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44)
특성 쌓는 김전사-244화(244/300)
244화 하늘강 –2-
어어, 안 되지. 안 돼.
바로 만파식적을 꺼내 불었다.
삘릴리리리.
부드럽게 퍼져 나가는 마력 파장.
녹색 빛무리가 나와 레드, 여신을 함께 집어삼켰다.
흩어지던 물덩어리가 고정된다.
깨져 가던 마력핵도 붕괴하는 것을 멈췄다.
이어서 특성 전환.
[성관 기사][장인][마력혼] [치유의 손][수리][대지]성관 기사와 치유의 손을, 장인과 수리를 중복으로 사용한다.
마력혼과 대지로 뒷받침한다.
그 상태에서 마력핵에 왼손을 댔다.
바로 치유의 손과 수리 발동.
흰 빛무리가 눈부시게 터지고, 정육면체 도형들이 쏟아지면서 괴상한 광경이 벌어졌다.
시간이 되돌아가듯 마력핵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캬아아!”
“키잇!”
물고기 인간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질렀다.
다 끝났다는 걸 알았는지 가까이 와서는 하염없이 절을 한다.
내가 쥐고 있는 마력핵을 향해서.
서서히 일어서는 거대 물의 정령에게로.
[여긴…….]아직은 불안정한 목소리가 내 뇌를 스쳤다.
[여긴…… 어디지?]“정신이 드십니까?”
용언도 강의 친화도 필요 없다.
나는 완전히 회복된 마력핵을 향해, 일어선 강의 여신을 향해 물었다.
강의 여신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안면부에서 안광이 일렁인다.
아까와는 확실히 달랐다.
시퍼런 불꽃이 아닌, 파아란 별 그림자 보듯 맑고 부드러운 안광이었다.
[인간 성기사? 오시리스의 검이냐?]그렇게 질문하더니 자기 스스로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니구나. 대지의 힘…… 저 북쪽 대지모신의 성기사로구나. 으응? 이상한데? 대지모신의 힘 말고도 다른 힘들이 느껴지는데?]영락했다 해도 신격은 신격.
내게 잠재된 벼락과 빙백, 지고화의 힘을 느낀 모양이다.
쌔액! 펄럭, 펄럭.
용기사를 장착하고 고삐를 살짝 챘다.
레드가 귀신처럼 내 뜻을 읽고는 위로 올라갔다.
여신의 머리와 일직선.
서로 시선을 마주 볼 수 있는 곳으로.
“기억은 어떠십니까? 지금 상황은 어떻게 된 건지 아시겠습니까?”
[나는…….]미쳤다가 잠깐 정신을 차려서 뭐가 뭔지 모르는 모양.
여신이 머리를 이리저리 돌렸다.
발밑에 엎드린 자기 권속을 한 번 보고, 눈앞에 뜬 나를 한 번 보고, 저 멀리 보이는 아스완 댐을 본 후 안면부를 무섭게 일그러뜨렸다.
[오시리스! 그 이기적인 작자! 그자가 날 속였다. 나를, 누구보다도 열렬한 추종자였던 나를, 함정에 빠뜨리고 죽여 없애려고 수를 썼어!]콰르르르르.
물이 출렁인다.
강이 뒤집힐 듯 요동친다.
회오리치며 일어선 물의 벽이, 바다에서나 보일 법한 해일이 북쪽을 향해 밀려가려 하고 있었다.
삘릴릴리.
그랬다간 바로 만사 끝.
강의 여신은 모르나 보다.
자기 HP가 이미 0이라는 걸.
내가 응급 처치를 하긴 했지만 사실 빈사 상태.
급히 만파식적을 다시 불었다.
마력과 강물이 함께 사그라지자 강의 여신이 폭발하듯 안광을 터뜨렸다.
[인간! 뭐 하는 짓이냐!]“여신님. 지금 상황부터 확인하세요.”
