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62)
특성 쌓는 김전사-262화(262/300)
특성 쌓는 김전사 262화
영혼 전쟁 –1-
레드 쿠거를 타고 돌아온 직후.
침대에 몸을 던졌다.
“으그그극.”
죽겠다, 진짜.
전신이 아팠다.
멍석말이라도 당한 것 같다.
내가 티를 안 내서 그렇지, 4대 보스와 싸우고 성녀와 싸우면서 차곡차곡 충격이 누적된 까닭.
1천 명 초인이 쏴 대는 초능력은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다.
거의 0.1초마다 불굴을 장착해서 정화하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야.
그마저도 지속 피해 저주는 아직도 내 몸에 남아 있고.
쏴아아아.
생각난 김에 해소.
불굴로 정화하고 성관 기사로 치유한다.
추가로 불사를 장착한 후 엘릭서 한 병 원샷 때리자 치유 완료.
내 몸은 완벽히 깨끗하다.
딱 하나.
심장 마력 회로에 콱 박힌 이물질을 제외하면.
[행복한가?]그렇게 묻는 것만 같았다.
어서 목을 내밀라고.
영과 육을 바치고 편안해지라고.
지금도 어둡고 우울한 속삭임이 들려온다.
[주인님. 귀환을 환영합니다.]“어, 오랜만이다.”
얼마 만에 온 거지?
내 저택.
요샌 대부분 하늘강 개인실에서 생활했으니까.
몸을 일으킨 다음 욕실로 향했다.
낭비할 시간 없다.
그림자 신전에서 훔친 물건을 분석하려면 빨리 움직여야 한다.
첫 번째로 할 것은 당연히, 내 심장에 박힌 단말을 제거하는 거고.
마법 욕조 앞으로 다가갔다.
저택 관리 마법 정령이 반응하여 묻는다.
[주인님. 목욕 준비를 할까요?]“마법 욕조만 작동시켜. 다른 건 필요 없어. 물 붓지도 마.”
잠깐 버벅거린 마법 정령.
금세 마법 욕조가 기동된다.
온갖 마법진을 발동하는 것을 보고 주머니에서 하늘강을 꺼냈다.
고이 접혀 장난감 배처럼 보이는 하늘강.
여신이 내게 말을 걸었다.
[음? 무슨 일이냐? 아니, 잠깐만. 검성. 상태가 왜 이렇지? 왜 옛 아버지의 낙인이 그대의 심장에 찍혀 있는 거지?]“그렇게 됐습니다. 여신님. 부탁할 게 있습니다. 물의 원소를 여기 욕조에 채워 주시겠습니까?”
[물의 원소? 그게 그대에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검성. 그대가 해야 할 건 당장 가슴에 찍힌 낙인을 지우는 것이다. 그 낙인은 토르나 가이아 정도 대신격이라면 지울 수 있다. 어서 그들에게 가서 낙인부터 지워라!]“에이. 그러려면 그분들한테 귀의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서 신앙을 갖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옛 아버지에게 잡아먹히는 것보단 훨씬 나아!]“전 더 좋은 방법을 압니다. 여신님께서 조금만 도와주시면 돼요.”
[도대체가…… 이걸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용맹하다고 해야 할지…….]잠깐 말이 없던 여신.
이내 하늘강이 스스로 날아올랐다.
마법 욕조 위에 떠서는 물의 원소를 폭포수처럼 뿌렸다.
[알겠다. 이미 그대에게 건 몸. 한 번 더 믿어 보도록 하마.]“역시 스마트하십니다. 구경이나 하고 계세요.”
마법 욕조가 순수한 물의 원소로 가득 찼다.
안개 무리 같기도, 파아란 빛 덩어리 같기도, 혹은 수정빛 찬란한 투명한 호숫물 같은 모습.
골프백에서 엘릭서를 꺼냈다.
뽕!
거침없이 딴다.
한 병, 두 병, 거의 백 병 이상을.
물론 그 정도로는 마법 욕조를 채우지 못한다.
채울 생각도 없었고.
팟!
물의 원소가 엘릭서와 반응했다.
빛이 뿜어지며 새로운 용액으로 진화한다.
부활의 샘, 혹은 젊음의 샘이라고 해도 맞겠지.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긴 해도.
옷을 벗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부활의 샘이 날 지지기 시작한다.
