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67)
특성 쌓는 김전사-67화(67/300)
사자 기사 -2-
다 예측했던 바.
사자 기사는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돌진]을 갈기니까.
돌진은 빠르기로만 따지면 아케인 서울에서도 순위권에 꼽히는 특성.
그러나 내가 더 빨랐다.
당연하지.
아무리 돌진이 빨라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
퉁! 퉁!
유탄 발사기가 진동한다.
둔중한 소음을 토한다.
오두식이 눈을 부릅떴다.
“같이 죽자는 겁니까!”
급히 검을 회수한다.
방패를 내민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동작.
방패에서는 어두운 색채의 빛이, 몸에서는 무형의 파장이 번진다.
신성 방패와 신성 방어막의 조합.
나도 똑같았다.
전투 시작 직전에 이미 특성을 교체했고 지금은 방어막을 전개하고 있었다.
[영역 방어막][마력 방패][마력 방어막] [방어][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무려 3중 방어막을!
신성 방패와 마력 방패의 사이.
중간 지점에서 유탄이 은빛으로 폭발했다.
꽈르릉!
“큭!”
“커억!”
나도 오두식도 신음을 터뜨린다.
코앞에서 터진 유탄이다.
방어 특화 초인이라 해도 견디기 어렵다.
충격과 파편이 3중 방어막을 거칠게 두드렸다.
방어막 일부가 깨지고 마력이 역류했다.
속이 쓰라리고 핏물이 올라오지만 억지로 참았다.
여기서 밀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내가 아는, 아케인 서울의 사자 기사라면 이 정도는 버틸 것이다.
신살자의 은빛 섬광이 터졌어도 어떻게든 견뎌낼 것이다.
다 이겨내고 전진하여 망치로 내 뚝배기를 깰 것이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간 죽는다.
잘 다져진 고깃덩이가 되고 만다!
“죽어!”
방아쇠를 당긴다.
퉁! 퉁!
유탄 발사기 실린더가 돌아간다.
콰아앙! 쾅!
폭풍과 우박이 내 전신을 찢어발길 듯 덮쳐온다.
그러나 무시한다.
또, 또, 또 방아쇠를 당긴다.
둔중한 반동과 함께 뛰쳐나가는 유탄.
정면에서 폭발을 뒤집어쓴 3중 방어막이 불안하게 흔들린다.
어느새 내 마력이 텅 비어버렸다.
탈력감이 밀물처럼 몰려오기 전 반지를 작동시켰다.
저장되어 있던 마력이 밀물처럼 내 전신을 휩쓸었다.
찰랑찰랑 차오르는 충만감.
떵그랑!
어느새 6연발 유탄을 다 쐈다.
미련 없이 유탄 발사기를 버렸다.
그리고 어깨에 교차하여 차고 있던 유탄 발사기를 그대로 쥐고 또 쏴 제꼈다.
쾅쾅쾅쾅쾅쾅!
“저, 저 미친!”
“세상에!”
“선생님! 너무 위험해요!”
“조심하세요!”
“허, 정말 독한 인간이네.”
“아니. 아직 3레벨 아니었나? 어떻게 3중 방어막을 쓰는 거지?”
“3레벨 초인이 마력이 저렇게 많다고?”
참관하던 자들이 웅성거리며 내는 소리.
그러나 지각될 뿐 인지되지 않는다.
내 정신은 온통 정면을 향해 있었으니까.
시커멓게 일어선 그림자.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
그 안을 향해 유탄을 꽂아넣는다.
까맣게 번들거리는 방패를 향해 꽂고 또 꽂는다.
폭발마다 흔들리는 세계.
그러나 그 충격을 담금질 삼아 내 집중력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깨어나고 있었다.
철컥. 철컥.
모든 유탄을 소모했다.
유탄 발사기를 떨어뜨린다.
방패 너머로 고개를 드는 오두식.
처참한 행색이다.
신성 방패도 신성 방어막도 너덜너덜 넝마처럼 변했다.
파편 여럿이 갑옷에 박혀 여기저기 움푹 파여 있었다.
그러나 눈만큼은 살아 있다.
입에서 피를 흘릴망정, 눈이 충혈되었을망정 전의만큼은 굳건하다.
“죽어어!”
내가 먼저 공격한다.
