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76)
특성 쌓는 김전사-76화(76/300)
호랑이 사냥 -1-
호랑이 사냥
“넥타르를 드신다고요?”
“예. 슬슬 4레벨로 가야죠.”
최 소장이 멍하니 날 쳐다본다.
“어, 초인님. 그러니까······ 초인님 3레벨 된 지 얼마 안 되지 않으셨습니까?”
“한 달 정도 됐죠.”
“그런데 4레벨로 가신다고요?”
“굳이 미룰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세상에.”
떡 벌리는 입.
그러더니 걱정하는 표정이 된다.
“너무 빠르지 않습니까? 레벨을 너무 빨리 올리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알고 있습니다.”
“꼭 그렇지는 않죠. 적절하게 조치하고 제대로 관리하면 괜찮습니다. 우진이도 단번에 5레벨로 각성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렇습니다만 서 본부장님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들어 보니까 저번에 넥타르 마시고 격체전공에 벌모세수도 다시 받으셨다던데요.”
“전 1레벨만 올릴 예정이니까요.”
게임에서는 부작용이 크지 않았다.
넥타르를 연속으로 마시면 경험치가 쭉쭉 차는 대신 마력 중독 디버프에 걸리는 정도.
그나마 마력천에 박아놓고 잊어버리면 어느 순간 회복되어 복귀하곤 했다.
이 세상에선 다르다.
여긴 게임이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이니까.
실제로 저번에 마력이 안정되지 않아 고생을 좀 했고.
“저라고 무턱대고 도전하는 건 아닙니다. 안 그래도 저번에 넥타르 마시고 고생 좀 했어요. 그때 교훈을 얻은 게 있습니다.”
“끙······ 저 때문에 괜히 고생만 하시고······”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건데요. 하여튼 이번에는 정석으로 넥타르를 마실 생각입니다.”
정석.
즉, 넥타르를 법제한 후 마시는 것.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특수한 재료 몇 가지를 첨가하여 탕약처럼 달여 마시기도 하고, 특수한 과정을 거쳐 기화시킨 후 들이마시거나, 마법으로 정제하여 정맥 주사하는 방법 등등.
흔히 특성 영약이라고 부른다.
“안 그래도 제가 준비는 해놨습니다.”
최 소장이 벽장을 열었다.
마법 솥과 촉매, 화염석, 특수 재료 여럿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언질을 주셨으면 제가 주재료도 미리 준비했을 텐데요, 아쉽습니다.”
만년삼왕, 용의 심장, 천사 날개 같은 것들.
특성 영약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재료에 담긴 특성을 가져올 수 있었지.
“그런 거 없어도 됩니다.”
“아쉬워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넥타르 효과도 좋아지고 부작용은 아예 없어지고, 새로운 능력까지 개화하실 수 있잖습니까?”
“그래요?”
듣고 보니 조금 끌리네.
최 소장이 내 눈치를 보곤 첨언했다.
“지금부터 법제 시작해도 완성하려면 며칠 걸립니다. 달이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사이에 구해 보면 어떠십니까?”
“음······ 좋습니다. 주재료도 구하는 걸로 하죠.”
최 소장이 모니터를 내 쪽으로 돌렸다.
영약 네 종류가 비쳐진다.
[뿔 호랑이 심장] [괴물 고릴라 척수] [세계수 열매] [무쇠 이무기 내단]“제가 목록을 뽑아 봤습니다. 전사 계열에서는 이 네 재료가 가장 인기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죠.”
게임에서도 많이 봤다.
보기만 했겠어? 김전사한테도 많이 먹였지.
“뿔 호랑이 심장으로 하죠.”
각각 얻는 특성이 다르다.
뿔 호랑이는 [용맹].
괴물 고릴라는 [괴력].
세계수는 [재생].
무쇠 이무기는 [철갑].
네 특성 모두 전사에게 유용한 특성이다.
내가 하나 빼고 다 갖고 있어서 그렇지.
괴력과 재생은 이미 있고 철갑은 방패에 담겨 있어서 장비 숙련을 올리는 중이다.