[나를 방해한다면…….]“아, 글쎄. 본인 상황부터 보시라고요. 여신님 지금 심장 상태가 어떤지 못 느끼시겠어요?”
[으음?]그제야 멈칫하는 여신.
팔을 들어 자기 가슴을, 그 안에 있는 마력핵을 더듬더니 경악해서는 몸을 출렁인다.
[뭐지? 내 심장에 어째서 이리 금이 간 것이냐? 지금 당장이라도 깨져도 이상하지 않겠다!]“설명해 드리죠.”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아스완 댐 건설 후 여신이 미쳐 버린 것.
나세르 호수 일대가 거대한 안개로 뒤덮인 것.
물고기 인간과 오시리스 교단 사이에 발발한 전쟁.
내가 방문해서 물고기 인간들과 합동 전선을 펴고, 여신을 깨운 것까지.
[그런 일이 있었느냐…….]여신이 비로소 성질을 누그러뜨렸다.
[실로 고생이 많았구나. 너 인간 성기사도. 내 아이들도.]여신이 가볍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산들바람처럼 다가와 날 어루만지고 지나가는 순수한 물의 원소.
적지 않은 충만감이 들었다.
게임식으로 말하면 경험치가 쭉 차오른 것.
물론 이 정도로는 택도 없이 모자랐지만.
‘역시 신들의 축복으론 부족해.’
답은 넥타르 목욕뿐.
그렇게 생각할 때 귀가 확 트였다.
[흑흑! 여신이시어!] [만계의 축복을 받으소서!] [다행입니다, 정말로 다행입니다!] [이제 저희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강물 밖이라 적용되지 않았던 강의 친화.
여신에게 직접 축복받아서 공기 중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아마 수중 호흡과 수중 자유도 적용되겠지.
단, 민물에서만.
강의 여신은 강의 여신일 뿐 바다의 여신은 아니니까.
[미안하구나. 내 아이들아.]여신이 자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정말로 고생이 많았다. 이제는 모든 걱정을 내려놓으렴. 이 어미가 저 추레한 벽을 뚫고 사특하고 이기적인 군주를 쓰러뜨려 이 땅에 번영과 풍요를 가져올 테니.]결국 이렇게 되나.
나는 여신의 선언을 들으며 입맛만 다셨다.
눈앞이 암담하다.
앞으로 여신과 물고기 인간들에게 벌어질 일이 빤히 보여서.
“오시리스와 싸우시려는 겁니까?”
[당연한 것 아니냐. 오시리스는 날 죽이려고 했다. 심지어 자기 신도들을 보내 내 아이들을 사냥하려고 했지. 이것이 만년의 헌신에 대한 보답이냐? 나는 대지를 휩쓸어 오시리스의 신도들을 단죄함으로써 복수할 것이다.]한숨밖에 안 나오는 대답.
나는 내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레드가 내 감정에 전염되어서는 폭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여신이 얼굴을 찌푸리고, 아래쪽에서도 물고기 인간들이 항의를 보냈다.
[여신님께 불경을 저지르지 마시오!]하지만 한숨이 나오는 걸 어떻게 해?
나는 여신에게 대놓고 물었다.
“이길 자신은 있고요?”
[허, 네가 감히 나를 의심하느냐?]“그렇지 않습니까. 여신님은 자신의 이름도 잃은 상태십니다. 그런 상황에서 오시리스와 상대가 되겠습니까? 오시리스가 비록 세케트 아아루에서 현실로 강림하진 않겠지만, 교단의 법황도 이기기 힘드실 겁니다.”
[감히, 감히…….]또 발작하려고 하는 여신.
선제적으로 피리를 불었다.
마력이 강제로 가라앉고 여신의 분노도 진정되었다.
하지만 임시방편.
나는 여신이 다시 분노하기 전에 두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여신님. 복수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오시리스는 명백히 여신님을 배신했습니다. 교묘하게 여신님을 기만했고 함정으로 몰아넣었지요. 그 결과가 지금의 여신님 아닙니까?”