왼손으로 도끼를 뽑아 들며 땅을 박찼다.
강력한 마력이 휘몰아친다.
마력의 흐름이 나를 밀쳐내듯 앞으로 쏘아보낸다.
돌진!
성난 멧돼지를 방불케하는 기세.
잔뜩 낮춘 내 몸이 강렬하게 오두식을 들이받았다.
“으음!”
오두식에게서 신음이 터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유탄 발사기를 떨어뜨리면서 특성을 싹 바꿨으니까.
[강타][돌진][맷집] [근력][괴력][인내]조금 전의 퓨어탱커 조합과는 완전히 다른, 돌격형 전사를 위한 세팅!
철갑 성채 같던 오두식이 잠깐 흔들릴 지경.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미 손도끼가 빛을 발하고 있다.
격노가 발동한다.
전신에 걸친 마법 무구가 하나같이 타오르듯 빛나며 내게 힘을 선사하는 중이다.
“죽어!”
투박하게 검을 휘두른다.
거칠게 날아드는 검.
그러나 예리하다.
희미한 빛을 품고서 오두식의 심장을 노린다.
“허!”
오두식조차 탄성을 지를 정도.
팔을 몸에 붙이며 방패를 기울인다.
아쉽게도 그 한 수에 내 성검이 저지되었다.
그러나 내 공격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있는 힘껏 왼손에 쥔 손도끼를 찍었다.
꽝!
이번에도 오두식은 방패로 도끼를 막았다.
역시 성기사는 성기사.
거대한 벽을 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여기서 막히려고 그렇게 단련한 게 아니다.
고작 성기사 하나, 4레벨따리 초인에게 죽으려고 아득바득 살아온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를 갈며 덤빈다.
대뇌가 끓는 것 같다.
머리가 지끈지끈 뜨겁다.
그 와중에도 집중력만큼은 지독히 날카롭다.
느릿느릿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지는 세상, 신들린 듯 공격을 퍼부었다.
검을 길게 내리긋는다.
[파산검법][검술][참격] [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 안정][집중]춤추는 은빛 성검.
허공에 빛나는 궤적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땅땅땅땅!
오두식이 검꽃을 튕겨낸다.
더 달라붙었다.
서로의 호흡을 코끝으로 느낄 거리.
손도끼를 힘껏 휘두른다.
[근력][괴력][맷집] [강타][연격][인내]폭격하듯 오두식을 맹공하는 손도끼.
폭음이 거푸 터진다.
막을 때마다 방패가 크게 흔들린다.
번들거리는 눈동자.
오두식의 동공에 비친 나는 광전사처럼 웃고 있었다.
“허, 제법이십니다!”
오두식이 몸을 뒤집었다.
방패 뒤로 전쟁 망치가 송곳니를 드러낸다.
정확히 내 복부를 노리는 궤적.
손도끼를 내리친 다음이었다.
도저히 피할 수 없었다.
피할 생각도 없었고.
막아낸다.
몸을 살짝 돌리며 왼팔을 붙이고 방패를 전개한다.
촤르륵 펼쳐지는 방패.
그 위를 칠흑 광채 두른 전쟁 망치가 거칠게 강타했다.
꽈아앙!
순간, 방패가 박살나는 줄 알았다.
어마어마한 굉음이 고막을 찢어버릴 듯 폭발했다.
균형을 잃을 뻔했으나 버틴다.
아랫배에 힘을 주고, 여섯 특성의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킨다.
[방어][맷집][인내] [결의][활기][원기왕성]“으아아아!”
검을 찌른다.
통렬한 반격이다.
잠깐 드러난 빈틈을 찌른 공격에 오두식은 유효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큭!”
그러나 얕다.
제대로 들어간 공격조차 성갑을 뚫지는 못했던 것.
“부족하다!”
전투의 흥분 때문이었을까?
오두식이 존대 따위 집어치우고 방패를 휘두른다.
지근거리에서 가해진 방패 치기!
나도 똑같이 받아쳤다.
방어 전사가 된 것처럼, 아니 완전히 방어 전사가 되어서 방패를 끊어쳤다.
꽝!
“우읍!”
“크으윽!”
믿기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
3레벨 전사 대 4레벨 성기사.
당연히 내가 멀찍이 나가떨어져야 맞다.
