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214)
특성 쌓는 김전사-214화(214/300)
214화 계승 –1-
길이 보인다.
그것은 검의 길이자 힘의 길이며, 전쟁의 길이기도 했다.
보이는 대로 몸을 던졌다.
검강 타오르는 묵호검을 파르라니 그어 갔다.
꽝! 쾅! 콰아앙!
폭음이 터진다.
검강은 가장 순수한 힘의 결정체.
또, 격을 벗어난 초인의 영혼체.
거친 충격이 검을 타고 전해진다.
원래는 이 반탄력 때문이라도 멈칫해야 정상.
그러나 마르스 검투법은 폭발과 반동마저도 이용하고 있었다.
감각적으로, 미래 예지하듯이 더욱 힘을 받아 적들에게 짓쳐간다.
번개 치듯이.
혹은 시대 최고의 맹장이 전장 가르듯이.
그야말로 전쟁의 신다운 공격.
“우웃!”
“윽!”
“허어억!”
소드마스터들이 헛바람을 들이켠다.
각자가 서너 걸음을 물러선다.
그런 그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져 있었다.
당연하다.
내 묵호검은, 하얀 검강을 머금은 까만색 검은 그들의 앞을 위협적으로 스쳐 지나갔으니까.
그리하여 마지막, 구형원을 향해 단두대처럼 떨어졌으니까.
콰아아아!
검강이 불타오른다.
하얀색 광선검 같던 뿌리에서 검은색 불꽃이 피어오른다.
흑백 빛줄기가 서로를 찬연히 휘감는다.
마르스 검투법에서 네피림의 검으로 전환한 것.
동시에 내 기도가 바뀌며 노련한 백전노장에서 막강한 마력 전사로 변한다.
구형원의 얼굴이 급변했다.
다급하게 검을 펼친다.
백호검이 풀어내는 것은 검막.
검강으로 구현하는 검 계열 최고의 방어 기법.
내가 내리친 게 네피림의 검이 아니었다면 방어에 성공했을 것이다.
콰직!
네피림의 검은 모든 강기 무예 중 최고봉.
흑백 검강이 묵색 검막을 찢는다.
검은 호랑이를 잡아먹고 흉악한 이빨을 들이댄다.
검강이, 지고한 힘의 응집체가 구형원을 할퀴고 지나갔다.
“끄아악!”
얕다.
하지만 마력 회로가 난자되는 느낌만은 확실했다.
죽진 않았겠지만 이것으로 전투 불능.
뒤에서 악다구니를 부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노옴!”
“감히 누구에게!”
“죽여 버린다!”
소드마스터는 소드마스터.
서너 걸음 물러난 것쯤, 한 호흡이면 극복하고 덤비는 것이다.
예전의 나라면 방어 특성을 장착하고 방어해야 했겠지.
지금은 다르다.
파아앗!
칼라라트리 발동.
내 몸이 증발한다.
한 줄기 벼락으로 변하여 검강 사이를 빠져나간다.
“허!”
“또 뭐야!”
순식간에 넷 사이를 통과한 나.
눈앞이 번쩍이고 나니 이미 2사단장 뒤였다.
칼라라트리의 힘을 집중해서, 그 벼락의 힘을 한데 모아서, 2사단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아아악!”
몰아치는 번개.
순간 극딜로 따지면 내 모든 공격 중 최강인 칼라라트리.
폭풍의 힘을 품은 일격이었다.
2사단장이 눈을 까뒤집으며 비명을 질렀다.
남은 셋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이건, 이건…….”
“불가능해. 불가능한 일이야. 불가능하다고!”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럴 수는 없어. 말도 안 돼.”
두서없이 현실을 부정하는 셋.
구경만 할 생각은 없었다.
마르스 검투법을 이용, 재차 돌진한다.
소드마스터들이 급히 막아 보려 하지만 되겠나.
마르스 검투법, 네피림의 검, 칼라라트리, 셋을 자유롭게 오가는 공격에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큭!”
“커허어억!”
“으, 으아아!”
죽이진 않았다.
대신 네피림의 검으로 마력 회로를 지졌다.
최상급 치유 물약과 성수를 마시면 회복되겠지만, 최소한 몇 달은 고생해야 할 것이다.
“감사히 여겨.”
다섯 명의 머리에 대고 말했다.