더구나 용맹?
처음부터 내 선택은 결정되어 있었던 셈.
‘용맹이 마지막이야.’
거인의 힘 최종 재료.
즉, 뿔 호랑이야말로 최고의 재료였다.
“어, 음.”
최 소장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초인님. 꼭 뿔 호랑이여야 합니까?”
“왜 그러시죠?”
“뿔 호랑이는 멸종 위기종이라 매물이 거의 없습니다. 매물이 나와도 중국에서 다 쓸어가고요. 다른 재료는 제가 어떻게든 구해올 수가 있는데 뿔 호랑이는 힘듭니다.”
“휴전선에 많이 살지 않습니까?”
“살기는 사는데, 동부군에 사냥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직접 잡아야 한다는 소리구나.
하긴 게임에서도 뿔 호랑이 심장이 유독 비싸기는 했다.
신원 시장에서 가끔 뜨는 게 전부였고.
“그럼 허가만 받아 주세요. 제가 직접 잡아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사다 드려야 하는데······”
“제 입으로 들어갈 건데요 뭘. 아, 활동비는 필요 없으십니까?”
사냥 허가.
이 막장 세상에서 그냥 나올 리가 없다.
당연히 뒷돈을 찔러 줘야지.
최 소장이 내 말을 듣고 손사래를 쳤다.
“어이쿠, 아닙니다. 아니에요! 초인님! 저도 돈 많이 법니다. 허가 비용쯤은 제가 처리하게 해주십쇼!”
“미안해서 그렇죠.”
“미안하다니요! 초인님 덕을 제가 얼마나 많이 보고 있는데요! 이 건물도 초인님께서 저한테 사주신 겁니다! 건물만 사주셨습니까? 목숨도 구해주셨죠!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절대로, 절대로 부담가지지 마세요.”
“하하. 알겠습니다.”
“영약 준비되기 전에 허가 나오게 하려면 조금 바쁘겠습니다. 초인님, 늦어도 모레까지는 처리할 테니 준비하고 계세요. 아, 그러고 보니까 초인님 차가 없으시죠?”
최 소장은 확실히 능력이 있었다.
전광석화처럼 일을 처리했다.
겨우 이틀.
동부군에서 사냥 허가를 받아온 것은 물론 번쩍이는 차 한 대까지 뽑아 가지고 왔다.
최 소장이 겸연쩍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제가 모셔다드려야 하는데, 일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일이 많이 늘어서 말이죠······”
“괜찮습니다. 소장님 사업이 번창하면 저도 편하죠.”
“필요하시면 기사 한 명 붙여드릴까요? 전사 계열 초인님들은 자가운전을 선호하신다고 해서 보류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직접 운전하죠. 사냥터에서는 직접 운전하는 게 좋다고 들었습니다.”
초인의 반사 신경과 동체 시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뿔 호랑이가 출몰하는 것은 철원 평야.
어쩌면 차를 몰며 총격전을 벌여야 할 수도 있다.
게임에서는 총격전 미니 게임도 있었거든.
미친 듯이 운전대를 꺾고 변속기를 돌려야 하는데 운전기사 달고 가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
“조심하세요. 요새 철원 평야에 밀렵꾼들이 부쩍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가 보물 창고니까요.”
“쯧. 북쪽 놈들이 조용하니까 밀렵꾼들이 난리네요. 그것도 3레벨 초인들이 꽤 많답니다. 초인님이야 잘하시겠지만, 그래도 방심하시면 안 됩니다.”
“당연하죠.”
나도 방어 특성 하나 없이 저격 맞으면 죽는다.
마수 사냥꾼, 특히 밀렵꾼에 3레벨과 4레벨 초인이 많다는 걸 생각하면 절대 마음을 놓아선 안 되지.
그르릉!
차에 올라 시동을 켰다.
네모네모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SUV.
원래 세계 벤츠사의 G바겐을 연상시키는 자동차다.
휘발유로 굴러가는지 날카로우면서도 강렬한 시동음이 울렸다.
