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37)
특성 쌓는 김전사-237화(237/300)
237화 도깨비 나라 –2-
금오 그룹 회장이자 7레벨 초인.
성희영이 자기 머리를 탈탈 털었다.
예쁘게 정돈한 머리에 먼지를 잔뜩 뒤집어썼던 것.
“회장님!”
“회장님을 지켜라!”
“테러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초인들이 메뚜기처럼 뛰어나온다.
다친 사람은 없지만 다들 먼지투성이.
삽시간에 성희영 주변에 사람의 벽을 만들었다.
저마다 마력 파장을 한껏 끌어올리자 도깨비들도 반응했다.
“뭐야, 이 김 서방들은?”
“왜 우리 집에 김 서방들이 있어?”
“에비! 니네 집에 가라. 응?”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며 총을 꺼내는 도깨비들.
마력 파장이 불끈불끈 자란다.
언젠가 말했지?
도깨비들은 레벨이 따로 없고, 상대에 따라서 레벨이 널뛰기한다고.
그래서 지금 도깨비들은 5레벨 6레벨 7레벨이 되어 삼엄한 기세를 뿜었다.
“하아…….”
성희영이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굉장히 어이없다는 눈빛을 내게, 무너진 금오 그룹 사옥에, 또 내 뒤로 펼쳐진 괴상한 세계에 던진다.
그랬다.
금오 그룹 사옥 잔해.
그 위에 신기루처럼 도깨비 나라가 펼쳐진 것.
양 구름도 털 땅도 요정 바람도 수묵화 산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
다만 접혀서 우리 뒤에 남았을 뿐.
“검성님.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볼멘소리로 묻는 성희영.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사고였습니다.”
“사고? 사고요? 무슨 사고기에 우리 그룹 사옥을 날려 버리세요?”
“그게 말입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아니, 떨어져도 왜 하필 여기로 떨어져.
재수 없어도 서울 외곽 정도에나 떨어질지 알았지.
강남이라니, 삼성동이라니.
더구나 금오 그룹 사옥을 직격해 버리고.
아니지, 차라리 다행이다.
다른 재벌 사옥이었으면 더 골치 아팠어.
마탑이나 대신전에 떨어졌으면 뭔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당고마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김 서방아! 여긴 우리 땅이야!”
“뭐?”
“우리 땅이라고! 우리가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땅이야! 그래서 여기로 온 거지! 아무 이유 없이 온 줄 알아?”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당고마가 엣헴 거리며 두루마리 안을 뒤졌다.
그러더니 누렇게 변색한 한지 한 장을 꺼낸다.
의기양양하게 한지를 펼치는 당고마.
당연한 말이지만 난 읽지 못했다.
성희영이 자기 안경을 조작해서 내용을 번역했다.
“만력 20년, 사헌부 감찰 박정균은 광주부 농토 10 두락? 두락을 당곡마(唐哭媽)에게 양도한다…… 뭐예요, 이게?”
“뭐긴. 땅문서지.”
“땅문서? 땅문서가 뭐가 이리 허접해요?”
“뭐가 허접해! 관리한테 직접 받은 건데! 여기 봐! 인장도 콱 박혀 있잖아! 관아에서 공증도 받은 거라고!”
성희영의 눈빛이 차가워진다.
나도 어이가 없었다.
지금 달랑 한지 한 장 가지고 자기 땅이라고 한 거야?
……생각해 보니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단, 어디까지나 도깨비들 입장에서.
인간 입장에선 다르지.
“잠시. 당고마님.”
“으응? 왜애?”
“만력 20년이라고 하셨죠?”
“엉. 만력 20년에 내가 직접 받은 거야. 일본놈들한테 쫓기던 관리 구해 주고 보상으로 받았지! 10마지기면 엄청 큰 땅이야! 캬, 그때 받아 놓길 잘했네. 지금 와 보니까 아주 별천지가 됐어!”
“역시 당고마야.”
“우리 마을 천하장사!”
“당고마가 최고시다!”
“흐흐흐.”
