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21)
특성 쌓는 김전사-221화(221/300)
221화 하늘 위에서 –3-
참 아름다운 광경이다.
서로 뒤통수칠 생각만 하고 있는 걸 보면.
나는 모르는 척 대제사장의 제안을 받았다.
“좋아. 맹세하지. 마법 맹약이라도 할까?”
“그럴 필요 없다. 용언으로 맹세해라.”
“용언으로?”
“그래.”
대제사장이 나를,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쓰고 있는 용의 군주관을 쳐다보았다.
안 될 건 없다.
나는 특성을 갈아 끼우고 힘주어 선언했다.
“[나 김전사는 어둠 재규어 교단의 대제사장이 날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또한 어둠 재규어 교단과 옛 아버지 교단의 비밀 동맹에 대해 성실히 설명하고 증거를 양도한다면 즉시 석방하겠다고 맹세한다. 이 맹세는 나와 어둠 재규어 교단 대제사장, 둘 사이에서만 유효하며 다른 존재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맹세는 지금부터 정확히 24시간 동안 유효하다.]”
“흥…… 주렁주렁 조건 달기는.”
그럼 무방비하게 놔두게?
난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다.
대제사장이 한 차례 빈정거리고는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어둠 재규어 신의 이름으로 가로되, 본인 어둠 재규어의 대제사장은 초인 김전사의 맹세를 본받아 본인은 초인 김전사를 먼저 공격하지 않고 본 교단과 옛 아버지 교단의 비밀 동맹에 대해 성실히 설명하고 증거를 양도하겠다. 오로지 나와 초인 김전사 사이의 맹세이며, 역시 24시간 동안 유효하다.]”
겉보기에는 별문제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비웃음을 날렸다.
어째 게임이랑 이렇게 똑같냐?
멘트는 조금 차이가 나도 결정적인 부분은 완벽히 빼다 박았다.
분명히 “본인은”이라고 했겠다.
뭔 소리겠어.
대제사장이 가진 특성 화신체를 쓰면 신의 의지가 대제사장을 인형처럼 움직인다.
즉, 어둠 재규어는 자기 화신으로 날 공격해도 된다는 소리.
그럼 나는?
대제사장 빼고는 누구든 공격할 수 있다.
어둠 재규어의 화신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대제사장의 육체에 깃드니 대제사장 본인이라고 봐야 하지 않냐고?
영혼과 주체가 육체와 개체보다 중요하다.
반동이 얼마쯤은 있겠지.
몸이 거의 부서질 정도로.
게임에서도 빈사 상태는 되고 상당한 디버프를 받곤 했으니까.
하지만 감수할 만한 위험이다.
대제사장에게 말려들어 화신에게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이것 좀 치워 주지?”
“좋다. 허튼수작은 부리지 말고.”
“그럴 마력조차 없다.”
대제사장이 편하게 퍼질러 앉았다.
곰처럼 웅크리고 앉아서는 날 올려다본다.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뭐지?”
많다.
비 온 다음 날 죽순 자라듯 질문이 샘솟고 있었다.
잠깐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
“도대체 옛 아버지 교단과 비밀 동맹을 맺은 이유가 뭐지? 옛 아버지 교단은 너희 교단의 원수 아냐?”
원래 아메리카 대륙은 세 교단이, 세 신이 지배하고 있었다.
아즈텍의 테스카틀리포카.
마야의 쿠쿨칸.
잉카의 인티.
이중에선 쿠쿨칸이 가장 강력했다.
마야에선 주신이었고 아즈텍에서도 케찰코아틀이라는 이름으로 군림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다 옛 아버지 교단이 유럽에서 밀려 신대륙으로 대거 건너오면서 균형이 깨진다.
“아즈텍, 마야는 옛 아버지 교단이 멸망시켰잖아.”
그 와중에 마마퀼라 교단이 부상한 것은 덤.
마마퀼라 여신은 달의 여신이자 인티의 아내.
인티의 학정을 보다 못해 들고 일어났고, 아메리카 대륙을 지배하는 주요 종교가 되었다.
“그래. 그랬었지. 옛 아버지 교단이야말로 우리 교단의 천년 적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쓰러뜨려야 하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돌고 돌아서 또 그거구나.
대제사장이 이를 갈며 말했다.
“포카. 그 이름을 가져오지 못하면 어둠 재규어께서는 짐승 형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옛 아버지 교단과 마마퀼라 교단은 한동안 공존했다.
사이도 꽤 좋았다고.
그러나 인신 공양을 대규모로 하지 않을 뿐, 기껍게 여기는 옛 아버지와 인신 공양 자체를 혐오하는 마마퀼라 교단이 끝까지 같이 갈 수는 없었다.