하지만 충돌 결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세 발짝을, 4레벨 성기사인 오두식은 한 발짝 뒷걸음질을 쳤다.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
오두식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앉아서 참관하던 자들마저 벌떡 일어섰다.
“저, 저럴 수가!”
“말도 안 돼!”
“대장님이 물러서시다니!”
“죽여버리세요! 사정 봐주지 말란 말입니다!”
“대장님!”
다 무시했다.
아니, 아예 들리지 않았다.
관중석이 소란스럽건 말건 오롯이 오두식에게만 집중한다.
내 모든 힘을, 내 모든 잠재력을 오두식에게 쏟아붓는다.
“으아아아!”
“옛 아버지시어!”
돌진.
서로를 향해서.
폭주하는 기관차가 되어.
꽈아앙!
충돌.
나도 오두식도 튕겨나간다.
균형을 잃는 자는 없다.
피를 뿜으면서도 파열된 근육에 치를 떨면서도 상대에게 달라붙는다.
초근접 박투가 이어진다.
검과 망치, 도끼가 맹렬한 열기를 뿜는다.
공기가 뜨겁다.
땀방울이 마력에 증발하여 자욱한 수증기를 뿜는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백열된다.
당장이라도 증발할 것만 같은 이성.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수없이 특성을 전환한다.
1초 단위도 아니다.
거의 0.1초에 한 번씩 전환하는 것 같다.
성검을 찌르고 벨 때는 무사처럼!
손도끼를 쳐내는 순간에는 광전사가 되고!
방패로 막고 성검으로 방어하는 것은 방어 전사!
서로가 잠깐 떨어지면 돌격 전사로 돌진!
카멜레온처럼 표변한다.
게임에서였다면 절대 공존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직업으로.
완벽히 다른 형태의 김전사로!
네 명의 김전사가 빙의한 것과 같다.
나 혼자 한 파티를 구현하여 오두식을 두들기고 있었다.
맹공, 맹공, 맹공을 거듭한다.
오두식의 방어가 조금씩 뚫렸다.
성검이, 도끼가 간헐적으로 마법 갑옷에 생채기를 남겼다.
마침내 한 발 뒤로 물러난다.
한 번 물러난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두 발짝을, 세 발짝을, 네 발짝을, 그렇게 쭉쭉 밀린다.
“으어어어!”
완전히 기세를 탄 나.
죽어라 달라붙는다.
주먹 하나 들어갈 정도 초근접 거리에서 공격을 퍼붓는다.
깡깡 하는 쇳소리가 연거푸 울린다.
그때마다 오두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이익!”
마침내 분노를 토한다.
크게 방패를 휘둘러 나를 견제하는 오두식.
전쟁 망치가 선홍색으로 달아오르고 있었다.
대지 충격!
이건 피해야 한다.
[기동] 몸을 꺾었다. [질주] 전력으로 달린다. [신속] 속도가 붙는다. [도약] 발을 굴러 힘껏 뛰었다.꽈르릉!
기다렸다는 듯 터져나오는 벽력음!
충격파가 쫓아와 등을 후려갈겼다.
턱, 숨이 막혔다.
허리가 접히는 것만 같다.
비릿한 핏물이 목구멍을 비집고 나왔다.
정신이 혼미해지며 하마터면 끊어질 뻔했다.
그러나 견뎠다.
특성을 교체해가면서!
[결의][인내][맷집] [집중][활기][원기왕성]바닥을 한 바퀴 뒹굴었다.
벌떡 일어선다.
오두식이 나를 보고 있었다.
숨을 내쉴 때마다 크게 들썩이는 어깨.
마력에 반응하여 뿌옇게 증발하는 땀.
한계였다.
나도 오두식도.
“이이익!”
그러나 부정하겠다.
인정하지 않겠다.
여기가 내 한계라는 것을, 내 마지막 지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나아간다.
몸이 부서질 것 같지만 돌진한다.
뼈가 으스러지는 격통 따위 모조리 씹어먹으며 오두식을 들이받는다!
“옛 아버지시어!”
오두식도 그러했다.
눈코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방패를 내민다.
그 큰 덩치가 화아악 확대된다.
정면충돌!
방패 대 방패끼리, 초인 대 초인끼리, 전사 대 전사끼리!
꽈아앙!
이건 숫제 쇳소리 천둥.