도깨비들이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만큼 당고마의 코가 피노키오처럼 치솟는다.
하지만 도깨비들의 논리에 수긍할 수는 없었다.
나는 우선 한 가지를 지적했다.
“만력 20년이면…… 음, 제가 하나는 알겠네요. 임진왜란 때입니다. 지금부터 대충 4백 년 정도 옛날이네요.”
“임진왜란이요?”
성희영이 어처구니없어하며 되물었다.
“아, 저도 알겠어요. 만력제 맞죠? 조선 시대에는 중국 연호를 썼다고 하던데요.”
“맞습니다. 그 만력제예요.”
“임진왜란이 1592년에 발발했으니까…… 진짜 4백 년도 전 일이네요. 저것도 4백 년을 묵었고요.”
성희영만 아니라 초인들의 시선이 짜게 식었다.
특히 앞에 서 있던 김 실장, 처음 만났을 때는 김 비서였던 인물은 숫제 얼굴을 구겨 대고 있었다.
“4백 년 전 거래가 유효하다고 보십니까? 검성님. 검성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나만 아니었으면 당장 공격 명령을 내렸을 거라는 표정.
나도 단호히 머리를 저었다.
“아니죠. 4백 년 전 거래라니. 강산이 바뀌고도 40번은 바뀌고도 남았을 시간이고, 나라 하나가 망했다가 독립했는데 무슨 그때 기준 땅문서가 효과가 있습니까?”
“지당하신 말씀.”
“어어? 김 서방아, 그게 무슨 말이야?”
당고마가 급히 끼어들었다.
“이건 내가 씨름해서 따낸 땅문서야! 관아에서 공증도 받았다고! 여기 원님 인장 안 보여? 관아 가서 찾아봐! 분명히 기록 남아 있을 거야!”
“아뇨. 없을걸요.”
“그게 왜 없어!”
“조선은 이미 망했으니까요.”
“그, 그거야…….”
“여러분도 아시지 않습니까? 조선은 망했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대한민국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조선 관아가 공증한 문서에 무슨 법적 효력이 있죠?”
“말도 안 돼! 대한민국이 조선이잖아!”
“아닌데요? 두 나라는 엄연히 다른 나랍니다.”
왕조 국가인 조선과 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어떻게 똑같아?
사실상 귀족정이라고 해도 국체는 민주주의 국가.
한지를, 땅문서를 쥔 당고마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하, 하지만…….”
“정 이해 안 되면 정조 유령님한테 가서 물어보세요. 천리안이 있으니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겁니다.”
“아냐! 아니라고! 여긴 내 땅이야! 씨름으로 따낸 내 땅!”
“그리고 애초에 그거 사기였습니다.”
“으응?”
“사기라고요. 사기. 당고마님은 아까 누구지? 사헌부 감찰? 그 관리한테 속았어요.”
“그게 뭔 소리야?”
“간단합니다.”
나는 당고마가 쥔 한지를 한 번 보았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저 한지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그래. 정상적인 경우에.
평범한 사람들끼리 거래한 경우에.
“조선은 이종족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억 안 나세요?”
“어어…….”
“하다못해 돌연변이들이 인간으로 인정받은 게 광복 이후예요. 조선 시대까진 괴물 취급이었죠. 여러분이라고 달랐습니까? 경국대전에 여러분 권리가 규정되어 있어요?”
없다.
오히려 괴력난신이라고 배척하면 배척했지.
그런데 땅문서?
관아에 가져가도 치도곤을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도깨비들이 화가 나서 관리를 패기라도 했다간 당장 초인 중앙군이 내려와서 도깨비들을 때려잡겠지.
당고마가 한지를, 땅문서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난, 난, 나는…….”
“조선 시대 법으로 따져도 무효고, 무엇보다도 4백 년 전 일 아닙니까. 이미 망해 버린 나라의 땅문서는 아무 효력이 없어요. 광복하면서 토지 개혁 이미 다 끝났단 말입니다. 여긴 여러분 땅이 아니고 여기 계신 성 회장님 땅이에요.”