결국 신멸 전쟁 당시 마마퀼라 교단은 옛 아버지 교단의 반대에 섰고, 어마어마한 성과를 얻었다.
‘현인신들의 기여가 컸지.’
마마퀼라 교단은 특이한 소신격들을 거느린다.
현인신이라고도, 환생신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대를 이어 인간의 몸으로 환생하는 소신격.
비록 레벨은 다른 부신이나 소신격보다 낮지만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컸다.
별의 신 테페우.
바람의 신 에헤카틀.
연기의 신 포카.
비의 신 착.
잉카, 아즈텍, 마야의 기존 신격들을 마마퀼라가 흡수하며 강고히 제어하고자 만든 체계였다.
그때까지 존재하던 현인신 다수가 죽고 넷만 살아남았지만 어쨌든 마마퀼라의 승리.
옛 아버지 교단은 대한민국 서울에 정착하기까지 정처 없이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했다.
“성녀가 약속한 거냐? 이름을 되찾아 주겠다고?”
“그렇다.”
“뭘 믿고?”
무시하면 그만 아니야?
성녀가 그리 믿음직스러운 인간도 아니고.
“성녀를 믿을 수는 없지. 장담컨대 우리 교단보다 성녀에 대해 잘 아는 자는 없을 것이다. 성녀는 뱀이며 전갈이고, 독벌이자 개미지옥이다. 결코 믿어서는 안 될 족속이지.”
“그럼?”
“성녀가 아니라 맹세를 믿었다. 어둠 재규어께서도 동의하셨지. 비록 잠깐의 치욕을 견디더라도 부활하는 것이 낫겠다고.”
이건 무슨 소리지.
게임에서도 나오지 않았던 내용.
에피소드 3 클리어 후 입수한 서류를 통해, 옛 아버지 교단이 테러 연맹과 어둠 재규어 교단을 움직였구나 하고 몇 마디 출력되는 게 전부였다.
가만히 따져 본다.
잠깐의 치욕, 부활, 맹세…….
“설마. 옛 아버지 교단의 소신격이 되기로 한 거냐? 어둠 재규어가?”
“흥. 어둠 재규어가 아니라 테스카틀리포카 님이시다. 어차피 다가올 세계는 옛날처럼 신들이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주장하기 어렵다. 비좁은 방주 속에서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느니 확실한 우위를 인정하고 지분을 일부 인정받는 게 낫지.”
의미심장한 언급.
비좁은 방주?
생뚱맞게 튀어나온 단어지만 짚이는 구석이 있었다.
나는 미래를, 이 세상이 변해 갈 방향을 아니까.
“방주라니?”
“훗, 너는 모르겠구나.”
대제사장이 대놓고 비웃었다.
“모르면 모르는 채로 있어라. 오직 절망과 비탄만이 있을 뿐이니. 성녀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처럼 인생은 고통의 바다가, 지구는 지옥이 되리라는 사실만 알아두어라.”
“있어 보이는 척하긴. 니네 교단이 옛 아버지 따까리 된 거, 신도들은 알기나 해?”
“어리고 연약한 이들은 생각할 필요도 알 필요도 없다.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
“완전 쓰레기 같은 말인데?”
“후후후.”
음흉하게 웃음을 흘리는 대제사장.
그러거나 말거나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서울이지? 너희 교단이 있는 브라질도 아니고, 포카가 있는 상파울루도 아니고?”
“당연한 것 아니냐.”
대제사장이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날 쳐다본다.
“옛 아버지 교단의 대신전이 서울에 있으니까 그렇지. 이름만 성녀청도 법황청도 아닐 뿐, 서울 대신전이 사실상 총본산 역할을 하고 있다. 옛 아버지 교단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선 자기네 거점에서의 혼란이 필수다. 당연히 우릴 이용해야지.”
“그 와중에 너희는 다 죽고?”
“그게 계약 조건이었다. 우리의 죽음과 망령왕 강림. 대신 이 일이 있고 2년 안에 포카를 잡아 우리 교단에 인도하기로 했지.”
결과는 다 알다시피 먹튀.
에피소드 3 고대신 부활에서 옛 아버지 교단은 완벽히 궤멸하니까.
성녀 입장에선 어쨌든 좋았던 거다.
성공하면 성공한 대로 좋고 실패하면 어차피 뒤가 없으니까.
‘멍청하기는…… 아니구나.’
생각해 보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나는 얼굴을 굳히고 질문했다.
“방주라는 게, 혹시 대종말과 관련이 있는 거냐?”
대종말.
원래는 에피소드 10으로 이뤄졌어야 할 업데이트.
대제사장이 뜻밖이라는 눈빛을 보낸다.
