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249)
특성 쌓는 김전사-249화(249/300)
249화 특성, 세계 –1-
조금은 당황스럽다.
게임에선 이런 일이 없었거든.
세계수 키워 봐야 얻는 보상은 정령 계약, 세계수 재료, 차원 균열 통해 엘프와 동맹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아니지.’
발상을 전환해 보자.
애초에 하늘배, 스키드블라드니르도 그대로 쓰는 게 최대였다.
강의 여신을 합일시켜 하늘강으로 만드는 거?
게임에선 존재하질 않았다고.
어디까지나 내가 심화 응용한 거지.
‘그럼 저걸 쓰는 방법은…….’
아티팩트로 만들긴 어렵다.
너무 크니까.
강남에 있는 내 빌딩도 가뿐히 압도하는 두께, 길이.
그렇다면 지금 강의 여신이 보여 주는 단서대로 써야겠지.
나는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선물이네요. 하늘배에 융합시켜서 선체로 쓰면 좋겠습니다.”
[내 생각도 그렇다. 검성.] [합쳐 줄까?]“그럼 저야 좋죠.”
샤르릉,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그러자 하늘강에 얹혀 있던 나뭇가지가 진한 녹색 빛을 뿜는다.
아울러 녹아들기 시작.
시퍼런 선체에 스며들어 하나가 되었다.
하늘강이 변화한다.
함교부터 짙은 갈색 나무가 증식한다.
바로 세계수의 일부가.
그리하여 파랗기만 하던 선체를 잠식하듯 뻗어 나가고, 새로운 나무 선체를 구성했다.
자연히 하늘강의 격 자체가 오른다.
물의 속성이던 하늘강에 나무 속성이 새롭게 부여된다.
목재 공중 항모를 감싸듯이 구형을 이루는 물 덩어리.
그리고 주위 공간을 장악한 안개.
‘좋았어.’
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하늘강이 훨씬 더 강해진 게 느껴져서.
공격력, 방어력, 마법 저항력, 이동 속도, 선내 쾌적함…….
모두 강의 여신 혼자 장악하고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게임에서도 구현된 적이 없는 최강의 공중 항모.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집 특성만 만들면…… 선원을 조금만 더 태우면…….’
장담하는데 옛 아버지 교단이 아무리 대군을 몰아쳐도 함락하기 힘들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모님.”
[대모님이라고 부르지 마. 나이 든 것 같잖아.]“네. 세계수님.”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세계수.
단군 할아버지보다 나이 많을 텐데 좀 너무한 거 아냐?
하긴 어린 신인 건 맞으니까.
나무 대모가 신보다는 나무 신령에 가까웠다면 지금의 세계수는 어엿한 신.
성장하기에 따라선 예전 아누케트와 비슷한 격으로 자랄 수도 있다.
[검성. 가까이 와 볼래?]“예.”
이제 피를 주려나?
세계수에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갔다.
괴물촌보다 굵은 몸통에 닿을락 말락 할 정도로.
세계수가 내 머리 위에서 나뭇가지를 드리웠다.
아득할 정도로 거대하고 드높아, 허공에 녹아든 나뭇가지가 공간을 격하고 드러나 나뭇잎을 살랑거렸다.
기울어지고 기울어지는 나뭇가지.
그 끝이, 화사한 나뭇잎이 내 코를 스쳐 가슴에 닿는다.
정확히 말하면 스타스폰 방호복 아래 숨겨 둔 목걸이에.
예전에 김사제에게 받았던 [풍요의 심장].
모든 능력치 상승, 그리고 행운 효과를 가진 그 아티팩트에.
[좋은 걸 가지고 있네. 그런데 검성, 네가 갖고 다니기엔 좀 부족해 보여.]또르륵.
나뭇가지 끝이 벌어지며 황홀한 냄새가 풍겼다.
피?
아니다.
황금빛 수액이 몇 방울 달음박질치듯 목걸이에 떨어지고 있었다.
보석 아래까지 스며드는 세계수의 수액.
그 위를 유독 커다란 나뭇잎 한 장이 떨어져 뒤덮고, 나뭇가지 한 토막이 나뭇잎과 엮여 풍요의 심장에 고정시킨다.
