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65)
특성 쌓는 김전사-65화(65/300)
증거 -3-
소식을 들은 서우진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이 미친 새끼!”
설명을 듣더니 자기 일처럼 분노를 토했다.
“이건 볼 것도 없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우리도 암살자를 보내죠!”
나는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그게 되면 그렇게 했겠지.
김철권이 서우진의 눈치를 살피다가 끼어들었다.
“저기, 도련님?”
“본부장이라고 부르세요.”
“예, 서 본부장님. 본부장님이야 그렇게 하셔도 뒤탈이 없지만 우리 김 초인님은 다릅니다. 암살자 보냈다간 바로 승천보안 무력팀이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이번에 왔던 놈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 놈들이요.”
“그거야······”
“김 사장님께서 옳은 말씀 하셨네요. 또 문제가 있습니다.”
두 번째로 끼어든 최 소장.
서우진이 힐끗 쳐다보자 최 소장이 오른손 검지와 엄지를 오므려 O자 모양을 만들었다.
“이게 없습니다.”
“아······”
“명색이 승천보안 장남입니다. 무소속 초인도 아니고 옛 아버지 교단 소속 성기사에 재벌 계열사 아들내미 죽이려면 얼마를 줘야 할까요?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 그러네요.”
언제 불을 토했냐 싶게 쪼그라드는 서우진.
나는 탁자에 손을 잡고 몸을 내밀었다.
“내 생각에는 결투 말고는 답이 없어.”
“차라리 고소를 하시는 건요? 결투는 너무 위험해요.”
최 소장이 옆에서 웃었다.
“아휴, 본부장님도. 우리 초인님이 어떤 분인지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까? 겨우 애송이 성기사 하나 못 잡을까요?”
“본인이 직접 나온다면 그렇겠죠.”
“예? 본인이 안 나오면 누가 나와요?”
“대전사를 쓰겠지.”
질 거 뻔히 알면서 결투장 나올 바보가 어디 있어.
그것도 금수저가.
결투 한 번에 200억, 아니 100억만 써도 대전사 하겠다고 나설 초인은 쌔고 쌨다.
최 소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대전사······ 그게 있었지요. 본인이 직접 나오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그런 게 있겠습니까?”
“아니 그럼 결투하는 보람이 없는데? 우리 초인님만 고생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과받고 보상받고 끝내야죠.”
“그걸로 되겠습니까?”
김철권이 나를 돌아보며 묻는다.
당신 같은 살인마가 사과와 보상으로 만족하겠냐는 눈치.
나는 그저 웃었다.
한 마리 육식 동물처럼.
“부족하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힘이 부족한데요. 그리고 말이죠······”
거실 유리창 너머를 쏘아본다.
작은 정원.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잡초가 듬성듬성 자라 있다.
그 잡초들이 이재열이 된 것처럼 노려보며 한마디 한마디 씹어먹듯이 말했다.
“개가 똥을 끊지 금수저가 결투에서 줬다고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넘어가겠습니까? 자기한테 모욕을 줬다며 뒤에서 이를 갈겠죠. 언젠가 반드시 뭔 짓을 저질러도 저지를 거고, 그날이 그놈 제삿날이 될 겁니다.”
“하긴 그렇겠습니다.”
“지금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선생님, 생각보다 무서운 분이셨네요.”
“내가 속이 좀 좁아. 날 죽이려고 한 놈을 가만히 놔둘 정도로 성인군자가 아니다.”
“초인님. 그건 성인군자가 아니라 호구라고 합니다.”
“그렇죠! 일단 건드린 놈은 완전히 박살을 내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놈들한테 얕보이질 않아요.”
“뭐, 저도 동의합니다.”
작전을 짰다.
어떻게 하면 이재열을 결투장으로 끌고 나올 것인가?
김철권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이 부분은 제가 처리하지요. 저한테 맡겨주시면 이재열을 초인님 앞에 대령하겠습니다.”
“어떻게요?”
“최 소장님. 저한테 노트북 좀······ 감사합니다. 자, 여기 보시면 이재열 그놈이 청부한 경로가 보이죠? 어이쿠, 세탁도 많이 했네요. 무려 세 번이나 손을 바꿨습니다.”