범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대기를 난자한다.
고막이 터지고 반고리관이 흔들린다.
척수를 관통하는 타격에 너 나 할 것 없이 바닥을 나뒹굴게 된다.
그러나 오뚜기처럼 일어난다.
성검을 찌른다.
방패에 막힌다.
전쟁 망치가 무시무시한 빛을 발하며 날아든다.
겨우 받아냈다.
왼팔이 부러지며 통증이 번진다.
이를 갈며 몸통으로 오두식을 들이받는다.
오두식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버텼다.
이어지는 난타, 난타, 난타!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다.
알고 있으니까.
여기서 반 발짝이라도 물러나면 그 순간 승패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핏발 선 시선이 교차한다.
둘 다 피범벅이다.
어디 한 군데는 부러진 듯이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
마력도 고갈 직전.
당장 쓰러져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지금.
여기서 끝날 수 없다는 독기만이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오두식의 눈에 광기에 가까운 열기가 이글거렸다.
“끝을 보자!”
뚜앙!
망치를 던져 버린다.
방패 중심에서 폭발적으로 칠흑빛이 번진다.
그것은 벽.
아니, 수평선까지 뒤덮은 파도.
던전 보스 사자 기사의 최종기 [어둠 해일]이 세상 가득 넘실대고 있었다.
의심이 독사처럼 고개를 쳐든다.
저걸 뚫을 수 있을까?
겨우 며칠 준비했다고 해서? 검에 조금 익숙해졌다고 해서?
모른다.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좌절하는 대신 성검을 고쳐 쥐었다.
나를 믿는다.
내가 쌓은 시간을 믿는다.
김전사로서 쌓아온 특성을 믿는다!
파앗!
검이 폭사된다.
새하얀 섬광이 피어난다.
이 한 수에 내 모든 것을 담았다.
꾸준히 수련했던 [파산검법].
서우진에게 두들겨 맞으며 익힌 [검술].
공들여 키운 [에인헤랴르 연공법].
나와 함께 성장한 [마력심].
필사의 의지를 담아 선택한 [돌진].
그리고······
박대엽의 목숨을 거뒀던 [섬광]까지.
내 전신이 빛나고 있었다.
남은 마력으로도 모자라 마력 회로 일부까지 희생한 일격이다.
마법 무구 전부가 번쩍이며 내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하여 나는 한 줄기 유성이 되었다.
번쩍!
빛이 어둠을 꿰뚫었다.
어둠이 빛을 깨트렸다.
오두식을 지나친 나.
방패를 내밀고 정지한 오두식.
숨 막히는 적막 속에서.
“커억!”
내가 먼저 무릎을 꿇었다.
피가, 으깨진 내장 조각이 입에서 왈칵 튀어나왔다.
“아!”
“선생님!”
비명이 터졌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몇 번이고 피를 토했다.
그러나 쓰러지지는 않았다.
성검을 지팡이처럼 짚고 일어서서 정지한 오두식을 돌아본다.
“어······”
“대장님?”
한참이나 묵묵히 서 있던 오두식.
몸을 돌린다.
삐걱삐걱 고장 난 양철로봇을 보는 듯한 광경.
그 속에서 공허한 눈동자가 나를 주시한다.
주르륵.
그리고 흘러나오는 피.
어느새 벌어진 흉갑의 구멍을 통해 피가 벌컥벌컥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떵그랑!
오두식이 방패를 떨어뜨린다.
방패 중심.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검이 관통했다면 생겼을 크기로, 정확하게.
“안 돼!”
“이럴 수가!”
비탄에 젖은 목소리.
하지만 오두식은 관중석 쪽을 보지 않는다.
꺼져가는 눈으로 내가 있는 곳을 더듬을 뿐이다.
“멋진 한 수. 이름이 무엇인가.”
진중하고 묵직한 물음.
나 또한 가볍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섬광······”
어째서였을까?
답하려고 하는 이때.
아쉽고도 후련하다는 표정을 짓던 한 남자가 생각난 것은?
“아니, 유성검이다.”
“유성검······”
흐릿하던 동공에 빛이 돌아왔다.
크게 휘청이는 오두식.
마지막 힘을 짜낸다.
최후의 마력이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그 상태에서 오두식이 내게 머리를 숙였다.
“훌륭한 결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
“전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