“마도과학 자동차를 사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못 샀습니다. 그래도 이놈 방탄유리에 특수 타이어입니다. 소총탄 얻어맞아도 버틸 거랍니다.”
겸연쩍은 얼굴을 하는 최 소장.
나는 손을 한 번 휘저었다.
“아닙니다. 얻어 타는 처지에 마도과학 자동차가 왠말입니까. 제가 나중에 돈 벌어서 사겠습니다.”
“어휴, 아닙니다.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뭐,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마도과학 자동차는 비싸다.
정확히 말하면 엔진이 무식하게 비싸다.
휘발유나 경유 대신 마력핵을 먹는 순간, 자동차 가격이 10배 이상 뛴다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리 1레벨 2레벨 마력핵이 싸다고 해도 그 돈 주고 사느니 내연기관 자동차를 굴리고 말지.
아예 럭셔리 중의 럭셔리, 비행차로 가거나.
“그럼 며칠 뒤에 뵙죠.”
“예, 초인님. 살펴 가세요. 밀렵꾼 조심하시고요.”
부르릉!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육중한 몸에 맞지 않게 SUV가 뛰쳐나간다.
우렁차게 울리는 굉음.
신림동에서는 흔히 보이지 않는 고급 SUV다.
행인들이 힐끔힐끔 시선을 던지는 게 느껴졌다.
그것도 잠깐.
신림동을 벗어나 초인대로에, 원래 세계의 올림픽 대로를 대체하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접어들자 금방 자동차 사이에 묻히게 된다.
부아아앙!
천둥을 터뜨리며 내달리는 슈퍼카.
묵직하게 주행하는 럭셔리 세단.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비행차들이 널려 있으니까.
“부자 진짜 많아.”
사람이 많은 만큼 차도 많다.
빈부격차만큼 차 사이에도 격차가 있다.
슈퍼카가 낡아빠진 경차를 위협하듯 추월하고, 그 위로 비행차가 신선놀음하듯 지나치는 게 한눈에 잡혔다.
어쩐지 입맛이 썼다.
에이, 신경 쓰지 말자.
속도를 올려 초인대로를 달렸다.
목적지는 동부군이 소재한 철원시.
고속도로를 타고 가도 두 시간은 걸린다.
두 시간 후.
동부군 영지, 철원 시국(市國) 시 정부에서 사냥 허가를 확인받았다.
“뿔 호랑이 사냥하러 오셨네요?”
“예.”
“체류 기간은 일주일이고요. 한 마리만 사냥하실 수 있어요. 두 마리 이상 잡으시면 벌금 나옵니다. 뿔 호랑이는 1급 보호종이라 정당방위여도 과태료 나오니까 어지간하면 그냥 쫓아내세요. 차 가져오셨죠?”
“당연하죠.”
“헬멧이나 방호복에, 그리고 자동차에 이거 블랙박스 붙이고 다니세요. 허가증 항상 갖고 다니시고요.”
“규제 빡세네요.”
“알고 오신 거 아니에요? 여기 대한민국 법 안 통해요.”
까칠하게 반응하는 공무원.
말 그대로다.
철원 시국. 파주 시국.
동부군과 서부군이 북한과의 접경지대를 방어하는 개인 영지로 받아 챙긴 곳.
두 군단의 수장이 대한민국 건국에 엄청난 도움을 주어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21세기의 변경백이 따로 없다.
그만큼 두 군단의 위세가 막강하다는 뜻.
나는 두말하지 않고 작은 블랙박스를 헬멧에, 또 자동차에 장착했다.
철원 시 정부에서 나와 1시간을 더 달린 끝에 겨우 도착했다.
“후아!”
철원 평야.
원래 세계에서는 북한이 더 많이 가져갔지만 이 세상에서는 엄연히 남한 땅이다.
다만 북한과 바로 마주 보는 땅인 만큼 동부군에선 적극적으로 개척하지 않았다.
출입 금지까지 걸어놓고 야생 그대로 남겨두었지.
그것이야말로 신의 한 수.
지금에 와서는 온갖 영물들이 뛰어노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방문하는 꿀땅이 되어 있었다.
