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9)
특성 쌓는 김전사-29화(29/300)
내 집 마련 -1-
내 집 마련
툭.
인부들이 나르던 큰 상자가 벽에 부딪혀 작은 소리를 냈다.
다른 곳을 감독하고 있던 최 소장이 얼른 뛰어와 고함을 질렀다.
“이봐! 제대로들 못해! 그게 얼마짜리인 줄 알고 그래! 살살 하란 말이야, 살살!”
“아이고, 죄송합니다. 사장님.”
팀장이라는 사람이 허리를 굽실거렸다.
“이게 원체 무거운 물건이라······ 그래도 걱정하지 마십쇼. 단단히 포장해 와서 상처 하나 안 났을 겁니다.”
“배송료를 그렇게 받아먹었으면 돈값을 해야 할 거 아뇨! 우리 초인님께서 쓰실 물건인데 제대로 하쇼, 제대로!”
“죄송합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초인님.”
내가 어지간히 신경 쓰이나 보다.
팀장이 내 주변에서 떠도는 불꽃을 보고는 더욱 허리를 깊이 숙였다.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좁은 골목길로 배송 트럭이 끝도 없이 들어왔다.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닙니까? 이 정도까지 안 해주셔도 됩니다만.”
“어휴, 초인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이 정도는 당연하죠. 얼마 안 들었습니다.”
“마법 욕조도 그냥 최하급품이면 충분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초인님께 최하급품이라뇨.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방금 인부들이 옮긴 게 마법 욕조였다.
마력을 잘 보존하고 전달하는 특수한 재질에, 흑금으로 마법진을 새기고 진은으로 마력 회로를 덧씌운 물건. 솜씨 좋은 마법사가 온열 마법과 회복 마법, 정화 마법, 마력 집중 마법을 부여했다고 한다.
가격은 무려 9억 9천만 원.
최 소장이 생색내려고 흘린 가격을 듣고 아주 기함을 했지.
욕조 하나에 10억을 태우다니!
그럴 돈 있으면 현금으로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겨우 참았다.
사실 좋은 욕조가 필요하긴 했으니까.
“이건 어디 놔둘까요?”
“어, 초인님?”
“모두 지하 수련실에 놔두세요.”
“예에엡.”
새로 배송된 물건은 전동 드릴과 삽, 곡괭이, 배관, 모터 등 건축용품.
종류도 많고 무게도 무거웠다.
최 소장이 힐끔 한 번 보고는 지나가는 어투로 물었다.
“수련실을 확장하실 생각입니까?”
“그렇죠. 저한테는 좀 작긴 합니다.”
“하기야······ 운동방으로나 쓰지 수련실로는 작지요. 그런데 직접 하시려고요? 저한테 말씀만 하시면 원하시는 대로 콱콱 넓혀드리겠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구상하고 있는 게 있어서요.”
최 소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 공간이라도 만들려나 보다, 하는 얼굴.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나는 비밀 공간이 아니라 어떤 것을 파내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후아!”
“다 됐습니다!”
“사장님! 확인해 주십쇼!”
모든 배송이 끝났다.
집에 들어가 느긋하게 돌아다녔다.
김철권이 준 집은 2층 구조, 지하 1층으로 이뤄진 50평 규모의 단독주택.
1층에는 거실과 부엌, 방 1개, 화장실 1개가, 2층에는 방 2개와 욕실 2개, 화장실 2개가, 지하에는 창고와 운동방이 배치되어 있다.
아침에만 해도 텅 비어 있었지만 이제는 꽉 찼다.
최고급 명품은 아니어도 상당한 가격의 가구와 가전들로.
아무리 이 세계 생활 물가가 싸다고 해도 값이 상당히 나갈 것이다.
지하실에 건축용품과 마법 욕조가 잘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최 소장의 손을 잡아 흔들었다.
“고맙습니다, 최 소장님. 덕분에 집이 꽉 찼네요.”
“하하하. 초인님께서 제게 해주신 거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그냥 마음의 선물입니다, 마음의 선물.”
가구와 가전이 다가 아니었다.
현금 꽉꽉 채운 금고를 선물 겸 판매 대금이라고 안겨주었다.
그 금고는 2층 안방 비밀 공간에 잘 숨어 있다.
얼마나 들었냐고?
나도 슬쩍 봐서 잘은 모르지만 20억은 가뿐히 넘는다.
제일보안에서 완벽히 세탁해서 건넨 용돈.
그리고 단검파 보스에게 얻은 단검 두 자루를 매각한 돈.
이 둘을 합쳤으니까.
최 소장이 개인적으로 더 넣기도 했고.
나에 대한 호의이기도 하고, 나한테 줘야 할 돈이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사장님. 저흰 가보겠습니다.”
“예,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조심히 가십쇼.”
“흠, 흠. 날이 좀 더운데······”
“예에! 고생하셨습니다!”
수전노는 수전노.
최 소장은 인부들이 더운 티를 내도 용돈 조금 음료수 하나 챙겨주지 않았다.
