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247)
특성 쌓는 김전사-247화(247/300)
247화 나무 대모 –2-
돌연변이들도 입을 떡 벌렸다.
“세계수?”
“세계수!”
하나같이 못 믿겠다는 표정.
“거짓부렁이 아냐?”
“하지만 검성이잖아.”
“아무리 검성이어도 안 되는 건 안 돼.”
“세계수가 될 수 있으면 대모님 스스로 세계수가 됐겠지.”
“애초에 저어기 북유럽에 한 그루 있었던 거 말곤 지구에 세계수에 있었던 적이 없어.”
“그것도 라그나로크 때 불타 버렸다며?”
“검성아. 너라고 해도 너무 나갔다.”
거수곰도 회의적인 얼굴이다.
“세계수라…… 자네. 그게 뭔지는 하고 하는 말인가? 세계수면 어엿한 신격이야. 대모님께서 앞으로 수만 년은 더 사셔야 가능한 단계라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건 단 한 명.
해골뱀뿐.
믿음직스럽다는 눈으로, 신뢰가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검성을 믿어. 날 봐.”
해골뱀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폭주하던 나를 인조인간으로 만들어 준 검성이잖아. 그 방법으로 아이들 몇 명도 인조인간이 돼서 도시에서 학교도 다니고 있고. 난 믿어. 검성이라면 우리 대모님을 세계수로 만드는 것도 가능할지 몰라.”
“해골뱀 치료한 건 확실히 대단하긴 한데…….”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돌연변이를 돌연변이 시키는 거랑 대모님을 완전한 소신격으로 만드는 건 차원이 다르다고. 차원이.”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으면 애초에 얘기부터 안 꺼냈어.
많이 해 봤다고.
신 키우기.
에피소드 9, 차원 균열에서 업데이트된 컨텐츠 중 하나였다.
그중에는 바로 이 괴물촌의 나무 대모를 키우는 것도 있었다.
비슷하게 신수 키우기, 용왕 키우기도 있었지.
아쉽게도 레드를 용왕으로 키우지는 못하겠지만.
쭈우욱.
거수곰 바로 옆.
싹이 트더니 가느다란 나뭇가지로 성장해 내 앞에 맺혔다.
조심스럽게 까딱거리는 나뭇가지.
나무 대모의 의사 표시 방식인 모양.
그 움직임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아지를 닮아 있었다.
나는 힘주어 머리를 주억거렸다.
“가능합니다.”
까딱까딱.
나뭇가지가 좌우로 더 크게 갸웃거린다.
더 설명해 달라는 거네.
나는 손가락을 세 개 펼쳤다.
“간단히 설명해 드리지요. 대모님, 나무가 성장하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빛, 물, 양분이죠. 대모님께서 신격이라고는 하나 근본이 나무인 이상 이것만큼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맞습니까?”
까딱까딱.
나뭇가지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즉, 긍정.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모님께서 성장하려면 어마어마한 세월이 필요하죠. 왜냐하면 빛도, 물도, 양분도 엄청나게 필요하니까요. 최소한 만 년 이상 모아야 승격할 정도로요. 다시 말해서, 그만큼 막대한 빛과 물, 양분을 제공할 수 있다면 대모님께서는 만 년이란 세월을 보내지 않고도, 짧은 시간 안에 승격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어…….”
“얘기가 그렇게 되나?”
“듣고 보니 그럴듯한데?”
돌연변이들의 평가.
대모의 반응도 똑같았다.
한참 조용히 있다가 또 나뭇가지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즉, 이번에도 긍정.
나는 한 번 웃고는 힘을 발했다.
특성을 교체하고서.
손가락마다 다른 특성을 주입.
첫 번째 손가락에는 지고화가, 세 번째 손가락에는 대지가 피어났다.
두 번째 손가락만 빈 상태.
“저는 이 힘으로 태양을, 이 힘으로 양분을 대체할 겁니다. 아, 물은 저기 계신 하늘강의 여신님. 예전에는 나일강의 여신이었던 분께서 공급하실 거고요.”
[그러려고 날 데려온 거구나.]“예. 가능하시겠지요? 여신님의 근원을 덜어 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순수한 물만, 물의 원소만 공급해 주시면 됩니다.”