“군단장님 얼굴을 봐서 이 정도로 끝낸 거다. 군단장님이 아니었으면 너흰 죽었어.”
진심이다.
군단장한테 검도 받고 검술도 받았는데 자식을 죽일 수는 없지.
“끄으윽. 끄어어어.”
구형원이 뭐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
내게 손을 뻗지만 나는 냉정하게 등을 돌렸다.
‘총으로 잡을 걸 그랬나?’
정조에게 부탁받은 게 있었는데.
아냐.
그 정도로 여유롭게 상대할 인간들은 아니었어.
3대 검법 전환하며 싸우는 게 워낙에 사기라 쉽게 이긴 거지 방심하면 내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다.
방심은 절대 금물.
그 말을 곱씹으며 집무실 밖으로 나오자, 한 노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반면 눈은 이질적으로 맑은.
구정주, 구 노인이었다.
“면목이 없네.”
구 노인이 내게 머리를 숙였다.
“동생 놈들이랑 조카 놈이 일을 꾸민다고는 들었는데, 이리 전격적으로 움직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 듣자마자 뛰어왔는데 이미 일이 늦어 버린 다음이었으이.”
“괜찮습니다. 제가 이겼으니까.”
“그건 나도 예측했네. 6레벨 때 날 이긴 검성 아닌가. 내가 걱정한 건 다른 거였지.”
구 노인이 슬쩍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끙끙대며 꿈틀대는 다섯이 보인다.
눈에 띄게 안심했다는 표정을 짓는 구 노인.
“검성 자네는 이미 경지에 올랐군. 동레벨 다섯을 상대하면서 손속에 사정을 두다니. 내가 직접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믿지 못했겠어.”
“제가 좀 칩니다.”
“응? 하하하하! 그렇지. 검성이 좀 치지! 아니, 좀이 아니라 아주 많이 치지!”
구 노인이 안쪽으로 들어간다.
퍽퍽퍽, 사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때리는 게 아니라 추궁과혈하는 거였다.
마법 주머니에서 엘릭서를 꺼내서는 조금씩 먹이기까지 한다.
한 병을 다 먹인 건 아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소드마스터들이 빠르게 회복된다.
“으, 형님…….”
“오빠…….”
“사, 삼촌. 저놈, 저놈…….”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린 걸까?
소드마스터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자 구 노인이 한숨을 폭 쉬고는 그들을 후려갈긴다.
퍼어억!
“정신 차려라!”
구 노인이 낮게 일갈했다.
“아직도 세상이 너희를 중심으로 도는 것 같으냐? 검성에게 티끌만큼이라도 해코지했다간 아버지께서 격노하실 거라는 걸 왜 몰라! 아니, 애초에 해코지할 실력도 안 되면서 왜 이리 무모하게 굴어! 깨끗이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애, 애초에 외부인에게 묵호검을 내준 것부터가…….”
“멍청한 놈!”
퍼억!
구 노인이 대꾸한 소드마스터를 걷어찼다.
“검성이야말로 아버지의 진짜 후계자다. 왜 그걸 아직도 몰라? 피를 받았다고, DNA를 물려받았다고 후계자가 아니야! 검성이 아버지의 수제자란 말이다. 알아들어?”
“피, 피붙이를 두고 어찌 그런…….”
“피붙이가 대수냐? 실력이 우선이다! 그런 말랑한 생각으로, 상대 실력도 못 알아보는 하찮은 안목으로, 오만과 아집에 휩싸여서는 이딴 미련한 습격을 하니 이 모양 이 꼴이 되지. 잘됐다, 잘됐어! 아주 쌤통이구나! 머리에 털 나고 처음으로 참교육을 당해 보니 맛이 어떠냐?”
퍽! 퍽퍽!
구 노인이 몇 번이나 더 발길질했다.
그러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날 보며 웃는다.
“검성. 자리를 좀 피해 주겠나? 가족끼리 진한 대화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말일세.”
“그러지요.”
피는 물보다 진하고 팔은 안으로 굽는 법.
폭행하듯 추궁과혈하고 있지만 봐주기로 했다.
어차피 진짜 처벌은 군단장이 내릴 테니.
게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 끝을 나는 알고 있다.
군단장의 성정을 생각하면 부상을 치료하지 않고 가만히 놔두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멀쩡하면 멀쩡할수록 군단장이 단호해지니까.
임시 집무실을 꾸렸다.