마지막으로 합일.
파아앗!
보광이 번진다.
수십 갈래 광채가 경쟁하듯 빛나다가 오로지 한 가지 색채로 융합된다.
옅은 연녹색.
세계수가 풍기는 기운을 빼다 박은 색깔로.
[어때? 솜씨 좀 부려 봤어.]세계수가 기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귀안으로 목걸이를 살펴본 후, 세계수에게 쌍따봉을 날렸다.
“최곱니다!”
기존의 효과, 즉 능력치 상승과 행운은 유지되었다.
아니, 조금씩 강화되었다.
대충 20% 정도?
놀라운 점은 여기에 더해 새로운 효과가 생겼다는 것이다.
[세계수의 보호]라고 이름 붙이면 될까?우선 모든 속성 저항력이 크게 올랐다.
내가 만약 마법 저항에 해당 속성 저항을 추가 장착하면 어떤 공격이든 웃으며 견딜 정도로.
여기에 모든 피해 감쇠와 회복력 증가가 포함되어 있다.
내가 한때 잘 써먹었던 [인내]와 [활기]를 능가할 정도로 강한.
간단히 말해서 풍요의 심장은 더 이상 평범한 SSR급이 아니다.
신기라고 봐야 한다.
묠니르, 아이기스, 용의 군주관과 맞먹는.
“엄청나네요. 이렇게 좋은 목걸이는 처음 봅니다. 거의 신의 목걸이에요. 브링시가멘이나 아마테라스의 곡옥 정도는 되어야 비교할 수 있겠습니다.”
[당연하지! 내가 힘을 얼마나 썼는데!]게임에서 세계수는 다른 목걸이를 축복해서 강화시켰다.
그 목걸이보다 이게 더 낫네.
그만큼 풍요의 심장과 세계수의 축복은 궁합이 잘 맞았던 것.
풍요의 심장이란 이름이 부족할 지경이다.
그래.
앞으로는 풍요의 심장이 아니라 세계수의 심장이라고 부르자.
쏴아아아.
더구나 세계수의 심장에 깃든 축복은 내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온몸을 한 바퀴 휘저으며 강화하고 내 격을 올리는 것.
뭐, 그래도 모자랐지만.
포카, 강의 여신에 이어 세 번째 축복이지만 8레벨의 벽은 여전히 두껍기만 하다.
[자아. 가장 중요한 게 남았네.]두근!
심장이 크게 박동했다.
세계수의 나뭇가지도, 세계수의 심장도, 세계수의 축복도 모두 대단한 보상이긴 하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아니지.
내가 엄청난 돈을 때려 박아 가며 세계수를 키운 이유는 따로 있잖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 안 줬으면 화냈겠다?]세계수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로 장난칠 생각은 없는 모양.
쩌적. 쩌저적.
내가 보고 있는 두툼한 나무껍질이 스스로 갈라진다.
사람 하나 들어가고도 남을 균열이 생겼다.
“꿀꺽!”
누군가 침을 삼켰다.
세계수가 직접 낸 상처.
거기서 황금빛 수액이 증발하며 달콤한 냄새를 풍긴 까닭.
인간도 돌연변이도 침을 삼키는 가운데 균열 안쪽, 가장 깊은 곳에서 핏빛 액체가 또옥똑 떨어졌다.
세계수의 피.
나무 대모일 때도 내가 신성력을 개방할 정도로 강력했지만, 지금은 한층 격이 높아져 지고한 힘을 품은 피.
[가져가.]세계수가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힘을 꽤 소모한 것.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줄 때보다, 나와 목걸이를 동시 축복할 때보다 몇 배는 더.
한 걸음 다가갔다.
세계수의 껍질에 몸을 바짝 붙였다.
그 상태에서 팔을 집어넣었다.
딱딱하게 굳은, 봉인해서 보석처럼 느껴지는, 그러나 부드럽고도 막대한 힘을 풍기는 세계수의 핏방울이 손끝에 잡혔다.
슬며시 끌어당겼다.
그러자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핏방울을 타고, 나무 벽을 타고, 세계수의 속살을 타고, 어떤 힘이, 혹은 어떤 개념이 내게 주입되는 것.
