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42)
특성 쌓는 김전사-42화(42/300)
변이체 사태 -4-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더 나갈 체격.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고릴라 같은 양 팔.
왼팔에 장착된 통짜 콘크리트 방패.
오른손으로 움켜쥔 것은 녹슨 철제 삽.
쿵쿵쿵!
덩치답지 않게 빠르다.
땅을 울리면서 달려오며 내가 바닥에 던져뒀던 소총과 산탄총을 차례로 짓밟았다.
“이익!”
방패에 얻어맞기 직전 몸을 날렸다.
회피 특성을 사용한 움직임.
방패가 아슬아슬 내 발목을 스쳤다.
그러나 좀비 방패병 뒤를 따라온 어둠 화살은 피하지 못했다.
마치 유도 미사일이라도 된 듯 궤도를 꺾어서 내 등을 후려갈긴 탓이다.
뻐억!
생긴 건 까만 테니스공 같아도 위력이 상당했다.
평범한 사람이 맞으면 뼈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눈앞이 번쩍하면서 극렬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내달렸다.
“크윽!”
낮게 신음을 흘렸다.
피격 직전 방어용 특성 세트를 불러오고, 마력 방어막과 방어로 등을 보호했지만 그래도 아팠다.
눈물 찔끔 나는 것을 이 악물고 참으며 정면을 주시했다.
아직 하나가 남아 있었다.
타앙!
경쾌하게 울리는 총성.
반사적으로 납작하게 엎드렸다.
제대로 피하지 못했는지 왼쪽 어깨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하하하! 대단하구나, 대단해!”
어둠 속 목소리가 낄낄대며 웃었다.
“아주 좋은 시체 기사가 되겠어! 흐하하!”
개 같은 새끼.
욕을 하면서도 몸을 옆으로 굴렸다.
해골 총잡이.
기본은 시체이나 머리와 두 팔만큼은 뼈를 드러낸 그놈.
두개골과 양 팔뼈에 마력 회로가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두 손에 든 것은 싸구려 권총.
그래서 다행이었다. 데저트 이글 같은 대구경 권총이었으면 내 어깨가 이미 끝장났을 테니.
탕탕탕!
해골 총잡이가 나를 정확히 보고 총을 난사한다.
쿵! 쿵! 쿵!
시체 방패병은 나를 쫓아 통짜 콘크리트 방패를 내리찍는다.
“구더기냐? 굴러다니게?”
강령술사는 어둠에 숨어 마법을 뿌린다.
무형의 저주와 어둠 화살이 은밀하게 날아와 나를 후려쳤다.
“끄으윽!”
저주는 저주 저항으로 버텼지만 어둠 화살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몇 번 얻어맞고는 피를 토했다.
그나마 시체 방패병과 해골 총잡이가 여기 제 1 매립지에서 현지 조달해서 만든, 급조한 권속이라 다행이다.
만약 강령술사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권속을, 3레벨 변이체를 데려왔으면 난 여기서 끝났겠지.
‘방법이 없을까?’
나는 피를 토하면서도 머리를 굴렸다.
마법사, 특히 강령술사 같은 초인을 상대할 때 철칙 하나.
권속과 싸워선 안 된다.
마법사를 직접 공격하여 죽여야 한다.
조금 전부터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은 일정했다. 거리도 슬슬 감이 잡혔다. 어둠 화살도 거기서 날아오고 있었으니까.
도약과 돌진을 반복하면 충분히 도달할 지점.
그러나 무턱대고 돌진해서는 안 된다.
강령술사는 분명히 자기 주위에 함정 마법을 잔뜩 깔아놨을 테니까.
아마 내가 도약해서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겠지.
아까 망령체들과 싸우면서 도약하고 돌진하는 건 봤지 않겠어?
‘방법은······’
있다.
나는 입을 한 번 틀며 웃었다.
직후, 도약을 활성화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어딜!”
슈슈슝!
기다렸다는 듯 어둠 화살 세례가 날아온다.
반사적으로 마력 방어막을 활성화했다.
어둠 화살이 날 거칠게 두드렸다.
“크윽!”
몸을 띄운 이상 피할 방법은 없었다.