컴퓨터는 당번병이 들어가 가져왔다.
폭탄에서 지킨 보람이 있어 데이터는 그대로.
작업을 이어 나갔다.
이해, 총명, 냉정, 집중을 사용하여 서류상 미비한 점을 찾고, 원격으로는 서우진과 김철권을 부리고.
“검성! 습격당했었다고?”
일하던 중 군단장이 들이닥쳤다.
“예. 전 괜찮습니다.”
“그야 당연하지! 승냥이 떼가 덮친다고 산중제왕이 눈 하나 깜짝하던가? 내 이놈들을 그냥!”
“놔두십쇼. 대신 제 권한을 늘려 주셨으면 합니다.”
“네 권한을?”
“예. 감찰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몇 개 대대라도 좋으니 지휘권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네. 그리하지.”
군단장은 확실히 호쾌했다.
날 공격했던 사단장 셋, 참모 둘.
다섯을 직위 해제하는 한편 영창에 보내고, 사단 셋을 갈가리 찢어 특수 감찰 여단을 신설해 내 밑에 배속시킨 것이다.
무려 여단.
그것도 초인들로만 이뤄진.
수는 평범한 여단보다 적어서 1천 명에 불과했지만 막강한 전력이었다.
여단 하나만으로 내 전사보안보다 훨씬 강할 정도였다.
‘어마어마하네.’
전사보안이 철권파에 제일보안 일부가 섞여 만들어졌음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강력한 전력.
취임식도 뭣도 치르지 않았다.
바로 실전에 투입.
게임에서 자동 원정 돌리듯이 서울 뺑뺑이를 돌렸다.
[충성! 보고드립니다. 명동에서 암흑 상점을 적발했습니다. 이 암흑 상점은 시체 매매에 특화되어 있었으며, 거기서 실종자들을 다수 발견하였고 전 참모장 구성주가 연관…….] [충성! 보고드립니다. 노원구 지하 마탑 소탕을 완료했습니다. 지하 마탑 생체 실험실에 다수의 희생자가 있었으며 흑마법 영혼로와 사령술 탑도 발견했었습니다. 여기에 부참모장인 구미주가 개입했다는 증거를…….]비슷한 보고서가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들었다.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동부군이 이 정도였어?’
개판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네.
이러니까 군단장 사후에 그 꼴이 났겠지.
내가 감찰을 진행한 것은 약 2주.
완벽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보고서를 출력해서 책상에 대고 탁탁 쳤다.
A4 용지가 정렬되는 것과 함께, 내 가슴에서 뿌듯한 느낌이 피어오른다.
성취감?
아니었다.
특성이었다.
보고서 안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돈되어 보이고, 모니터 안의 작전 계획이 비로소 내 눈에 콕콕 들어와 박힌다.
[작전] 특성.만들어질 거면 좀 빨리 만들어지지 그랬어.
나는 가만히 숫자를 꼽아 보았다.
‘지휘, 명령, 통솔, 작전…… 장군까지 두 개.’
대장과 보급.
그 두 개만 있으면 된다.
여기까지 생각한 다음 보고서를 들고 일어났다.
당번병 대신 배치된 부관이 내게 경례를 붙였다.
“충성! 고생하셨습니다.”
“중위님도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확실히 부관이 있으니 편했다.
당번병과는 차원이 달랐지.
내가 필요한 건 귀신처럼 알아서 가져다주고, 내게 배치된 감찰 여단 내부 일도 잘 처리해 줬으니까.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여단의 주요 장교들이 기다리다가 경례를 붙였다.
“충성! 고생하셨습니다!”
“여러분도 모두 고생하셨어요.”
2주 동안 나름 많은 일이 있었다.
중요한 일은 아니니 적당히 넘어가도록 하자.
다만, 이건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여기 있는 사람들과는 또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도 정중히 인사를 하고 장교들과 악수하며 지나쳤다.
그렇게 도착한 군단장의 집무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날 습격했던 다섯 명도 보인다.
집무실 중앙에 무릎 꿇은 채로, 머리도 산발이 되어서 초췌해진 상태로.
“왔나.”
군단장은 집무실 끝 높은 의자에 앉아 있다.
내 손에 들린 보고서를 보고 눈가를 한 번 꿈틀거리더니, 자기 옆에 나란히 마련된 의자를 툭툭 쳤다.
“여기 앉아라.”