[그야 쉽지. 그런데 그것으로 가능하겠느냐? 딱 봐도 어마어마한 힘이 소모될 것 같다만. 네 불꽃이야 내가 익히 겪어 봤고, 그 격이 충분하다만 세 번째 땅의 힘은 영 비실비실해 보이는구나.]지구 특성이 비실비실하다는 평가를 받을 줄이야.
사실 그게 맞지.
지고화에 비하면, 강의 여신이 직접 생산하는 물의 원소에 비하면 격이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여신님. 격납고 개방해 주세요.”
[격납고는 왜…… 음? 이게 뭐냐? 왜 이런 게 있지?]하늘강의 격납고.
거기에는 화물이 가득 실려 있다.
용의 살과 용의 피.
내가 아직 가공하지 않았던 용의 뼈와 뿔, 비늘, 신경, 같은 잡동사니들.
또 있지.
북극제의 시체.
상당한 부분을 불가해의 성에 넘겼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대부분 가치가 적은 부분이긴 하지만 상관없다.
비료로 쓰기에는 차고 넘치니까.
그래. 비료.
황금룡, 시체룡, 북극제의 시체를 비료로 쓰는 거다.
대지 특성은 그걸 섞어 주는 윤활유 역할에 불과하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나는 골프백을 뒤져 항아리 하나를 꺼냈다.
“화수분!”
“친구야, 그걸 왜 네가 갖고 있어? 도깨비들한테 있는 줄 알았는데.”
“설명하자면 길어. 나중에 말해 줄게.”
“오케오케.”
다른 돌연변이들은 멀뚱거리는데 거수곰과 해골뱀만 놀란 눈치.
신경 쓰지 않고 넥타르를 집어넣었다.
그대로 복사.
넥타르는 물론 엘릭서도 쭉쭉 뽑아냈다.
한편으로는 육감으로 화수분을 살폈다.
그러다 불안한 감각이 들 무렵 특성 교체.
[역천]한 방을 놓아 주면 된다.
차올랐던 불운 게이지가 쭈우욱 무효화되면서 처음부터 재시작.
보고 있던 해골뱀의 눈이 흔들렸다.
“운명이 뒤집혔어?”
“내 능력 중에 하나야.”
“그런 거 없었잖아!”
“어쩌다 보니 얻었어.”
“토정이 지목할 만하네. 토정의 반지를 수백 년 동안 심장에 품은 보람이 있어.”
나는 바닥에 넥타르와 엘릭서 수십 병, 그리고 화수분을 늘어놓았다.
물고기 인간들이 꽥꽥 대며 시체 더미를 날랐다.
수북하니 쌓인 희귀 재료들.
아니, 희귀라는 말로도 모자라다.
거의 전설 등급 재료라고 해도 무방하지.
나는 자랑스럽게 재료들을 가리켰다.
“어떻습니까? 여신님? 그리고 대모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나뭇가지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뭐라는 거지?
제사장인 거수곰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모스 부호 해석하는 통신병처럼 떠듬거릴 때, 답답했는지 강의 여신이 나무 대모의 말을 쫙 읊었다.
[천상금, 진은, 세계철…… 이상 희귀 금속 99종이랑 악마의 피, 천사의 눈물, 이계종 체액…… 이러저러한 희귀 재료 99종이 추가로 필요하다네?]“생각보다 필요한 게 많네요.”
[그럼 승격이 쉬운 줄 알았어?]괜찮아.
이럴 때 부려먹으라고 부하가 있는 거니까.
나는 용의 군주관을 톡톡 두드렸다.
내장된 컴퓨터가 내 의지를 찰떡처럼 알아듣고는 명령서를 작성한다.
조금 전 여신이 읊어 준 재료 목록.
그걸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쏘아 준 것.
금방 답장이 왔다.
[바로 준비해서 가겠습니다.]“얼마나 걸리지?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것만 챙겨서 가져와.”
[2시간 안에 가겠습니다.]“2시간? 그게 돼?”
[흐흐, 제가 누굽니까. 최선수 아닙니까, 최선수. 조금만 기다려 주십쇼.]희귀 금속들이야 그렇다 치자.
