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183)
특성 쌓는 김전사-183화(183/300)
183화 전설을 찾아서 –2-
“김 서방이 왔다고?”
“어디 어디?”
“김 서방이다!”
“이게 얼마 만이야!”
도깨비들이 튀어나왔다.
작은 도깨비 큰 도깨비 꺽다리 도깨비 짜리몽땅 도깨비.
다들 흰 도포에 카우보이모자 차림이었다.
입에는 시가. 허리에는 권총.
게임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나는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안녕하십니까? 김전사라고 합니다.”
“안녕한가!”
“안녕하네!”
도깨비들이 나와 서우진을 둘러쌌다.
서우진은 당황하긴 했지만 나를 따라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서우진입니다.”
“어, 그래! 잘생긴 김 서방!”
“둘째 김 서방은 우리처럼 생겼네 그려?”
“킁! 킁! 익숙한 냄새가 나는디?”
서우진의 선조가 도깨비와 인연이 있어서일까?
마법적인 생물이라 그 인연의 끈을 감지한 것.
나는 일부러 무쇠주먹을 벗고 츄리닝 팔을 걷어붙였다.
“거, 크신 분. 씨름 한판 하시죠.”
도깨비한텐 선빵필승인 법.
키 3미터가 넘어 보이는 큰 도깨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자 도깨비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으하핫! 좋지! 안 봐줄 거니까 입 꽉 다물라구!”
적당히 서로의 허리띠를 붙잡는다.
나는 준비하면서도 서우진에게 눈빛을 보냈다.
지금 다른 도깨비에게 도전하라고.
서우진이 침을 삼키고는 가장 작은 도깨비에게 걸어갔다.
“도깨비님! 저랑 씨름 한판 어떠십니까?”
“야호! 거 좋지! 오늘 찾아온 김 서방들은 싹수가 있고만. 아주 예의가 발라! 떵치야! 그 김 서방 허약해 보이는데 살살 해 드려라. 알았지?”
“당고마 너나 살살 해. 나는 한 판에 끝낼 거니까.”
“내가 먼저 할 거거든?”
맞잡은 몸이 무겁다.
철탑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다.
도깨비는 레벨도 능력치도 없는 기이한 종족.
씨름할 때는 오로지 상대의 레벨에 맞추어, 능력치에 맞추어 육체의 스펙이 결정된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이기기 힘들게끔.
하지만 나는 방법이 있지.
“시작!”
구령이 울리기 무섭게 허리를 잡아챘다.
[거인의 힘][마력혼][금강체] [불사][육감][실전 격투]더블 파워 빌드에 삼위일체 빌드 합일.
그리고 육감이 이끄는 대로 공격.
실전 격투가 적용되면서 도깨비가 힘없이 끌려왔다.
마지막으로 왼쪽 다리를 걸었다.
쿠웅!
철탑이 무너졌다.
침몰하며 모래가 튀자 일순 정적이 감돌았다.
“우와아아!”
“김 서방 좀 봐!”
“떵치가 한 방에 당했어!”
“제법인데!”
“다음은 나야, 나!”
도깨비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줄을 서세요! 줄을!”
다음 도깨비도, 그다음 도깨비도 마찬가지였다.
허리를 잡을 때는 특성 없이.
시작하면 맞춤 특성을 장착하는 내 앞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물론 도깨비들도 이 사실을 눈치챘다.
그러나 욕하는 도깨비는 없었다.
오히려 좋다고 더 열의에 불타서는 달려들 뿐.
“이거 평범한 김 서방이 아니었네!”
“야! 다시 떠!”
“싫은데요? 저기 동해 가셔서 대왕암 붙잡고 씨름 연습이나 하고 다시 오시죠.”
“으아, 빡쳐!”
“당고마야! 너만 믿는다!”
거의 파죽지세.
수십이 넘는 도깨비들이 연속으로 격파당했다.
남은 거라곤 가장 키 작은 도깨비.
서우진이 지목했던, 그리고 1초 만에 패배를 내줬던 도깨비가 내 앞에서 어깨를 으쓱대고 있었다.
“내가 이 마을 천하장사다. 덤벼. 네 이상한 능력도 나한테는 안 통할걸?”
꼭 있었지.
게임에서는 강제 패배 이벤트.
어떤 SSR 캐릭터를 가지고 가도, 김전사에게 어떤 특성을 달아줘도 이길 수 없었다.
이기는 방법은 하나.