“그럴 수가…….”
게임에선 이런 자세한 내막까진 안 나왔다.
무작정 세계를 꽂아 버리고 나가라고 하는 도깨비들과 못 나가겠다고 악쓰는 주민들 사이를 중재하는 게 다였지.
그나마 대부분 소시민들이라 쉬웠다.
내가 말한 것처럼 돈을 처바르면 그만이었거든.
그런데 여기는 강남이네?
삼성동이네?
하필이면 또 금오 그룹이네?
충분히 많은 돈은 협상의 신과 구별할 수 없는 법이라고 했지.
그 말은 틀렸다.
내가 요즘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어도 금오 그룹과, 5대 재벌과 비교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하아아.”
듣고 있던 성희영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성님. 저분들 인간이 아니었어요?”
“예. 인간이 아니라 도깨비입니다.”
“도깨비요? 동화에 나오는 그 도깨비? 금 나와라 뚝딱?”
“예. 그 도깨비가 맞습니다.”
도깨비들이 처량한 눈으로 성희영을 쳐다본다.
당고마가 아기고양이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김 서방아. 미안한데 우리가 네 땅을 좀 쓰면 안 될까? 이미 세계가 연결된 이상 되돌릴 수가 없어.”
“무슨 헛소리예요?”
“칫. 안 통하네.”
김 실장이 날카롭게 눈을 번뜩였다.
“인간이 아니라고요? 잘됐습니다. 연구소에 처넣죠. 생체 실험을 100번 정도 돌리면 정신을 차릴 겁니다. 경고도 되고 데이터도 뽑고 좋죠.”
“뭐? 생체 실험? 우리가 당하고 있을 것 같아?”
도깨비들이 일어선다.
삼엄한 기세가 먹구름처럼 번진다.
일제히 권총과 산탄총을 뽑아 드는 도깨비들.
진심으로 분노하자 대기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안 되지, 안 돼.
도깨비들의 전투력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보기에는 허당 같아도 막상 싸우면 금오 그룹이 질걸?
도깨비 나라 세력은 후반 에피소드 세력답게 기존 세력들보다 몇 배는 강하니까.
“그만두세요.”
손을 들어 양쪽을 말렸다.
“이번 일은 도깨비분들이 실수한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체 실험이라뇨? 실장님. 감당할 자신 있습니까?”
“흥. 겨우 동화에나 나오는 마법 생명체들 따위…….”
“저분들 하나하나가 성 회장님보다 강한데요?”
“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여기서 저분들을 1대1로 이길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습니다. 성 회장님은 물론, 금오 그룹 이사회의 이사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진심으로 나오는 도깨비는 강하다.
김 실장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요. 0레벨로 관측됩니다만…….”
“도깨비는 평범한 마법으로 관찰이 안 돼요. 조선 시대 문서 좀 찾아보세요.”
“크흠.”
김 실장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난다.
반면 도깨비들은 의기양양한 얼굴이 되었다.
어깨가 거의 하늘에 닿을 정도로 승천.
코도 높이 세우고는 으스댔다.
“암, 암. 김 서방이 우릴 제대로 봤다니까!”
“인간들아! 얻어맞고 싶지 않으면 메밀묵을 바쳐라!”
“떡도!”
“고기도!”
“술도!”
“엇흠. 이 어르신들을 알아 모시란 말이다!”
맹호에서 장난꾸러기로 돌아온 도깨비들.
성희영이 도깨비들을 빤히 보다 말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제 생각에도 도깨비들이 금오 그룹에 보상해야 한다고 봅니다.”
“보상이라…….”
성희영이 생각에 잠긴다.
도깨비들이 뒤에서 꿍얼거렸다.
“여긴 우리 땅인데…….”
“바보야. 우리 땅 아니라고 하잖아.”
“그건 인간 기준이야!”
“그럼 저 인간들 쫓아낼래?”
“쫓아내자!”
“할 수는 있고?”
“어…… 두들겨 패면?”
“그러다 인간들이 떼로 몰려오면?”
“그, 그래도 우리가 이겨!”
