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217)
특성 쌓는 김전사-217화(217/300)
217화 병원 테러 –2-
물론 일이 다 해결된 건 아니다.
갇힌 사람들을 구했고 불은 잦아들고 있지만 그뿐.
아직도 환자들이 넘쳐난다.
제대로 진료도 못 받고 땅바닥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다.
“검성님.”
최선수가 심각한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다른 병원 응급실이 전부 찼답니다.”
“다? 큰 병원 말고 2차 병원이나 개인 병원은?”
“전부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내에 있는 모든 병원에 전화를 돌려 봤습니다. 지금 경기도 병원에도 연락하는 중입니다.”
이번 테러로 발생한 부상자는 적어도 수천 명.
여기에 원래 입원해 있던 환자까지 더해지니 수용 능력을 넘어선 모양이다.
아니, 아니야.
그 정도로 서울 의료 시설이 포화될 리가 없어.
병원이 부족한 게 원인이다.
애초에 국민건강보험도 뭣도 없는 세상.
돈이 있어야 치료받을 수 있다.
내가 처음 이 세상에 떨어졌을 때 겪은 일을 생각해 봐.
겨우 사흘 입원했는데 병원비가 얼마였더라?
2천이 훌쩍 넘었지?
무이자 할부는 있지도 않았고.
“그럼 여기서 치료한다.”
“예? 여기서 말입니까?”
“토르 교단이랑 가이아 교단에 내 이름으로 협조 요청 보내.”
나는 명예 성기사.
더구나 토르와 가이아를 친견하기까지 했다.
서울 테러 당시 대주교들에게 빚도 지워 놓았으니 바로 달려올 것이다.
“그리고 위중한 순서대로 환자들 나한테 데려와. 외상 환자부터. 질병 환자는 어떻게든 다른 병원에 보내고.”
신성력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질병 치유나 독 치유가 없는 한, 내가 손댈 수 있는 환자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데려오겠습니다!”
습관처럼 뺨을 긁다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최선수.
공중에 체공하고 있던 헬기가 천천히 하강했다.
들것에 실린 환자가 내려온다.
의사 둘이 달라붙어서 환자를 CPR하는 중.
한 명은 얼굴이 찢어져 피를 흘리고, 다른 한 명은 다리에 부목을 대 놓았는데도 열정적이다.
나라면 내 상처부터 치료했을 것 같은데 대단한 사람들이네.
내려오길 기다리지 않고 점멸을 써서 달라붙었다.
“어엇?”
“헉! 거, 검성님?”
의사들이 깜짝 놀란다.
조용히 환자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폭발하듯 신성력 투사.
단순한 외상 환자라 빠르게 치료할 수 있었다.
출혈도 장기 손상도 압도적인 마력량으로 커버하면 그만.
심장이 뛰는 걸 확인하고 몸을 일으켰다.
“다음…… 아, 최 이사. 나한테 내리지 말고 순서 정해서 나한테 전송해. 그게 낫겠다.”
[예, 검성님. 바로 전송하겠습니다.]응급 환자는 대부분 하늘에 떠 있었다.
전원 보내려고 헬기와 수송기에 태우고 본 것.
내가 보는 헬기가 빨갛게 점멸하면서 숫자 1, 2, 3이 차례대로 붙었다.
여전히 나는 초능력 특성을 장착하고 있다.
점멸로 뛰어넘으려고 하는데 의사 둘이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다른 초인분은 신경도 안 쓰시는데…….”
“아닙니다.”
감사하지 마.
난 어디까지나 특성 만들려고 이러는 거라고.
당신들이 그러니까 괜히 불편해져.
의사들을 뒤로하고 점멸 사용.
1번 표시가 된 헬기 위에 나타났다.
이어서 영체화를 사용하여 헬기를 뚫고 들어간다.
헬기 안에는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한참 CPR하는 중이다.
날 보고 놀라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는 둘.
파아앗!
역시 신성력을 뿜어냈다.
폭격하듯 환자를 치유한 다음, 다시 영체화로 헬기를 뚫고 나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검성님!”
헬기 10여 개를 순식간에 이동.
급한 불은 껐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것.
