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245)
특성 쌓는 김전사-245화(245/300)
245화 하늘강 –3-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
무엄하다고 화를 내려나?
강물을 들어 나를 후려칠지도 모른다.
내가 슬쩍 만파식적을 입으로 가져갈 때였다.
[아핫핫핫!]강의 여신이 어린아이처럼 경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있구나, 인간 성기사. 나를 네 부하로 부려 먹겠다는 뜻이 아니냐?]“말씀드렸다시피 기브 앤 테이크입니다.”
[흠…….]여신이 나를 초월자들 특유의 꿰뚫어 보는 듯한 눈으로 보았다.
뒤늦게 아래쪽에서 물고기 인간들이 난리를 쳤다.
[인간! 너무하는 것 아닌가!] [좋게 봤더니 감히 여신님께!]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크르릉, 못 참겠다!] [인간! 너에게 결투를 신청한다!]싹 다 무시.
나는 턱을 치켜들고 여신을 마주 보았다.
한참이나 나를 주시하는 여신.
슬슬 목이 아플 무렵 여신의 몸이 한 차례 꿀렁였다.
[인간 성기사. 아니, 성기사가 아니구나. 인간, 그대는 전사이며 무사이자 용기사이기도 하며 성기사인 동시에 총잡이, 장인, 초능력자, 검의 주인, 불의 왕이로구나.]내가 듣기에도 화려한 수식어들.
마침내 여신은 내 정체를 알아차렸다.
[들어 본 적이 있다. 전능자, 그래. 전능자라고 했지. 실로 놀랍구나. 수천 년 전 저 동방에 단 한 번 출현했다고 하는 그 존재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줄이야?]우렁우렁 울려 퍼지는 정신파.
자연히 아래쪽 소란도 멈추게 된다.
물고기 인간들은 입을 다물고 자기들끼리 눈을 마주쳤다.
아마도 조용히 [전능자가 뭐야?][몰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잊지 않을까?
“맞습니다. 토르 교단 법황께서 제가 전능자라고 확언하셨지요.”
[하…… 전능자, 전능자, 말로만 들었지 정말로 굉장하구나. 인간 네 몸에 새겨진 마력 회로.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는데 맞느냐?]“예. 제가 초인이 된 건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1년? 2년도 안 되었다고? 그런데 7레벨이고? 7레벨 초입도 아니고, 중간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으흐흐흐!]괴이한 웃음소리를 내는 여신.
어이없다는 감정과 놀랍다는 감정이 절절하게 묻어 나온다.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긴 해.
남들은 평생을 도전해도 3레벨, 4레벨 되기도 힘든데 7레벨이니까.
그만큼 특성 전환과 백지 신체가 사기였다는 거지.
내 게임 지식도 한몫했고.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음…….]“여신님께서도 알아차리셨겠지만 여신님께 오시리스라는 적이 있는 것처럼 제게는 옛 아버지라는 적이 있습니다.”
[느꼈다. 너를 감싼 강력한 숙명의 실이 요동치는 것을.]“아마 옛 아버지와 저와의 분쟁은 조만간에 결판날 겁니다. 아마 3, 4개월 정도 걸리겠지요. 길어도 1년은 넘기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저는 옛 아버지와 싸우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동맹이 필요합니다.”
거칠게 말해서 마법 정령으로 부려 먹는 거지 실상은 다르다.
동맹.
서로 윈윈하는 관계.
강의 여신은 하늘배 마법 정령으로 나를 돕고, 나는 나중에 강의 여신을 돕는다.
최소한 8레벨 초월자.
어쩌면 9레벨 성좌가 되어서.
[교활하구나. 내가 네 도움을 받으면 거의 뿌리까지 다 뽑아 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오시리스 교단과 척을 지는 거, 저도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사실 제 이득만 챙길 거면 여신님 아이들을 적당히 잡고 오시리스 교단에게 보상만 받는 게 최선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대신 너도 내게 원하는 것이 있지 않느냐?]“사는 게 그렇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아니겠습니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그 또한 맞는 말이구나. 그래. 지금 상황을 벗어나려면 여간한 수로는 불가능하겠지. 비상한 방법을 써야 오시리스, 그 추악하고 이기적인 군주에게서 내 존재와 내 아이들을 건사할 것이다.]여신이 물고기 인간들을 굽어본다.
