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299)
특성 쌓는 김전사-299화(299/300)
특성 쌓는 김전사 299화
특성 쌓는 김전사
정적.
세계가 얼어붙었다.
적막.
옛 아버지가 박제된 괴수처럼 멈춰 섰다.
이내 이마가 쪼개지기 시작.
균열이 이마부터 얼굴, 목, 몸통을 타고 내달린다.
서서히 갈라지는 옛 아버지.
“너, 너!”
안간힘을 쓰며 봉합하지만 소용없다.
내 일격은, 일검은 옛 아버지와 신국을 함께 베어 버린 다음이었으니까.
쩌적, 쩌저적.
우주의 성좌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저 아래 지상도 마찬가지다.
공간 전체에 금이 가면서 파멸을 향해 질주했다.
옛 아버지가 영혼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렇게,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다! 이렇게는!”
이제 와서 뭘.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불어닥치는 폭풍.
운명선과 숙명선이 함께 뒤틀렸다.
그것으로 혼돈 붕괴가 더욱 가속되었다.
“으으으, 으아아아아!”
작은 아차원 전체로 울려 퍼지는 절규.
더는 버티지 못했다.
공허와 광명을 뭉쳐 만든 육체가 부풀어 오르더니 폭발해 버린다.
어마어마한 마력과 신성력을 함께 뿜어내면서.
그 막대한 힘이 나를 후려갈겼지만 나는 팔짱만 끼고 지켜보고 있었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
[오오오…….] [해방이다…….] [드디어…….] [살았구나…… 살았어…….]신성력과 마력의 폭풍.
그 사이에서 구름처럼 몰려나오는 유령들이 있었다.
희끄무레한, 소멸 직전까지 몰려 깜빡거리는 영혼들.
옛 아버지 교단의 법복, 혹은 장비를 차고 있었다.
즉, 옛 아버지 교단 소속 사제와 성기사들.
혹은 성전사, 신도들.
[오, 오, 오.] [구원이 왔도다!] [빛이 오셨도다!] [구원자를 찬양하라!]영혼들이 날 감싸고 돌며 괴성을 질렀다.
아직 끝이 아니다.
차분히 기다렸다.
세계가 붕괴하고 있어도.
우주의 성좌가 쪼개져 유성우가 되어 쏟아져도.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마침내 내가 기다리던 것이 출현한다.
무지갯빛 보석.
아니, 물질이라고 해야 할까?
휘황찬란한 빛을 머금은 물질이면서 물질이 아닌, 순수한 힘이면서 힘이 아닌 어떤 것이 고요히 떠오르고 있었다.
신성의 조각.
저걸 취하면 나는 바로 신격이 된다.
9레벨이 되고, 지구에서 가장 강한 초인이 된다.
하지만 나는 신성의 조각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뒤편.
조용히 허리를 세운 한 영혼을 보고 있었다.
호리호리한 체형.
머리에서 빛나는 흑금관.
까만 흉갑에 강철 치마.
성녀였다.
생전 모습 그대로, 노파가 아닌 20대 후반 얼굴.
성녀가 나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무릎을 꿇는다.
두 손을 땅에 댄다.
머리를 박아 극공경하는 태도로 절을 한다.
[감축드리옵니다. 구원자시어.]예전과는 180도 다른 모습.
[구원자께서는 당신의 운명을 파괴하고 지고한 숙명을 손에 넣으셨나이다.] [오, 오, 오, 오!] [구원자를 찬양하라!] [지고하고 지고할지니!] [당신께서는 온 세상을 구원할 것입니다!]영혼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성녀가 얼굴을 들었다.
열띤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낮은 자세를 취하고 있어도 성녀는 성녀.
두 눈에 어린 광기만큼은 여전했다.
[구원자시어!]비명처럼 내지르는 고함.
[바라옵건대 구원자시어, 새 시대의 신왕이시어! 옛 아버지의 신성과 신위, 신국을 취하시고 혼돈신좌에 오르소서! 혼돈의 신왕으로서 탄생하시어 이 세상을, 이 지옥 같은 지구를 구해 주소서! 하찮은 인간 무리를 이끌어 고통의 바다에서 건져 주소서!]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게 그거였나.’