나는 적당히 특성을 장착하고 도깨비의 허리띠를 붙잡았다.
“시작!”
구령이 떨어지자마자 도깨비 뒤쪽을 보며 외쳤다.
“어? 해가 뜬다!”
“뭐? 뭐?”
여기 녀석들은 밤도깨비.
낮이 오면 빗자루로 변한다.
당연히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는 녀석.
살짝 힘이 풀렸다.
바로 지금이 기회.
가볍게 끌어당겼다.
한편으로는 왼쪽 다리를 걸었다.
중심이 급격히 무너지고, 도깨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김 서방! 속임수를 쓰다니!”
만만치는 않다.
도깨비가 몸을 뒤집으려 한다.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여 나를 깔아뭉개려는 속셈.
의미 없다.
바꾼 특성이, 삼위일체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더블 파워에서 나오는 힘이 도깨비를 완벽히 제압한 다음이었으니까.
쿠우웅!
작지만 무거운 몸이 모랫바닥에 꽂혔다.
마지막 발악 때문에 얼굴부터 처박힌 도깨비.
“꾸엑!”
비명과 함께 정신을 잃지만 도깨비들은 그마저도 좋다고 야단이다.
“당고마가 당했어!”
“푸하하하!”
“얼굴 좀 봐! 떡처럼 찌그러졌어!”
“떡 먹고 싶다.”
“이제 우리 마을 천하장사는 김 서방이야!”
아예 내게 몰려와 헹가래 치기 시작.
나는 급히 서우진에게 눈빛을 보냈다.
쉬지 말라고.
나한테 정신 팔린 틈에 도깨비들이랑 씨름하라고.
“후욱, 하아. 도깨비님. 씨름 한판…….”
“저기요? 도깨비님? 씨름…….”
“저랑 씨름…….”
서우진도 근성이 있었다.
몇 번 패대기 쳐지더니 요령을 깨달은 모양이다.
차근차근 승리를 따내며 승률을 높여가고 있었다.
나처럼 특성을 전환할 수는 없더라도 서우진에겐 마력심이, 또 퍼스트 소드가 있다.
능력치는 딸려도 순간적으로 마력을 집중하면 이길 수 있다는 뜻.
한 판 한 판마다 영혼까지 쥐어짜는 느낌이겠지만.
서우진은 씨름하고.
나는 도깨비들이랑 술을 마셨다.
도깨비들이 술상을 봐와서는 자기들 앞에 하나씩, 또 내 앞에 하나를 내놓는다.
조선 시대 식으로 독상을 준 것.
“맛있네요.”
술은 막걸리.
안주는 돼지 수육에 겉절이.
조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한테 마지막으로 진 도깨비, 당고마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미안하이. 먹을 게 이것뿐이라…….”
막걸리는 좋다.
딱 적당히 발효되어 부드럽게 목구멍을 넘어간다.
문제는 안주.
돼지 수육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털이 송송 박혀 있었다.
더구나 잡내가 폴폴 나고 얼마나 질긴지 씹기도 힘들다.
그리고 겉절이?
그냥 고춧가루 묻힌 배춧잎이었다.
짜기는 어찌나 짠지 소금을 얼마나 쳐 댔는지 모르겠다.
“커흠!”
“큼!”
“엇흠! 많이 드시게나!”
도깨비들이 눈치를 보다가 자기들 상에서 음식을 덜어온다.
그걸 내 접시에 쌓자 이건 무슨 롯데 타워도 아니고, 돼지 수육 탑과 겉절이 탑이 높게 쌓인다.
나보고 다 먹으라고?
요즘엔 맛있는 음식만 먹어서 미식가가 된 나한테?
도깨비들이 내 앞에서 히죽 웃었다.
“천하장사 김 서방 양반! 다 먹을 수 있지?”
“손님은 음식을 남겨선 안 되는 법이여!”
“어여, 어여 드시게.”
“손님 대접 박하다는 소리 듣게 하면 안 돼!”
아, 2페이즈구나.
나는 입맛을 몇 번 다셨다.
게임에서는 먹을 만한 요리가 나왔는데 왜 이 모양이야.
별수 없지.
[금강체][불굴][불사] [토르 연공법][마력혼][신성력]도깨비와의 내기, 두 번째.
먹방.
많이 먹기, 푸드 파이팅이라고 해야 정확할까?
원래는 도깨비들과 누가 많이 먹냐 경쟁하는 거였는데…….
