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37)
특성 쌓는 김전사-37화(37/300)
황금 쌓는 김사제 -3-
퍼먹인다.
“으으으······”
마구 퍼먹인다.
“그만······”
무시하고 퍼먹인다.
“더, 더는 못 먹어요!”
김사제가 헛구역질을 했다.
옆에 조그마한 골드바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물론 진짜 산은 아니고 미니어처 산. 주먹 한 줌 정도 될까 말까 한.
나는 집게로 골드바를 들어 마법 솥에 가져갔다.
“왜 못 먹어요?”
“속이, 속이 끓는 것 같아요!”
“아 그거 마력 반응이에요. 신경 쓰지 말고 기도나 열심히 해요. 마력, 아니 신성력 올려야죠.”
“그러다 저 죽어요! 마력 중독 걸린다고요!”
“누가요? 사제 씨가요? 모르는 소리.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기도나 한 번 더 하세요.”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안 죽는다니깐요?”
튜토리얼 캐릭터 넷은 저마다 특징이 있다.
김전사가 대표적이지. 백지 신체를 갖고 있으니까.
김사제는 어떨까?
바로 마력 중독이 없다는 거다.
사제 계열 초인이 대부분 그렇지만 김사제는 더 심하다.
섬기는 신이 알아서 마력을 알아서 잘 가공해서 내려주거든.
황금을 퍼먹으면 퍼먹는 대로 신성력이 되어 쌓인다.
‘게임에선 썩 좋지 않았지.’
금을 구하기 힘들어서 그렇다.
게임에 금은방을 구현하는 게임사가 몇이나 되겠어.
마물이 떨어뜨리는 걸 줍거나, 가끔 랜덤하게 뜨는 금괴나 금화를 사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 파티에 김사제가 있으면 [황금이다!]를 외치곤 했지.
현실에서는 다르다.
금은방만 가도 금괴, 금화, 금 장신구가 널려 있다.
신원 시장도 마찬가지.
방금 나는 동네 금은방은 물론 신원 시장도 털어온 다음이었다.
“많이 드세요. 많이. 아직 많이 있어요.”
“으······”
김사제가 토할 것 같다는 표정을 짓는다.
쌓아놓은 황금 미니어처 산 옆.
황금 예술품 몇 점이 놓여 있었으니까.
손가락보다 작은 불상, 정체 모를 신의 성표, 신성 문자가 새겨진 황금 찻잔.
나는 액체 황금을 짓이겨 가루로 만들며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레벨 낮을 때는 그냥 황금만 녹여 드셔도 괜찮아요. 그런데 레벨 높아지면 황금으로는 안 돼요. 그때부터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귀에 못이 박히겠네요. 다 외웠다구요. 기체로 만들어 마시거나 황금 예술품을 녹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죠. 그럼 예술품 중에서는 뭘 드시라고 했죠?”
“종교 관련한 예술품이요.”
“정답입니다.”
금가루를 차에 타서 먹는 건 어디까지나 제 2안.
정석은 기화시켜 마시는 거다.
제물로 바친답시고 대충 날려 보내지 말고.
이건 3레벨 때 이야기고 5레벨이 되면 또 달라진다.
“5레벨부터는 성물로 바꾸셔야 합니다. 다른 종교의 성물요. 황금 소재여야 하고요.”
“으······ 그런 걸 어디서 구하죠?”
“창고에 없어요? 사제 씨 교단은 역사가 오래됐으니까 뭐가 있어도 있겠죠.”
“저도 교단 창고에는 안 들어가 봐서요.”
“대주교 되면, 아니 총대주교 되면 꼭 들어가 보세요. 사제 씨 교단에선 5레벨이 총대주교라면서요? 그럼 명분이 있죠. 교단 창고 보물을 마음대로 써도 될 거 아닙니까.”
그러면서 나 줄 성물도 챙기고.
성물만 있겠냐? 마법 무구도 많지 싶다.
