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62)
특성 쌓는 김전사-62화(62/300)
인간 사냥꾼 -3-
쇼핑몰 금역에 들어갈 때 준비했던 그 마법칩.
단숨에 부러뜨렸다.
빛이 날 감싸고 공간 이동시킨다.
수십 미터를 뛰어넘자 총알은 허무하게 저 뒤에 박혔다.
“거기냐?”
땅을 박찬다.
전력을 다해 질주한다.
화르륵!
하필이면 불타는 주유소가 눈앞에 있었다.
멀리 돌아간다?
그럴 시간은 없었다.
저격수는, 인간 사냥꾼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단 1분만 늦어져도 다른 위치에 자리를 잡고 날 저격하겠지.
혹은 도망가거나.
그 꼴은 못 본다.
입을 삐뚜름하게 들어올렸다.
특성을 교체하고 과감하게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화염 저항][인내][에인헤랴르 연공법] [질주][도약][흑염]화염이 날 잡아먹기 직전.
흑염을 피어올리며 날아올랐다.
화아악!
세상이 붉게 변한다.
뜨거운 공기가 나를 뒤덮었다.
그러나 견딜 만하다.
흑염이 일차적으로 걸러주고, 화염 저항과 인내가 막아주었으니까. 일반적인 불꽃도 아니고 기름이 연소하며 타오르는 화염인데도 그러했다.
숨 참고 질주한 것은 고작 몇 초.
불지옥이 된 주유소를 뚫고, 그 인근의 화마까지 관통하여 대로변 맞은편에 도착했다.
반사광이 보인 5층 건물까진 바로 지척.
기다렸다는 듯 또 빛이 번뜩였다.
탕!
“웃!”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거의 본능적으로 특성을 교체하고 몸을 꺾었다.
[회피][기동]몸이 확 틀어진다.
관성을 무시하는 것처럼 수직으로 이동하고, 여릿하게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내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어릿한 충격이 느껴졌다.
총알이 내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 것.
소름이 돋는 한편으로 피가 올라 머리가 뜨거워졌다.
“거기냐!”
다시 기동.
정면을 향해 도약한다.
5층 건물을 향해. 지상에서는 높게만 보이는 옥상 방향으로.
비상하는 새처럼 날아오른 나.
단숨에 5층 건물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
대신 중간쯤, 3층 유리창을 깨부수며 진입했다.
와장창!
유리창이 요란하게 깨진다.
나는 바닥을 구르며 눈을 번뜩였다.
[통찰]헬멧의 탐지 능력과 결합하여 순간적으로 3층 상태를 판단한다.
함정은 없다.
그것을 깨달은 즉시 신속 질주.
4층을 가로지르고 5층을 넘어 옥상에 도달한다.
꽝! 꽝! 꽝!
옥상 철문을 열고 수류탄 투척.
설치된 함정들이 발동하며 붉은 화염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소이탄 함정.
역시 인간 사냥꾼이다.
게임에서 보이는 패턴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 갔지?’
재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고글이 광량을 조절해주지만 인기척은 이미 없다.
내가 3층에 진입한 시점에 자리를 피한 것.
더 자세히 확인하려 몸을 내밀 때 차가운 경고가 내 목덜미를 핥았다.
투투투투투!
“헙!”
위기 감지가 아니었으면 죽었다.
통찰도 장착하지 않은 상태였잖아.
내가 몸을 숙이자마자 총알이 날아왔다.
완전히 연사로 긁어대는 경쾌한 총성.
소총과는 다른, 좀 더 날카로우면서 가벼운 소리.
기관총이다!
저기 노출되면 마력 방어막으로도 못 막는다.
아까 집중 사격 당했을 때처럼 깨져 버린다고.
마력 방패를 쓸까?
아니다. 마력 방패는 마력 소모가 너무 크다. 차라리 다른 방법을 쓰도록 하자.
딸깍.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제거했다.
투투투투투!
총소리를 듣고 거리와 방향을 계산한다.
정확히 정면.
거리는 의외로 가깝다.
기껏해야 20미터 앞.
철저히 계산을 마친 다음 연달아 던졌다.
[투척]특성을 장착한 상태로.
슈욱! 쉬익! 쌔액!
연속으로 투척한 수류탄만 다섯 발!
이내 반응이 있었다.