당장 죽을 사람은 없지만 수백 명이 드러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그나마 최선수가 모포와 담요를 수백 장씩 공수해 오지 않았으면 콘크리트 바닥과 풀밭에 누웠어야 했을 것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천상화 검기를 뿌릴까?
외골격 공장에서 했던 것처럼?
하지만 그때보다 사람이 몇 배는 많다.
천상화의 치유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정교한 제어가 필수인데, 그거 하려다 내 머리가 터지게 생겼다.
마법뇌 특성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불가능.
‘더 좋은 방법이 있지.’
헬기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지했다.
쿠웅, 둔중한 충격이 주변으로 번진다.
최선수가 내 옆으로 와서 손짓했다.
들것에 실린 환자들이 줄을 지어 도열한다.
“검성님. 여기서부터 차례대로 치료하시면 되겠습니다.”
“토르 교단이랑 가이아 교단은?”
“사제단 꾸리는 중이랍니다. 1시간 내로 도착할 거라고 답장이 왔습니다.”
“1시간? 너무 늦어.”
“그래도 의사분들 말씀에 따르면 그 안에 어떻게 될 분은 없다고 하십니다.”
응급 상황은 넘겼으니까.
하지만 난 적당히 넘길 생각이 없었다.
쿠웅.
골프백을 내려놓았다.
헬기와 수송기를 오가며 치료하는 와중에도 놓지 않았던 골프백.
열어서 마법 솥을 꺼낸다.
연금술용 마법 솥.
그리고 비상용으로 항상 가지고 다니던 생수를 꺼내 마법 솥에 콸콸 부었다.
보고 있던 의사들의 얼굴이 묘해졌다.
“어…… 검성님?”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응급 환자는 아닙니다만, 가능하면 빨리 치료해 주시는 게……”
내 앞에 있는 환자는 복부 출혈 환자.
배에 두른 붕대에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압박 붕대를 칭칭 감았어도 지혈이 제대로 안 된 것.
의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데 환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환자는 오히려 의사들을 타박했다.
“다 생각이 있으시겠죠. 진득하게 좀 기다려 보세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나는 마법 버너를 꺼내는 대신 두 손으로 마법 솥을 잡았다.
찰랑거리는 물에 넣은 것은 딱 하나.
약초도 영물 부속품도 아닌 황금빛 자 하나.
즉, 금척.
도깨비들이 그랬었지.
금척으로 두드리거나 물에 넣고 달이면 된다고.
내가 알기로 금척 달인 물은 상급 치유 물약에 해당하는 효능을 보인다.
남발하면 충전하러 가야 하니 적당히 달여야겠지만, 고작 수천 명 회복시키기에는 충분하지.
화아악!
불을 일으켰다.
퍼런색의 용왕염.
화력으로만 따지면 용왕염이 지고화만큼이나 강하지.
계열 제한 때문에 혼돈화를 같이 장착해야 했지만 효과는 굉장했다.
바로 물이 끓고 금척이 빛나며 마법 솥 안에 치유 물약이 생성되었다.
붉은 치유 물약이 아니라, 옅은 황금색의 금척치유액이.
“환자들한테 이거 한 모금씩 먹이세요.”
“색깔이 특이한데, 이게 뭡니까?”
“상급 치유 물약입니다.”
“헉! 그 분량이면 엄청 비싸지 않습니까?”
“비싸도 사람 생명보다는 덜 비싸죠.”
“그, 그것은…….”
의사들이 놀랍다는 눈빛을 보낸다.
첫 번째로 치유액을 얻어 마실 중학생 환자는 대놓고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반대 아니에요? 돈이 사람 위에 있다던데.”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
“우리 사제님은 돈이 먼저라고 하던데…… 헌금을 많이 해야 천국 간대요.”
“어느 교단인데?”
“어어, 말하지 말랬어요.”
“말을 못 해? 사이비네. 거기.”
이 세상 교단들도 막장이지만 저렇게 가르치진 않는다.
옛 아버지 교단은 빼고.
거긴 인신 공양에 진심이거든.
나는 직접 종이컵에 치유액을 따라 주면서 중학생 환자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 데 가지 말고 토르 님이랑 가이아 님 믿어라.”
받아먹은 게 있으니 이 정도 립 서비스 정도는 해 줘야지.
중학생 환자가 꼴깍꼴깍 치유액을 마셨다.