아무리 가난뱅이에 영세 교단이라고 해도 3천 년 역사 동안 쌓아온 게 있을 테니.
“으······ 좀 쉬었다가 하면 안 돼요?”
“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기도만 하는 건데 뭐가 그리 힘들어요?”
“진짜 힘들어요······ 신님을 계속 대면해야 한다고요.”
“그거 좋네요. 그러다 사도 되시는 거 아닙니까?”
“에엥? 사도가 그렇게 쉽게 돼요?”
“신을 자꾸 만난다면서요.”
“진짜로 만나는 건 아니고, 존재감만 느끼는 거예요. 우리 신님은 존재도 잊혀서 명확하게 말씀을 하실 수도 없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더해보죠. 자, 쉬지 말고 쭈욱 들이키세요. 쭈욱 쭉쭉!”
“으아아······ 괜히 한다고 그랬어.”
김사제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새끼 새처럼 찻물을 받아마셨다.
내가 사도 운운한 건 빈말이 아니다.
김사제가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까.
아마도 조만간.
숨겨진 조건을 만족하기만 하면.
내가 알려준 방법대로만 해도 오래 걸리진 않을 거고.
“음······”
김사제가 황금 섞은 차를 마시다 말고 침음성을 흘렸다.
두 번째 각성.
혹은 레벨 업.
겉에서 보기에는 2레벨이 될 때와 비슷했다.
신성한 후광이 번지고 힘의 파장이 물결친다.
미리 김사제가 결계를 안 쳐놨으면 바깥에서도 각성의 순간을 알아챘을 정도로.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김사제를 구경했다.
김사제는 한참이나 법열에 잠겨 있다가 느릿느릿 눈을 떴다.
“와!”
제자리에서 껑충 뛰는 김사제.
“제가 3레벨이 됐어요! 제가 주교가 됐다고요!”
“어때요? 거북한 느낌 같은 거 있어요?”
“신기해요. 전혀 없어요. 몸이 진짜 가벼워요. 신님이 계신 천상으로 승천할 것만 같아요!”
“잘 됐습니다. 그럼 이것도 마저 먹죠.”
“저기, 초인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저 주교라구요. 주교.”
“그래도 준비한 것까진 먹어야죠. 4레벨 안 될 겁니까?”
“4레벨 되고 싶긴 한데요, 나중에 돼도 괜찮아요. 몇 년 후에 돼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가 안 괜찮습니다. 어서 드시죠.”
“으······”
강권하다시피 황금을 퍼먹였다.
준비한 골드바와 예술품 세 점까지 모두 클리어.
4레벨은 못 됐다.
애초에 4레벨이 되려면 수백 억대 황금이나 수십 억대 황금 무게로 만든 예술품이 필요하다.
내가 준비한 예산은 1억. 처음에 김사제에게 감정료로 주려고 했던 금액에 불과했다.
이걸 가지고 3레벨이 된 것만 해도 엄청나지.
확실히 장점이 있는 녀석이고, 교단이다.
“휴.”
김사제가 주먹을 몇 번 쥐었다가 폈다.
“저 정말 강해졌어요. 신님께서 힘을 많이 내려주셨어요.”
김사제의 시작 특성은 [치유의 손].
레벨이 오를 때마다 특성이 늘어난다.
지금은 3레벨이니까 [정화]와 [신성 방어막], [빛의 화살]이 생겼겠지.
김사제가 손 위에 빛 덩어리를 띄우더니 으스대듯 말했다.
“어때요? 엄청 강해 보이지 않아요?”
10대 후반.
원래 세계에서는 멀쩡히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
강해진 걸 자랑하고 싶겠지만 번지수 잘못 찾았다.
이 막장 세상에서는 자기 분수도 모르고 설치다간 뒷골목 어디쯤에서 죽어 자빠지기 십상이니까.
휙!
들고 있던 숟가락을 던졌다.