번쩍 빛이 터지면서 세상이 하얗게 물든 것.
잠시 후 푸시시 소리와 함께 새하얀 연막이 피어오른다.
섬광탄 한 발에 최루탄 네 발.
이것만으로 인간 사냥꾼이 제압되진 않는다.
인간 사냥꾼은 나처럼 고글과 방독면이 딸린 헬멧을 쓰고 다니니까.
그래도 시야를 방해할 수는 있겠지.
고글이 막아준다고 하나 섬광탄은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고, 최루탄이 피우는 연막을 꿰뚫어 보는 건 인간 사냥꾼의 특성으로는 불가능하니까.
탁! 타닥!
달렸다.
질주, 기동, 도약, 돌진을 장착하고 뛰쳐나갔다.
투투투!
총알이 날아오지만 공격 영역을 빠져나간 다음.
총알이 나를 쫓아온다.
빨랫줄 같은 예광탄이 가까워지고 있다.
바로 지척까지 도달한 오렌지색 빛줄기를 보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리하여 막 내 몸을 뚫기 직전.
힘차게 날아올랐다.
“으아압!”
사실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자살 행위.
더는 회피 기동할 수 없게 되니까.
그래서였을까?
움찔, 예광탄 줄기가 끊겼다.
잠깐의 적막.
인간 사냥꾼은 분명 나를 조준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더 빨랐다.
예광탄이 알려준 인간 사냥꾼의 위치.
거기다 대고 소총을 겨눈다.
공중에 뜬 채 실시간으로 특성 교체.
[사격][조준][저격] [집중][심호흡][통찰]집중력이 고조된다.
머리가 뜨거운 가운데 시야가 흐릿해진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한 점.
조준경 속 보이는 흐릿한 그림자 하나.
위장포를 덮어쓴 채 거무튀튀한 총신을 길쭉이 내민 그것.
인간 사냥꾼!
타앙!
누가 먼저였을까?
확실한 것은 내가 방아쇠를 당긴 순간, 위장포가 크게 출렁이면서 검은 액체가 한 줄기 튀어올랐다는 점이다.
투투투투!
반격해오는 인간 사냥꾼.
오렌지빛 예광탄이 내 전신을 두들긴다.
그러나 사격 직후 나는 특성을 교체한 다음이었다.
마력 방어막이 빵빵하게 부풀어 총알을 막았다고.
피격 충격으로 조준이 크게 빗나간 기관총.
몇 발은 운 좋게 날 맞췄지만 그 직후 영점이 흩어지며 사방팔방으로 덧없이 퍼져 버렸다.
이 정도로 내 마력 방어막을 깨뜨릴 수는 없다.
끔찍하도록 길게 느껴진 체공을 마치고 착지.
벼락처럼 특성을 교체했다.
몸이 가벼워진다.
한 발짝 땅을 박찼을 때 이미 건물 옥상을 반쯤 가로질렀고, 두 발짝째에는 옥상 난간에 도달했으며, 세 발짝째에는 비상하여 인간 사냥꾼이 있는 건물에 내리꽂혔다.
“비, 빌어먹을!”
인간 사냥꾼이 새된 소리를 지른다.
침착하게 소총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탕!
그러나 빗나갔다.
총구가 불을 뿜기 직전 인간 사냥꾼이 몸을 빼낸 까닭이다.
엎드린 상태에서 뒤로 공중돌기를 한, 실로 곡예에 가까운 동작.
아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서 있는 상태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엎드린 자세에서는 불가능한 움직임.
이걸 설명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이탈] 특성.인간 사냥꾼의 시작 특성 중 하나였다.
[저격]과 [이탈].여담이지만 뽑기가 아니라 퀘스트로 영입하는 3레벨 인간 사냥꾼은 [조제]와 [함정]이 추가된다.
“먹고 떨어져!”
인간 사냥꾼이 허리띠에서 보석 같은 것을 꺼내 던졌다.
은은한 누런색으로 빛나는 유리 뭉치.
내가 착지할 지점에 먼저 부딪혀서는 깨지고, 입체 마법진을 순식간에 구축한다.
입체 마법진으로 빨려 들어가는 나.
당황하지 않았다.
무슨 함정인지 아니까.
소총을 난사하여 인간 사냥꾼을 견제한 다음, 총알이 다한 소총을 미련 없이 버렸다.