“신경 좀 썼네요.”
“돈도 썼고요.”
“저도 솔직히 말해서 이거 비슷한 일을 몇 번 해봐서 압니다. 부자놈들은 손만 몇 번 바꿔서 돈이랑 의뢰 전달하면 자기가 한 줄 모를 줄 알거든요? 절대 아닙니다. 역추적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역추적해서 찌르면 당황하는 거죠. 아무리 뒤 구린 짓을 돈으로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지가 않잖습니까.”
“그렇죠.”
“하여튼 그렇게 니가 저번 주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좋게 말할 때 나와라! 하는 거죠. 뭐, 아마 본인이 직접 오진 않고 대리인 보내고 끝내겠지만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봅니다.”
“그럼 그때 제가 나서지요.”
최 소장이 손을 들었다.
“대전사 가능한 비밀 결투라고 하면 이재열도 수락할 겁니다. 뭐, 저흴 묻으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서 본부장님?”
서우진이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제가 도와드려야죠. 선생님 일인데.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희 측 인사로 오실 필요까진 없고 공증인을 부탁드립니다.”
“어렵진 않은데 괜찮으시겠어요? 결투 공증은 나이 좀 있고 이름도 있으신 분이 맡으시는 게 좋아요. 법조계 분이면 더 좋고요. 아, 맞다. 이렇게 하죠.”
“어떻게요?”
“제 친구들이요. 제 친구들도 부르고 부모님들도 부르죠.”
“어······ 일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닙니까?”
최 소장이 우려섞인 말을 했지만 내가 듣기에는 괜찮은 생각이었다.
“저는 찬성입니다. 다른 분들도 도와주신다면 저도 좋죠.”
“그렇죠? 그래야 이재열 그 야비한 새끼가 말을 못 바꿉니다.”
“나도 동의해. 내가 직접 전화할게.”
“어? 제가 해도 돼요.”
“아니야. 내가 부탁하는 입장인데 다른 사람 통해서 연락드리면 조금 그렇지. 그리고 이번에 소원권을 쓰려고.”
“아······”
“흠, 초인님. 아깝지 않습니까?”
“괜히 빚 달아놓는 것보단 그게 낫죠. 승천보안이 승천그룹 계열사 말석이라고는 해도 엄연히 재벌 중 일부인데요.”
기브 앤 테이크는 확실해야 한다.
줄 게 없으면 소원권이라도 써야지.
특별한 관계가 아닌 이상은.
“그런데 초인님.”
김철권이 정색하고 나를 보았다.
“결투에서 이길 자신은 있으신 거지요?”
“아니, 그럼 우리 선생님이 지신다는 겁니까?”
나는 가만히 있는데 서우진이 벌컥 화를 냈다.
김철권이 진정하라는 듯 손을 들며 말했다.
“실례지만 여기서 저만큼 초인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청소부 협회를 혼자 쓸어버리고, 4레벨 초인인 협회장을 일대일로 쓰러뜨리는 것을 직접 봤으니까요. 하지만 이재열이라고 그걸 모를까요? 초인님 이력은 다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말씀은······”
“예. 대전사로 3레벨 초인이 나오지 않을 겁니다. 분명히 4레벨 초인이 나옵니다.”
4레벨 초인.
1레벨 2레벨은 차이가 크지 않지만 3레벨 4레벨은 차이가 좀 있다.
위로 갈수록 심해지지.
레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지니까.
“5레벨이 나올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5레벨이면 고레벨 초인인데 자존심이 있지, 2레벨이나 낮은 초인을 상대하려고 하지는 않지요. 초인님께서 4레벨 초인을 이긴 적이 있으니 4레벨 초인은 나서려고 하겠습니다만.”
내 생각에도 그렇다.
그리고 5레벨 초인 몸값이 오죽 비싸야지.
3레벨 인간 사냥꾼도 200억이나 받아먹었다.
암살이 아니니 의뢰비가 떨어지긴 하겠다만, 5레벨 앞에서는 200억으로도 모자라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
5레벨은 원래 세계의 국회의원만큼 대우를 받는 귀족이라고.
“4레벨이라 이거죠.”
