 식대로 보상해 주긴 하지만 곤란해지는 건 일상다반사.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안 들키겠지만 혹시라도 실수했을 때가 문제네.
나는 골프백에서 금괴 몇 개를 꺼내 시주함에 넣었다.
“미안합니다.”
“선생님. 진짜 부수게요?”
“해야지. 도깨비들 만나려면.”
무장집에 손을 가져간다.
허리에 찬 쌍권총이 절그럭거린다.
[총잡이][사격][조준] [난사][육감][집중]잠시 숨 한 번 쉬고.
갈겼다.
무장집에서 꺼낸 총 세 자루를.
또 번개처럼 꺼낸 권총 두 자루를.
타타타타탕!
오연발 총성.
정확했다.
불상 가슴이 터져 나갔다.
방석이 툭 튕기다가 콱 멈춘다.
탱화는 완벽히 찢어져 버렸고.
기부함은 흔적 없이 영탄을 흡수했다.
촛대에 깃들어 있던 보존 마법이 흔들리다가 사라진다.
그 모든 광경이 내 눈에 똑똑히 보였다.
왜애애앵!
방범 정지 마법으로는 부족했던 모양.
고요하던 불국사 경내에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어어? 선생님!”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
귀안으로 내다볼 것도 없다.
불국사에 사는 중들이, 또 보안 요원들이 달려오는 게 분명했다.
다행히 그 전에.
대웅전 문이 열리기 전에 반응이 있었다.
파아앗!
새파란 차원문이 넘실거리듯 열린 것.
쪼개진 불상 가슴에.
“가자!”
바로 뛰어들었다.
나와 서우진이 통과하기 무섭게 차원문이 닫혔다.
새롭게 진입한 세상.
별세계였다.
하늘 위에선 양들이 구름이 되어 메에에 울고, 땅은 복슬복슬 털이 나서 밟으면 보들보들한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수묵화 보듯 먹칠 되어 있고, 불어오는 바람은 형상화되어 작은 요정을 만들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오호.”
그리고 우리를 맞이하는 한 남자.
갈색 카우보이모자를 썼다.
빼 문 시가에선 뻐끔뻐끔 연기가 뿜어진다.
권총도 한 자루 찬 것이 영락없는 서부 개척 시대 무법자 같다.
딱 하나.
먼지투성이 하얀 도포를 입었다는 점만 빼면.
“김 서방 왔나?”
외형은 특이하지만 엄연히 한국 토종 환상종.
도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