파앗!
입체 마법진이 작동한다.
거의 동시에 마총을 뽑았다.
반지에 저장된 마력이 마총을 일깨우고 입체 마법진이 화려한 섬광을 뿜는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인간 사냥꾼이 착지.
숙련된 손길로 기관총을 내게 겨눈다.
내가 기다리던 타이밍이었다.
게임과 똑같았다.
행동 패턴도, 패턴 소화에 걸리는 시간도.
결과적으로 나는 완벽하게 인간 사냥꾼의 시간을 빼앗았다.
푸슉!
돌진하듯 뛰쳐나간 검은 불꽃.
작은 콩알 같은 빛줄기가 인간 사냥꾼을 직격했다.
그 가슴을.
방탄복을 입었는지 유독 두툼하고, 방어 마법 아티팩트를 활성화하여 은은히 굴절되어 보이는 지점을.
인간 사냥꾼이 딱 정지했다.
몸이 굳는 것이 보인다.
막 내게 조준하던 기관총이 흔들린다.
이내 터지는 비명.
“끄아아악!”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절규.
이쯤에야 함정 마법진이 발동했다.
내가 디딘 콘크리트 옥상이 늪처럼 변해서 날 빨아들인다.
아울러 석순이 자라나 내 몸을 꽁꽁 묶었다.
대지 속성 함정 마법.
이거야말로 인간 사냥꾼의 장기였다.
일단 묶어놓고 기관총이나 폭탄을 갈기는 것.
하지만 지금은 흑염에 당했으니 그럴 정신이 없을 것이다.
“끄아악! 끄아아악!”
인간 사냥꾼이 비명을 지르면서도 기관총을 쏜다.
총알이 사방팔방으로 빗나갔다.
불에 타면서 총을 조준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베트남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이 괜히 세계적인 충격을 가져온 게 아니라고.
신열은 정신이라도 맑아지지 흑염은 그런 것도 없고.
“후읍!”
나는 묵직하게 심호흡을 했다.
벌써 무릎까지 콘크리트 늪에 잠겼다.
몸통과 팔을 석순이 꽁꽁 얽매어 움직이기 어려웠다.
방심하고 있다가 눈먼 총알에 맞기라도 하면 낭패.
[마력 방어막][인내][결의]세 특성으로 마법 피해를 줄인다.
[근력][괴력]두 특성으로 조금씩 늪에서 헤쳐나온다.
오른손 장갑이 피를 빨고 허리띠가 빛을 발하며 날 돕고 있었다.
[정화]체내에 침습한 대지 속성 마력은 이걸로 소멸시킨다.
콘크리트 늪을 허우적대며 차분히 전진.
약 십여 초 만에 빠져나왔다.
성수를 붓고 아티팩트를 작동시켜 흑염을 꺼뜨린 인간 사냥꾼이 몸을 떨며 나를 쳐다본다.
“빌어 처먹을!”
기관총은 없다.
몸부림치며 자기도 모르게 던져 버린 까닭.
허리띠에 찬 권총과 기관단총을 만져보고는 냅다 도망친다.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마법 함정을 연거푸 깔면서.
굳이 서두르지 않았다.
차분히 쫓아갔다.
마법 함정이 절묘한 위치에 깔려 있었지만 무시한다.
그냥 몸으로 들이받았다.
신속, 질주, 도약, 돌진을 절묘하게 섞어 쓴 까닭에 마법 함정에 걸리면서도 속도가 꽤 나았다.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지만.
[대지 저항]바로 이 특성.
새롭게 얻은 특성 때문에 함정에 걸려도 2, 3초면 헤쳐나올 수 있었다.
인간 사냥꾼이 신속, 하다못해 질주나 가속 정도만 있었어도 도망쳤겠으나 인간 사냥꾼이 가진 건 위기 탈출용 이탈뿐이다.
진득하게 쫓아가서일까?
내 시야에 붉은 화살표가 생겨 인간 사냥꾼을 가리켰다.
[추적] 특성.이제 인간 사냥꾼은 나를 벗어날 수 없다.
“젠장할! 죽어!”
타타타탕! 탕탕!
콰콰쾅!
인간 사냥꾼이 악에 받쳐서는 반격해 온다.
기관단총 난사.
권총 사격.
수류탄 투척.
다 의미 없었다.