투척 특성으로 정확히 빛 덩어리를 맞췄다.
빛이 푸스슥 꺼지자 김사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어?”
“사제 씨. 3레벨 됐다고 무적은 아닙니다. 방심하면 3레벨 아니라 5레벨 초인도 훅 가요.”
“쳇. 그렇게 정색하실 필요 없잖아요.”
“정색해야죠. 사제 씨, 1레벨과 3레벨은 다릅니다. 1레벨은 이런 빈민가에서 숨어 살 수 있지만 3레벨부터는 어쩔 수 없이 노출될 수밖에 없어요. 아티팩트와 성물로 정체를 숨기고 다녀도 이단심문관들이 언젠가는 냄새를 맡고 쫓아올 겁니다. 그때 그런 허접한 능력 자랑하다간 정말로 죽어요.”
“방어막으로 막으면 되죠.”
“방어막이요? 한 번 써보세요.”
어려서 그런지 사회의 쓴맛을 모른다.
김사제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두 손을 겹쳤다.
서서히 전개되는 방어막.
내 마력 방어막은 기본적으로 투명하고 살짝 파란색을 띠고 있다면 김사제의 방어막은 농도가 굉장히 짙은 우윳빛이었다.
탱탱하게 탄력이 있어 누르면 튕겨 나올 듯한 질감.
방어력만으로 따지면 마력 방어막보다 훨씬 나은 신성 방어막.
하지만 나는 답을 알고 있다.
구석에 놔둔 골프백에서 소총을 꺼냈다.
총이야말로 내 대답.
철컥, 일부러 쇳소리를 내고 겨냥하자 김사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 그건 반칙이죠!”
“왜 반칙인데요?”
“그야······”
“사제 씨. 여기 살면서 철권파랑 단검파랑 싸우는 것도 못 봤습니까? 소총이랑 산탄총 막 쏘잖아요? 권총은 잘 쓰지도 않아요. 거기다 수류탄에 로켓포까지 동원했는데 못 봤습니까?”
“봤어요······”
“앞으로 사제 씨가 마주칠 상황입니다. 소총은 애교에요. 어떤 놈은 기관총 갈길 거고 어떤 놈은 대물 저격총 쏴댈 겁니다. 신성 방어막이요? 소총탄은 막겠지만 그게 한계죠.”
무한하게 막을 수도 없다.
소총탄 수백 발을 맞으면 방어막도 깨진다.
나는 소총을 거두고 당부하듯 말했다.
“항상 조심하셔야 합니다. 최소한 사제 씨 신이 깨어날 때까지는요. 우선 지역 회합부터 소집하고 주교 인정을 받으세요. 그다음 용병을 고용하든 교단 수호자들을 성기사로 만들든 해서 보호를 받고요. 전사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사제는 정말로 무력합니다.”
김사제 자체가 전투력이 약한 편이다.
사제,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캐릭터.
물몸에 철저히 보조 능력.
치유의 손-정화-신성 방어막 3종 세트는 참 좋지만 빛의 화살로 뭘 하겠어.
게임에서는 치유의 손과 빛의 화살을 지우고 가호와 축복 같은 걸 쥐여 주곤 했지. 치유는 김사제가 나한테 준 성물로 써도 되니까.
머리를 숙이고 있던 김사제가 고개를 든다.
나를 보는 두 눈에 한 가닥 열망이 감돌고 있었다.
“그럼 초인님을 고용해도 될까요?”
“저를요?”
“네. 초인님이라면 믿을 수 있어요.”
자기 친형 보듯이 신뢰감 가득한 눈빛.
입이 조금 깔깔해졌다.
나는 적당히 이용해 먹으려고 친절하게 군 건데 이 녀석이 너무 순진하다 싶어서.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된다.
나는 단호하게 머리를 저었다.
“전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아쉽네요······ 뭘 하셔야 하는데요?”
“강해져야 합니다.”