성녀의 궁극적인 목적.
휴거로 영혼 전쟁을 벌일 때 옛 아버지가 성녀를 두고 신실하지 않다고 평가했던 이유.
성녀는 단지 자기 목표를 위해 옛 아버지를 섬겼을 뿐이다.
큰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다.
그저 얻어걸렸을 뿐.
그 증거로 성녀의 영혼이 충격과 경악, 불신으로 파르라니 떨리고 있다.
“내가 왜?”
퉁명스럽게 되묻자 성녀가 머리를 땅에 박았다.
[구원자께서는 물론 당신만의 신위를 얻으실 수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구원자시어!]성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최소한 천만은 될 유령 무리.
옛 아버지 교단이 다가 아니다.
천사군과 악마군.
신국에 사는 괴수종.
심지어 신국 그 자체가 그림자처럼 투영되고 있었다.
[혼돈의 신좌를 얻으신다면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 됩니다! 구원자께서는 혼돈의 신왕이자 신국의 절대자로서 영세토록 군림하실 겁니다!]나쁜 거래는 아니다.
옛 아버지가 수천 년 동안 쌓은 재산은 어마어마하니까.
이 군대를 가진다면, 세계 정복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
마음만 먹으면 인류 제국의 신황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다.
하지만…….
“좆까, 씨발아.”
나는 성녀를 그대로 걷어찼다.
[아아악!]단숨에 수천 조각으로 찢어지는 성녀.
일부러 남겨 놓은 머리통만 데구루루 굴러갔다.
성녀가 고통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의아했는지 안간힘을 써서 날 쳐다본다.
[왜, 왜, 어째서…….]“어째서는 씨발아.”
나는 손가락을 들어 성녀를 가리켰다.
“엿 같이 굴 때는 언제고 지금은 왕이 돼 달래? 필요 없으니까 꺼져.”
화악!
불꽃이 타오른다.
투명한 신의 불길이 성녀를 불사른다.
가장 큰 덩어리인 머리통은 물론, 수천 조각 난 몸통 전부가.
[아악! 아아아아아악!]길게 늘어지는 비명.
모여 있던 영혼들이 도망치기 시작한다.
[아, 안 돼!]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옛 아버지에게 자기들을 바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난리야?
손가락을 가리킬 필요도 없다.
힐끔 한 번씩 쳐다보았다.
내 의지가 세계에 종말을 강요하고, 마찬가지로 투명한 화염을 선사했다.
흑염과 지고화, 무극신화를 거쳐 진화한.
그야말로 궁극의 종말염이.
[아아아아악!] [싫어어어어어어!] [으아아, 으아아아!] [자비를! 제발! 구원자시어! 자비를!]지랄하고 자빠졌네.
그래서 지들은 광주 시민들을 그렇게 학살했나?
거의 100만에 가까운 인구를?
지금 내가 확인한 영혼 중에 무고한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광주 시민들의 영혼은 이미 소화까지 끝났고, 남은 것이라곤 옛 아버지 교단 소속 인간과 천사, 악마, 괴수뿐이다.
그렇다면 죽어야 한다.
아니, 소멸해야 한다.
자기들이 쌓은 업만큼.
철저히 고통받고 고문당하다 영혼까지 사멸하는 궁극적인 종말.
그것이 내가 이 영혼 무리에 내린 판결이었다.
“퉤! 쓰레기 같은 새끼들.”
신국이 죽어 가고 있다.
궁극의 종말염은 차원계까지 달라붙었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세계의 근원을 내가 베어 버린 다음이니까.
그럼 챙길 건 챙기고 빠져나가야겠지.
솨아아아.
신성의 조각 흡수.
지극히 고귀하고 아득히 광대한 힘이 영혼에 꽂힌다.
영혼과 정신, 육체가 조금씩 확장되는 느낌.
잠시 음미하다 말고 정신을 차렸다.