비싼 배송료 냈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
최 소장이 여름인데도 몸에 걸친 코트, 단검파 보스의 그림자 마법이 부여된 코트를 매만지며 내게 인사했다.
“초인님. 저도 가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여기 동작 감지기에 파출소랑 제 사무소 둘 다 연결해 놨으니까 뭔가 수상하면 바로 신호 보내십쇼.”
“걱정하지 마세요. 파출소가 코앞인데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털 도둑은 텁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초인님인데 별일은 없겠습니다만.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당분간 연락 안 드릴 테니 푹 쉬십쇼.”
최 소장이 인사를 하고 떠났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집.
아까 그토록 북적북적했던 게 거짓말 같다.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나무 벤치에 적당히 드러누웠다.
손에 든 것은 캔커피 하나.
적막과 함께 고요함이 새 우짖는 소리처럼 몰려온다.
“좋다······”
건우봉이 지척인 언덕길.
어느덧 6월 하순을 향해 달리는 시점이다.
햇볕은 뜨겁고 습기는 찰랑찰랑 차오르는 중.
무더운 바람이 뺨을 핥고 지나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달콤한 캔커피와 이르게 찾아온 매미 소리를 즐기며 살포시 눈을 감았다.
‘처음엔 진짜 막막했는데.’
병원비가 얼마였더라?
3천 3백만 원 정도 했었지?
그거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진짜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열을 내며 뛰었지.
더러운 마굴에서 뒹굴다시피 하며 돈을 벌고, 노루 패거리와 싸우고, 갑자기 튀어나온 성녀에게 세례를 빙자한 고문을 당하고······
많은 일이 있었다.
그래도 결과는 꿀처럼 달았다.
최소한 20억,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현금을 가지게 됐지.
무엇보다도 기껍고 기쁜 것은 바로 이 집.
무려 50평짜리 단독주택.
내가 평생 단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평수다.
전세로 1년 살았던 곳도 15평 남짓한 오피스텔이었지. 그나마 전세 사기로 경매 넘어가 버린.
옥상에 앉아 집을 찬찬히 살펴본다.
흔히 생각하는, 담장이 정원을 감싸고 구석에 텃밭도 있는 그런 형태가 아니다.
정원과 담장을 없애고, 두툼하고 단단한 외벽을 주변에 둘러싼 다음,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든, 가히 작은 성처럼 보이는 위압감 넘치는 단독주택이다.
원래 세계였다면 내부에 중정, 중앙 정원이 있었겠지만 그런 것도 없다.
오로지 보안, 보안만을 위한 형태.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ㄱ자 형태로 꺾인 출입로를 한참을 들어와야 하고, 그나마 삼중 철문으로 봉인되어 있다.
옥상도 마찬가지.
방범문이 아니라 아예 방범벽이 설치되어 있다. 내부에서 미리 열어두지 않으면 아예 출입이 불가능하다는 뜻.
‘이 세상엔 도둑이 많고 강도는 더 많아.’
이 집이라면 쉽게 털릴 일은 없다.
잠시간 즐기는 평화.
벤치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뒤적였다.
가장 먼저 처리한 것은 카드 할부금 완납.
한 차례 납부하여 11번 남아 있던 할부금을 오늘 완전히 끊어냈다.
“흐, 시원하다.”
현금이 20억 넘게 있지만 카드값 3천은 최고급 가구에 묻은 때 같은 거였다.
괜히 옛날을 생각나게 만든다고.
그래서 깔끔하게 갚아 버렸다.
다시는 생각나지 않게끔.
“휴우우.”
한참을 뒹굴다가 일어났다.
잠시간의 평화는 이 정도로 충분하다.
다시 달려야 할 시간.
돈 좀 벌고 집 좀 생겼다고 자빠져 있기에는 이 세상의 운명이, 또 옛 아버지 교단과 얽힌 내 악운이 너무나 험난하고 위태롭다.
철컥, 기이잉, 쿠웅!
방범벽을 내리고, 철제 격자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고, 전자 잠금장치까지 작동시켰다.
옥상에서 내려온 다음 향한 곳은 지하 1층 수련실.
오늘의 메인 이벤트가 남아 있었다.
‘지하실 북쪽 벽이었지.’
정확히 말하면 지하실 북쪽 벽을 무너뜨리고 1미터를 판 다음, 거기서 수직으로 10미터를 파고 내려가면 된다.
“후읍.”
나는 곡괭이를 쥔 다음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강타][근력][활기] [마력심][마력 회복][마력 흡수]“하압!”
기합과 함께 벽을 내리찍는다.
원래라면 수십 번은 넘게 곡괭이질 해야 무너질 벽.
하지만 강타로 휘둘러진 곡괭이는, 근력과 마력의 보조까지 받는 곡괭이질은 평범한 곡괭이질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그긍!
당장 벽에 금이 가면서 꽝꽝 무너져 내렸다.
나는 무념무상으로 곡괭이를 휘둘렀다.
벽에 어느 정도 구멍이 뚫리자 전동 드릴을 가져와 가장자리를 예쁘게 다듬었다.