빵빵한 마력 방어막 믿고 대놓고 들이댔으니까.
그나마 수류탄이 위협적이었으나 내겐 통찰이 있다.
인간 사냥꾼이 안전핀을 뽑으려고 하면 마총을 연사해서 제대로 던지지 못하게 견제했다.
이미 한 차례 뜨거운 맛을 본 몸.
성수도 아티팩트도 바닥났을 것이다.
결국 인간 사냥꾼은 유효한 반격을 하지 못한 채 구석에 몰렸다.
대로변 어느 상가 건물 옥상.
맞은편에는 지나치게 넓은 대로.
옆에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아파트 단지.
뒤쪽으로는 조그마한 초등학교 운동장.
더는 파쿠르하여 도망칠 구석이 없다.
인간 사냥꾼이 힐끔 뒤를 보고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으흐흐······ 으하하하!”
철컥.
나는 골프백에서 산탄총을 꺼내 장전했다.
“유언은?”
“시이발······”
인간 사냥꾼이 손을 떤다.
더는 남은 것이 없을 것이다.
총, 폭탄, 함정, 소모품 모두 썼을 테니.
이 경우 인간 사냥꾼은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보인다.
마지막 발악 아니면 항복.
“후우우.”
길게 숨결을 불어낸 인간 사냥꾼.
“마지막으로 담배 하나만 태워도 되나?”
“마음대로.”
인간 사냥꾼이 떨리는 손을 방탄복 가슴주머니에 가져갔다.
거기서 꺼낸 것은 두툼한 시가 하나.
방독면을 벗는다.
고글도 뜯어 던져 버린다.
오직 어떤 행동을 할 때만 보여주는, 인생사 우여곡절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중늙은이의 얼굴.
주름진 얼굴이 시가를 베어문다.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인다.
오색 마력광이 반짝이고 청록색 마력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참으로 맛나다는 듯이 시가를 쪽쪽 빠는 인간 사냥꾼.
나는 속으로 숫자를 다섯까지 센 후 물었다.
“맛있냐?”
“음?”
“맛있냐고.”
“흐, 당연히 맛있지. 아주 개꿀맛이야. 애송이 뒤통수를 맛깔나게 후려갈기는 맛!”
인간 사냥꾼이 시가를 뱉는다.
시가가 공중으로 치솟는다.
한 바퀴 두 바퀴 돌아가며 마력광과 마력 연기를 제멋대로 뿜는다.
그와 함께 인간 사냥꾼의 육체가 경직된다.
동공이 일점으로 축소되고 입은 길게 찢어졌다.
명백한 돌연변이 현상.
그러나 거기서 강제로 멈추게 된다.
탕!
이 한 발의 총성 때문에.
내가 속으로 숫자를 열까지 센 후 발사한 총알 때문에.
“어······”
인간 사냥꾼이 자기 가슴을 내려다본다.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대구경 슬러그탄이 관통하고 지나간 것.
구멍 속에는 심장이 없다.
뭉개진 살점과 핏물이 뚝뚝 떨어질 뿐이다.
“이게······ 이게 무슨······”
심장이야말로 변이의 시작점.
변이체의 최중심.
마력핵이 괜히 심장에서 생성되는 게 아니다.
변이가 완료한 다음이라면 모를까 막 시작하는 때라면 총질 한 방으로 끝장낼 수 있었다.
“크억, 커억, 커어억.”
육체가 붕괴하기 시작한다.
살갗도 근육도 죄다 흘러내리며 뼈와 분리되고 있었다.
나는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말했다.
“차라리 항복하지.”
“흐어어, 흐어어억.”
“그럼 살려줬을 건데.”
진심이었다.
명색이 R 등급 초인이다.
나중에 배반하지도 않는다.
능력도 막 부리기에 딱 좋다.
굳이 죽일 이유가 있어?
인간 사냥꾼이 머리를 들었다.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필사적으로 입을 연다.
“허억, 흐어억, 내, 내 동생들이 너를, 너를······”
“어, 알아.”
그래봐야 내 밥이지.
어떤 식으로 습격해 올지 어떤 특성과 능력이 있는지 다 아는데.
“잘 가라.”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인간 사냥꾼.
마지막 자비를 베풀었다.
탕!
산탄총이 불을 뿜고.
머리 잃은 시체가 앞으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