물고기 인간들이 넙죽넙죽 절을 했다.
경건하게.
더없이 엄숙한 태도로.
그 모습에 강의 여신도 결심을 굳힌 눈치다.
[인간.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여신님!] [여신님!] [아이들아, 듣거라.]자애로운 목소리.
그러나 도저히 반대할 수 없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앞으로 3년. 나 이름 없는 강의 여인은 인간 김전사를 보좌하여 인간 김전사의 승리를 위하여 모든 힘을 바칠 것이다. 너희 이름 없는 강의 권속도 인간 김전사를 나 보듯이 섬기며 전력투구하도록 하라.] [여신님의 뜻대로.] [명을 받들겠습니다.] [여신님을 위하여!]물고기 인간들이 합창하듯 소리를 질렀다.
나도 가슴에 손을 얹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나 김전사는 강의 여신님을 받아들입니다. 3년 기한 후, 여신님께서 원하시는 강에 정착하시도록 돕겠으며 이후 오시리스와의 분쟁 혹은 전쟁이 터질 시 저 개인은 물론 제가 이끄는 단체를 통솔하여 참전하겠습니다.]”
용언을 사용한 선언.
당연히 어기지 못한다.
어길 생각도 없고.
남을 이용해 먹고 버리는 건 정말로 극혐이다.
내가 원래 세계에서 그렇게 당했거든.
여신이 흡족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되었다. 벌써 3년 후가 기대되는구나.]“그래도 최대한 힘을 키우신 후에 복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 약하세요.”
[확실히 그렇지. 나 또한 그리 생각한다. 자, 그럼 내 새로운 집으로 가 볼까?]여신이 자기 두 손을 가슴에 포갰다.
그러자 가슴 안쪽에서 파아란 광채가 번진다.
마력핵이 힘을 쓰는 것.
바로 나일 강이 반응했다.
솨아아아.
물살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
증발한다.
물의 원소가.
강물 저변을 이루는 원소, H2O가 아니라 마법학에서 말하는 지극히 순수한 물의 힘이자 개념이 강물과 분리되어서는 떠오르고 있다.
강물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여태 하늘을 가리고 있던 안개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조금씩 흐릿해지고, 물의 원소가 분리되어서는 마력핵을 향해 모여드는 것.
하늘에서도, 강에서도 그렇게.
파아앗!
그리고 일어나는 빛.
기둥이 선다.
강의 여신과 하늘배를 빛의 기둥이 잇는다.
전이는 순식간이었다.
빛이 번뜩였나 싶었던 그 순간, 내 눈앞에서 느껴지던 거대한 힘이 하늘배로 옮겨 갔다.
우우웅.
진동하는 하늘배.
색깔이 바뀐다.
원래는 황금빛으로 도색되어 있던 것이 시퍼런 색으로 변했다.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던 포신도, 미사일 발사대도, 초대형 레이더도 모두 그랬다.
심지어 선체를 이루는 나무마저 물처럼 변하고 있었다.
방어막도, 결계도 그러했다.
최종적으로 하늘배는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했다.
“강?”
하늘에 뜬 강.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호수도 아니다.
하늘 위에 도도히 흐르는 강이 있고, 그 강물 한 줄기가 잠깐 현현한 것처럼 기이한 광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로구나.]여신이 내게 말을 걸었다.
[육체는 분명 작아졌는데, 내 정신은 도리어 광활해진 느낌이 든다.]당연하지.
그것이 마도과학이니까.
괜히 이 세상 인류가 신들에게 승리한 게 아니라고.
대신 황금과 마도과학을 신처럼 섬기게 됐지만.