신원 시장에도 많이 있고 태양 마탑 경매장에도 쌓여 있을 테니.
그런데 천사의 눈물?
이거 엘릭서 주재료잖아.
오히려 엘릭서보다 구하기 어렵다.
엘릭서 완제품은 많이 돌아다니지만, 천사의 눈물은 대미궁 밖에선 구경도 하기 힘드니까.
하여간 최선수는 최선수야.
괜히 엘릭서 줘 가며 살린 게 아니지.
어쩌면 최선수는 평소에도 이런 희귀 재료를 조금씩 모아 둔 게 아닐까 싶다.
“말씀하신 재료도 2시간 안에 도착할 겁니다.”
“정말로?”
“진심?”
돌연변이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
반면 하늘 위에 뜬 여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정도쯤은 해야 검성이지. 고작 재료 몇 개쯤 못 구하는 검성이라면 내 동맹이 될 가치가 없다.] [검성 만세!] [동맹 만세!]물고기 인간들도 캭캭대며 괴성을 질렀다.
나야 강의 축복 때문에 다 알아듣지만 돌연변이들은 영 불편한 얼굴.
호위하듯이 내 뒤에 시립한 7레벨 물고기 인간들을, 또 하늘강 갑판에서 몸을 내민 물고기 인간들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하여튼 2시간이라고 했지.
그 시간마저도 아까웠다.
화수분에 대고 최상급 마력 물약을 마구 집어넣었다.
적당히 역천을 쓰면서 물약을 복제하자 한쪽에 아예 물약의 산이 생겼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넥타르, 엘릭서도 열심히 복제했다.
항아리에 집었다 뺐다 반복하느라 손이 다 아플 지경이다.
재사용 대기시간만 짧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해골뱀이 옆에 쪼그려 앉아 날 구경했다.
“친구는 그것만 팔아도 떼돈 벌겠다.”
“글쎄? 솔직히 말하면 돈에 구애받을 때는 이미 지나서.”
“좋겠다.”
“왜? 돈 필요해? 너도 돈 많을 거 아냐. 수백 년 넘게 살았으면서.”
“돈은 아니고 넥타르는 좀 필요해.”
해골뱀의 눈이 그득하니 쌓인 넥타르를 향했다.
내가 봐도 그래 보인다.
인조인간이 되고 뭘 어떻게 한 건지 특성 세트가 좀 바뀌어 있었거든.
레벨도 6레벨에서 7레벨이 됐고.
자기 몸에, 특성에 적응하려면 넥타르가 최선.
나는 놓치지 않고 플러팅을 날렸다.
“그럼 내 배에서 일하지 않을래? 넥타르 줄게.”
“넥타르? 얼마나?”
“1달에 10병.”
“10병? 진짜?”
“어. 그거 네가 먹든 팔든 신경 안 쓸게.”
“진짜지? 1달에 10병씩 주는 거지?”
“응. 월급도 따로 줄게. 너도 밥 먹고 옷도 사고 해야 할 거 아냐.”
“좋아! 친구야, 아니, 사장님! 나 진짜 선비처럼 충성할게!”
개처럼도 아니고 선비처럼은 또 뭐야.
나는 적당히 손만 흔들었다.
동맹으로 가끔 부르는 것보다는 선원으로 데리고 다니는 게 낫겠지.
다른 돌연변이들도 슬금슬금 다가왔다.
“흠, 흠.”
“검성 사장님. 전기 인간 하나 필요 없으시우?”
“내가 마법을 좀 쓰는데…….”
“세눈박이의 능력을 아시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본다고 해서 세눈박이라네!”
나는 명쾌하게 대답했다.
“5레벨은 1달에 1병, 6레벨은 1달에 3병, 7레벨은 1달에 10병. 다른 월급이나 복지는 별도 협의하지요.”
“콜!”
“오케이!”
“사장님! 감사함다! 충성충성!”
돌연변이들이 허리를 접는 가운데, 거수곰만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아쉽네. 나도 고용되고 싶은데 할 일이 많아서.”
“촌장아. 뭔 일이 그리 많아? 항상 팥빙수랑 라면만 처묵처묵하면서.”
“많지! 당장 매일 대모님께 치성드려야 하는데? 내가 매일 치성을 드려서 대모님께서 우리를 수호해 주시는 거라고. 알아?”