잠시 숙고한다.
현재 능력으로 도핑 없이, 돌연변이 없이 4레벨을 이길 수 있겠나 하고.
아슬아슬하다.
허접한 놈이 나오면 내가 이긴다.
하지만 특성 충실하게 갖추고 장비도 빵빵한 놈이 나온다면?
정말로 쉽지 않다.
돌연변이를 노출할 게 아니라면 더 그렇다.
아니, 돌연변이는 아예 봉인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3레벨이 된 지금 썼다간 다시는 못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옛 아버지 교단에 즐비하게 늘어선 4레벨 초인.
그중 성전사 이재열과 접점이 있는 인간.
누가 나올지는 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나도 죽기 직전까지 가겠지만.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내 목이 잘리겠지만.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초인님을 믿겠습니다.”
김철권은 나와 한배를 탔다는 얼굴.
최 소장과 서우진은 말없이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어깨가 무거웠다.
원래 세계에서는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던 감정이라.
“오늘 바로 접촉하겠습니다. 결론이 나오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니까 초인님께서는 몸만 만들고 계세요.”
“규칙은 어떻게 됩니까?”
“협의해야겠지만 관례대로 갈 겁니다.”
“관례라고 하시면?”
“당사자 둘을 제외한 타인이 개입하지 않는 한 무제한 허용이죠.”
정해진 무기도 반칙도 없다.
어떤 치사한 방법을 쓰더라도 자유.
독을 써도 되고 암기를 써도 된다.
당한 놈이 바보고, 초인의 능력 발현에는 한계가 있으니까.
나는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도핑은 어떻습니까? 써도 됩니까?”
“아, 도핑······”
서우진이 대신 답했다.
“약을 먹든 독을 쓰든 자윤데 본인이 직접 만들어야 해요.”
“사 오면 안 되고?”
“네. 재료를 가져와서 결투장에서 결투 직전에 직접 만든 물건만 허용돼요. 미리 어떤 약을 쓸 거라고 고지해야 하고요.”
“그건 너무하네. 약은 그렇다 쳐도 독 쓰는 초인들한텐 패널티 아니야?”
“대신 해독약도 직접 만들어야 해요. 아니면 독 저항 아티팩트나 정화 아티팩트 차고 와야죠.”
“괜히 암살자들이 결투에서 힘을 못 쓰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도핑해도 된다 이거지.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저는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예. 바로 시작하지요.”
“어, 초인님. 갑옷은 어떻게 하지요?”
갑옷.
조철이 만들어 준다고 한 마법 갑옷.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조철이나 이재열이나 한통속인데 시간에 맞춰서 만들어 주겠습니까? 조철이 대충 만들거나 함정을 파놓진 않겠지만 일정 정도는 미룰 거예요. 그거 기다리느니 최대한 빨리 일정 잡는 걸로 합시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똥 밟았거니 하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잖습니까? 세 분 모두, 나중에 보답을 확실히 하겠습니다.”
“보답이라니, 당치도 않습니다. 초인님을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제 기쁨입니다. 언제든 불러만 주십쇼!”
“서로 돕고 사는 거지요. 나중에 제가, 제 조직이 위험해질 때 도와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선생님이랑 제 사이에 무슨 보답이에요. 선생님께서 제 인생을 구해주셨는데요. 아, 차라리 선생님 대전사로 제가 나갈까요?”
“일이 너무 커집니다. 공증만 해주셔도 충분해요.”
“하하, 맡겨만 주세요. 제가 전 대법관 출신 변호사도 한 분 모셔와서 확실하게 공증을 해드릴 거예요.”
“듣기만 해도 든든합니다.”
작전 회의를 마쳤다.
셋이 떠나고 나는 즉시 인터넷으로 물건 몇 가지를 주문했다.
연금술 작업대.
그리고 소모품과 필요한 재료도 몽땅.
퀵으로 배달받아서 바로 약 제조에 들어갔다.
비약.
그것도 효과 좋고 후유증 없기로 유명한 레시피로만.
쾅!
“우읍!”
몇 번이나 실패했다.
폭발이 터지고 시커먼 연기가 무럭무럭 솟구쳤다.