도깨비들은 별로 먹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나는 돼지고기 수육과 겉절이를 입에 밀어 넣었다.
막걸리를 동이째 들고 벌컥벌컥 마시자 환호성이 터졌다.
“와우!”
“씨름도 잘하고 먹기도 잘하고!”
“노래까지 잘하면 3관왕이겄어!”
“노래 주머니는 안 보이는디?”
“홐뿌리 데려와! 홐뿌리!”
롯데 타워를 연상시키던 수육탑과 겉절이탑이 바닥을 드러냈다.
“끄어어억!”
길게 트림을 하자 도깨비들이 좋다고 난리를 쳤다.
“으아아아.”
서우진도 이때쯤 연속 씨름을 끝내고 내 옆으로 왔다.
얼굴이 허옇게 질려서는 대자로 드러눕는다.
“으으으, 진짜 죽겠어요…….”
“대신 강해진 게 느껴지지?”
“예에에…….”
내게 신검합일을 가르치며 전승받은 맹공.
지금은 [일기당천]으로 변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머지는 서우진이 알아서 잘하지 싶다.
“김 서방도 고기 드시게!”
“술도! 첫째 김 서방처럼 복스럽게 먹어야 혀. 알았지?”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전 김 서방이 아니라 서 총각인데요. 아직 결혼도 안 했다고요.”
“엉? 뭐라고?”
“김 서방이 김 서방이지!”
“암! 암!”
“어휴, 알겠습니다.”
서우진도 독상을 받았다.
땀도 마력도 쫙 뺀 상태.
입맛이 없어 보이지만 어떻게든 첫 고기를 들었다.
보쌈 싸 먹듯 야무지게 겉절이 올려서 한 입.
그리고…….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읍! 우으읍!”
뱉어 내려는 것을 제지했다.
“절대 뱉으면 안 된다. 도깨비들은 음식 뱉으면 자기네 모욕하려는 걸로 알아.”
“어앵임! 이어 어엉에(선생님! 이걸 어떻게)…….”
“막걸리로 입가심해. 막걸리는 대한민국 최고다.”
서우진이 동이째 막걸리를 들이켰다.
조금 전과 다르게 금방 감탄한 얼굴이 된다.
“최곱니다.”
도깨비들에게 쌍 따봉을 날리는 서우진.
조마조마해서는 쳐다보던 도깨비들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고롬 고롬!”
“막걸리는 우리가 최고지!”
“대지 마탑? 가이아 교단? 다 나와 보라고 그래! 우리가 빚은 막걸리보다 더 맛있는 막걸리는 없어!”
“둘째 김 서방이 뭘 아는고만!”
“더 먹어, 더. 많이 있다고. 이거 다 먹어야 된다? 그래야 집에 보내 준다?”
칭찬은 막걸리가 받았는데 막상 쌓는 건 수육탑과 겉절이탑이다.
도깨비들은 빙글빙글 웃고, 서우진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썩어들어 갔다.
어쩔 수 없다.
일기당천 값이라고 생각해.
상위 특성을 먹었으니 양잿물이라도 먹어야지.
“술이 들어갔는데 노래를 안 할 수가 없지!”
도깨비 하나가 엉덩이춤을 추며 나왔다.
이름이 홐뿌리랬나?
목 양쪽으로 커다란 혹이 달려 있었다.
손뼉을 짝짝 쳐 시선을 모으고는 노래 시작.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오오오!”
“목소리 좋고!”
“목청 크고!”
“역시 홐뿌리야! 다 터뜨려 버려!”
음정 박자 따윈 없다.
꽥꽥 소리 지르는 게 전부.
목소리는 또 얼마나 큰지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서우진이 겉절이에 수육을 먹다 말고 눈살을 찌푸렸다.
“도깨비들 노래 원래 이래요? 아무나 와도 씹어먹겠는데요?”
“아냐. 여기선 목소리 큰 게 기준이야. 우리나라 최고 성악가가 와도 목소리 크게 못 내면 노래 못 부르는 거로 생각해. 도깨비들은.”
“이상한 종족이네요.”
“도깨비들 눈엔 우리가 더 이상해 보이겠지.”
도깨비가 노래를 끝냈다.
타탕! 타타탕!
다른 도깨비들이 권총을 허공에 쏘아 댄다.
도깨비 식으로 경의를 표하는 것.
노래를 끝낸 도깨비가 나를 보며 손짓했다.