딱 적당했다.
온도도, 엘릭서 농도도, 증폭된 마법진 효과도 모두.
[흠.]하늘강 위에 요정처럼 작은 여신 형상이 치솟았다.
[넥타르 목욕을 하더니, 이번에는 엘릭서 목욕이냐? 저번처럼 천 병 정도 쓰지 그러냐?]“그건 너무 과해서요. 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엘릭서가 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는 물의 원소와 불의 원소.
게임에서는 태극천이라는 이름으로 후반에 등장한다.
마력천도 신성천도 뛰어넘는 최상급 온천.
에피소드 5, 지옥문 때 발생하는 대지진으로 생기니까 이 시점에선 만들어지지 않았겠지.
결국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손을 펼쳤다.
지고화를 장착하고 방사한다.
요령은 세계수 키울 때와 같다.
따사롭게, 햇볕 쬐듯 불의 원소만 뿌리는 것.
지극히 순수한 불의 원소가 마법 욕조 안으로 스며든다.
물의 원소와 섞여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엘릭서, 물, 불의 삼중주.
그 결과 태어나는 것.
동적인 조화이자 평형의 상태.
태극.
[허!]여신이 괴상한 감탄사를 뱉었다.
여신도 보고 있겠지.
세계의 운명선이 이 좁은 욕조 안에서 한데 뭉치고 풀리며 태극 형상을 그리는 것.
나도 거기에 몸을 맡겼다.
아무 생각 없이 침잠해 들어간다.
수마에 함락될 때처럼.
깊고 깊은 잠의 세계에 끌려 들어갈 때처럼.
‘좋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을까.
아랫배부터 한 가닥 열기가 피어올랐다.
정신은 더없이 맑아지고, 알게 모르게 달라붙어 있던 피로가 싹 다 사라졌다.
[안식] 특성.내가 기다리던 마지막 조각.
푸학!
바로 마법 욕조를 뛰쳐나왔다.
여신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쳐다본다.
[새로운 능력을 얻은 건 좋다만, 그 정도로는 옛 아버지의 낙인을 지우지 못한다.]“당연하죠. 이건 재룝니다, 재료.”
모아 왔던 특성을 하나하나 장착했다.
[명상][성찰][사색] [휴식][요양][안식]모든 조건을 만족해서일까?
벌써 여섯 특성이 서로에게 반응하고 있다.
마력 회로끼리 연결되어 불꽃을 튀긴다.
[그건…….]여신도 결과물이 눈에 보이는 모양.
안면부 파란 안광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그 앞에서 천천히 무장을 갖췄다.
스타스폰 방호복을 착용한 후 묵호보의 츄리닝을 그 위에 입는다.
왼쪽 허리에는 묵호검.
오른쪽 허리에는 묠니르.
팔뚝에는 아이기스가 장착되어 번들번들 존재감을 빛낸다.
일식의 반지와 예언자의 고리는 손가락에 끼고, 세계수의 심장을 목에 걸었다.
머리에는 용의 군주관.
황금룡 허리띠를 차고 불사조 신발을 신었다.
황금 양털과 레드가 깃든 토시도 확인.
마지막으로 무장집에 정조어총, 산울음, 우박폭풍, 엘릭서, 암브로시아를 집어넣고 골프백을 챙기면 모든 준비 완료.
대탈출은 가져가지 않는다.
어차피 지금 갈 곳에선 못 쓰니까.
[너무 위험한 것 아니냐?]여신이 우려를 표했지만 난 한 번 웃어 주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게 더 위험하지요.”
[그건 그렇다만…… 조심해라.]“네. 감사합니다.”
묵호검을 움켜쥔다.
결의를 다지며 특성 조합 실시.
팟!
흰빛이 번쩍였다.
내 마력 회로에서 치솟은 빛이 날 휘감는다.
거미줄처럼 잎맥처럼 서로 연결되는 마력 회로.
이내 하나로 뭉쳐 상위 특성으로 완성된다.
[휴거]아케인 서울 최강의 정화 특성.
언젠가 말했지?
이거 하나면 후천적 돌연변이도 아무 후유증 없이 활동할 수 있다고.
어떤 디버프든 다 지워 버리니까.