원래 내가 앉던 자리가 아닌데?
군단장은 항상 긴 탁자 상석에 앉았고 오른쪽에는 참모들이, 왼쪽에는 지휘관이 앉았다.
나도 당연히 참모 사이에 자리를 받았고.
그런데 나를 자기 옆에, 준상석에 앉힌다라…….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군단장 옆에 앉았다.
군단장이 서류를 검토하더니 짧게 한숨을 쉰다.
이어 내던지듯이 1사단장, 구 노인에게 서류를 건넸다.
“읽어 봐라.”
“예. 군단장님. 면목이 없습니다.”
“알기는 아느냐?”
“예. 어떤 처분을 내리셔도 달게 받겠습니다.”
구 노인이 서류를 끝까지 읽고는 다음 사람에게 넘겼다.
동부군은 5개 사단으로 이뤄진다.
국군이 3개 사단으로 1개 군단을 이루는 것을 생각하면 과다 편제.
5사단장이 서류를 읽고는 머리를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모두 제 불찰입니다.”
“잘못인 걸 알면 고쳐야지. 왜 이따위로 살아?”
“죄송합니다.”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한 명 한 명 서류를 읽을 때마다 늪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너희도 보아라.”
한 바퀴 돈 다음, 무릎 꿇은 다섯에게도 서류가 배달되었다.
숙이고 있던 고개가 더더욱 떨어진다.
거의 땅에 맞닿을 듯이.
그도 그럴 것이 이 다섯 중 네 명이 가장 악질이었으니까.
구형원을 제외한 넷.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고 가장 악독하게 권력을 휘둘렀으며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모두 군단장이 극혐하는 짓.
군단장이 다섯을, 특히 넷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군단장님…….”
“너희 어릴 때 너희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은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시대가 그런 시대였다. 그때 내가 너희를 훈육한다고 너희 옆에 있었다면, 어쩌면 이 나라 대한민국은 건국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 광복은 솔직히 연합국 승리로 주어진 점이 크다.
이 세상에선 달랐다.
2차 세계대전은 연합국 대 추축국이 아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항쟁에 가까웠다.
동부군과 서부군 군단장.
이 두 명이 아니었으면 독립은 힘들었겠지.
독립했다고 다 끝났나?
아니다.
6·25가 터졌고, 동부군 군단장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덕에 철원 시국을 세운 거지.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고 했거늘. 제가도 못한 주제에 치국평천하하겠다고 설쳤으니 실로 인생이 무상하구나.”
“죄, 죄송합니다.”
“군단장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다시는, 다시는 헛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뭔가 직감한 것일까.
다섯 명이 애타게 군단장을 불렀다.
그러나 군단장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팟!
허공에 점을 찍는다.
검지와 중지를 모아서, 검결지를 맺고서.
거기서 뛰쳐나가는 지풍.
아니, 손가락으로 발하는 검기.
초월적인 섬광이 공간을 뛰어넘었다.
그 끝에 당도하는 것은 네 명의 아랫배.
즉, 단전.
마력 연공법은 주로 심장에 마력을 모아 놓지만, 무사들의 심법은 단전에 마력 중심을 두는 법.
단전이 으깨지고 소드마스터들이, 아니 소드마스터였던 ‘것’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버지!”
“너무 하십니다!”
“어떻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저 애송이 놈이 그리도 좋으십니까!”
악에 받쳐 소리소리 지르는 넷.
군단장이 격노하여 외쳤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
퍼억! 퍽퍽퍽!
분노의 발길질이 쏟아진다.
폐인이 된 소드마스터들이 피를 토하며 나가떨어졌다.
남은 것은 구형원 하나.
구형원이 참혹한 얼굴로 군단장을 올려다보았다.
“군단장님…….”
여기서는 군단장도 멈칫했다.
앞선 넷과 다르게 구형원은 그리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피해자들을 구제하거나 자기 삼촌 고모들을 말리려고 한 흔적도 많이 있었다.
군단장이 잠시 고민하다가 날 돌아보았다.
“검성. 네가 선택해라.”
구형원의 죄는 하나.
날 암습한 것.
용서해도 된다.
살려 놓고 데려와서 노예처럼 부려도 된다.
그러나 내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목숨을 위협한 이상, 폭탄을 터뜨리고 여럿이서 습격한 이상.
나는 절대 무르게 넘어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