“성기사가 되도 강해지는데요?”
“그것보다 훨씬 더요.”
일개 성기사로 만족할 수는 없지.
7대 교단 성기사도 아쉬운 판에 이런 극소규모 교단이라면 더더욱.
김사제는 입맛을 다시면서도 더 권하지는 않았다.
대신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그래도 당분간만 절 호위해주시면 안 될까요? 초인님 말씀대로 지역 회합을 소집할 생각인데 저 혼자 가기가 그래요. 주교님도 오실 거고······”
“좋습니다. 그 정도는 해드리죠.”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게요! 의뢰비 드려야죠? 기대하셔도 좋아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기대하지요.”
뭐 주려고 그러니?
많이 안 바란다.
성검 한 자루. 딱 성검 한 자루만 줘라.
형이 그거 하나만 받고 만족할게.
김사제가 즉석에서 편지를 휘갈겨 썼다.
인주에다가 자기 엄지를 문지르고는 편지에 찍는다.
신성력을 꾹꾹 눌러 담아서.
아주 약한 마력 파장이 느껴진다.
다른 초인들은 몰라도 같은 교단의 사제들은 알 것이다.
이 지장이 3레벨 초인, 즉 자기들 기준으로 주교에 의해 찍혔다는 사실을.
간단히 말해서 주교의 소집령.
누가 감히 거부하겠나.
완성된 편지를 신상 손에 올리고 태웠다.
우윳빛 신성력 연기가 신상의 코에 빨려 들어간다.
신상이 눈을 한 번 빛내고는 침묵했다.
김사제가 큰일 해냈다는 듯 숨을 들이마셨다.
“후아! 내일 바로 모이기로 했어요.”
“다들 근처에 있나 보죠?”
“그럼요. 서울이랑 수도권 사는 사람이 엄청 많잖아요. 사제님들도 이 근처 많이 계세요.”
“몇 명이나 온답니까?”
“모르겠어요. 그래도 대여섯 분은 오시지 않을까요?”
주교님은 안 오셨으면 좋겠는데.
김사제가 중얼거리다가 내 시선을 느끼곤 헤헤 웃었다.
바로 다음 날 밤.
서울 근교의 한 폐교회.
재건축이 진행 중인 곳에서 지역 회합이 열렸다.
“어허, 김사제 아니냐!”
“3레벨이 되었다고?”
“이런 세상에! 신님의 축복이 있으셨구나!”
“우리 교구에서 주교가 탄생하다니!”
“잘 됐구나. 잘 됐어!”
워낙에 작은 공동체라 그럴까?
김사제의 레벨 업 소식을 들은 사제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모인 인원은 여섯.
2레벨 1명에 1레벨 5명.
한숨만 나오는 숫자였다.
“올 사람은 다 왔나 봅니다. 슬슬 시작할까요?”
좌장격인 2레벨 사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시지요.”
“시작하셔도 되겠습니다.”
“그럼······”
막 개회 선언하려고 할 때.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어둑한 폐교회를 가로질렀다.
“누구 마음대로?”
웃고 있던 김사제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끼이익!
폐교회 문이 거칠게 열렸다.
어두컴컴한 바깥.
흐리다 못해 창백한 보름달 아래.
한 노인이 덩치들을 거느리고 서 있었다.
매부리코에 비쩍 말라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용모.
오른손에 든 황금 지팡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분명 많이 본 지팡이.
특히 황금 지팡이 끝에 달린 장식이 익숙했다.
‘저건······’
X자 모양 장식.
자세히 보니 알겠다.
게임 속 김사제의 이마에 있던 흉터와 완벽히 일치했던 것.
“주교님이세요.”
그래. 바로 그놈이었다.
김사제 개인 퀘스트의 주요 빌런.
스토리 상 김사제를 파문하는 장본인.
주교가 냉기를 폴폴 날리며 우리를 쏘아보고 있었다.
특히 김사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