그 덕에 갈등도 생겼지.
여기서 동쪽 백두대간으로 조금만 더 들어가면 선천적 돌연변이들이 모여 사는 괴물촌이 나오거든.
대한민국 법상 돌연변이는 엄연한 인간.
그러나 사회 인식은 법을 쫓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 가끔 변이체로 오인하여 사냥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나중에는 괴물촌도 가야겠지?’
어디까지나 나중 일.
근처에 보이는 풀밭으로 SUV를 몰고 갔다.
푸드득!
숨어 있던 새 떼가 날아오른다.
은빛 날개와 꽁무니 깃털이 인상적인 오리 떼.
[은광 오리]저거 고기가 꽤 맛있다던데.
펄쩍!
사슴 떼도 뛰쳐나갔다.
뿔이 두 쌍에 등에서 은은한 무지갯빛 마력광을 흘리는 사슴들.
[무지개 사슴]가죽을 벗겨 팔면 쏠쏠하다.
생산성으로는 인조 가죽을 따라갈 수 없지만, 수제 명품만의 가치가 있는 법이니까.
골프백에서 사냥용 산탄총을 꺼내려다가 말았다.
내가 허가받은 것은 뿔 호랑이 단 한 마리.
그 외에 보호종을 잡았다간 바로 벌금행이다.
“쳇.”
사냥꾼 협회에 가입해야 하나?
협회 가입만 해도 2급 보호종까진 잡아도 된다던데.
에이, 아서라.
특성 먹고 상위 특성 조합할 시간도 부족하다.
차를 적당한 곳에 세웠다.
지붕에 올라가서 앉은 다음 특성 교체.
[보물찾기][밝은 눈][민감] [통찰][집중][추적]보물찾기 특성을 쓰는 건 오랜만이네.
“하!”
광점이 마구 반짝였다.
하늘 위에서, 수풀 속에서, 땅에서, 나무 사이에서, 바위 아래에서 파란빛이 은하수처럼 빛나고 있었다.
보물 창고 그 자체.
여기에 고글을 써서 헬멧의 [탐지] 특성도 발휘하고 있으니 내 눈을 피해 갈 보물은, 영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뿔 호랑이를 찾아야 한다는 점.
보물찾기에는 필터 기능이 없다.
영물들 위치를 확인한 건 좋은데 뿔 호랑이를 찾으려면 다른 수를 써야 했다.
‘다 준비해 왔지.’
골프백을 열었다.
우선 무선 이어폰을 꺼내 스마트폰에 연결하고 음악을 틀었다.
시끄러운 락 음악.
먼저 음량 최대로. 다시 음량 최소로.
그렇게 수십 번을 반복했다.
귀가 멍멍해지더니 어느 순간 확 뚫렸다.
[쫑긋 귀] 특성.두 번째로 꺼낸 것은 통조림.
통조림을 보자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진다.
“싫다, 진짜.”
어쩌겠나.
특성 얻으려면 이 정도 고생은 해야지.
눈을 질끈 감고 통조림을 개봉했다.
“우으읍!”
역한 냄새가 콧구멍을 뚫고 대뇌에 직접 꽂힌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당장이라도 코를 싸매고 싶었지만, 나는 [인내] 특성까지 장착하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으어억!”
크게 숨을 마셨는데도 안 됐다.
눈물을 머금고 [심호흡] 특성까지 장착.
길게 공기를 빨아들이자 역한 냄새가 허파까지, 심장까지, 심지어 내장까지 흡수되는 느낌이 들었다.
울렁이다 못해 뒤집히는 뱃속.
못 참고 구토를 하려 할 때 생겼다.
[개코]특성이.
“우왜액!”
못 참겠다.
나는 즉시 통조림을 던지는 한편, 차에서 뛰어내려 토사물을 뿜어냈다.
너무 한 거 아니냐?
특성 획득 조건이 통조림 냄새 맡기라니!
차라리 푹 삭힌 홍어 냄새가 낫지.
이건 수르스트뢰밍이란 말이다!