완전하게 9레벨에 올라서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한 달 이상 명상하고 고양해야 완벽히 9레벨이 될 것이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지.
저벅.
한 걸음 크게 내디뎠다.
공간과 공간이 접힌다.
공간 도약을 넘어서는, 그야말로 축지법에 가까운 일보.
“어?”
“선생님!”
제자들이 날 보고 깜짝 놀랐다.
“뭐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길이 사라졌어요!”
제자들이 딛고 있던 성좌의 띠.
그게 다 붕괴해 있던 것이다.
남은 것은 우주를 연상시키는 무중력 공간이 전부.
나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옛 아버지는 죽었다.”
“예?”
“네?”
“죽다니요? 그게 무슨?”
“설명할 시간 없어.”
마력을 손처럼 뻗었다.
제자들을 한꺼번에 감싸고 한 걸음.
성희영과 금오 그룹 이사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검천님!”
“이기신 겁니까!”
“예. 바로 가죠.”
차례대로 픽업한다.
올라올 때와는 반대 순서.
거수곰, 해골뱀, 대주교 셋이 세 번째.
물고기 인간 5인방이 네 번째.
겨울 여왕과 이종족 다섯 명이 다섯 번째.
마지막이 용들이었다.
[인간!]은룡이 나를 보고 부르짖었다.
[신국이 붕괴하고 있다! 빨리 탈출해야 한다!]“[압니다.]”
[차원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공간 균열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어!]초인들이 자기 자리에서 표류하며 안절부절못하던 이유.
단순히 성좌의 띠가 끊겨서 그런 게 아니다.
신국 전체가 수천 조각으로 찢어져서 그런 거다.
달려서든 날아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가 없게 됐다는 뜻.
“[저만 믿으세요.]”
나한테는 상관없는 이야기.
마찬가지로 마력을 길게 늘어뜨렸다.
거대한 용들을 한꺼번에 감싼 다음 바로 한 발자국.
찢어진 세계가 뒤로 넘어가고 특공대 전원이 검은 황야에 도착해 있었다.
[어…… 이건 대체…….] [인간! 어떻게 한 거냐?] [분명 순간이동 마법이 안 먹혔거늘!] [8레벨 대마법사도 못 했을 일을, 어찌 8레벨 전사가 한 거냐?]그야 나는 사실상 8레벨이 아니니까 그렇지.
무시하고 쭉쭉 나아갔다.
쪼개진 대지 위, 연합군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행히 공간 균열이 여길 덮치진 않은 것 같다.
부활 기적을 가장한 제물 기적이 깃든 대지 조각이라 그런 모양.
“검천!”
“검천!”
8레벨 초인들이 깜빡 꺼졌다가 켜지듯 내 주변에 나타났다.
“음?”
뭘 느낀 걸까.
포카가 눈을 치켜뜨고 날 보고 있었다.
“검천, 그대…….”
급기야 앓는 소릴 내며 나를 부른다.
“설마, 옛 아버지를 죽이고 그 신성을 흡수한 겁니까?”
“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신성을 흡수해요?”
초인들이 놀라 나와 포카를 번갈아 쳐다본다.
나는 담담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옛 아버지야말로 이번 사태의 근원 아니었습니까?”
“허.”
“세상에.”
“신을 죽이다니.”
“저는 성녀만 죽이고, 옛 아버지는 봉인하는 선에서 끝낼 줄 알았습니다.”
“잠깐만요.”
태양 마탑주가 불신 어린 시선을 던졌다.
“혼자서 옛 아버지를 죽이셨다고요? 강림 전에 끝낸 게 아니라?”
“예.”
“말도 안 돼…… 신멸 전쟁 때 신격이 수십 넘게 죽긴 했지만, 9레벨 영웅 열 명 이상이 몰려가서 이뤄 낸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검천님께서는 혼자 가신 거 아니었습니까? 특공대는 어디까지나 길만 열어 준 것으로 압니다만.”
잠시 입을 닫는 마탑주.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간다.
무슨 결론을 내린 건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9레벨이 되신 겁니까?”
그렇지.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지.
시선이 집중된다.