그다음에는 다시 곡괭이질이다.
내가 초인이 되긴 된 모양이었다. 전동 드릴보다 곡괭이질이 훨씬 파괴적인 것을 보면.
‘원래는 건우봉 금역까지 클리어해야 만드는 시설이었지.’
건우봉 금역.
금역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곳이다.
공간 왜곡 범위도 좁고 정도도 약해서 건우봉이 관악산 크기로 불어난 것에 불과하니까.
지형도 평범한 산이자 고원. 괴물은 몽땅 토벌당했고 있는 것이라곤 청소부 협회에서 극비리에 운영하는 마약 농장 겸 인신매매 조직 거점 겸 신체 개조 공방밖에 없다.
아케인 서울에서는 그 조직을 소탕한 다음, 마법사 계열 초인과 함께 건우봉 금역을 방문하면 이런 메시지를 보게 된다.
[어, 이 느낌은······] [북쪽이다! 북쪽으로 향하고 있어!] [잠깐. 우리 거점이랑 가까운데?]이후 해당 초인에게 하루 휴식을 주면 특수한 시설이 개방된다.
[마력천]쉽게 말해 마력이 용솟음치는 온천이라고 보면 되겠다.
생명력이 0이 돼서 기절한 초인을 여기에 하루만 담가놓으면 완전히 회복된다.
신열 정도 치명적인 디버프가 아니면 어떤 디버프와 후유증도 사라지지.
심지어 자동으로 경험치가 쌓이는 효과가 있다.
“후읍, 후읍.”
쉬지 않고 곡괭이질을 했다.
역시 게임과 현실은 다르다.
게임에서는 터치 한 번에 시간만 들이면 끝날 일.
이 세상에서는 내가 직접 움직여야 했다.
그렇다고 사람을 쓸 수도 없잖아.
마력천은 이런 집 한 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보물이니까.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지치면 자동 드릴을 가져와 구멍을 팠다.
엄청난 속도였다.
거의 인간 천공기가 따로 없었다.
아침부터 꼬박 구멍 뚫기에 골몰한 결과, 늦은 오후쯤 10미터를 몽땅 파내는 것에 성공했다.
푸확!
온천수 터지듯 마력천 물이 길게 솟구쳤다.
차갑디차가운 물이 땀으로 흠뻑 젖은 나를 적신다.
청량하면서 서늘한 감촉.
동시에 전신이 자극되면서 뜨끈한 기운이 돈다.
마력천의 효능이 벌써 발현되고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쓰려면 마법 욕조를 쓰는 것이 필수.
서우진네 마력 집중진만큼은 못해도 그 절반 효율은 나오지 싶다.
“배고프네.”
밥이라도 먹고 할까?
아니다.
기왕이면 오늘 일을 다 끝내고 쉬도록 하자.
나는 구덩이를 적당히 다듬은 다음 모터를 가져와 물을 뺐다.
그리고 급속 시멘트를 반죽하고 구덩이에 치덕치덕 발랐다.
노가다 경력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때 경험이, 또 어깨너머로 훔쳤던 기술이 도움이 되었다.
유튜브 비슷한 이 세계의 플랫폼도 한몫했지.
나는 막일만 해서 제대로 된 기술이나 세세한 것까진 모른다.
그런 부분은 모조리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찾아보고 따라 했다.
스마트폰은 무적이다. 동영상 플랫폼은 신이고.
어떻게든 모터 설치와 배관 공사, 마무리까지 다 끝을 냈다.
바닥을 완전히 덮고 마법 욕조와 커튼으로 위장까지 끝낸 다음 길게 기지개를 켰다.
“으으으, 죽겄네. 죽겠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아니, 빨리 끝난 거라고 해야 할까?
현재시간 새벽 3시.
내가 오전 11시부터 1분도 안 쉬고 일했으니까 16시간이 걸린 셈이다.
덕분에 온몸이 찌뿌드드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제작][개조][수리] 3종 세트.그럼 개시해보자.
냉장고에서 캔커피와 샌드위치 하나를 가져왔다.
마법 욕조에 트레이를 장착하고 그 위에서 식사를 즐겼다.
이미 마력천 물이 차 있는 상태.
욕조의 마법이 작동하며 물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살랑살랑 작용하는 회복, 정화, 마력 집중 마법.
뼛속까지, 내장까지 뜨끈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돈되지 않아 거칠게 흐르던 마력이 조금씩 고요해진다.
느릿하게 가라앉는 정신.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육체.
옥상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평온함이 나를 포근하게 감쌌다.
넥타르의 잔존 마력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마력 연공법만은 못해도 상당한 효과.
‘이게 천국이지.’
마력천에 취해 있노라니 끼무룩 잠이 몰려왔다.
돌연변이 후유증에 시달려 기절하듯이 잤을 때랑은 달랐다.
아무 걱정 없이.
아무 근심 없이.
이 세상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집다운 집에서. 진짜 내 집에서.
다디단 꿀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