“하늘강이라고 하죠.”
[하늘강?]“예. 그 배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여신님도…… 잠깐은 하늘강의 여신이라 불러 드려야겠네요.”
[하늘강, 하늘강이라.]여신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과연. 이래서 하늘강이로구나.]마법 탐지기로 자신을 스스로 살펴본 모양.
[그렇다면 하늘강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겠지.]쏴아아!
여신이 힘을 퍼뜨렸다.
하늘강이 강림한다.
허공에 뜬 배에서 강물이 이리저리 뻗어 나간다.
심해 괴물의 촉수라도 된 듯이.
강물은 하늘은 물론 여태 얼어붙어 있던 나일 강 표면에도 가 닿았다.
그러자 물고기 인간들이 신바람을 내며 날아올랐다.
선두에 선 것은 평의회장, 경비대장, 현자, 제사장, 행정관.
그들이 강물을 타고 함교로 쏙 들어갔다.
그러더니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는 내게 경례를 올려붙인다.
[충성! 대장님께 신임 돌격대장 신고 올립니다!] [충성! 대장님께 신임 갑판장 신고 올립니다!] [충성! 대장님께 신임 화기장 신고 올립니다!] [충성! 대장님께 신임 결계장 신고 올립니다!] [충성! 대장님께 신임 보급장 신고 올립니다!]“반갑다. 그냥 검성이라고 불러.”
[예! 알겠습니다!]이젠 돌격대장이 된 평의회장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군기가 바짝 들었네.
내가 뭔 말만 하면 눈부터 부라리던 게 고작 몇 시간 전인데.
촤악, 촤아악!
물고기 인간들이 연어처럼 강물을 거슬러 오른다.
크고 작은 물고기 인간들.
끔찍하도록 못생겼지만 하나하나가 강력한 초인인 그들.
하늘강에 타고 있는 동안만큼은 무적의 전투력을 자랑할 것이다.
그들의 여신, 그들의 어머니.
하늘강의 여신이 물고기 인간들을 가호할 테니.
[자아.]여신이 가볍게 숨결을 그러모았다.
[나일강에 베푼 축복을 거둔다.]쓰으으읍.
긴 숨소리.
나일강은 조용하다.
대신 그 위의 안개가 요동쳤다.
저 먼 곳부터 몰려오더니 하늘강 주위에 모여든다.
그리하여 거대한 적란운 형성.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개쩌네.’
오시리스 교단조차 공격할 엄두를 못 냈던 여신의 안개다.
이제는 하늘강 주위를 성벽처럼 둘러싸고 있다.
범위와 두께는 확실히 줄었지만 효과는 동일하다.
마력 차단, 시야 감소, 능력치 저하.
옛 아버지 교단이라도 함부로 하늘강을 공격하진 못하겠지.
만약에 내가 [우리 집] 특성을 완성한다면?
서우진의 육상 전함이 출현해도 깨부순다.
‘대장 특성이 안 생겨서 아쉽네.’
장군 특성 재료는 지휘, 명령, 통솔, 작전, 보급, 대장.
물고기 인간들이 날 대장이라고 불러서 기대했는데 아직 모자란 모양이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육감이 내게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여신이 묵직한 음성으로 날 불렀다.
[이걸 받거라.]뻗어 나가던 강물 줄기.
그중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오징어 촉수처럼 길어져서는 영롱한 보석을 한 방울, 또옥 떨어뜨렸다.
여신의 핏방울.
“감사합니다. 어떻게 아셨어요?”
[핫핫. 내가 비록 영락하긴 했지만 한때는 이집트의 신좌에 앉아 있던 몸. 이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핏방울을 소중히 갈무리했다.
봉인이 다 되어 있어서 더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내 피는 검성, 그대가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거겠지?]“정확하십니다. 제 재구성 영약에 필요합니다. 제가 워낙 많은 능력을 갖고 있어서, 그걸 제대로 살리려면 남들과는 다른 약재가 들어가지요.”