두 군단장도, 말을 꺼낸 마탑주도, 신화 그룹 회장도, 포카도, 신군과 혈왕, 대장로도 타는 듯한 눈길을 내게 던지고 있었다.
내가 데려온 특공대 인원도 마찬가지.
아주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고 봐야죠.”
“허! 거참!”
“나이 스물셋에 9레벨이라니!”
“신기록 아닌가? 신기록!”
“그 천마도 20대 후반에 9레벨이 됐습니다!”
“경사로군, 경사야!”
“축하하네! 검천!”
“축하드립니다!”
“검천님이야말로 삼대 천마가 되실 분입니다!”
삼대 천마라니.
그런 거 줘도 안 가진다.
내가 전생에 천마였고, 천마의 기억을 다 받긴 했지만 그거 엄청 귀찮은 자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엎드려 절하는 마교도에, 가르침 요청에, 마교 운영에 영토 경영까지…….
천마였음을 밝히고 귀찮아지느니, 내 인생을 사는 게 백번 낫다.
제자들이 활짝 웃었다.
“선생님 제자가 된 게 진짜 제 인생 최고 행운이에요!”
“축하드려요!”
“완전 역대급! 와! 저 진짜 감동 먹었어요!”
“처음 뵈었을 때도 대단하셨지만 정말이지, 이건…….”
다들 꿈꾸는 듯한 표정이다.
하늘강에 타고 있던 김철권, 김마법, 김사제, 최선수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역시 주군이십니다. 주군께 충성을 맹세하던 때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주군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형! 9레벨이시라고요? 정말 축하드려요! 지금 생각하면 9레벨 될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것 같아요. 처음 저 만나셨을 때부터 형은 완전 달랐잖아요.]그렇긴 했지.
내가 태양 마탑 숙원을 풀어 줬잖아.
[형! 우리 신님도 형한테 축하드린대요. 조만간 예물 들고 찾아가신다는데, 그래도 괜찮죠? 저한테 강림 한번 하실 건가 봐요!]김사제네 신이 내 라인을 탈 모양이다.
사도한테 강림 한번 하고 나면 사도가 엄청 강해지거든.
[검천님! 오늘로 검천님께서는 역사를 쓰셨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당장 소설 작가랑 영화 제작사 섭외해서 검천님 위인전이랑 일대기 영화를 만들어야겠습니다!]그런 거 하지 마.
쪽팔린다고.
파앙!
군단장이 내 등을 치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이제 여한이 없다, 여한이 없어! 너야말로 지구제일인, 아니 고금제일인이 아니냐! 평범한 신격도 아니고, 옛 아버지를 일대일로 꺾어 버리다니! 어디, 들어보자. 무슨 수를 써서 죽인 거냐?”
“묵호검으로 내리치기를 했습니다.”
“응? 뭐라고?”
“보이시죠? 신혈이 묻은 거.”
묵호검을 뽑아 보여 주었다.
원래는 까만 검신이던 묵호검.
옛 아버지의 신혈이 묻어서일까?
금빛과 묵빛 문양이 불꽃처럼 새겨져 있었다.
단순히 파괴 불가와 강력한 물리 공격력만 있던 검에서, [신살] 특성이 부여된 신검으로 거듭난 것.
“오오, 오오오!”
군단장이 묵호검을 보곤 소리를 질렀다.
“잘했다! 잘했어! 아주 잘했다!”
소리를 지르다 못해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이제 정말로 여한이 없다…… 지금 죽어도 좋아. 9레벨만 되어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거늘 신살을 이루다니…… 그것도 옛 아버지 같은 대신격을…….”
“오래 사셔야죠. 앞으로 100년만 더 사십쇼.”
“응? 떼끼! 늙은이를 놀리려는 셈이냐! 그러다 치매 와! 나이 들면 곱게 죽어야지! 벽에 똥칠해 가며 살 생각은 없다!”
“하하하.”
아쉽지만 웃고 즐길 시간은 없다.
구우우웅.
하늘강이 낮게 비행하며 가까이 다가왔다.
아울러 반짝, 빛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나는 하늘강의 여신.