이상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생소하지는 않은 이 감각.
분명히 겪어 본 적이 있었다.
불과 몇 달 전에.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바로 동부군 군단장과 지도 대련한 직후.
군단장이 내 등에 손바닥을 붙이고 자기 마력을 주입하던 때처럼.
“세계수님?”
[필요할 거야.]세계수가 잔뜩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거대한 악에, 고귀한 악의에 저항하려면.]하늘강에서 지켜보던 여신도 동조했다.
[그럴 테지. 하지만 세계수. 너무 큰 것을 넘겨준 것이 아니냐? 아무리 시간이 지나면 재생된다고 해도 너는 한동안 잠들어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게 불타 죽거나 잡아먹혀 죽는 것보단 낫죠.] [그야 그렇다만.]세계수가 나한테 뭘 준 거지?
귀안, 육감, 마법뇌, 명상 따위를 장착하고 스스로를 들여다보았다.
다름 아닌 내 내면세계를.
그러자 보였다.
조그맣게만 보이는 어떤 특성.
영웅과 맞먹을 정도로 복잡하지만 크기는 작은, 그래서 마법 씨앗을 연상시키는 한 마력 회로가.
‘이게 뭐지?’
세계수가 주는 특성이 있었나?
게임에선 없었다.
퀘스트를 하든, 세계수 키우기를 하든, 차원 균열을 넘어서 배달을 해 주든 특성을 준 적은 없다.
에피소드 10, 대종말에 하나 예고되어 있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특성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이게 그걸까?’
직접 장착해 본다.
다른 특성은 모조리 비우고 이 정체불명의 특성 하나만.
그리고 발동.
…….
아무 반응도 없었다.
능력치가 증가하지도, 특별한 어떤 힘이 느껴지지도, 감각이 트이지도 않는다.
도대체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여신이 웃으며 말했다.
[세계수가 그대, 검성에게 준 능력은…… 검성에게 익숙한 언어로 표현하자면 세계, 쯤 되겠구나.]세계?
그거 맞네.
이름만 공개됐던, 에피소드 10에 업데이트 예정이었던 특성.
여태 아케인 서울에 존재하지 않았던 종류의 특성이라고 입만 털던 기억이 난다.
나야 아레스의 법이나 다른 전사 계열 최강 특성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어떤 초능력입니까?”
[융합과 조화, 총체의 힘이다.]“그럼…….”
[완전히 다른 요소들을 하나로 묶어 완벽히 새로운 것으로 탄생시킬 수 있지.]진짜로?
나는 눈을 크게 홉떴다.
예전부터 생각하던 게 있잖아.
마르스 검투법, 네피림의 검, 칼라라트리.
아케인 서울 3대 검법.
함께 쓰면 효율이 썩 좋지 않아서, 특성 세트를 갈아 끼우며 쓰고 있지.
그런데 세계 특성으로 합칠 수 있다는 뜻이잖아.
참을 수 있어?
바로 특성 전환에 들어갔다.
[마르스 검투법][네피림의 검][칼라라트리] [검의 주인][토르 연공법][세계]다시 발동.
세계를.
여신이 말한 융합과 조화, 총체의 특성을.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세계수가 나뭇잎을 고개 젓듯 살랑거렸다.
[아직 네 격이 모자라.]“격이요?”
[응. 최소한 초월자가 되어야 해.]초월자.
즉, 8레벨.
[네 영혼의 격을 온전히 네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영혼의 격…….”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내가 전능자, 신들이나 사제들이 말하는 엄청나게 위대한 영혼이라는 사실은 안다.
그런데 내가 위대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이지.
성녀가 말했던, 내가 이 세상 출신이라는 것과 연관이 있을까?
뭐, 전생 기억이라도 찾아야 해?
[잘 고민해 봐.] [하나 더 알아 둘 게 있다.]듣고 있던 여신도 끼어들었다.
[세계수가 네게 준 힘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예?”