[알기는 아는구나.]“그렇다고 아스완 댐 무너뜨리고 나일강을 뒤집어 봤자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오시리스의 신도들이 좀 죽고 교세가 약해지긴 하겠지만, 오시리스가 아파해 봤자 얼마나 아파하겠습니까? 사람으로 치면 손가락에 생채기 조금 난 정도인데요.”
[흥! 그렇더라도 해야 한다. 내가 당한 고통을, 내 아이들이 겪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알게 해 줘야 함이야!]“아니죠.”
나는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여신님께서 지금 해야 할 건 생존입니다.”
[생존? 참으로 인간다운 말이구나. 때로는 생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그렇지요.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여신님께서는 본인의 복수를 위해 여신님의 아이들까지 몽땅 죽음 속에 몰아넣을 생각입니까? 여신님의 귀환만 바라며 이 작은 호수에서 겨우겨우 살아남은 저분들까지?”
물고기 인간들을 가리켰다.
당연하게도, 물고기 인간들이 목청을 높였다.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여신님! 여신님의 기휘를 범한 악신을 용서치 마소서!] [죽여 버려야 합니다!] [찢고 부수고 강물에 던지소서!] [오시리스, 그 사악한 자를 소멸시켜야 합니다!]광신도처럼 침을 튀기며 외치는 물고기 인간들.
여신의 안광이 흐릿해졌다.
실은 아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사실을.
분노와 자존심 때문에 바로 댐을 부수려고 했지만 어디 그게 가당키나 하나.
댐을 부수는 건 좋다.
막혔던 강은 다시 흐르게 된다.
안개를 회수하면 단숨에 강력한 힘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그다음에는?
오시리스 교단과 전쟁이 시작되면, 그 강대한 권력이 모조리 쏟아지면?
미래는 뻔하다.
물고기 인간들은 몰살.
여신 자신도 살해당하겠지.
심장에 금이 쩍쩍 가 있는 지금이라면 더 쉽게.
[후우우.]여신이 길게 숨을 불어냈다.
[인간 성기사. 네 말이 옳다.] [여신님!] [명령만 내리소서!] [인간들을 죽이고 그 심장을 여신님께 바치겠나이다!] [내가 옛 아버지도, 이 땅에 존재했던 옛 악신들도 아닌데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잠깐 속만 시원할 뿐.]여신이 날 직시했다.
[네가 굳이 날 말리는 것은, 네게 해결 방법이 있단 뜻이겠지?]“그렇습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점에서 여신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
첫 번째는 댐 파괴지만 그건 이미 글렀다.
해서 두 번째와 세 번째를 제시했다.
“크게 봐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첫 번째는 여신님께서 새로운 신위로 거듭나는 것이지요.”
강은 흐르지 못하고 있다.
댐에 막혀서 호수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런 상태라면.
강의 신위를 버리고 호수의 신위를 얻으면 된다.
힘은 줄어들고 영향력도 약해지겠지만 최소한 지금의 위세는 보존할 수 있다.
즉, 나세르 호수에서 생존하는 것만큼은 가능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방법이구나.]여신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경우 나는 오시리스에게 영원토록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복수? 꿈도 못 꾸겠지. 그야말로 생존만을 위한 방법이며, 오시리스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나를 말려 죽일 수 있겠다.]“확실히 그런 단점이 있지요. 두 번째는 대이주입니다.”
[대이주?]“예. 지구에는 나일강과 비견되는 강이 있습니다. 아마존강도 있고 양쯔강도 있지요. 그곳으로 이주하셔서 자리 잡으면 살아남는 것도 강해지는 것도 해결됩니다. 여신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더구나 좋은 점이 있다.
아마존강과 양쯔강에는 주인이 없다는 것.
그중에서도 양쯔 강이 더 낫지.
남미 대륙은 마마퀼라 교단이 지배하고 있어서 이주하려면 마마퀼라 교단과 미리 협상해야 하지만 중국엔 그런 거 없거든.