퍼퍼퍽, 소리가 귀가 아니라 뼈로 들렸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도록 통증이 밀려오지만 겨우 참았다.
눈을 부릅뜬 채 낙하한다.
멀찍이서 총만 쏘던 해골 총잡이에게로.
“기아악!”
기괴한 소리를 내지르는 해골 총잡이.
물러나지 않는다.
권총을 역수로 잡고 되레 나를 향해 휘두른다.
두개골의 마력 회로가, 또 팔뼈의 마력 회로가 형광 낙인을 찍은 듯이 타오르고 있었다.
나도 공중에서 검을 내리쳤다.
도약 공격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내 노림수는 이 해골 총잡이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었으니까.
퍼억!
권총이 박살난다.
대신 내 성검도 막혔고 나도 추락했다.
바닥에 착지는 했으나 해골 총잡이 정면.
해골 총잡이가 능숙하게 새로운 권총을 뽑아서는 마구잡이로 난사했다.
타타타탕!
바로 엎드려서 총알은 피했으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쿵쿵쿵쿵!
그리고 바로 내 뒤까지 접근한 시체 방패병.
쩌저적!
아울러 내 그림자가 일어나 나를 단단히 결박했다.
여기서부터 함정이 있었구나.
어둠 마법 중 유명한 CC기, 즉 군중제어기인 그림자손이었다.
“흐, 죽어라!”
잘 걸렸다는 듯이 어둠창을 날리는 마법사.
장전을 끝마치고 내게 권총을 들이미는 해골 총잡이.
내 뒤에서 콘크리트 방패를 높이 들어 올린 시체 방패병.
누가 봐도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나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딸깍.
망령체들과 싸우면서 거의 쓰지 않았던 수류탄.
그중 하나를 이미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에.
또, 안전핀을 제거한 다음이었기 때문에.
“너나 죽어, 등신아.”
툭.
수류탄이 떨어지고.
솨아아!
기묘한 소음과 함께 회색 섬광이, 흐린 마력 파장이 거품처럼 번졌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권총을 들이밀던 해골 총잡이도, 방패를 내리찍으려 하던 시체 방패병도 딱딱하게 굳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둘의 피부에, 혹은 뼈에 새겨져 있던 마력 회로가 불안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나도 피를 토했다.
도도히 이어지던 마력 흐름이 강제로 끊어진 까닭.
“너, 너!”
당황해서 소리치는 강령술사.
타이밍이 좋았다.
내게 날아오던 어둠창도 이 마력 파장에 휩쓸려 소멸됐으니까.
이것이 봉인탄.
모든 마법사와 인조 마법 생명체의 천적.
봉인 방지 처리를 했으면 내가 내 꾀에 빠졌겠지만 급조한 권속한테 봉인 방지 처리를 했을 리가 없지.
딸깍.
나는 또 수류탄 안전핀을 뽑았다.
이번에는 정면.
길게 투척하자 강령술사가 격노하여 외친다.
“그깟 장난감에 당할 것 같아?”
뭔가 조치를 취하는지 음울한 마력 파장이 번진다.
하지만 틀렸다.
이번에는 봉인탄이 아니었거든.
파아앗!
화려하게 터지는 섬광.
세상이 흔들리며 찌이잉- 하는 이명이 내 대뇌를 간지럽힌다.
그래도 수십 미터 앞에서 터져서 견딜 수 있었다.
바로 섬광탄.
듣기 좋은 비명이 터졌다.
“으어억! 이 새끼가!”
아쉽게도 제압되진 않은 모양.
당연한 일이다.
일순 밝아진 세상 속, 그 압도적인 광량으로 확인한 강령술사 역시 헬멧과 고글,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었거든.
그러나 그것 말고 특별한 장비는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손목에 찬 두툼한 손목 보호대가 특이할 뿐이다.
아마 저게 마법 지팡이 역할을 대신하겠지.
딸깍. 딸깍. 딸깍.
이번이 마지막이다.
나는 손에 잡히는 수류탄이란 수류탄을 모조리 던졌다.
거의 인간 폭격기.
혹은 인간 유탄 발사기.
세열수류탄, 섬광탄, 봉인탄 가리지 않고 던지고 봤다.
꽝! 꽝! 퍼엉! 파팟! 솨아아!