[내 피가 영약 취급이라니…… 좋다. 검성, 그대가 강해지면 내게도 이익이니. 반드시 8레벨이 되면 좋겠다. 아니, 기왕 강해지는 김에 9레벨이 되거라. 그래야 내가 그대 덕을 보지 않겠느냐.]“너무 날로 먹으시려는 거 아닙니까?”
[대신 그만큼 검성, 그대에게도 도움을 주마. 장담컨대 내가 이 배에 깃들어 있는 한 이 세상 누구도 이 배를 어쩌진 못할 것이다. 아울러 그대에게 기원을 내려 주마.]“기원이라뇨?”
하늘강이 요동쳤다.
물고기 인간은 모두 올라간 다음.
촉수처럼 뻗쳤던 강물 줄기가 모조리 내 머리 위로 몰려들었다.
[검성 그대여. 그대는 반드시 신체 재구성에 성공하여 8레벨이 될 것이니라.]힘이 집중된다.
조금 전 받았던 축복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
세상의 법칙이 살짝 뒤틀어진다.
게임식으로 표현하자면 경험치 부스터.
아울러 재구성 영약을 마실 때의 고통을 조금 줄여 주겠지.
이것만이 아니었다.
여신의 기원을 들은 직후.
기이한 힘이 문자화되어 내 눈앞을 떠돌았다.
그 문자를 끌어와 내 입으로 내뱉으면 현실 법칙을 왜곡해서라도 이뤄 줄 듯이.
‘이거 [기원] 특성이네.’
[소원]의 열화 버전이라고 할까?게임에서는 소소한 골드, 경험치, 버프, 디버프, 지도 밝히기 정도로 활용하곤 했다.
크게 쓸모는 없었지.
효과가 워낙 약했으니까.
그러나 소원쯤 되면, 소원을 만들 수 있는 나쯤 되면 이야기가 다르다.
“감사합니다.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내가 비록 영락한 처지라고 하나 이런 것쯤은 도와줄 수 있다. 앞으로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하거라.]“예, 여신님.”
이집트에서 얻을 건 다 얻었다.
여신도 피곤한 모습이다.
“격납고에 제 전용기가 있습니다. 그걸 좀 꺼내 주시겠습니까?”
[그러지. 음? 신기한 기능이 있구나. 내가 조금 도와주마.]격납고에서 강물을 타고 출고되는 초음속 전용기.
마법 활주로가 깔린다.
강물을 따라서 저 하늘 위로.
이거야 정말이지 공중 항모가 따로 없네.
예전에는 크기만 항공모함이었지 캐터펄트도 뭣도 없어서 비행기 띄우는 건 불가능했는데.
“감사합니다. 쉬세요.”
[그러마.]하늘강을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원래 생명체는 수납할 수 없었던 하늘배.
지금은 여신이 깃들어서인지 물고기 인간들만큼은 수납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레드는 불가능했지만.
[나도 들어가?]“어. 들어가 있어. 한국에 돌아가면 부를게. 소고기 준비해 놓고.”
[소고기!]레드도 토시로 돌아갔다.
직후 전용기에 탑승.
하늘강은 사라졌지만 여신이 만든 강물 줄기는 건재했다.
아마 몇 시간 뒤에야 소멸할 것이다.
왜애애앵!
북쪽에서 적색 광선이 쏘아져 하늘을 훑고 있었다.
공항에서 줄지어 이륙하는 전투기들.
특수 장비를 장착하고 나세르 호수를 수색하는 헬기들.
갑작스레 사라진 안개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
내가 그랬다는 것도 금방 알아내겠지?
상관없다.
[용기사][마력혼][토르 연공법] [성관 기사][섬전][대공습]벼락새가 되어 날아오른 전용기.
이미 최고 속도를, 마하 4 이상을 찍어 버린 다음이었으니까.
목적지는 대한민국.
돌연변이의 마을, 괴물촌.
내게 피 한 방울을 줘서 신성력을 개방시켰던 소신격.
나무 대모와 협상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