얘네들도 정신을 못 차렸네.
성희영은 잠시 놔두고 도깨비들에게 몸을 돌렸다.
“이긴다고요? 진심이십니까? 제가 알기로 고려 시대에 인간들이랑 붙었다가 지옥 가신 분들이 꽤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쩝.”
“그땐 힘들었지.”
“넌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많이 들었거든?”
“그때 어르신들이 많이 타락했다고 들었어.”
“크흠. 지옥에서 광명 찾으시기를.”
“와, 못됐다. 어르신들을 저주하고 앉아 있네.”
“그럼 어떻게 해? 타락해서 지옥 가신 게 사실인데.”
설화에 보면 도깨비들이 피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나온다.
아케인 서울에서도 마찬가지.
인간을 살해한, 그리하여 피를 본 도깨비는 반드시 타락한다.
술도 떡도 고기도 메밀묵도 마다하고 오로지 인간의 피와 살만을 탐하게 된다.
그 끝은 지옥행.
토벌당하지 않더라도 몸이 녹아내리며 지옥으로 떨어진다.
한평생 재미있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도깨비들에겐 최악의 결말.
그래서 인간과 다투고 싸우긴 해도 절대로 죽이거나 전쟁을 하진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끌려가서 생체 실험당할 판이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는 성희영을, 또 도깨비들을 보며 힘주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만큼은 안 됩니다. 전쟁이 터지면 금오 그룹은 5대 재벌에서 탈락할 정도로 타격을 입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금오 그룹만 손해를 보겠습니까? 여기 계신 도깨비 중 절반 이상이 타락해서 지옥에 떨어지겠지요.”
“잠깐만요. 이분들이 그 정도라고요?”
“예. 제가 볼 때 생포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잡아 죽이려고 해도 금오 그룹에 대한민국 국군, 여기에 더해 동부군이나 서부군 중 하나, 마탑 하나가 추가되어야 가능합니다.”
“하…….”
“흐흐, 김 서방아. 우리가 이 정도란다.”
괜히 으스대는 도깨비들.
이것들이 어디서?
니들이 일만 제대로 했어도 성희영이랑 입씨름할 필요도 없었잖아.
자연스레 일침이 튀어나왔다.
“뭐래. 씨름 허접들이.”
“캬아악!”
고양이 하악질 소리를 내는 도깨비 하나.
“김 서방. 너마저!”
카이사르처럼 배신당했다는 표정을 짓는 도깨비 둘.
“뭐, 좋아요.”
성희영이 자기 귀를 매만졌다.
“애초에 생체 실험할 생각도 없었어요. 검성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 생체 실험을 극혐하거든요.”
금오 성가의 귀.
저기에는 공통적으로 금오 성가 특유의 의체와 마력 회로가 삽입되어 있지.
성희영의 아버지, 전대 금오 그룹 회장은 힘과 권력에 미친 작자.
자기 자식들에게도 썩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어차피 죽은 사람도 다친 사람도 없으니까 보상만 받을게요. 합당한 보상. 그리고 퇴거. 이 둘만 이뤄지면 오늘 일은 더 언급하지 않겠어요.”
성희영이 도깨비들을 본다.
멀끔하지만 괴상한 복색.
특별히 귀티 나지도 부티 나지도 않는 모습.
과연 보상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냐고 의심스러워하는 눈치.
그나마 내가 중간에서 중재해서 이 정도지, 평소 성격 같았으면 공격하고 봤을 것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도깨비분들과 성 회장님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뭔데 뭔데?”
“말씀해 보세요.”
도깨비들이 내게 얼굴을 들이댄다.
성희영도 나를 보고 있다.
집중된 시선 속, 천천히 입을 뗐다.
“세상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 그런데?”
“그렇죠. 그래서요?”
“마찬가집니다.”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붕괴한 마천루 공간.
거기 일렁이는 기이한 그림자를.
신기루처럼 어른거리는 도깨비 나라를.
“땅에는 땅. 부동산에는 부동산으로 갚는 게 어떻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