[고작 초능력 몇 개 합치라고 준 능력이라고 생각하느냐? 세계수가 섭섭해하겠구나.] [에이. 인간이잖아요. 상상력이 빈곤할 수밖에 없죠.] [네 전능에 매몰되어 시야가 좁아졌구나. 이름을 세계라고 지은 이유를 잘 생각해 보아라. 마력 회로가 어째서 씨앗처럼 생겼는지도 고민하고.]나랑 수수께끼 하자는 거야?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세계수가 달래듯이 부드러운 음성을 속삭였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기분 나빠하지 마.]“예,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대충 예언적인 이유겠지 뭐.
직접 알려주면 미래가 고정된다 블라블라.
성장과 진화가 제한된다 어쩐다 블라블라.
뻔하다구, 뻔해.
[하아암.]세계수가 길게 하품했다.
[피곤하다…… 나는 그만 자야겠어…….] [고생했다. 세계수. 뒷일은 나와 검성에게 맡기고 편히 쉬도록 해라. 네가 눈뜰 때쯤이면 모든 일이 끝나 있을 거다.] [네에…… 눈을 뜰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죽고 싶진 않아요…….]세계수의 의식이 멀어진다.
흔들리던 나뭇가지도 살랑거리던 나뭇잎도 고정된다.
바람조차 흔들지 못하게 된다.
생물이 아니라 물감으로 그린 정물화처럼.
대신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퐁! 퐁!
세계수 뿌리.
그중 일부가 벌어지며 황금빛 수액이 샘처럼 솟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허공에 녹아 있던 나뭇잎이 유형화되며 떨어진다.
가을철 황금빛 은행나무잎처럼.
여기에 나뭇가지마다 투명한 열매가 맺혀선 몇 초 만에 익고, 보석처럼 빛나며 낙하하고 있었다.
“우와!”
“헉!”
“쓰으읍!”
세계수의 수액, 나뭇잎, 열매.
모두 진귀한 마법 재료이자 소모품.
먹기만 해도 신체를 강화하고 영혼을 고양시킨다.
다들 침만 꼴깍꼴깍 삼킬 때였다.
세계수가 잠들면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마음대로…… 써…… 먹고 싶으면 먹고…… 쿠우울…… 바르고 싶으면 바르고…… 쿠우우울…….]세계수의 의식이 온전히 잠들었다.
주위를 묵직하게 짓누르던 존재감이 흩어진 것.
하늘강에 깃든 여신도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나도 조금 쉬어야겠구나.]하늘강이 스스로 접힌다.
장난감 배가 되어서는 내 주머니에 쏙 들어온다.
자연히 시선이 온통 내게 향했다.
제자들도, 부하들도, 괴물촌의 돌연변이들도 모두.
나도 빙그레 웃어 주었다.
“축제를 열죠.”
“축제요?”
“세계수 수액으로 만든 술이 그렇게 기가 막힌답니다.”
“술!”
“떡에 세계수 나뭇잎을 넣으면 아주 죽여 주고요.”
“꿀꺽!”
“세계수 열매 과자는 그야말로 과자의 제왕이죠.”
뭔들 맛이 없겠냐.
세계수 재료는 극상의 영약이자 천상의 조미료.
어떤 요리를 하든 어떤 조리법을 쓰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쾌감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돌연변이들이 팔을 치켜들며 만세를 불렀다.
“만세!”
“세계수님, 감사합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캬아악!”
“킷킷! 키이잇!”
물고기 인간들도 끼어들었다.
하늘강은 내 주머니에 들어갔지만 어느새 빠져나왔던 것.
자기들도 세계수 좀 먹어 보겠다고.
나한테도 나쁜 얘기는 아니다.
물고기 인간들이 강해지면 나도 좋지 않겠어?
“축제다!”
“축제!”
“캬킷!”
흐드러지게 돌아가는 먹자판.
순식간에 세계수 술이, 세계수 떡이, 세계수 과자가 완성된다.
다들 놀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 섞이지 않았다.
대신 세계수 열매만 몇 개 빼서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왜?
세계수 열매는 어떤 소모품의 주재료가 되거든.
게임에서는 내가 거의 써 보지 못한 아이템.
토르 앞에서나 원 없이 먹어 봤던 그 과자.
바로 유료 아이템, 암브로시아의 재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