“여신님.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를 아주 권속처럼 부려 먹는구나. 좋다. 이 값은 나중에 이자를 복리에 복리까지 쳐서 받아 내도록 하마. 영혼 성히 다녀오고, 얼른 9레벨이나 돼라.]“하하, 고맙습니다.”
강의 여신을 꼬신 건 지금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이었어.
관리 정령에 원소 공급에 보디가드까지.
전일 근무 무보수 만능 하인이 따로 없다니까?
한 번 웃고는 얼굴을 굳혔다.
날 보호할 특성들을 장착한 후 휴거 특성에 정신을 집중한다.
마력을 주입하자 마력 회로가 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하얀빛이 삐죽삐죽 번져 내 몸을, 내 정신을 함께 잡아먹었다.
파아앗!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
빛의 통로가 나를 맞이한다.
새하얀 선이 주욱주욱 그어져 내 뒤로 질주한다.
엿가락 늘어나듯 시간이 늘어나기를 한참.
아니, 잠깐.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상한 곳에 와 있었다.
‘여기는…….’
내 방이 아니다.
탁 트인 공간이다.
거친 황야.
검게 물든 대지.
바위 하나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다.
지평선 너머까지 시야가 확 트여 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시커먼 하늘뿐.
또, 점점이 박혀서 요요하게 빛나는 금빛 성운 정도.
어딘지 안다.
‘신국.’
옛 아버지가 구축한 사후 세계.
정확히 말하면 복사본이다.
이래서 내가 완전 무장 했던 거지.
게임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거든.
거기서는 배경 일러스트 한 장이 전부였지만.
‘옛 아버지는 어디 있지?’
이 정신 세계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옛 아버지를 쫓아내야 한다.
패배하면 육체를 빼앗기고 끝.
위험하지 않냐고?
천만에.
정신세계에서 마주하는 신격은 신격의 분신, 그것도 아주 작은 분신이다.
충실하게 특성 갖추고 장비 맞춘 캐릭터라면 7레벨만 돼도 이길 수 있다.
‘정보나 뽑자.’
방심만 안 하면 돼.
이 기회에 옛 아버지와 대화를 해 봐야겠다.
나만 보면 잡아먹으려 들 옛 아버지.
정상적으로 대화하고, 정보 뽑을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정표로 삼을 만한 게 없다.
복사 신국을 탐험하는 건 나도 처음.
잠깐 고민하다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국 필드에서는 흑금 성좌가 기준이었지.’
중간 보스 여덟을 모두 죽이고.
비상하는 성녀의 비공선까지 침몰시키면 열리는 신국 필드.
거기선 하늘의 금별 중 가장 큰 별자리를 따라가면 됐다.
‘저기구나.’
나를 기준으로 9시.
한 마리 용처럼, 세계수처럼, 일그러진 괴물처럼, 혹은 추악한 인간 형상을 한 얼룩 덩어리가 보인다.
그래, 얼룩.
금빛을 조물딱거려 뭉치고 흑빛을 올올이 박아 넣은 형체.
바로 저거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한 손은 왼쪽 허리, 묵호검에 올려놓았다.
아까부터 날 호시탐탐 노리는 시선들이 느껴졌거든.
“캬아악!”
“키악!”
괴물들이 튀어나온다.
흑금 성좌를 닮은 괴물.
어떻게 보면 인간 같고 다시 보면 오염 슬라임 변형체 같다.
쌔액!
검을 내쳤다.
지고화가 괴물들을 불태웠다.
‘귀찮네. 이거.’
신국 필드와 똑같다.
세계도, 나타나는 괴물도.
다만 레벨은 조금 낮은 것 같았다.
게임 속 신국 필드는 최소한 6레벨 괴물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괴물은 5레벨 정도로 낮다.
두말할 나위 없이 복사본이라는 뜻.
“좀 꺼져.”
오랜만에 정조어총을 들었다.
소총 형태로 변환.
아직 땅에 묻혀 있는 괴물들을 선제적으로 보고 쏜다.
[무적총][지고화][귀안] [기습][회심][치명]귀안으로 약점 파악.
빨갛게 빛나는 약점에, 마력핵에 총알을 꽂아 준다.
그러면 지고화가 터졌다.
기습으로 반드시 치명타가, 확률도 피해도 강화된 채로 발동한다.
그러면 끝.
“키이잇!”
“캿! 캬아앗!”
비명과 함께 스러지고 마력핵도 소멸되었다.