“놀랍군. 그걸 알아? 맞다. 이 세상은 조만간 종언을 맞이한다. 수많은 재앙 끝에 대지는 황폐해지고, 세계가 갈기갈기 찢어져 차원의 틈새를 표류하게 되지. 그중 그나마 사람이 살 만한 곳이 바로 방주, 서울이다.”
게임에서도 그랬다.
핵전쟁으로 수많은 도시가 파괴되는 상황에서도, 차원 균열로 찢어져 나가는 와중에도 서울은 버티고 있었다.
그만큼 배경은 암울해졌지만.
설정상 빈민들은 죽음만도 못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게임상 허용인지 9레벨 초인의 특권인지 유저가 보는 캐릭터들의 상황은 썩 나쁘지 않았다.
“신들은 신경 안 쓰는 것 같던데?”
“훗. 우매하고 거만한 종자들.”
술에 취해 있던 토르.
조금 걱정하는 게 전부이던 가이아.
둘을 생각하며 묻자 대제사장이 입가를 비틀어 올린다.
“다가올 암흑의 시대. 배때기에 기름이 낀 신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죽고 죽어 연기와 화산과 거울과 진리와 빛과 어둠의 신이 탄생할 밑거름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신실한 9레벨 초인들에게 사냥당할 때가 되면 비로소 깨달을 것이다. 아, 이미 모두 늦어 버렸구나 하고!”
생각해 보면 에피소드 9, 차원 균열 때 신격 레이드가 열린다.
토르도 가이아도 잡을 수 있지.
스토리 상으로도 죽는 것으로 처리되고.
와,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아니지.
정사가 아닌 IF 루트라고 봐야겠다.
옛 아버지 교단이 승리한 미래.
서울을 통째로 잡아먹고 옛 아버지가 부활하여 군림하는 미래.
거기서 소신격으로 격하된 옛 신들만 일부 살아남고, 기존 신들은 몽땅 잡아먹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냐?”
나는 야유하듯 말을 이었다.
“이미 다 끝장났는데. 계약을 못 지켰는데 성녀가 너희 신을 부활시켜 줄 것 같아?”
“무슨 소리냐? 이미 계약은 이뤄졌다.”
“뭐?”
“자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여기 있는 전원을 제물로 바쳤으니 결과적으로 의식은 이뤄졌다. 이젠 단 하나만이 남았지.”
이건 무슨 소리야.
황급히 기억을 뒤져 본다.
뒤늦게 업데이트되었던 어둠 재규어 본부 던전.
거기서 망령왕은 최종 보스이자 보스였다.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등장하지 않았다.
대제사장의 [산 제물] 무한 전투와 [화신체]로 끝나는 것.
그리고 그 조건이란…….
‘던전 안 모든 적 제거!’
비슷한 상황이 여기서 벌어졌다.
본부째로 옮겨 가던 인원이 모두 죽었다.
딱 한 명, 대제사장만 빼고.
대제사장만 죽으면 조건이 완료된다는 소리.
설마 망령왕이 여기에 강림하나?
하지만 망령왕이 소환되려면 엄청난 양의 마력에다가 거의 산을 쌓아 올린 시체 더미, 마법 무구와 희귀 재료가 필요한데?
“망령왕이 소환된다고? 여기에? 그건 불가능해!”
“네놈. 천박한 불신자 주제에 많은 것을 알고 있구나.”
대제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노려본다.
“이미 준비는 끝났다. 가서 의식만 치르면 끝이었지. 제사장들과 사제단이 살아 있었으면 더 많은 망령 군대를 일으킬 수 있었겠으나…… 괜찮다. 상관없어. 망령왕은 준신급 언데드 군주. 비록 약화된 상태로 강림하겠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은신한 채 자기 군대부터 먼저 만들 것이다.”
시간을 주면 좀비 사태가 그대로 벌어진다는 뜻.
다시 말하면 여유 시간이 조금은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자아.”
앉아 있던 대제사장이 몸을 일으켰다.
“대화는 끝이다.”
“준비됐냐?”
“음?”
“마력 회복하려고 시간 끄는 거 모르는 줄 알았어?”
“후후. 제법 똑똑하구나. 진심으로 묻는데 어둠 재규어께 귀의할 생각이 없느냐? 어둠 재규어께서도 흡족하게 여기실 것이다.”
“그리고 날 우적우적 씹어먹겠지.”
“쯧…… 천박한 불신자 같으니. 자기 자신을 공양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이거늘.”
대제사장이 어깨를 편다.
몸이 더 자라나 있다.
원래도 덩치가 컸는데 키가 2.5미터로 자란 듯하다.