“김 서방! 자네도 한 곡 뽑지?”
“그러죠.”
자리에서 일어나 중심으로 걸어갔다.
도깨비들이 흥미롭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저 김 서방이 삼관왕을 할 수 있을까?”
“하면 좋겠는디…….”
“크흑. 이 맛없는 수육 좀 그만 먹고 싶어!”
“메밀묵이 먹고 싶다!”
“허억! 메밀묵!”
“떡도!”
“떡!”
“제대로 삶은 돼지고기도!”
“흐어어어! 듣기만 해도 혀가 녹는 기분이야!”
“결혼이 하고 싶다! 빌어먹을!”
“나도! 나도오오오!”
노총각 도깨비들의 울부짖음이란…….
“으흠, 으흐흠.”
목을 적당히 풀어 주었다.
용울음과 적당한 특성 몇 개를 장착.
배에 힘을 주었다.
크게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가슴과 배가 터질 듯이 부푼다.
서우진에게는 미리 신호를 주었다.
귀를 막으라고.
도깨비들이야 고막이 터지든지 말든지.
사정없이 소리를 질렀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벼락이 터졌다.
천둥이 미친 듯이 울렸다.
내 입에서 발사된 충격파가 저 하늘 위까지 도달하고 있었다.
메에에! 메에!
양구름이 소리에 얻어맞곤 비명을 지를 지경.
그와 함께 땅거죽이 뒤집어진다.
쨍그랑! 펑! 펑!
막걸리 동이가 깨진다.
음식을 담은 쟁반이 산산조각 난다.
“억!”
“으어억!”
도깨비들이라고 다를 건 없다.
어떤 놈이 머리를 감싸 쥐고 고꾸라진다.
또 어떤 놈은 게거품을 물며 정신을 잃는다.
심지어 존재 자체가 흐릿해지며 깜빡이는 놈도 있었다.
서우진도 얼굴이 창백했다.
일기당천이 아니었으면 내상을 된통 입었겠지.
“오호. 오호호호.”
도깨비들이 정신을 차린 것은 한참 후.
힘겹게 손을 들어서는 권총을 쏜다.
타아앙!
휘리릭 하늘로 날아가는 마법 불꽃.
폭죽이었다.
양구름 떼 바로 밑에서 터져서는 공중에 커다란 손을 그렸다.
주먹을 쥐고 엄지만 척 치켜세운 형태.
따봉.
퍼엉! 펑펑!
한 명만이 아니었다.
도깨비 전원이 폭죽 총알을 쏘아 올렸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하얗고 초록초록한 따봉이 거뭇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새겨졌다.
“내가 졌다! 김 서방!”
“우리가 졌어!”
“아주 시원하게 져 버렸다구!”
“자, 이건 선물이야!”
도깨비 하나가 쓰고 있던 카우보이 모자를 벗어 내게 주었다.
나쁘지 않다.
이거, 평범한 모자가 아니라 도깨비감투거든.
다들 알지?
도깨비감투에 [투명화] 특성이 있는 거.
아쉽게도 다이아를 써도 가져오진 못한다.
성검이나 묠니르처럼 고유 특성이니까.
하지만 충분히 써먹을 수 있지.
도깨비 시리즈를 다 모으면 더더욱 그렇고.
“방망이도 주시죠.”
“으응? 방망이?”
“예. 감투랑 방망이는 세트 아닙니까. 한 세트.”
“어, 음, 그것이 말이지…….”
도깨비들이 눈알을 굴렸다.
“실은 방망이는 우리한테 없어.”
“예? 방망이가 도깨비님들한테 없으면 누구한테 있어요?”
사실 나는 답을 안다.
도깨비들도 내가 아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 신부들한테 있어.”
“신부요?”
“엉. 여자 도깨비들한테. 그래서 우리가 제대로 밥도 못 해 먹고 있는 거야.”
“옛날엔 고기 나와라 뚝딱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직접 돼지 사냥해서 삶아야 한다구.”
“맛있는 고기가 먹고 싶어!”
“김 서방이 우리 중매 좀 서 주면 안 될까?”
“예로부터 도깨비들 청실홍실은 김 서방이 이어 줬어!”
“전통이지, 아암!”
“중매만 잘 서 주면, 우리 장가만 보내 주면 도깨비방망이고 뭐고 다 줄게!”
기다렸던 말.
도깨비감투? 도깨비방망이? 도깨비 비행옷?
전부 다 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