괜히 아까웠다.
여기가 내 정신세계가 아니고 현실이었으면 저거 다 내 건데.
‘궁상맞기는.’
어쩌겠어.
2평짜리 고시원에서 바닥 긁던 인생 어디 안 간다.
수조 원대 부자가 된 지금도 길거리에 백 원짜리 떨어져 있으면 일단 줍고 볼걸?
쾌속 주파.
내 뒤로 잿가루와 마력핵 가루만 점점이 떨어지고 있었다.
“쿠아아앙!”
진짜 신국 같네.
온갖 괴물들이 다 출현한다.
기괴룡.
칠흑 정령.
금광 천사.
변이목.
무면거수.
팔지괴인 등등.
내 어총 앞에선 총알 한 방 거리.
수가 많다?
산울음 꺼내 쏴붙이면 끝.
지고화는 이들에게 극상성이니까.
추가 피해에 추가 치명타에 즉사 확률까지 더해 주지.
내가 괜히 그렇게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며 지고화를 만든 게 아니라고.
그그그긍.
한참 괴물을 학살하며 전진할 무렵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변화가 생겼다.
지반이 허물어지며 하늘 위 흑금 성좌가 내려오는 것.
한 마리 우주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은하 칠성장어처럼 입을 벌름거리며.
‘비슷하면서 다르네.’
원래는 천사군과 악마군이 있어야 한다.
신국을 지키는 4대 천사장과 4대 악마공도 존재한다.
그들을 뚫어야 들어갈 수 있는 게 대궁정이었다.
열화 복사판이라 다 생략된 모양.
내려온 성좌를 밟고 올라간다.
발이 늪처럼 푹푹 빠진다.
질척질척 날 잠식하려 드는 마력.
휴거를 사용해서 튕겨 낸다.
휴거로 들어온 정신세계에서 휴거를 또 사용하는 패기.
그때마다 성좌가 단축되며 내 몸이 공간 이동하듯 더 깊은 곳으로 끌려 들어갔다.
세계는 이제 없다.
내가 걸어왔던 황야는 보이지 않는다.
남은 것이라곤 우주 오솔길처럼 남은 성좌의 띠와,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대궁전 하나가 전부.
[오너라.]목소리가 또렷해진다.
[이리 오너라.]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목소리.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그에 따라 날 잠식하려 드는 마력도 강해진다.
지금은 아예 구름처럼 날 휘감은 상태.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어라아…….]메아리처럼 늘어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마저 짙은 유혹이 배겨 있다.
이거 장난이 아니네.
까딱 잘못하다간 질 수도 있겠어.
그러나 기다렸다는 듯 부상하는 특성이 있었다.
[영웅]군단장이 격체전력으로 내게 전해 준 그 특성.
거의 강제로 장착되며 활기가 피어오른다.
전신에 뜨거운 열기가 감돌고 머리가 차가워졌다.
유혹?
정신을 아득하게 하던 존재감?
영웅 특성 덕에 다 뿌리칠 수 있었다.
역시 영웅.
보스 한정 최강의 버프기 답다.
[금강체][불굴][마법 저항] [성관 기사][지고화]여기에 적당히 특성 세트 조립.
옛 아버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내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허리를 곧추세웠다.
어깨를 늠름하게 폈다.
보무도 당당하게 대궁정에 진입.
고딕 양식 뾰족뾰족한 첨탑이 우주 괴물 촉수처럼 날 내려다보고 있다.
저벅저벅.
적막 어린 복도 안.
수십 미터 강철 거인이 어깨를 맞대고 걸어도 남을 크기.
혼자 걷는다.
그림자들이 춤추며 내 정신을 할퀸다.
몸을 달라고 칭얼거리고 귓가를 스치며 흐린 상흔을 남긴다.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도 남을 광경.
그러나 내 마음은 굳건했다.
그림자가 목덜미를 핥든 말든, 유령이 깩깩 웃든 말든, 마귀가 절망을 노래하든 말든, 모조리 무시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복도 끝.
사악하도록 아름다운 대전 중심.
악마성처럼 솟은 흑금 옥좌.
그 위에 앉은 어떤 존재가 있다.
[환영하노라.]존재가 성대 없는 목으로 말했다.
[내 신국에 온 것을.]공허와 광명을 대충 뭉개 만든 인간형 형상.
옛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