“그건 그래.”
“촌장이 고생 많이 하지.”
“대모님은 아직 연약하시니까…….”
지금은 그렇다.
돌연변이들과 나무 대모는 공생 관계.
거수곰이 매일 바치는 마력이 없다면 나무 대모는 성장하기는커녕 조금씩 퇴화하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세계수로 성장한 다음에도 그럴까?
투투투투투.
로터음이 들렸다.
대형 마도과학 헬기들이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옆에 [전사건설], [전사보안] 네 글자를 멋대가리 없이 찍어 놓은 헬기들.
내 회사에 저런 헬기들도 있었나?
괜히 겸연쩍어 뺨을 긁을 무렵 우렁찬 외침이 울려 퍼졌다.
“선생님!”
삐죽 고개를 내민 백소린.
사자후 특성도 없으면서 목청이 왜 저렇게 커?
백소린만이 아니었다.
그 뒤를 이어 쟈네트, 칼리, 서우진도 손을 흔들었다.
심지어 다른 헬기에는 김철권, 김마법, 김사제가 타고 있었다.
타앙!
역시 성질 급한 백소린.
냅다 뛰어내린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
심지어 김철권, 김마법, 김사제도 그랬다.
대체 누굴 보고 배운 거야?
나는 쓰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지?”
“선생님!”
히어로랜딩하듯 착지한 백소린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저희 부르신다면서요! 왜 안 부르셨어요!”
대균열에서 얘기네.
칼라라트리를 수습한 직후.
세 제자를 실전 훈련하라며 대균열에 놔두고 나 혼자 복귀했었지.
그때 7레벨이 되었고.
난 좀비 사태가 예정대로 일어날 줄 알았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셋을 부르려고 했는데, 그게 틀어져서 대제사장을 동태평양에서 요격하고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날아가게 됐지.
결과적으로 허언을 한 셈.
“미안하다. 난 서울에서 일이 벌어질 줄 알았지. 망령왕이 상파울루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런 것치고는 엄청 빠르게 움직이시던데요!”
“나 혼자 움직이니까 가능했던 거지. 너흴 부르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었어.”
“체엣. 3천만 명 구하셨으니까 봐 드릴게요. 그래도 다음엔 꼭 저희랑 같이 가셔야 해요! 아니, 저희 이제 선생님 옆에 착 달라붙어서 안 떨어질 거예요. 아셨죠?”
“하하. 그럼 내가 오히려 고맙지.”
내 성장은 거의 끝났다.
결전이 벌어질 8레벨이 눈앞이다.
나무 대모에게 피를 받고, 대균열로 넘어가서 이계종 4마리 마력핵만 구하면 모든 재료 준비 끝.
내 계산으로는 8레벨까지 한 달도 안 남았다.
차분히 제자들을, 그리고 김씨 파티를 살폈다.
네 명 다 7레벨 직전에 와 있다.
김씨 파티 세 명 역시 마찬가지다.
제자들만큼은 못하지만 곧 6레벨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지구 곳곳을 싸돌아다니는 동안 모두 죽도록 훈련한 것.
“잘됐다. 안 그래도 사람 손이 많이 필요했는데. 다들 온 김에 날 도와줘.”
“검성님. 뭘 하면 됩니까?”
김철권이 가장 적극적이다.
6레벨이 되려면 다른 누구보다도 내 도움이 필요하니까.
“우선은.”
나는 괴물촌을 돌아보았다.
괴물촌 전체가 대모 나무.
집집마다 벽을 이루는 담쟁이덩굴이, 덩굴마다 달린 꽃들이 기대에 부풀어 하늘하늘 춤을 추고 있었다.
나무 대모가 가장 듣고 싶었을 말.
굳이 최선수를 호출한 이유를 입 밖으로 구체화했다.
“비료부터 반죽하자.”
“어…… 비료요?”
세계수 키우기 첫 단계.
바로 비료 반죽이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해야 효율이 좋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직접 하는 것보다는 하청 주는 게 훨씬 편하고.
“어. 작업복 줄게 갈아입어.”
한여름에 오한이 든 걸까?
백소린이 몸을 바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