백지장 같던 얼굴에 빠르게 혈색이 돌아온다.
붕대 안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완벽히 지혈되고 찢어졌던 복막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
“이제 안 아파요!”
사실 내 노림수는 하나 더 있었다.
귀안을 장착한 내게는 보인다.
중학생 환자의 체내에 퍼지던 독기가 사멸하는 것이.
좀비화 전염병.
테러와 함께 터뜨린 그것이, 잠복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장나고 있었다.
“이거 나눠 주세요. 다치신 분들 말고도 여기 있는 분들 전부한테요. 선생님들도 드시고요.”
“이, 이 귀한 것을…….”
상급 치유 물약은 수억을 호가한다.
건강한 사람이 마시면 훌륭한 보약이 된다.
과연 누가 거부할까?
의사들이 급히 종이컵에 치유액을 따라서는 자기들도 마시고 사방으로 나눠 주었다.
최선수도 직접 발로 뛰었다.
전사보안 소속 초인들도 큰 그릇에 치유액을 담아서 병원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안 흘리게 조심해!”
“상급 치유 물약이야! 상급 치유 물약!”
“작은 병에 든 게 수억씩 하는 거 알지?”
“이거면 우리 연봉보다 비싸!”
나는 앉아서 계속 마법 솥을 달였다.
하나로는 부족하겠다.
연금술용 마법 솥은 물론 요리용 마법 솥도 꺼냈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온갖 냄비란 냄비는 다 꺼내서 금척을 달였다.
“검성님! 이거 쓰십쇼!”
김철권이 어디서 초거대 솥을 가져왔다.
아마 병원 식당에서 꺼낸 모양.
저거면 백 명이 먹을 국을 끓이고도 남겠다.
“물은?”
“어! 그게…… 지금, 지금 가져오겠습니다!”
김철권이 허둥대며 근처 편의점을 털어 왔다.
아예 아수라로 변이.
팔 여섯 개에 생수 2리터 6개 묶음을 하나씩 해서 총 36개.
즉, 72리터.
파아앙!
김철권이 호쾌하게 생수 뚜껑을 땄다.
여섯 개 손에 타락마력을 휘감고 생수병 목을 자른 것.
이어 생수를 솥에 콸콸 들이붓는다.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날카롭고 정제된 움직임.
“잘했다. 많이 늘었어.”
“으흐흐, 감사합니다.”
김철권도 6레벨 될 때가 됐구나.
내가 세계를 돌아다니는 동안 열심히 했나 보다.
콜로세움에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을 거고, 건우봉 시설에서 연구도 많이 돌렸겠지.
어쨌든 나중 일.
물이 적당히 찬 대형 솥을 내려다보았다.
마법 솥이 아니다.
아까처럼 용왕염을 무작정 분사해서는 솥부터 녹아 버린다.
그래서 조금 특성 세트를 바꿨다.
[용왕염][혼돈화][마력혼] [이해][총명][냉정]용왕염을 이해한다.
청염을 이루는 불의 원소를 느낀다.
냉정하게 주시하고 총명으로 영감을 잡아챈다.
그 끝에 발동.
불이 방사되지 않았다.
대신 불의 원소가, 타오르지 않는 불꽃이, 무형의 열기가 금척 품은 물에 투사되었다.
화아악!
불이 내부에서 일어난다.
물이 끓는다.
아무 전조 없이.
불도 열도 없는데 안쪽에서 자연 발화 하듯이.
“응?”
김철권이 눈을 비볐다.
“이거 마법 솥이었습니까? 마법진은 안 보이는데…….”
“설명하려면 복잡해. 약부터 나눠 줘.”
“예, 검성님.”
“이거 마시고도 치료 안 되는 사람들은 나한테 데려오고.”
금척은 확실히 강력했다.
환자 대부분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었다.
단, 한계가 있다.
금척을 오래 달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삼 달이듯, 곰탕 우리듯 오래 끓여야 제대로 약효가 배는 법.
중환자들은 많이 좋아지긴 했으나 완치되진 않았다.
당장 첫 번째로 마셨던 중학생 환자도 그랬다.
‘미리 달여 놔야겠어.’
지금처럼 맹물에 끓이면 효능이 금방 휘발된다.