비치된 소화기를 몇 번이나 쓰는 바람에 새로 주문해야 했다.
고생은 했지만 목표는 확실하게 달성했다.
[조제] 특성.인간 사냥꾼이 갖고 있던 그것.
독과 약 제조에 특화되어 있으며, 제작과 개조 특성과 함께 쓰면 성공 확률도 비약 효과도 올라간다.
내가 만든 비약 종류는 세 가지.
[강체의 비약] [섬전의 비약] [마룡의 비약]효과는 간단하다.
각각 힘과 맷집을 크게 올려주고, 감각을 예민하게 하여 민첩하게 움직이게끔 하고, 마력 재생을 증폭시킨다.
더 좋은 비약도 많지만 3레벨에서, 내가 구할 수 있는 재료로는 이게 한계.
그나마 인간 사냥꾼의 집에서 얻은 재료가 없었으면 마룡의 비약은 만들지도 못했을 것이다.
[천상금, 지옥은, 세계철이라고 하셨지요?]“예. 많이는 필요 없습니다.”
특수한 강화 촉매의 재료.
옛 아버지 교단의 성기사와 사제를 상대할 때는 이 강화 촉매가 필수였다.
“후욱, 후욱.”
비약을 만드는 한편으로 성검을 휘둘렀다.
총도 당연히 가져간다.
유탄 발사기와 각종 수류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과연 통할까?
내 짐작대로라면 4레벨 성기사가 대전사로 나올 텐데 총알과 유탄 좀 갈긴다고 순순히 죽어줄까?
그럴 리가 없지.
결국 판가름은 검에서 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내가 검술이 취약한 것이 사실.
믿을 것은 특성 전환밖에 없었다.
파산검법을 연마하는 한편 특성 전환 기교에 심혈을 기울였다.
공격 순간 근력, 강타, 참격 같은 공격 관련 특성을 장착하도록.
방어 순간 맷집, 방어, 마력 방어막 같은 방어 관련 특성을 사용하게끔.
“후욱, 후아아.”
땀이 비 오듯이 났다.
배가 터지도록 먹고, 또 쓰러져 죽고 싶을 정도로 땀을 빼고, 마력천 욕조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먹고, 힘껏 검을 휘두르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모든 걸 다 잊었다.
오로지 나 자신을 계발하는 것에만 골몰했다.
바깥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정도 파산검법과 특성 전환 연계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가상의 적을 세워놓고 칼질을 했다.
“으으윽!”
쉽진 않았다.
내가 뭐 전투의 달인도 아니고 솔직히 특성빨이잖아.
소설과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완전 쉽게 섀도복싱을 하던데 직접 해보려니 잘되지 않았다.
상대를 잘 몰라서 더 그랬다.
게임 속 패턴이야 잘 알지만 현실 속 초인들이 어디 게임처럼만 움직이겠어?
결국 SOS를 쳤다.
“우진아. 대련 좀 부탁할게.”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값싼 자존심 따위 접어두고 서우진에게, 제자에게 검을 배웠다.
솔직히 말할까?
나는 이미 서우진의 상대가 안 되었다.
각성하기 전에도 날 잡아먹으려 들었던 서우진이다.
5레벨이 된 지금은 거의 날 갖고 놀다시피 했다.
그러면서도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는 게 고마웠다.
“선생님. 한 번 더 갈까요?”
“거기서는 이렇게 받아치셨어야 해요. 이렇게.”
“오, 좋았어요.”
“선생님 3레벨은 맞아요? 진짜 4레벨이랑 싸워도 안 밀리겠어요.”
“이거 이상한데······ 선생님 능력이 진짜 뭐에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수십 개는 되는 줄 알겠어요.”
검에 찔리고 베여가며 배우기를 며칠.
각 잡고 검술을 배운 영향이었을까.
[검술] 특성이 생성되었고 서우진과 조금은 검을 맞댈 수 있게 되었다.최 소장에게서 연락이 온 것도 이즈음.
[초인님. 결투 일정이 잡혔습니다.]“언젭니까?”
[사흘 후입니다.]사흘이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완벽하진 않지만 최선의 준비를 마치고.
약속한 비밀 결투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