한때 아마테라스 교단이 지배하긴 했으나 2차 세계대전 이후 쫓겨났고.
[이주, 이주라…….]여신이 명백히 망설이는 기색을 내비친다.
나일강을 슥 돌아보는 여신.
그럴 수밖에 없다.
나일강은 여신의 본체이자 힘의 원천.
여기서 힘을 얻었고 사람들의 숭배를 통해 신으로 거듭났다.
하루아침에 나일강을 버리고 멀리, 땅도 물도 낯선 곳으로 가자고 하면 고민되겠지.
나는 차분히 기다렸다.
사실 제안할 게 한 가지 더 있다.
그렇지만 너무 성급하게 나서면 내 욕심이 너무 투명하게 보이잖아.
최소한 대이주만큼은 여신이 결정한 다음에 말해야지.
[전쟁, 변이, 이주 중에 골라야 하는 거구나.]고민은 길지 않았다.
애초에 방법은 그것밖에 없기도 했다.
한참 생각하던 여신이 느릿하게 안광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 성기사, 네 제안보다 뛰어난 것을 떠올릴 수가 없구나. 이주하도록 하겠다.] [여신이시어!] [여신님!]물고기 인간들이 울부짖지만 여신의 뜻은 견고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하지만 걱정되는 게 하나 있다.]“말씀하세요.”
[내 아이들은 그렇다 치고 나를 어떻게 옮길 것이냐? 한 신격이 근원을 떠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소한 신의 손이 닿은 영혼석이나 신화 속 보물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지.]여신의 눈길이 날 훑는다.
허리춤은 물론 무장집 안까지 살펴보는 것 같다.
묵호검과 묠니르, 아이기스까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걸로는 안 된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서 아주 작은 나무배를 꺼냈다.
스키드블라드니르, 즉 하늘배.
쭉쭉 폈다.
활짝 개어서는 하늘에 띄웠다.
일정 이상 커진 다음에는 자기가 스스로 커져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다.
개수하여 각종 마도과학 장비를 단 공중 항공모함으로.
[호오?]여신의 눈이 커졌다.
나는 자랑스럽게 하늘배를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 보물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격이 매우 높구나. 내가 잠시 깃든다 한들 힘이 결손되진 않겠다.]“그렇지요?”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여신이 날 꿰뚫어 보는 듯한 안광으로 쳐다본다.
“당연하죠. 인생은 기브 앤 테이크. 하나가 가면 하나가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여신님을 이주시켜 드리면 오시리스가 과연 절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좋아하진 않겠지.]“바로 그겁니다. 또, 제가 여신님을 정신 차리게 했다는 걸 알면 교적으로 선포할지도 모르지요. 전 어마어마한 리스크를 짊어지고 여신님을 도와드리는 겁니다.”
우선 필요한 것은 여신의 핏방울이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 가야 해.
그런데 이주까지 시켜 준다?
오시리스 교단까지 적으로 돌리고?
피 한 방울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이 안 맞지.
여신이 한참이나 날 주시하다가 묻는다.
[그 말이 옳다. 인간 성기사, 네가 날 도운 것은 다 바라는 게 있어서였겠지. 말해 보아라. 무엇을 원하느냐?]됐다!
나는 배에 힘을 주고 당당하게 말했다.
“3년. 오늘부터 딱 3년만 저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도와 달라니?]“제 배에 여신님께서 깃드시면 여신님께서 제 배의 통제권을 갖게 됩니다. 그건 알고 계시지요?”
[안다.]“사실상 여신님께서 제 배의 마법 정령 역할을 하시는 거지요. 그 상태에서 3년 동안 절 도와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여신님과 여신님 권속을 원하는 곳에 이주시켜 드리는 것은 물론, 추후 오시리스 교단과 분쟁 시 전력으로 여신님을 돕겠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 진짜 목적.
바로 강의 여신을 하늘배 마법 정령으로 부려 먹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