그 점은 보완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약초와 영물 부속품을 사용해서.
쉽게 말해서 비약을 만드는 거다.
내 머릿속에도 적당한 비약이 몇 개 저장되어 있지.
금척을 주재료로 써서 만드는 비약이.
돈 좀 써야겠지만 뭐 어때.
성녀 얼굴 찌그러지는 꼴을 볼 수 있다면 돈 몇 푼쯤 얼마든지 쓸 수 있다.
그 오만하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는 걸 상상하며, 가만히 묵호검을 뽑았다.
“잘못했어요!”
중학생 환자가 꽥 하고 소리를 질렀다.
“다시는 사이비 안 믿을게요! 토르 님이랑 가이아 님 믿을게요!”
“개종은 환영이다만, 갑자기 뭔 소리야?”
검을 찔렀다.
허공에 붓질하듯이.
혹은 그림 속 용의 눈동자를 그려 넣듯이.
거기서부터 화사한 흰 불꽃이 피어났다.
꽃잎처럼 번져서는 내 주위에 누운 수십 명 환자를 뒤덮었다.
빗물처럼 떨어지는 검기 세례.
검기에 깃든 천상화가 극한으로 발휘된다.
치유와 정화의 힘.
수십 명 환자가 거의 완벽히 치유된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병만 빼고.
대신 질병은 그대로여도 몸 상태는 확실히 좋아졌다.
말기 암 환자가 멀쩡히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볼 정도로.
몇 주만 지나도 원래대로 돌아가겠지만.
‘사제 계열이 아니니 한계가 있네.’
어쩌겠나.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성기사에 해당하는 특성만으로 환자들을 이 정도로 치료한 거니까.
“와아아.”
중학생 환자가 신기하다는 듯 자기 배를 내려다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흰 검기가 폭격한 자리.
찢어진 복막은 치유액으로 회복됐고, 무슨 병을 앓았는지 부어 있던 쓸개가 확연히 가라앉아 있었다.
“전 저 찌르려고 하시는 줄 알았어요.”
“너 찔러서 뭐 하게.”
“그니깐요. 검으로 치료하실 줄은 진짜 몰랐어요. 괜히 검성님이 아니시네요.”
선망에 찬 눈으로 날 보는 중학생 환자.
“저도 나중에 검성님 같은 초인이 될래요!”
어, 글쎄다.
나 같은 초인이 되려면 윤회를 수천 번은 해야 하지 않을까?
특성 전환은 영혼에서 나오는 힘이라고 했으니까.
“열심히 해라.”
어깨를 툭툭 쳐 주곤 몸을 돌렸다.
하늘 위에서 비행차가 떼로 날아오고 있었다.
두 부류.
번개 문양과 대지 문양.
토르 교단과 가이아 교단 사제단이 도착한 것이다.
나머지는 저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오늘 일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겁니다!”
“조심히 가세요!”
외침이 물결처럼 몰려온다.
그와 함께 불쑥, 고개를 드는 특성 하나.
내 머리부터 빛이 번졌다.
따스한 듯 포근하게.
혹은 엄격하면서도 고귀하게.
[후광] 특성.그걸 본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며 소리쳤다.
“후광! 후광이다!”
“역시 검성님은 성인이셨어!”
“검성님 사제 계열이었어? 전사 계열 아니야?”
“성기사시잖아, 성기사!”
성관 기사의 마지막 조각.
성휘 기사가 집단 강화에 특화되어 있다면 성관 기사는 반대.
오로지 자신만을 강화시킨다.
대신 강화 효율이 엄청나지.
영웅 같은 특수 조건 강화기가 아니면 아케인 서울을 통틀어서 최상.
하지만 만들진 않았다.
성관 기사는 장착 즉시 너무 특징적인 시각 효과를 뿌려 대니까.
굳이 내 정보를 적들에게 줄 필요가 없지.
특히, 이 자리를 주시하고 있을 어둠 재규어 교단에게.
[선생님. 성녀병원 테러하려던 놈들 잡았어요.]서우진의 연락.
단지 테러 방지에 끝나지 않고 역추적까지 성공한 것.
[잘했다. 바로 갈게.]일방적으로 때릴 때는 좋았지?
이젠 너희가 죽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