“으억! 어어억!”
강령술사가 급히 손을 휘젓는다.
주위에 깔아 놓은 마법 함정이 퍽퍽 터지며 마력으로 환원된다.
방어 마법이 실시간으로 포개졌다.
일어서는 쓰레기 벽, 증식하는 뼈의 벽, 핏빛 소용돌이치는 방어막, 겹겹이 씌워지는 어둠 방어막.
기긱, 기기긱.
슬슬 봉인탄 위력이 끝나가는 중.
시체 방패병과 해골 총잡이 눈에 빛이 돌아오고 있었다.
기회는 오직 이 순간뿐.
달린다.
성검 한 자루 쥐고 뛰쳐나간다.
도약도 돌진도 질주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내 다리와 내 몸만을 이용하여 뛰었다.
강령술사가 나를 보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 너 이 새끼!”
폭발도 섬광도 그쳤다.
봉인 파장을 뒤집어썼지만 어떻게든 선방한 모양.
강령술사가 이를 갈며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손목 보호대가 벌겋게 달아오르며 마력을 줄기줄기 토했다.
슈슈슈슝!
작정하고 날리는 어둠 화살.
얼마나 많이 쏴대는지 아예 탄막을 형성한다.
강령술사에게 가는 길을 막아버릴 정도.
피하려면 멀리 돌아가야 한다.
그 시간이면 강령술사는 다음 마법을 준비하고도 남겠지.
으드득.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터지면서 비린 맛이 입 전체를 자극한다.
어질어질한 가운데서도, 정신을 금방 놓을 것만 같은 상황에서도 더욱 땅을 박찬다.
물러설 수 없다.
피할 수도 없다.
방법이라고는 오직 하나.
몸으로 버티며 뚫고 나가는 것뿐!
“으아아아!”
마력 방어막도 사용하지 않았다.
방어에 사용할 특성 칸 하나조차도 아까웠다.
그냥 몸으로 밀고 지나갔다.
퍼퍼퍽 하는 타격음과 함께 몸이 춤추듯 흔들렸지만 무시한다.
정수리까지 튀는 통증을, 아픔을 꿀꺽 뱃속으로 삼킨다.
고통을, 괴로움을 연료 삼아 나아간다.
증오와 분노를 불태우면서, 오로지 강령술사 하나만을 씹어먹겠노라 몸부림친다!
“으으음!”
강령술사가 기이한 신음을 흘렸다.
자세가 진중해진다.
반쯤 유희 삼아 즐기던 태도에서, 드디어 나를 진정한 적수로 인정한 것.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두 팔을 교차한다.
오른팔의 손목 보호대에서, 왼손 검지의 반지에서 음울한 빛이 일어나 서로 꼬이고 꼬인다.
이어 폭풍처럼 몰아치는 어둠 마법들!
어둠 벽이 내 앞을 막아선다.
어둠 촉수가 나를 붙잡고 늘어진다.
어둠 화살이 기관포처럼 쏟아진다.
어둠 번개가 지그재그로 공간을 찢는다.
어둠 채찍이 거칠게 휘둘러진다.
“크아아악!”
이번만큼은 나도 참을 수 없었다.
저절로 비명이 터졌다.
화살에 얻어맞고, 번개에 지져지고, 채찍이 길게 상흔을 남기고.
이 정도만 해도 미칠 지경인데 촉수와 벽에 잡히니 정말이지 죽을 지경이었다.
결국 저지되고 만다.
강령술사가 음험하게 웃음을 흘렸다.
“크크, 결국 이렇게 될 걸 그렇게 용을 빼셨어?”
합장하듯 두 손을 겹쳐 드는 강령술사.
시커먼 빛이 맺혔다.
어두운 소용돌이가 기세를 올리고 그 안에서 검붉은 화염이 태동했다.
그걸 보고서야 강령술사의 정체를 눈치챘다.
[R 카론]청소부 협회의 세 이사 중 하나.
지금 준비하는 것은 카론의 최종기, 어둠불꽃.
시전 즉시 순수하고도 지극한 어둠 마력으로 전방을 불살라 버리는 기술.
순간 강렬한 유혹이 찾아왔다.