두 눈에서는 핏빛 안광이, 머리 뒤에서는 어두운 후광이 번뜩이고 있다.
나도 대제사장도 서로를 공격할 수는 없다.
마력을 회복했다고 한들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성실하게 협조하겠다고 증거를 주겠다고 맹세한 다음이니까.
부욱!
대제사장이 스스로 옷을 찢었다.
자기 가슴에 손을 박아 심장 일부를, 삽입했던 마법칩을 내게 던지는 한편 하늘을 보며 외친다.
“위대하신 어둠 재규어시어, 당신의 종을 삼키소서!”
화신체 발동.
꽈르릉!
하늘이 응답하듯이 천둥을 터뜨린다.
비행기 창문으로 보이는 구름이 시커멓게 물든다.
화산재가 뿌려지듯 세상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아울러 변형되는 대제사장.
얼굴이 틀어지고 까만 털이 돋고 구강이 돌출된다.
화신체로 변신하는 것.
쿠궁. 쿠구궁.
마력이 휘몰아친다.
거대한 힘이 내려오며 비행기를 압박한다.
당장 엔진과 마법 정령이 영향을 받아 불안하게 흔들린다.
지금 당장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신성력][성광][광휘] [신기][치유의 손][후광]이때를 대비하여 모아 온 여섯 특성.
성검을, 희생을 얻었어도 일부러 조합하지 않고 기다렸지.
바로 조합했다.
여섯 특성이 합쳐지며 빛이 뻗어 나간다.
내게서 비롯되고 하늘로 이어져 왕관처럼 보이는 광채.
빛무리가 마력을 갈라 버린다.
하늘에서 막 전달되던, 대제사장에게 내려가던 불길한 마력 덩어리를.
“뭐, 뭐냐!”
대제사장이 경악하여 눈을 홉뜬다.
나는 살며시 대제사장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마력칩을 빼낸, 그래서 심장이 다 드러난, 붉은 피가 왈칵왈칵 쏟아지는 그 상처에.
“건강해야지.”
진심이다.
오래오래 사시라고.
성관 기사는 물론, 치유의 손과 신성력, 하여튼 좋은 특성은 다 동원했다.
대제사장을 치료한다.
신성력을 마구 들이붓는다.
과연 이건 공격일까 치료일까?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정말로 치료해 주려고 이러는 거다.
암, 그렇고말고.
그 과정에서 마력과 신성력이 충돌하든, 반발 작용이 일어나든 난 모르는 일.
꽈앙!
마력이 폭주한다.
피가 터지고 내장이 망가진다.
대제사장이 꾸역꾸역 몇 마디를 주워 삼켰다.
“맹세를, 맹세를 지켜라.”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야, 도와주려고. 진짜라니까?”
“Filho da puta!”
뭐라고 한 거지?
대충 눈치를 보아하니 욕이네.
그것도 굉장히 끈적한 수위.
나도 대제사장의 귀에 대고 속삭여 주었다.
“어, 칭찬 고마워.”
대전 상대에게 욕설 듣는 것만큼 좋은 일이 없지.
그만큼 게임 잘했다는 얘기잖아.
진심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대제사장이 더욱 내상을 입고는 피를 뿜어 댄다.
“크헉! 커허억!”
“이런. 더 치료해 줄게. 빨리 나아야지.”
“그만, 그만, 제발 그만. 제발…….”
애원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장장 1시간이 넘어가는 치료 끝에.
대제사장이 말라비틀어져서는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잠깐 유령처럼 대제사장 주위를 맴돌던 마력.
미련이 남은 듯 비행기를 핥다가 저절로 흩어져 소멸한다.
“크윽!”
나도 멀쩡하진 않았다.
아무리 맹세를 우회했다곤 하나 타격을 입은 것.
거기다 1시간 넘게 신성력을, 마력을 쑤셔 넣듯이 주입해 댔으니 원.
[비상! 비상!]조금 전부터 비행기가 천천히 하강하는 중이다.
까마득히 멀어야 했을 해수면이 가까워진다.
자동 조종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
깔린 전리품들이 아깝지만 돈 몇 푼 벌자고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다.
게임에서도 유명했던 몇 가지 아티팩트만 챙겼다.
내가 쓸 건 없지만 팔면 그만.
‘가장 중요한 건 확보했어.’
무장집에 손을 문지른다.
대탈출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해수면을 보며 작동.
반대쪽 손에는 작고 딱딱한 물체가 하나 잡혀 있었다.
바로 마법칩이.
대제사장이 맹세를 지키겠다고 던진 마법칩이.
즉, 옛 아버지 교단과 어둠 재규어 교단의 비밀 동맹 증거가.
사용하기에 따라서는 연합군을 결성하고도 남을 물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