[검천. 퇴로가 막혔다. 차원문이 소멸했어. 신국 붕괴도 얼마 안 남았다. 5분 안에 탈출하지 못하면 모두 죽는다.]“괜찮습니다.”
나는 검을 움켜쥐며 대답했다.
“지금 나가면 돼요.”
검을 내리긋는다.
신살검이 세계와 세계를 쪼갰다.
갈라지는 차원의 벽.
푸른 균열이 거대하게 그어지고 건너편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통과했던 차원문보다 몇 배는 큰 크기.
어깨를 나란히 해도 한꺼번에 수천 명씩 통과할 정도로.
숨넘어가는 탄성이 들렸다.
“맙소사…….”
“칼질로 차원문을?”
“멀린 님도 차원문을 만들려면 주문을 외우셔야 하는데…….”
“지브릴 님도 마찬가집니다.”
이걸로 놀라면 어떻게 해?
검을 몇 번 더 그었다.
차원 균열 세 개가 더 생겼다.
동서남북으로, 수만 연합군이 5분 안에 탈출하고도 남게끔.
“돌아가죠.”
신살검을 회수하고 걸음을 옮겼다.
“집으로.”
차원 균열을 넘었다.
어떻게 소식을 들은 걸까?
저 멀리 송파구 초인탑이 꽃처럼 만개하고 있다.
사실상 9레벨이 된 나를 축하하기 위해서.
한쪽 벽면만 여는 것이 아니라 벽면을 전부 열어서.
펑! 퍼엉! 펑펑!
마법 폭죽이 대한민국 하늘 전체를 수놓는다.
어딜 보아도 마찬가지.
광주 참사를 덮으려는 건지 이 악물고 터뜨리는 모양새다.
“와아아!”
“검천님 만세!”
“만세!”
“9레벨! 9레벨! 9레벨!”
광주시를 지키던 군인들이 뛰쳐나와 함성을 질렀다.
타타타탕! 타타탕!
하늘에 대고 총을 쏴 대는 군인도 있었다.
얼싸안고 방방 뛰는 사람도 보였다.
이 참혹한 세상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그럴까?
다들 유령도시가 된 광주시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가만히 몸을 돌려 서쪽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가 떨어진다.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부상하고 있다.
이 세상도 그와 같다.
에피소드 1, 2, 3…….
성녀 파트는 최소한의 피해로 막았지만 내가 아는 에피소드만 6개가 남아 있다.
‘악룡, 지옥문, 핵전쟁.’
진리탑이 흑막인, 어쩌면 로마의 마르스가 개입했을지도 모르는 세 개 에피소드.
‘빙하기, 외계인 공습, 차원 균열.’
9레벨 초인 중 하나, 리바이어던이 차원 융합을 연구하다 일으키는 에피소드 셋.
‘그리고…… 대종말.’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성녀가 날 소환한 직접적인 이유가 된.
에피소드 10.
게임에서도 겪어 보지 못한 그것.
‘갈 길이 멀어.’
주먹을 꽉 쥐었다.
9레벨이 됐다고 끝이 아니다.
에피소드 9에 10레벨 주신 레이드가 업데이트되니까.
그럼 에피소드 10에는?
토르나 가이아보다 강한 보스가 출현한다는 뜻.
‘특성을 더 쌓자.’
방법은 있다.
이 세상 특성을 전부 다 모으는 거다.
계열 제한이 걸린 특성도.
각 캐릭터만의 고유 특성도.
쌓고 쌓아서 금자탑을 만들자.
9레벨을 넘어 10레벨까지 닿는 탑을.
그것으로 전쟁신 마르스와 차원 융합체 리바이어던은 물론 대종말도 죽여 버리는 거다.
그러면 끝이다.
이 막장 세상이 조금은 살기 좋아지겠지.
나 또한 침대에서 미적미적 게임이나 하며 세상 행복한 게으름뱅이로 살 수 있겠지.
나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는.
특성 쌓는 김전사니까!
–작가의 말–
내일, 특성 쌓는 김전사가 완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