내 주머니에서 잠자고 있는 [광분] 안경.
또, 내 무의식 속에 숨겨진 [돌연변이] 특성.
이 둘을 사용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서.
‘아직 아냐.’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카론이 등장했다는 것은 청소부 협회 연계 퀘스트가 발동되었다는 뜻.
그 끝에서 만날 존재를 생각하면 광분과 돌연변이는 아껴둬야 한다.
그리고 말이야······
아직은 막장의 막장까지 몰리지는 않았다.
위험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분명히 솟아날 방법이 있다고!
“으아아아아!”
용을 쓰며 팔을 들었다.
마력을, 근력을 뿌리까지 동원한다.
뒷일 따위 생각하지 않고 마력심을 극한까지 운용한다. 왼손에 일부러 힘을 주어 강건 특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여기에 맷집, 인내 등 전사로서 도움이 될 특성을 총동원한다.
우지직!
어둠 촉수가 끊어졌다.
성검이 어둠 벽에 파고들고 흑염이 타오르자 어둠 벽의 근간 마력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마력을 모으던 카론이 혀를 찼다.
“허, 그걸 그렇게 벗어난다고?”
잠깐 마력 모으기를 늦추고 손을 휘젓는다.
또다시 휘몰아치는 어둠 마법 5종 세트.
“으아아!”
더 쉽게 벗어났다.
[암흑 저항] 특성 덕분이었다.어둠 마법에 얻어맞고 묶이면서 나도 모르게 획득한 것.
“허억, 허억!”
겨우 거리를 반쯤 좁혔다.
안타깝게도 너무 늦었다.
카론이 득의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
“다 끝났다! 성기사야, 무릎 꿇고 네 신에게 기도라도 올리지 그러냐? 혹시 알아? 네 신이 강림해서 구해줄지!”
카론이 두 손을 올린다.
불꽃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태양처럼 사방으로 열기를 뻗치는 가운데, 중심으로 응축하여 어둠의 구처럼 보이는 마법.
3레벨 어둠 마법 중에서는 파괴력 원톱이나, 길고 긴 시전 시간과 막대하게 소모되는 마력 때문에 잘 볼 수 없는 그것.
카론이 두 손을 내민다.
화염이 개방된다. 암흑이 밀려온다.
칠흑의 불꽃이, 어둠의 물결 같기도 까만 화염벽 같기도 한 것이 나를 향해 쏟아진다.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성검을 들었다.
머리가 전에 없이 차갑다.
괴로움도 고통도 다 잊게 된다.
보이느니 불길뿐이고 느끼느니 열기뿐이지만 이상하리만치 냉정해진다.
꼭 오늘을 위해 살았다는 듯이.
특성을 교체했다.
[파산검법][일점]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 [돌진][근력]나는 안다.
정면에서 적 보스의 최종기가 날아올 때.
전사 계열 초인이 검과 마력과 육체 특성을 정확히 갖췄다면.
그리하여 세 종류 특성이 삼위일체를 이룬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어떠한 성과를 일궈내고야 마는지.
아주 잘 안다.
너무나도 잘 안다.
돌진했다.
성검이 가파른 검명을 터뜨리고, 장갑이 피를 빨며 흡족하게 웃었다.
조금 전부터 목걸이가 달랑달랑 빛을 발하는 중이다.
어둠불꽃이 나를 강타한다.
불태운다. 불사른다. 뼛가루 한 줌까지 소각하려 든다.
의미 없었다.
츄리닝이 타는 것도, 방호복에 불이 붙는 것도, 피부가 눌어붙어 통각 신경이 비명을 지르는 것도 나는 인지하지 못했다.
지극히 들끓는 고양감, 용암처럼 뜨거운 희열감에 몸과 정신을 모조리 맡기고 나아갈 뿐이다.
그런 내 시선 끝에 검이 있었다.
마력이 있었다.
검과 마력이 빚어내는 빛이 있었다.
번쩍!
언제였을까?
빛이 터져 나온 것은.
무형이되 유형의 물체를 베는 마력의 빛이 세상을 꿰뚫은 것은.
검기.
특성으로 말하자면 [섬광].
필살기라 불러 마땅할 그 막강한 힘이 카론을 관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